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94)
제 333화
118화. 가려도 가릴 수 없는(5)
계속 검의 정원을 전시에 준하는 상태로 유지하고, 휴페스터 전역을 봉쇄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실제로 전쟁이 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룬칸델이 제아무리 휴페스터 최고 세도가라곤 하나, 모든 거주민들의 편의를 특별한 명분 없이 계속 억제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미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칼론 거주민들과 첩자들로부터 암암리에 퍼져버린 상태였다.
진 룬칸델이 사고를 쳤다고 말이다.
그리고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누르고 눌러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부표처럼, 휴페스터 거주민들 사이에 진에 대한 말들이 돌고 있는 것이다.
12기수가 중태에 빠졌다는 정확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견해에 따리 달리 해석될 수 있는) 검의 정원에 반역이 일어났다는 소문은 물론이고. 12기수가 모든 기수들을 꺾고 가주 대행까지 넘어섰다는 위험한 풍문까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소문의 홍수 속에서 룬칸델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결국 진이 깨어나고 닷새가 지나기도 전에, 룬칸델은 모든 봉쇄 조치를 해제하고 다시 휴페스터를 원상태로 되돌려놓았다.
진을 처단할 것이 아닌 이상, 소문보다는 차라리 축소된 진실이 퍼지는 게 낫기 때문이었다.
전 대륙 최고의 검술명가, 룬칸델 12기수 진 룬칸델. 검의 정원을 파괴하다!
검가家는 본래 마검가家였다. 다시 룬칸델을 마검가로 회귀시키겠다는 전율과 격동의 선언, 휴페스터가 진동하다.
과거 진 룬칸델이 예비 기수 시절 사용하던 뇌기의 정체는 수천 년 전 사라진 옛 수인족의 힘…… 그 기연에 관하여.
과연 룬칸델은 진 룬칸델을 반역자로 볼 것인가, 진화의 기수로 볼 것인가?
가주가 될 것이다, 검의 정원을 뜨겁게 울린 한 마디…… 3기수 룬티아 룬칸델도 같은 선언을 했다고 알려져. 룬칸델 계승 구도, 3파전으로 변할 가능성 농후.
열병처럼 번지는 가주 선언! 4기수 디푸스 룬칸델, 7기수 메리 룬칸델 왕좌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다시 한 번 의지를 밝히다. 5파전이 되는가?
2기수 조슈아 룬칸델의 입지는 여전한가?
진 룬칸델을 원하는 휴페스터 백성들의 울림,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봉쇄령이 풀린 직후부터 미친 듯이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디노 재글런을 필두로, 진에게 호의적인 기자들은 한동안 펜대가 쉴 날이 없었다.
영웅의 등장은 언제나 통쾌한 법이다. 대중들은 성국 사건 때부터 진 룬칸델이라는 인물에 열광해왔고, 그때부터 그 이름은 영웅과 동의어가 된 지 오래였다.
본래라면 룬칸델은 그런 기사를 작성하는 소식지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언론을 탄압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진에게 우호적인 이들을 죽여서 좋을 게 없었다.
오히려 독이 될 터. 뿐만 아니라 이미 휴페스터 바깥에서도 비슷한 기사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으니, 진의 존재감은 이제 가려도 가릴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물론 끝없이 이어지는 찬양의 문장들과 더불어, 진과 대립하는 진영의 기자들도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룬칸델이 마검가였다? 사실무근, 룬칸델은 오로지 검 한 자루로 대륙의 패자가 된 가문. 감히 12기수가 그 빛나는 역사를 훼손할 수 있는가?
가문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곧 반역, 룬칸델의 엄중한 판단이 필요한 때.
마검사의 한계는 이미 지난 인류의 역사가 숱하게 증명해온 바, 12기수의 허황된 이야기에 현혹되지 말아야…….
단순 일탈이라 보기엔 매우 지나친 행보. 이걸 단지 파격이라 표현하는 자들은 머리통을 도끼로 쪼개 검의 정원 입구에 전시해야 할 것.
하위 기수들이 가주 선언을 했으나, 2기수는 여전히 견고. 2기수, ‘좋은 경쟁은 언제나 필요한 일’이라며 하위 기수들에게 격려를 보내…… 과연 차기 가주에 어울리는 위엄.
그 미친 작자는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가?
12기수 진 룬칸델의 기수 자격을 박탈하라!
찬양과 악의로 물든 기사들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와중.
양 언론이 공통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진 룬칸델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영묘에 들른 이후, 진은 검의 정원을 떠났다는 소식만 들려올 뿐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하하……!”
지플 제1마탑, 이야기의 탑.
켈리악 지플은 여느 때처럼 최상층의 수정구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옆엔 이미 읽은 각국의 소식지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소년티가 나는 얼굴. 밑줄을 그어가며 소식지를 읽는 그 모습은 영락없이 백발의 귀공자였다.
화룡 카둔은 멀찍이 떨어져서 콧바람으로 5미터에 육박하는 꼬치구이를 익히고 있었다. 본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 잔뜩 짜증이 묻어났다.
“전부터 느낀 건데 말이야, 룬칸델의 막내. 이거 참 재미있는 녀석이란 말이지.”
[재미있다고? 제정신이냐?]“왜? 그 나이에 혼자 룬칸델을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잖아. 우리 지플조차 해내지 못하고 있던 일이지. 나도 다 통쾌할 정도인데?”
콰직!
카둔이 신경질적으로 설익은 꼬치를 씹어 삼켰다.
[그 망할 애송이 때문에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손해를 봤지? 네 동생이 죽었고, 마신석이 부서진 것도 모자라 킨젤로와 동맹이 틀어졌다. 성국 사건은…… 입에 담기도 싫군. 게다가 얼마 전엔 흑기사 첩자까지 잃었단 말이다, 켈리악!]“거기에 망령대 일부를 잃은 것도 포함해야지.”
[그래, 그것도 포함해야지. 그뿐이냐? 마검사라고……! 그 애송이가 맹약을 어기고 있단 말이다!]카둔이 분노한 이유는 그것이었다.
천 년 전, 자신과 그때의 지플이 그토록 어렵게 빼앗은 룬칸델의 권리 한 가지, 마법.
진 개인이 마검사로서 세상을 휘젓는 것까지는 납득할 수 있었다. 언제든 필요할 때, 기회가 있을 때 찾아 죽이면 그만인 문제니까 말이다.
하나 진이 룬칸델 전체를 마검사 가문으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시절의 룬칸델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떠올리기만 해도 치가 떨리고 소름이 돋을 지경인 것이다.
“진정해, 카둔.”
[넌 천 년 전을 겪지 않아서 몰라. 놈들만 아니었다면…… 세상은 이미 그때부터 완벽하게 우리의 것이었다. 그 끔찍한 마검사들 때문에 무려 천 년을 더 기다렸단 말이다.]“용에게 천 년은 그리 긴 시간도 아니잖아?”
[용에게도 천 년은 길어! 젠장, 내가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보고도 모르겠냐?]“알아.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는.”
[룬칸델의 가주 대행을 다시 만나서 놈들을 압박해야 한다. 맹약을 기억하라고.]그러자 켈리악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는 문제다.”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거다.]“물론이지. 잘 생각해 봐, 카둔. 그간 지켜본 바, 룬칸델의 12기수는 결코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르는 부류가 아니야. 녀석이 대놓고 마검사 가문을 운운한 것은, 확실한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시론 룬칸델을 말하는 건가?]“그래, 시론 룬칸델. 12기수가 믿는 것은 자신의 아비일 거다. 시론이 흑해의 비밀을 제 막내아들에게 어디까지 공유했는지는 모르나, 확실한 건…….”
시론 룬칸델은 아직 흑해 5왕의 구역에 들어서지 못했다.
켈리악이 뒷말을 잇자 카둔의 눈동자가 커졌다.
“나도 시론과 그의 기사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것이라 예상했지. 하지만 12기수의 행동을 보니, 그는 흑해 왕들의 땅을 찾기는커녕. 아직 헤매고만 있을 가능성이 높아.”
시론이 만일 벌써 흑해 왕들의 영토를 찾았다면, 그래서 그곳에 진입해 한동안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면.
진은 마검사 선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켈리악의 판단이었다.
“흑해는 그야말로 미지의 땅. 시론이 아직 왕들의 땅을 찾지 못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흠, 그건 그렇지.]“어쩌면 흑해 왕들의 땅을 찾는 걸 포기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자신이 건재할 때, 12기수를 앞세워 맹약을 파기할 기회를 엿보려는 것일 수도 있어.”
[어느 쪽이든 짜증나는군.]“카둔, 시론은 어차피 인간이다. 그리고 그는 얻고자 하는 걸 얻지 못할 것이야.”
그 말에 카둔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그것도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론만 사라지면, 그때부터 룬칸델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맹약은 그저 상징일 뿐, 실제로 룬칸델의 피에 새겨진 것은 저주잖아. 그러니 조급하게 여기지 말고 지켜보자고. 꽤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야.”
“그건 맞는 말이지. 어디 보자, 수정구를 한 번…….”
[그거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카둔이 어처구니없는 마음에 소리치는 사이, 켈리악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수정구 아래쪽이었다.
그곳엔 밀봉된 한 장의 서신이 있었다. 자신의 소중한 아들, 베라딘 지플에게 날아온.
“……볼 필요 없겠군. 찾았다, 분명 여기로 갈 것 같은데.”
서신을 흔들어 보이는 켈리악.
[그게 뭔데?]* * *
모두가 진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한편, 진은 그저 티칸 자유도시의 저택에서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리트라 쿠키를 먹으며 태평하게 소식지를 확인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제트가 호다닥 뛰어와서는 진에게 한 장의 서신을 내밀고 있었다.
“나으리! 티칸에 나리의 가명으로 이런 서신이 왔습니다요. 아무래도 초대장인 것 같은데요.”
“줘 봐.”
진은 이미 초대장이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지이익-!
밀봉을 뜯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검을 물고 있는 사자의 형상, ‘검황의 인장’이었다.
오직 검황성의 성주만이 사용할 수 있는.
(폴 그레이 믹! 검황의 연회에 당신을 초대하오.
참석하여 검황성의 풍류를 향유하고, 그대의 무명을 빛내주시오.
검황성주 론 하이란.
추신 : 손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네놈에게도 이 초대장을 보낸다. 웬만하면 오지 마라.
오지, 마라!)
내용을 살핀 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단테가 연회를 열어 자신을 초대하자며 론 하이란에게 얼마나 간곡히 청했을지, 그 모습이 훤히 보이는 듯했다.
슬쩍 내용을 살펴본 제트가 탄식을 내뱉었다.
“하이고, 이럴 거면 그냥 오지 말라고 하지. 초대장은 왜 보냈답니까? 쪼잔하시네, 검황이라는 분도.”
“제트.”
“예, 나리!”
“연회에 입고 갈 만한 옷. 있어?”
“있습니다만…… 왜 물어보십니까?”
“그럼 준비해. 다른 동료들에게도 알리고. 다 같이 가자, 쪼잔한 분 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