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92)
제 444화
137화. 모두 좋은 계획들을 갖고 있었으나(4)
오러뿐만이 아니었다. 방대하고 순도 높은 마력 또한 같이 느껴지고 있었다.
“전투다!”
디푸스가 말하자마자 진동이 더욱 거세졌다. 그리고 백야의 탑 중간층 부근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번쩍, 빛이 번졌다.
일행이 살면서 숱하게 보아온 종류의 폭발이었다.
기사와 기사, 혹은 마법사와 마법사의 싸움에서는 나오지 않는 화려한 빛깔이 백야의 탑 일대를 밝히는 모습이 이어졌다.
“킨젤로와 지플의 싸움이 아니야.”
우애라고 할 만한 건 전혀 없으나, 이곳에 온 룬칸델의 세 형제는 모두 같은 검을 익혔다.
“조슈아다. 놈과 흑기사가 지플의 마법사들과 전투를 시작한 거야.”
직접 보지 않아도 특유의 파괴적인 오러가 룬칸델의 검이라는 걸, 진과 디푸스는 정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아울러 형제는 마력의 주인들도 알아보았다.
‘망령대.’
두 사람 다 직접 겪어본 적 있는, 지플 최강의 마법 부대. 조슈아와 싸우고 있는 건 분명 그들이었다.
“잠입 도중 발각된 건지, 애초부터 함정이었는데 놈이 빠진 것인지는 모르겠군. 후자일 것 같기는 한데.”
어느 쪽이든 일행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규모를 보아하니 2마탑에 다른 마법사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지만, 2마탑에 조슈아와 흑기사가 있다는 게 밝혀졌으니 이쪽으로도 지원이 올 거다, 드락카에서!’
이곳은 지플의 본진이다.
소타 사막의 지하 건조장에만 겨우 지원을 보낼 수 있을 만큼 병력이 부족할 리 없다는 뜻.
게다가 건조장보다 오히려 2마탑이 훨씬 더 위험했다.
건조장은 그저 외부 세력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던진 자원 미끼일 뿐이지만, 2마탑엔 진짜 정보인 함선 설계도가 존재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긴 하군. 얼추 느껴지는 마력은 망령대 둘이나 셋 정도다. 아주 많아야 넷. 왜 저 정도 인원만 배치해둔 거지?’
지플이 만약 이미 2마탑에도 침입이 있으리라는 걸 모두 예상했고, 함정을 파 외부 세력의 최대어들을 낚을 계획을 하고 있었다면, 전면전의 위험을 불사하더라도 그들을 모두 처단하려고 했다면.
지금이야말로 최고의 기회였다.
저 앞에 있는 백야의 탑엔 망령대 둘에서 넷 정도가 아니라, 더 거대한 규모의 병력이 대기하고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켈리악 지플 본인이나 옥타비아쯤 되는 인물이 등장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한데 망령대 몇 사람이 전부라니.
‘함정이 아닌 건가?’
전후 상황을 얼른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었다.
‘명백한 함정이라면, 설계도를 포기하더라도 도망쳐야 하는 게 옳다. 그렇다면 지플은 2마탑에도 설계도를 남겨두지 않았을 테니까. 게다가 나와 무라칸, 디푸스 형님이라 할지라도 전력을 다 집중한 지플을 상대로 탈출할 수는 없어.’
하지만 함정이 아니라면?
백야의 탑을 망령대 몇 사람만이 지키고 있는 이유가, 당장 계산하기 어려운 여러 인과관계가 뒤틀린 결과, 즉. 지플의 방심과 실수에 불과한 일이라면?
조슈아는 이미 설계도를 확보했고, 도주하는 과정에 전투가 벌어진 것이라면?
소타 사막에 온 이후 계속 그랬지만, 이번엔 진도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도대체 지금껏 겪은 변수와, 앞으로 겪을 돌발 상황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다만 하나는 확실했다.
‘오늘이 아니면, 지플의 함선 설계도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룬칸델이 건조장뿐만이 아니라 2마탑까지 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지플은 이번 일의 결과와 상관없이 보안을 대폭 강화시킬 것이다.
다른 가문도 아니고 세계제일가다. 같은 실수를 할 가문이 아니었다.
이내 진은 결론을 내렸다.
“……함정이 아닌 것 같습니다, 둘째 형님. 애초부터 침입을 유도했다면 더 많은 병력이 있었을 겁니다.”
“그렇기는 한데. 하, 돌겠군. 함정이 아니라면, 조슈아, 그 멍청한 새끼는 왜 걸려 가지고 우릴 이렇게 심란하게 만드는 건지.”
우직!
2마탑 중간층이 또 한 번 폭발하며 파편이 떨어졌다. 전투는 계속 격렬해지고 있었다.
“모험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진이 호흡을 고르며 뒷말을 이었다.
“함정이 아니어도 얼마 안 가 지원군이 올 테니, 퇴각을 하는 게 이성적인 판단이겠지만. 조슈아가 설계도를 확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디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알겠다.”
“형님은 원한다면 지금 복귀하셔도.”
“막내, 그게 무슨 소리냐? 애초에 조슈아를 죽이자고 결정한 것부터가 모험이었다. 내가 이제 와서 빠질 생각 따윌 하겠냐.”
“혹시 몰라 해 본 말입니다.”
“게다가 어쩌면 이건 기회다. 놈이 설계도를 갖고 있다면, 전투 후 탈출한 뒤 죽여서 빼앗으면 돼. 조슈아는 망령대와의 전투에서 반드시 부상을 당할 테니, 오히려 수월하게 두 가지 목적을 다 달성할 수도 있다. 게다가 오늘이 아니면 설계도는 못 얻어, 절대로.”
디푸스도 이미 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게 단연 최고의 전개였다.
이미 2마탑 금고엔 설계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두 사람 다 절대로 이런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가자, 막내, 무라칸 님. 놈을 구하고 우리가 직접 쳐죽이자고. 지플의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물론 의식해야 할 문제에 지플의 지원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킨젤로, 건조장 테러 이후 아직 놈들이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는군.’
진이 해제한 구역이 아니라 다른 쪽 결계에 막혀 더디게 움직이는 상태이거나,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되었는데도 아직 더 기회를 엿보고 있거나.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소타 사막은 이제 지하 건조장뿐만이 아니라 지상에서도 킨젤로와 지플 사이에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기회를 엿보고 있는 쪽일 것 같군. 하지만 킨젤로도 아직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어. 그랬다면 테러 인원들도 후퇴를 시작했을 것이다.’
세 사람은 순식간에 탑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슈아 일행과 망령대가 싸우고 있는 중간층에서 떨어진 파편과 돌무더기가 주위에 가득했으나 역시나 다른 마법사들과 경계병은 보이지 않았다.
들어서자 드넓은 내부가 펼쳐졌다. 마법으로 방음 처리를 한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의외로 내부에선 전투의 소음과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탑이 견고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건물이라면 아무리 규모가 크더라도, 조슈아 일행과 망령대가 싸우기 시작한 순간 금방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벌레 한 마리 없네. 이 정도면 거의 버린 거 아니냐?”
무라칸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진과 디푸스도 사실 직접 보고도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마탑에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이유가, 단지 산드라 지플의 변덕과 광기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걸 짐작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앙에 나선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계단이 있었다. 그 중앙엔 승강기가 있었는데 작동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계단을 뛰었다.
탑은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 전속으로 뛰는데도 조슈아와 망령대가 있는 중간층이 빠르게 가까워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건 진과 디푸스가 그만큼 조급하다는 의미였다. 행여 전투 중 설계도가 유실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히 일행은 곧 전투의 진동이 다시 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중간층에 도달했다는 신호였다.
굳게 닫힌 웅장한 철문을 열었다.
씨이익!
망령대는 과연 망령대였다. 그들은 격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와중에도, 문이 열리자마자 의식해 진 쪽으로 마력 광선을 쏘았다.
콰각-!
광선은 디푸스가 대검 볼가르의 검신으로 튕겨냈다.
망령대의 마법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늘어난 적에 맞춰 대열을 가다듬는 모습.
전황을 살핀 순간, 진과 디푸스는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젠장, 넷이군.’
둘에서 넷 사이라고 예상하긴 했으나, 하필이면 넷이었다. 진 일행이 도착하기 전까지 조슈아와 제인은 네 명의 망령대와 싸우고 있던 것이다.
진 일행이 조슈아에게 다가갔다. 그는 조금 호흡이 거칠 뿐 큰 부상을 당한 상태는 아니었다.
문제는 흑기사 제인 쪽이었다.
중상까진 아니지만 전신 곳곳에 퍼진 크고 작은 상처들 때문에 출혈이 상당했다. 언제든 치명상으로 도질 수 있을 만큼 깊은 상처들도 몇 보였다.
2대2라면 모를까, 망령대 넷을 상대로는 흑기사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기는 지플의 땅, 그것도 마탑 안이었다.
마탑의 특별한 장치나 기운을 이용해 망령대가 본래보다 더욱 강한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제인의 상처는 확인할 것도 없이, 조슈아를 지키다 당한 것이었다.
물론 흑기사로서 가문의 차기 가주를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의 조슈아는 본신이 아니지 않은가.
‘흑기사는 지금의 조슈아가 복제라는 걸 모르는 건가. 빌어먹을. 가문 최고의 인력이, 고작 놈의 분신을 지키는 일에 희생되고 있었다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 당장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다. 복제가 아닌 본신의 목을.
다만 그 와중에도 진은 한 가지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아직 조슈아는 설계도를 얻지 못했다. 놈이 아무리 비겁한 놈이라 해도, 둘째 형님의 평가가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니야. 얻었다면, 어떻게든 자신이 이곳을 막을 테니 흑기사더러 설계도를 가지고 탈출하라고 했을 것이다.’
복면에 가려져 있지만, 조슈아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기쁜 얼굴을 하고 있을 터였다.
2마탑에 대한 정보 독점이 확실히 까발려진 점과, 예상보다 진 일행이 빨리 도착한 것, 그래도 덕분에 전세를 역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표정.
“4기수, 12기수.”
“아니, 이 새끼는 근데 또 나한테 인사를 안 하네? 야, 난 안 보여? 어? 눈깔 뚫어줘?”
“……그리고 무라칸 님. 상황은 나중에 설명…….”
“필요 없습니다, 2기수.”
진이 조슈아의 말을 자르며 검을 뽑았다.
“대신, 당장 설계도의 위치를 내게 알리십시오. 거부하면 임무 방해로 책임을 물어 즉결 처형하는 수가 있다는 사실은,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잘 아실 겁니다, 나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