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77)
제 333화
115화. 요나의 경고(2)
“원로회 일부가 절 죽이려 한다고요? 설마 누님이 그들의 암살자로 절 찾아온 건 아니겠죠? 잠시 후에 잘 가라, 막내. 이러면서 제 목을 벤다든가…….”
“그 재미없고 늙은 고깃덩어리들이 내게 의뢰를 맡기는 건 자살행위지.”
시론의 엄명으로 인해 현재 가문 내에서 요나를 이용할 수 있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과거 조슈아조차 진을 견제하다 간접적으로 요나와 엮여(진과 오울의 거래 때문에 요나의 가문 복귀 시기가 늦춰졌었다) 시론에게 뺨을 맞고, 흑광갑을 반납했던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랬다 한들, 내가 널 죽이겠니?”
“맞아요. 설마 누님이 절 찌르겠습니까. 저도 사밀의 은인이기도 하고요. 농담이었습니다.”
“그런 농담 싫어!”
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알겠어요. 그래서, 어떤 놈들입니까?”
원로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건 그리 새삼스럽지도 않은 문제였다. 어차피 기수가 되면 분명 자신을 죽이려는 이들이 상당히 많으리라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진은 이보다 먼저 본격적으로 자신을 죽이려는 이들이 나타나리라, 그것도 기수들보다는 원로들 중에 먼저 칼을 들이미는 자가 나올 것이라 생각해왔다.
자신은 생도 시절부터 언제나 가문에 문제를 일으켜왔으니 말이다. 예비 기수 끝 무렵엔 아예 룬칸델에서만 3억이라는 현상금이 걸리기도 했었다.
심지어 마법 사용을 금한다는 오랜, 그리고 굴욕적인 룬칸델의 전통을 늘 위배해왔으니 어떤 면에서 척살은 당연한 일.
‘오히려 늦은 감이 있군. 아니, 많이 늦었지.’
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 와서 원로회, 그것도 ‘일부’의 공격 따윈 두렵지도 않았다.
다만 요나의 심각한 표정이 조금 신경 쓰였다.
“어떤 놈들입니까?”
“원로들 중 정확히 누구인지는 못 들었어. 알았다면 내가 싹 죽여버렸을…….”
“아뇨, 그 누군지 모를 일부 원로가 의뢰한 암살자들 말이에요.”
“어?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직 놈들이 암살 의뢰를 맡겼다고는 말 안 했는데.”
“뻔한 일이죠. 직접 칼을 빼들고 절 죽일 만한 세력을 가진 이들은 각 장들뿐인데. 그중엔 지금 제가 죽어서 이득을 볼 사람이 없거든요.”
흑검회의 조르덴 룬칸델, 호법회의 린 밀카노, 호민회의 텔롯 룬칸델.
그중 텔롯은 잠정적 아군이고, 조르덴은 명백한 적이며, 린은 잠정적 적이다. 하지만 조르덴조차 지금 당장 진을 죽여 봐야 얻을 게 없었다.
-똑똑한 머리로 뻔한 문제에 허술한 모습을 보이는군. 그야 뻔한 것 아닌가? 조르덴 룬칸델, 원로장과 2기수는 상생이자 경쟁 관계다.
-말씀대로 상생은 빤하지만 경쟁에 대해선 금시초문이로군요.
-아, 하긴. 자네는 나와는 물론이고, 상위 기수들과도 시대가 조금 다르니 그럴 수 있겠군. 하나만 알아두게. 원로장은 아직 가주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네.
텔롯 룬칸델과 거래하며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아직 가주 자리를 포기하지 않은 그로서는 오히려 손해지. 흑검회장은 나와 조슈아가 끊임없이 서로를 견제하고 갉아먹다 함께 망가지는 그림을 원하고 있어.’
린 밀카노는 아직 속내를 알 수 없으나 그녀는 표면적으로 조르덴의 사람이었다.
“따라서 절 죽이려는 원로들은 외부 세력에 의뢰를 맡겼겠죠. 장들의 사람이 아니면, 저와 맞대결을 할 수 있는 실력자들은 아닐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리고 누님은 사밀의 정보력을 이용해 그 세력을 확인했을 거고요.”
“히이, 맞아. 완전 정확하네. 참 똑똑하단 말이지.”
요나가 깨금발로 진의 머리칼을 헝클며 뒷말을 이었다.
“암살자들이 누군지는 안 알려줄 거야.”
“왜요?”
“나랑 놀아주면 알려주지. 막내야, 우리 이렇게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건 진짜, 진짜, 진짜 오랜만이란 말이야!”
거의 2년 만이자 기수가 되고 처음이었다.
그 말에 진이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보고 싶었습니다, 누님. 저번에 제 방에 남겨준 편지랑 녹장미 고리는 잘 받았어요. 자다 일어나서 그걸 보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나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토록 순진무구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세계 최고의 암살자라는 건 언제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뿌듯해!”
“기수가 되기 전에, 아무런 얘기도 없이 사라진 것도 미안해요. 사정이 좋지 않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특별히 이해해줄게. 그럼 이제부터 뭐하고 놀까? 응?”
“일단 배 좀 채우러 가죠. 숲에서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숨바꼭질부터 할까? 아니면 단검 놀이 할래?”
“단검 놀이가 뭡니까?”
“백 걸음 떨어져서 서로에게 한 번씩 단검을 던지는 거야. 피하거나 막을 때마다 한 걸음씩 좁히고, 먼저 찔린 쪽이 지는 거.”
“사양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손도끼 놀이 하자.”
“그건 또 무슨.”
“손도끼로 서로의 귀를…….”
“아니, 설명은 됐습니다. 누님, 우리 평범하게 잘 놀았었잖아요. 그런 살벌한 거 말고, 쇼핑이라든가, 연극 구경이라든가. 술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진.”
발레리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진을 불렀다. 동시에 요나는 홱 고개를 돌려 발레리아를 바라보았는데, 맞다, 너도 거기 있었지. 그런 표정이었다.
“난 이만 가보겠다. 이건 보존을 위해 내가 챙겨갈 테니, 필요할 때 연락해.”
발레리아가 손가락으로 로브에 싼 친위대 마인의 시체를 가리켰다.
“가긴 어딜 가?”
덥썩!
별안간 요나가 발레리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너도 같이 놀아.”
“요나 님?”
또다시 왼쪽으로 치우쳐지는 발레리아의 눈동자.
진은 연이어 당황하고 있는 발레리아의 모습을 보는 게 묘하게 즐거웠다.
“그리고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건데, 라일린. 너 우리 막내랑 무슨 사이니?”
“무슨…… 사이냐고요?”
“설마 연인은 아니겠지? 숲에서 뭐했어, 너희.”
“아니, 일이 있었습.”
“눈물 자국이 가득한 걸 보니 한창 좋은 시간 보내다 갑자기 사랑싸움이라도 한 건가? 막내야, 연애할 땐 상대를 울리면 안 돼. 그리고 라일린은 더더욱 막내를 울리면 안 돼. 그건 진짜로 죽을 수도 있단 말이야.”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요나 님.”
“알았지? 정말로 죽일 거야. 사밀의 은인이라고 해도 말이야. 히히히.”
더 이상 해명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착!
요나가 양팔을 활짝 벌려 두 사람의 허리를 휘감았다.
“가자!”
진과 발레리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들은 이미 키켄 제후국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최고급 요리들을 즐기고, 쇼핑을 하고, 어느 선술집을 통째로 빌려 술을 마시고(발레리아는 자리만 지켰다) 있었다.
“히히히히! 역시 사람 죽이는 것보다, 막내랑 노는 게 더 재미있다니까. 술맛 죽인다, 그치!”
내내 발레리아는 정신없이 이어지는 요나의 수다와 돌발행동에 반쯤 넋이 나간 모양새였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포기한 듯 종종 헛웃음을 내뿜었다.
그러나 한 번씩은 진심 섞인 웃음소릴 내기도 했다. 말하자면 평범한 또래들과 비슷한 하루를 보낸 것이다.
회색부엉이 용병단이 몰살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생에선 진을 만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확히는 경험하길 거부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덩치 녀석이 돌아선 순간, 팔을 잘라버렸지. 비명은 안 질렀는데, 눈이 거의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었어. 응. 라일린, 다음에 봐.”
아침해가 떴을 때, 요나는 최근 의뢰였던 ‘거물’을 어떻게 불구로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다 발레리아를 보냈다.
발레리아는 ‘다음에 봐’라는 말이 있기 전에 먼저 가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으나, 얌전히 짐을 챙기는 모습이었다.
밤새 요나에게 시달려 지친 몸을 이끌고 다소 휘적휘적 걷는 발레리아를 보며, 진은 이렇게 물었다.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지 않나?”
돌아선 발레리아가 진과 눈을 맞췄다.
“응, 그러네. 간다.”
발레리아가 떠나자 요나가 다시 눈동자를 빛내기 시작했다.
“막내, 우리도 가자.”
“갑자기 어디로요?”
“진짜로 놀러.”
“방금까지 밤새 술 마시고 논 게 가짜였군요. 전혀 몰랐네.”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요나에게서, 진은 왠지 모르게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뭐지? 기분 탓인가.’
“히히, 따라와. 재밌는 거 많이 알려줄게.”
* * *
기분 탓이 아니었다.
선술집을 나선 이후 진은 꼬박 이틀 동안이나, 요나와 여러 ‘놀이’들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단검 놀이와 손도끼 놀이를 비롯한 온갖 괴악하고 끔찍한 놀이들을.
‘……누님이 어떤 사람인지 잊고 있었어. 놀자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예비 기수 시절, 사밀을 찾은 자신에게 차례대로 살수를 보낸 것도 그녀에겐 놀이에 불과했었다.
하물며 기수가 된 지금은 어땠겠는가. 진은 요나와 노는 지난 이틀 동안 정말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단 1분도 수면을 취하지 못한 건 덤이었다.
-재밌었어, 막내야! 나 휴가 받으면 또 놀자. 히히.
노는 동안 단 1분도 수면을 취하지 못한 진에 비해, 요나는 한잠 제대로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맑은 얼굴로 사밀에 돌아갔다.
“후우…….”
천근만근 몸이 무거웠다. 얼굴은 퀭했고 극심한 피로감에 눈가엔 계속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좀 얄밉긴 하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훈련한 느낌이군. 요나 누님 특유의 살기를 이틀이나 받아냈더니 아직까지 등허리에 소름이 돋네.’
저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나왔다.
요나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떠난 다음까지 이토록 진한 살기를 몸에 배이도록 만들지 못할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바리아 중앙 이동 관문입니다. 행선지를 말씀해주세요.”
“휴페스터, 칼론. 특등석으로.”
“신분증 확인되었습니다. 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기수가 사용하는 위조 신분증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등실 의자에 파묻히듯 앉아 눈을 감았다. 이동 관문이 개방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자둬야 할 것 같았다. 검의 정원으로 돌아가선 쉴 시간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은 눈을 붙일 수 없었다.
‘누님이 낙인처럼 남겨둔 살기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또 몰랐는데.’
객실로 들어선 순간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요나가 남겨두고 간 살기와 ‘다른’, 평범한 종류의 살기가 온몸을 찌르는 게 느껴졌다.
평소라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지친 몸으로는. 또한 평범하다고 하나, 진을 감싸고 있는 이 살기는 극도로 정제된 것이었다.
“잠시 후 순간이동이 시작됩니다. 순간이동 여파로 두통과 현기증이 동반될 수 있으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내원.”
“예, 손님?”
“나가.”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제가 혹시 손님을 불쾌하게 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승객들과 한패가 아니라면 나가라는 뜻이다. 저것들은 다 귀곡새성에서 날 죽이러 찾아온 살수들이니까.”
귀곡새성, 귀신대의 본진.
원로들의 의뢰를 받은 것은 바로 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