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21)
제 555화
143화. 속성 교육(3)
* * *
후우, 후…….
진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얼음벽을 올려다보았다.
어떤 거대한 짐승이 난동이라도 부린 것처럼 난잡하게 파괴된 흔적 사이, 유독 깨끗하고 깊은 단 하나의 거대한 구멍이 있었다.
방금 펼친 광속 찌르기가 형성한 구멍이었다.
지난 2주간 펼친 광속 찌르기 중, 마지막 하나만이 만빙의 벽을 뚫었다.
구멍은 너무나 완벽한 원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묘하게 예술적으로 느껴졌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은 가만히 들여다보다 보면 그것이 탄생하기까지 소모된 혼과 집념이 보이는 듯한 느낌을 주고는 한다.
진의 광속 찌르기가 형성한 구멍 또한 그랬다.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낸 진과 탈라리스는 한동안 구멍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말이 없었다.
“완성이 되었구나, 사위. 이런 검을 만들기까지 겨우 보름이라…… 하하, 시론이 보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군. 분명 흡족해할걸. 그나저나 시론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모르겠군.”
“누군가 아버지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탈라리스 님.”
“뭐, 친구니까 말이다. 내가 네 아비와 약속한 것도 있고…….”
탈라리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쿨럭!
진은 대답을 하려다 별안간 핏물을 토해냈다.
“사위!”
“너무 많은 오러를 사용했더니 얕은 역류가 온 모양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위가 네 첫째 누이나 둘째 누이만큼 튼튼했다면 이 정도로 역류에 빠지지는 않았을 텐데. 아하하, 허약하기는.”
말은 그렇게 했으나 사실 탈라리스는 진의 체력에도 감탄하고 있었다.
다만 경각심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농을 던졌을 뿐이다.
“루나 누님이 서 있는 경지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보이는 기분이군요.”
“백경 루나 룬칸델, 그 아이의 검술이 내 기억에 멈춰있다면 너는 이미 기술적으로는 동급이거나 우위다.”
고개를 젓는 진.
“탈라리스 님의 마지막 기억이 언제인지는 몰라도, 누님도 분명 엄청난 성취를 이룩했을 겁니다. 아직 누님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만큼 성장세가 높지는 않았을 것이야. 그리고 루나의 진짜 강점은, 엄청난 육체나 검술이 아니다. 걔는…… 흐응,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하나. 언제나 이기는 능력이 있다, 정도가 적당하겠군.”
“언제나 이기는 능력……?”
“나는 분명 루나보다 강하다. 거의 모든 면에서 그 아이보다 앞서지. 그런데도 만약 루나와 싸운다면, 승리를 확신할 수가 없다. 네 첫째 누이에겐 잠재력이나 재능 같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어. 물론 그것들도 엄청나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탈라리스는 진을 돌아보며 뒷말을 이었다.
“이번에 너를 가르치며, 네게서도 그 아이와 비슷한 무언가가 보이더구나. 나는 그것이야말로 무인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기분 좋은 이야기로군요.”
“또한 너나 루나 둘 다 그것을 거저 얻은 것이 아닐 테니 마냥 좋아해도 고깝게 볼 이유가 없지.”
마저 수련에 대한 감사를 전하려던 찰나, 인기척이 느껴졌다.
“진 공자!”
카시미르였다.
그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얼음벽의 상태를 보고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 역시 파괴된 얼음벽들 사이, 단 하나의 완벽한 흔적에 잠시 눈길을 빼앗겼다.
‘이 흔적들이 다 수련의 결과란 말인가? 특히 저 흔적은…… 공자가 새로운 검을 완성한 모양이군.’
만빙의 힘으로 강화된 얼음벽이다.
카시미르는 자신의 검으로는 이 얼음벽들에 깊은 균열을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으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셨습니까, 카시미르 경.”
“흐응, 안 그래도 오늘 사위를 보내려던 참인데. 너무 오래 붙잡고 있다고 눈치라도 주려고 온 건가?”
“아닙니다, 탈라리스 님. 공자가 빨리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카시미르가 칠색조의 보고서를 꺼내 보여주자 진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숙청 전조?’
함께 보고서를 살펴본 탈라리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아하하, 황제 놈. 우리 젊을 때는 론의 눈치를 칼 같이 잘 봤는데 말이지. 검황성 테러 이전부터 론이 계속 부드럽게 지냈다고는 하지만, 이리 겁이 없어서야.”
사실 황실이 하이란을 견제하는 건 그들이 젊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있던 일이다.
그리고 탈라리스의 말대로 론이 유해질수록 황실의 견제는 그에 비례해 조금씩 강도가 높아졌다.
론은 마치 멋모르고 까부는 하룻강아지들을 관대하게 대하는 맹수처럼, 대부분은 그냥 대처하지 않았다.
반역을 일으킬 게 아니라면 그게 제국을 위한 길이라고 여긴 것이다.
선대 가주들도 모두 그렇게 해왔고, 황실도 그 사실을 알기에 선을 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선을 넘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황제는 조룡과 용기사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그 이유는 당연히 하이란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용기사들이 즉시 검황성을 찾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비록 용기사의 지휘권은 황제가 갖고 있으나, 그들은 하이란이 위급할 때 제국의 명령보다도 분명 검황성의 안위를 우선할 이들이었다.
황제의 명령을 어겨 반역을 저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물론 이 정도 정황만으로는 숙청이 있으리라 확신할 수는 없다.
항상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견제 강도를 높여온 것처럼, 이번에도 검황성 테러와 그 결과를 빌미로 그저 대중에게 황실의 권력이 절대적이라는 걸 드러내기 위한 쇼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은 그게 아닐 것 같았다.
‘결국 제국은 하이란 대신 돌을 택하기로 한 건가.’
하이란의 가주들이 지켜온 하얀 돌.
황실은 오래전부터 그 돌을 탐내왔다.
비궁이 엘로나 지플을 봉인하고 있는 것처럼, 하이란 역시 하얀 돌을 후대들에게 물려주고 있었다. 가장 강한 가주가 베어 없애버릴 수 있도록.
진은 하얀 돌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아마도 혼돈과 관련이 있으리라고만 추측할 뿐.
대신 한 가지는 확실했다.
놈들은 명백히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이었다.
‘미친놈들. 그 돌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제국 최강의 무가를 이렇게 버리겠다고?’
론의 검황성은 하이란 역대 최강이었다.
비록 이번 테러에서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었으나, 론과 핵심 인원들이 건재한 이상 하이란이 제국 최고의 무가이자 명문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현세대에서 킨젤로가 부상하기 전까지, 제국이 룬칸델과 지플에 이어 제3세력의 지위를 누릴 수 있던 건 론과 그가 이끄는 하이란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베라딘에게 지플이 하이란을 제대로 압박하도록 종용하라고 부탁했던 건 피아 구분과 황실의 목적을 더 뚜렷이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행동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사실상 결과가 나왔군. 비먼트는 하이란보다 돌과 지플을 택한 셈이다.’
의아한 점 한 가지는, 론이 아직 달리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칠색조의 정보원들도 알 수 있는 숙청의 전조가 있는데도.
“흐응,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 황실이 이런 짓거리를 하는 것일 텐데. 감이 안 서네. 애초에 하이란을 숙청할 명분이 있냐는 둘째치고, 론을 어떻게 감당할 생각이지?”
탈라리스는 황실이 ‘지플에 붙은 상태’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지플의 힘을 이용해 론을 어쩔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건 황실이 스스로 제국을 지플에 팔았다는 걸 광고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탈라리스 님 말대로 믿는 구석이 있기는 할 것 같군요.”
“단테를 인질로 잡고 있는 건가 싶을 지경이로군. 흐응, 사위는 꽤 걱정을 하는 듯한 눈치로구나.”
“그렇습니다.”
“검황성 테러 때 위엄에 금이 가긴 했으나, 그와 같은 시대를 산 무인이라면 오히려 황실과 제국을 걱정할 것이다. 룬칸델이 단체로 미쳐서 네 아비를 숙청하겠다고 설친다 한들, 시론을 걱정하겠느냐?”
옳은 말이다.
론이 정상적인 상태라면, 진은 황제가 용기사의 발을 묶든 지플의 힘을 빌리든 전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붉은 검기가 문제였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던 건지 모르겠군. 이렇게까지 다스릴 수 없는 내상을 입는 날이 온다면, 당연히 네 아비와 검을 섞는 날이리라 생각했건만…… 얼마 전까지 3류 테러 단체로 알려진 집단의 수장이라니, 기가 막히는 일이로고.
검황성 테러 직후, 진은 론에게 따로 그의 내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당시 전투에서 얻은 부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론 같은 초인이라면 분명 금방 회복해야 정상이건만, 내상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더 심해졌다.
단테조차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론의 최측근 다섯 사람과, 진 혼자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황제가 론 경의 상태를 눈치챘을지도 모르겠군.’
아직 론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확신한 것 같지는 않았다.
‘론 경의 상태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간을 보는 게 아니라, 단숨에 달려들었겠지.’
진도 론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다. 론의 부상이 처음과 비슷한 수준인지, 아니면 더 나빠졌는지를 말이다.
그게 진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직까지 론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어쩌면 대처하고 있으나 자신에게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의 상태와 관련이 있을 터였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래도 직접 검황성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그래, 그래. 가서 새로운 비기나 한번 자랑하고 와.”
“앞으로 그 누가 묻더라도, 저는 룬칸델의 비기 한 가지를 탈라리스 님께 배웠다고 알릴 것입니다. 영광스러운 배움이었습니다, 탈라리스 님.”
“하여간 귀엽기는. 아, 그리고 네가 보기에 혹시라도. 검황성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면, 반드시 내게도 알리거라.”
“그리하겠습니다.”
진은 카시미르와 함께 비궁을 나서자마자 즉시 제국으로 향하는 티칸의 이동 관문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이동 관문은, 경고음만 일으키며 작동이 되질 않았다.
상대측의 이동 관문이 폐쇄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