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52)
제 222화
78화. 예비 기수의 위업(2)
스겅!
시그문드에 베인 마력 광선이 갈라지며 파편이 튀었다.
꺄악, 아악! 갑작스런 습격에 광장에 모인 신민들이 반사적으로 비명을 내질렀고, 황금방패회의 성기사들은 단상으로 뛰어들었다.
“라니 경을 보호하라!”
“모두 엎드려! 휩쓸린다!”
황금방패회 성기사들이 라니를 감싸며 신민들에게 소리쳤다. 다행히 신민들은 대부분 통제를 잘 따라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우왕좌왕하는 신민들도 적지 않았다.
자칫하면 지플 마법사들의 공격에 신민들이 휘말릴 수 있는 상황.
진을 공격하는 마법사들은 최소 7성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일반인은 스치기만 해도 중상, 혹은 사망에 이를 터.
마법사들은 그들이 죽든 다치든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계속 마법을 영창하고 있었다.
실제로 관계없는 신민들이 수십 명쯤 죽어나가도, 그들은 진이 사망할 때까지 영창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지플은 더 이상 정의의 상징 따위에 미련이 없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바멀, 진 룬칸델을 죽이지 못하면 두고두고 얕보이게 될 것이다.
아니, 얕보이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제 바멀을 놓치는 것은 곧 ‘룬칸델 예비 기수’의 일탈에 지플 전체가 농락당하는 꼴이었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진 룬칸델이 광장을 빠져나가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놈을 다시 중앙으로 몰아!”
마법사들은 필사적이었다. 지금 진을 놓치면, 본가는 이유를 막론하고 자신들을 살려두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진은 침착하게 마법사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좌측에 넷, 중앙 여섯.’
일단은 그렇게 열.
광장에는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광장 바깥까지 포함하면 그 몇 배는 되는 마법사들이 진을 노릴 것이다.
‘여섯 쪽이 오히려 더 약하군.’
그들을 뚫고 우선 광장을 벗어나야 했다. 본격적으로 증원이 이뤄지기 전에 몰리게 되면 빠져나갈 수 없을뿐더러, 죄 없는 신민들이 전투에 휘말려 사망하는 것만큼은 절대로 겪고 싶지 않았다.
물론 정체를 밝히기 전부터 애꿎은 신민들이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걸 염두에 두기는 했다.
그러나 이게 최선이었다.
최대한 많은 중립 언론, 최대한 많은 제3세력, 최대한 많은 목격자, 그리고 최대한 많은 ‘도우미’들이 있을 때 정체를 밝혀야 지플이 제대로 물을 먹는다는 판단.
라니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
죄 없는 신민들이 죽는 건, 자신의 청으로 인한 결과니 부디 광장에서 정체를 밝혀주라고.
행여 그런 일이 발생하거든 모든 책임과 죄는 자신의 몫이라고 말이다.
신민들의 피해를 담보로 잡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거절하지 않았다.
루나를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죄 없는 신민이 죽거나 다치면 어쩌나 싶었는데…….’
진이 슬쩍 루나 쪽을 바라보았다.
‘그럴 일은 없겠군. 역시 누님이야.’
루나의 지휘하에 룬칸델 수호기사들과 휴페스터의 무인들이 일사불란하게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마법사들의 공격이 신민들을 지나칠 때마다,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쳐내는 모습을 보였다.
조문 사절단이라고 하나 1, 2, 3기수를 수행하기 위해 온 수호기사들이다.
하나하나가 집행기사 바로 아래 수준의 실력을 지녔고, 휴페스터의 다른 무인들도 대부분 각 가문에서 뛰어난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늘 성국에서 죄 없는 자가 단 하나라도 사망한다면, 룬칸델과 휴페스터의 명예는 바닥에 처박히게 될 것이다. 막아라, 그리고 흩어져라! 광장 바깥에서도 분명 전투가 있을 것이다!”
충!
수호기사와 휴페스터의 무인들은 마치 자신들의 가문이 습격당한 것처럼 치열하게 성국 신민들을 보호했다.
루나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그 자체로 그들에겐 무엇보다도 큰 영광이기 때문이었다.
고고한 흰 고래, 백경.
시론 이후 최고의 전설이자 휴페스터의 무인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이름.
또 언제 루나와 함께 검을 휘두를 수 있을지 몰랐다. 이 영광스런 순간에 루나를 실망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반면 루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막내, 네 흡족한 표정을 보아하니 다행히 내가 네 뜻을 잘 읽어낸 것 같구나.’
진의 검으로서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는 마음에 가슴이 뛰었다.
그녀는 이제 진 룬칸델, 자신의 막냇동생이 아니라면 아버지 이후 룬칸델을 이끄는 다른 누구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스걱, 챙!
수많은 마법이 난사되고 있었으나, 채에 걸린 듯 전부 진 쪽으로만 향했다.
양민들은 루나의 보호 속에서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뜨고 있었고, 몇몇 기자들은 목숨을 걸고 수호기사들의 뒤에 붙어 이 광경을 수첩에 담고 있었다.
“1기수, 이럴 때가 아닙니다.”
조슈아가 루나를 찾았다.
“무엇이냐?”
“예비 기수를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문의 법도를 어겼다고 하나, 행여 예비 기수가 지플의 손에 사망하면 가문의 위신이.”
“2기수, 예비 기수의 죽음과 룬칸델의 위신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이냐? 이번 일은 예비 기수 본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터. 녀석의 안전보다 성국과의 우호도가 우선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 손으로 예비 기수를 벌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양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 따위보다 그게 더 중요한 문제일 겁니다. 부디 신중한 판단을 내려주십시오.”
그러자 루나의 눈에 대번 살기가 깃들었다.
“지금 이곳엔 네놈의 흑기사들이 없다. 무얼 믿고 내게 대드는 것이냐? 태도를 똑바로 하라, 망신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순간 조슈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루나의 말대로 흑기사는 없으나, 실은 따로 데려온 집행기사들이 광장 곳곳에 변장을 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따라서 루나의 명을 거스르자면 얼마든지 거스를 수 있었다.
그들은 루나가 어떤 명을 내렸든, 자신의 명령을 우선적으로 따를 테니까.
그렇게 되면 오히려 망신을 당하는 쪽은 자신이 아닌 루나일 것이다.
하지만 조슈아는 루나에게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잠깐의 굴욕감을 못 견뎌 곧 내 것이 될 룬칸델에 먹칠을 할 수는 없다. 게다가 내가 큰누님을 거스르면 다른 무가의 신임도 잃게 될 분위기로군.’
서열 전쟁은 가문 안에서나 하는 것이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루나와 반목해봐야 룬칸델의 위엄만 떨어질 뿐이었다.
루나의 오만한 태도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으나, 바보같이 굴 필요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조슈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진이 잘못되면 솔더렛의 계약을 가져갈 수 없다는 불안감에 나서긴 했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웬만해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쿠르르르-!
마른하늘에서 시퍼런 벼락이 떨어지고 있었다.
명왕검 평식 벼락, 세인들이 바멀을 ‘페이텔의 계약자’라고 오해하게 만든 바로 그 힘.
광장 중앙을 틀어막고 있던 여섯 명의 마법사들은 벼락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한 채 픽픽 고꾸라지고 있었다.
‘명왕족의 능력이로군. 청새 군도에서 날 상대할 땐 저 힘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만한 저력을 보여줬던 건가. 마탑주 급 마법사들이 제대로 진을 치지 않는 한 어렵긴 하겠어.’
예언이 가리킨 것은 바로 자신인데, 어째서 하늘은 진을 편애하는지 알 길이 없는 노릇이었다.
꽈드득! 쾅!
번개가 내리칠 때마다 광장 바닥이 터지며 돌과 마법사들이 튀어 올랐다.
루나가 신민들을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을 확신한 이상, 진에겐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여섯의 마법사가 목숨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명왕검은 이게 참 좋단 말이야. 천재가 아닌 한, 처음 겪으면 손쉽게 당할 수밖에.’
물론 중앙의 여섯 마법사는 세간에서 천재라 불릴 만한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지플 본가 소속 마법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의 기준에선 범재였다. 그가 싸워온 지난 강적들에 비하면 잔챙이나 다름이 없었고 말이다.
“침착하게 대응하라! 전격계 마법사를 상대할 때처럼! 그리고 근접하지 못하도록 계속 마법을 깔아!”
좌측의 마법사 넷은 진의 기준에서도 수재에 속했다.
그들은 능숙하게 벼락의 진로를 보호막으로 차단하며 포위를 좁혀왔다.
그리고 각종 빙결계 마법을 변형시켜 진의 시야를 어지럽히기도 했다. 순간 자신을 둘러싸는 얼음 기둥들 때문에 벼락의 타격점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휴페스터의 기사들을 믿고 검기로 기둥을 전부 베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수였으나.
중앙을 뚫은 마당에 광장에서 더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다.
“슈리!”
진이 품속에서 적옥을 꺼냈다. 우우웅! 적옥이 빛을 발하자, 그 속에서 슈리가 빠져나왔다.
“저건 또 무슨……!”
“고, 고양이라고?”
이번만큼은 수재 마법사들도 기함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마차보다 큰 고양이를 처음 마주한다면 누구나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물며 그만한 고양이가 눈으로 마력 광선을 쏘기까지 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캬아아악!]번쩍 뛰어오른 슈리가 괴성을 내지르며 마법사들에게 광선을 쏘았다. 진은 마법사들이 깔아둔 얼음 기둥을 발판 삼아 슈리를 향해 도약하는 모습.
진이 슈리의 등에 올라탄 그 순간, 마법사들은 보호막으로 광선을 막아내느라 급급한 형세였다.
사뿐……!
가볍게 지상에 착지한 슈리가 다시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자 아직까지 우왕좌왕하며 서 있던 양민들, 그리고 필사적으로 이 모든 광경을 눈에 담고 있는 기자들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포효에 다리가 풀린 것이다.
단련된 무인들은 버틸 수 있도록 조절한 포효였다.
저게 정말 룬칸델의 예비 기수란 말인가……?
휴페스터의 무인들은 물론이고, 쓰러진 양민들에 이어 간신히 살아남은 지플의 마법사들까지 일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린애들이 보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양민들이 쓰러지자 한순간에 길이 널찍해졌다.
슈리는 가뿐하게 몸을 던져 뻥 뚫린 길을 내달렸다. 미친 듯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으나, 단 한 사람의 양민도 슈리에게 밟혀 숨을 거두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야아!]슈리가 물었다. 이제 어느 방향으로 달리면 되겠느냐고.
진은 이동 관문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항구로 가려는 것이다. 지플이 가져온 금괴가 산처럼 쌓여있는. 그곳에서 금이란 금은 죄다 녹여서, 바닷속으로 빠뜨려버리고 탈출하는 게 진의 마지막 계획이었다.
이동 관문까지 도착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광장 밖에 있던 지플의 마법사들은 슈리를 쫓아오지도 못했다.
진과 슈리가 들어서자마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성국의 충신들이 이동 관문을 개방했다.
“고맙소, 진 공자. 무운을 빌겠소.”
“당신들도.”
그리고 진은,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한 사람을 마주쳐야만 했다.
“……진? 진이잖아!?”
눈동자를 환히 뜨며 진을 알아보는 백발의 청년.
지플의 차기 가주, 베라딘 지플.
베라딘 역시 이제 막 항구에 도착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베라딘의 뒤로.
활활…….
금괴들이 불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