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3)
제 33화
12화. 투쟁, 쟁취, 향유(4)
청아석 훈련은 밤 아홉시, 토나 형제가 나란히 쓰러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단지 쓰러진 게 아니라, 토나 형제는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소진된 채 완전히 기절해 버렸다.
“한심하군.”
제드가 혀를 차며 의료진을 불렀지만, 진이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기까지 버틴 것도 엄청난 것 아닌가?’
진은 아직 두 다리로 서 있다. 미친 듯이 후들거리고, 머릿속에선 계속 두웅, 두웅 환청이 울리고 있지만.
토나 형제가 오늘 보여 준 근성은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솔직히, 진도 아슬아슬했다. 30분 정도만 훈련이 더 이어졌다면 그 역시 버티지 못했을 터였다.
의료진이 토나 형제를 들것에 실었다.
“네 형들에게 전해라. 내일도 훈련 도중 쓰러질 생각이라면 애초에 나오지를 말라고.”
“알겠습니다.”
비밀 훈련장을 나선 진은, 돌아가는 동안 룬칸델에 대해 생각했다.
‘숙부님의 반응을 살펴보니 나도 까딱하면 눈 밖에 나겠어. 조금만 더 훈련이 계속됐어도 나 또한 쓰러졌을 테니까… 내일부터는 더 긴장해야겠군.’
그러나 제드는 조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토나 형제가 예상보다 훨씬 늦게 쓰러졌군. 클클, 그놈들도 룬칸델은 룬칸델인 모양이야. 하지만 막내는…….’
제 형들보다 무려 2년이나 뒤쳐졌으면서, 오늘 끝내 쓰러지질 않았다. 성장기의 2년은 엄청난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쉽구나, 아쉬워! 왜 하필 막내로 태어난 것인가.’
제드가 오늘 확인한 진은, 시론의 열셋 자식 중 최고 수준의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루나는 몰라도, 차기 가주로 지목되는 조슈아보다는 분명히 뛰어났다.
그러나 나이가 너무 어렸다.
진은 이제 겨우 열다섯.
지금부터 부지런히 수련해서 서른 즈음엔 9성 기사가 될 수 있다 할지라도. 그때는 이미 조슈아가 가문을 이끌고 있을 터였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이미 조슈아에게 가주의 권력이 이양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 10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이 룬칸델을 손에 거머쥐었을 재목이건만……!’
이런 상황에 진의 성장과 재능은…….
어쩌면 가문에 치명적인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10년, 15년 뒤. 만약 진이 가문 최강이 되어 왕좌를 노린다면.
그때 조슈아의 룬칸델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사이, 지플을 비롯한 룬칸델의 적들은 얼마나 큰 기회라고 생각할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한 제드가 끙,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지켜보아야지. 루나가 아끼는 것을 보니, 진 또한 그 아이처럼 단지 가문을 지키는 그림자가 될지도 모르는 것이니.’
‘미래’와 ‘성장’에는 수없이 많은 변수가 존재했다. 진이 임무 도중 사망하거나, 어느 날 갑자기 의지를 꺾고 룬칸델을 떠나 야인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애들은 크다 보면 별일을 다 겪는 법이니, 아직 온전한 평가를 내리기엔 너무 어렸다.
* * *
그로부터 한 달이 흘러, 1795년의 3월이 되었다.
첫날부터 진과 토나 형제의 서열 전쟁이 개시되었지만, 정작 그들이 오후마다 비밀 훈련장에 처박혀 있으니 제대로 된 싸움이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카진 로메로가 진에게 당한 이후, 생도들은 도련님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에도 막내 사단을 건들지 않았다. 뮤와 앤이 그렇게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은 진의 예상대로, 훈련장 내에서는 더 이상 간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껏 파벌을 빌려줬더니 첫날부터 깨지고 돌아온 토나 형제에겐 더 이상 기대할 바가 없었다.
“……너무 조용해서 신경 쓰일 지경이로군.”
메사가 옷에 묻은 흙을 털어 내며 말했다. 오전 훈련을 막 끝낸 참이라 옷이 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곁에 선 다른 생도들도 마찬가지였다.
“도련님께선 오후마다 괜찮으신 걸까?”
벨롭이 걱정스러운 듯 말하자 메사가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도련님을 걱정할 수준이냐.”
“하지만 가끔씩 비밀 훈련장 안쪽에서 폭음도 들리고, 비명도 들리고… 의료진들이 다급하게 움직이고 그러잖아. 엊그제는 토나 도련님들이 끝나기도 전에 들것에 실려서 나갔고.”
“걱정하지 말고 훈련에나 집중하자. 도련님께서 하신 말씀 기억 안 나? 조만간 임무가 내려올 거라고. 그것도 더럽게 빡센 임무가.”
현재 막내 사단은 메사, 스컷, 쥬쉔, 타이먼트, 키코를 제외하면 모두가 중급반의 평균 실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였다.
에딩턴과 시에라, 필즈, 벨롭은 사실 당장 임무를 나가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물론 벨롭은 실력은 뛰어나나 정신적인 문제를 아직 다 극복하지 못한 것이지만 말이다.
“난 앞으로 도련님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우리 일이나 열심히 하자. 첫 임무 전까지 적어도 3성은 되어야 한다고.”
“맞아. 진 도련님 덕에 텃세도 겪지 않고 있으니까.”
생도들이 결의에 가득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주목!”
중급 훈련반 조교, ‘마엘 트라실’이 소리쳤다. 중급 훈련반엔 총 세 명의 조교가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룬칸델의 수호기사였다. 마엘은 조교장이다.
“올해 중급 훈련반의 첫 임무가 하달되었다. 임무는 다섯 개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생도들은 앞으로 나와라. 총 60명이 차출될 것이다.”
만년 생도들은 달리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중급반이 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생도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1번 임무는 마물 토벌이다. 토벌 대상은 고블린. 상세한 내용은 2등 집사 페트로에게 들어라. 출격 생도는 덴켈로, 아탄, 존…….”
“2번 임무는 요인 보호다. 보호 대상은 민체 대장장이 협회의 풋내기들. 이 친구들한테는 잘 보여서 나쁠 게 없겠지? 출격은 휴스턴, 바딩…….”
“3번 임무도 마물 토벌이다. 토벌 대상은 오크. 게다가 작전지가 미보호 구역이로군. 출격은, 음…….”
서류를 넘겨 보던 마엘의 손길이 멎었다. 그는 잠시 미간을 좁힌 채 서류에 적힌 이름을 재차 확인했다.
‘작전지가 미보호 구역인데 전원 신입 생도를… 아무래도 진 도련님께서 속상하시겠군. 모두 살아서 돌아오는 건 무리겠는데. 기수들께 항의를 할 수도 없고.’
마엘이 헛기침을 하고 뒷말을 이었다.
“메사, 스컷, 타이먼트, 키코, 쥬쉔, 에딩턴, 시에라, 필즈, 데이비드. 너희들도 자세한 사항은 페트로가 알려줄 것이다. 모두 행운을 빌지…….”
중급 생도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오크도 모자라 미보호 구역이라면, 막내 사단 중 절반 이상이 죽어서 돌아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생도들 중 조교들에게 항의하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어차피 기수들이 정한 것이니 따를 수밖에 없는 데다, 꼭 항의를 해야 한다면 그건 생도들이 아니라 파벌을 이끄는 진의 몫이었다.
물론 진이 직접 기수들을 찾아가서 따진다면 충분히 3번 임무 차출 인원을 바꿀 수는 있을 것이다. 본인이 직접 거래를 하거나, 아니면 루나의 영향력을 빌려서 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악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파벌이 능력 미달이라는 걸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루나의 힘을 빌리는 순간, 그건 그것대로 진 자신이 자격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었다.
이를테면 외통수였다. 막내 사단은 꼼짝없이 3번 임무를 수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교관님. 4, 5번 임무는 무엇입니까?”
“그건 도련님들께 배정된 임무다. 너희가 알 필요가 없다. 이상! 식사가 끝나면 호명된 생도들은 임무가 시작되기 전까지 휴식을 취하도록. 출격은 이틀 뒤다.”
조교들이 빠져나가자 곧장 생도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우, 어쩌냐 쟤들.”
“최소 네다섯은 죽어서 돌아오겠네…….”
“이러면 차라리 파벌이 없는 게 낫지.”
“내가 말했지? 괜히 파벌 잘못 타면 피밖에 볼 게 없다니까.”
“불쌍한 놈들.”
카진을 비롯한 뮤와 앤의 파벌 생도들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과 향을 준비해야겠군, 큭큭.”
“제대로 장례를 치러야겠는데? 이틀밖에 안 남았으니, 그때까지 서로 초상화나 그려 주지 그래. 유서도 좀 쓰고 말이야.”
“푸하하, 잘 다녀오라고. 귀염둥이들! 아니면 진 도련님께 부탁이라도 해 보지 그러냐?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크히히히.”
뮤와 앤에게 속한 생도들이 낄낄대며 막내 사단을 쳐다보았다. 순간 타이먼트가 욱해서 일어나려 했으나, 메사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참아. 우린 아직 저놈들을 이길 수도 없고, 임무 직전에 문제를 일으켜 봐야 좋을 게 없어.”
“하지만 저 자식들이……!”
“닥치고 앉으라고, 타이먼트. 다 도련님께 누가 되는 일이라고. 일일이 말해야 알아먹을래?”
타이먼트가 씩씩대며 자리에 앉았다.
“……어쩌지?”
시에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머지 막내 사단은 모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쩌긴. 여긴 룬칸델이야. 까라면 까야지. 우리끼리 어떻게든 임무를 성공시키고 돌아온다. 그게 저 새끼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유일한 방법이야.”
메사가 뿌득 이를 갈며 말했으나, 그녀 역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었다. 첫 임무부터 진에게 폐를 끼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두려운 것이었다.
* * *
퍼어어엉!
“아악!”
“헤이토나!”
“큽!”
헤이토나의 청아석이 터졌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 폭발이었다. 튀어나온 철 구슬은 데이토나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진에게 날아들었다.
헤이토나는 가슴팍을, 진은 옆구리를 맞았다. 자신의 청아석이 깨진 것이라면 모를까, 난데없이 옆쪽에서 튄 철 구슬은 진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제드는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다는 듯, 의자에 앉아 임무 서류를 읽고 있었다.
“후우, 젠장!”
“괜찮아?”
“응, 나는 괜찮아. 데이토나. 음… 진. 막내야, 어. 미안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헤이토나가 쭈뼛대며 진에게 다가왔다. 데이토나도 덩달아 다가와서는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진은 이들이 정녕 악질 살인광이 될 토나 형제가 맞나 싶었다.
“괜찮아. 대신 앞으로 형들은 저쪽 구석에서 해.”
“으응.”
토나 형제가 낑낑대며 청아석과 탁자를 구석으로 옮겼다.
그들이 고분고분 동생의 말을 듣고 있는 건 다름이 아니다. 한 달간 같이 굴러 본 결과, 숙부가 해 준 말이 사실이라는 걸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너흰 충분히 강해지기 전까지 막내에게 대들지 말거라. 오래 살고 싶다면 말이다.
형제가 바라본 진은 그야말로 귀신이었다. 토나 형제는 오늘에서야 하루 서너 번쯤 겨우 청아석을 깰 수 있게 되었지만, 진은 며칠 전부터 대여섯 번씩 폭발시키고 있었다.
‘오늘은 반드시, 반드시 맑은 소리를 내고야 만다.’
철 구슬에 맞은 옆구리가 욱신거렸다.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지만, 호흡이 순식간에 거칠어졌다.
후우, 후우.
진이 눈을 감고 호흡을 골랐다. 자연스레 청아석의 표면, 강성, 무게. 그런 것들이 감은 눈 속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옆구리의 통증 때문에 자꾸만 집중이 흐려지려는 찰나.
‘어?’
별안간 기묘한 감각이 진을 뒤덮었다. 어쩐지 옆구리를 때린 철 구슬이 날아온 방향이 정확하게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뭐지? 갑자기 왜 이런 느낌이…….’
눈을 뜨고 철 구슬의 방향을 확인하려는데, 제드가 몸을 일으켰다. 진과 토나 형제가 재빨리 몸가짐을 고치고 제드의 앞에 섰다.
“너희들에게 임무가 하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