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4)
제 66화
22화. 첸미의 마법(2)
“어쨌거나 첸미 녀석은 말이야…….”
무라칸은 이어서 첸미에 대해 더 설명했다. 꽤 긴 설명이었고, 요약하면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싶은 천재라는 이야기였다.
이야기 내내 진은 마법광답게 눈빛을 초롱초롱 빛냈고, 길리는 그런 진을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이럴 땐 아직 아이 같은 면모가 남아 있으신 것 같단 말이지.’
이제 시골을 벗어나 자유 도시 티칸으로 떠날 시간이었다.
수배령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 난리를 쳐 놓고 수도로 돌아가 이동 관문을 이용할 수는 없는 노릇.
세 사람이 선택한 건 뱃길이었다.
마차를 타고 한나절을 가자 부두가 나왔고, 그곳에서 가장 좋은 선박을 대절했다. 선장은 이런 시골에선 꿈도 꾸기 어려운 보석과 귀금속을 받아 들자마자, 그길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아주 편안하게 모시겠소!”
자다가 불려 나온 선원 몇도 금붙이를 보곤 군말이 없었다.
“티칸까진 넉넉히 일주일은 가야 합니다.”
한 시간쯤 뒤 배가 출발했다.
첫날은 기분 좋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영기 해방을 수련했다. 사정이 없다면 하루도 빼먹지 않는 수련인 만큼, 특별한 것은 없었다.
재미있는 건 첸미의 마법서가 해독된 다음 날부터였다.
“첸미 녀석이 사용하던 빛 마법 중 대체 무엇일까 싶었는데, 크하하. 지금의 네놈에게 가장 필요한 마법이 아닐까 싶군.”
“뭔데, 뭔데?”
객실에 정좌하고 있던 진이 호다닥 무라칸에게 달려갔다.
흥분을 감추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무라칸이 첸미를 설명할 때 묘사한 마법들은, 당대의 용들도 두려워할 만큼 파괴적인 것들이 많았다.
단숨에 상대를 빛의 입자로 분해시켜 버리는 마법이나, 모든 종류의 보호막을 통과해 적을 공격하는 투시형 마법, 빛의 화신을 소환하는 마법 등.
어느 하나 독보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진의 기대감을 엿본 무라칸이 한 번 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곧장 정색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첸미는 이 마법을 섬광포라고 불렀지.”
“섬광포! 설마 그 상대를 빛으로 분해해버린다는…….”
“아니. 그저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시야를 차단하는 마법이다. 강한 빛을 일으켜서 말이지.”
“음.”
순식간에 차분해진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5초쯤 섬광포라는 마법의 효용성에 대해 생각했다.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전투를 할 때 변칙적으로 사용하거나, 도주해야 할 때 딱 좋겠군.”
“오, 꼬마. 별로 실망하지 않는 눈친데?”
“다 쓸데가 있으니까 굳이 마법서에 남겼겠지.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네 말대로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마법 같네.”
“그럼, 그럼. 게다가 익히기도 쉬운 마법이라고. 좀 전에 해독을 끝내자마자, 시험 삼아 한번 사용해 봤는데 말이야… 잠깐 객실 문 좀 닫아 봐. 커튼도 치고.”
아직 오후였으나 그럭저럭 객실이 어둑해졌다.
“꼭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만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빛 마법이니까. 자, 시연해 줄 테니까 두 눈 크게 뜨고 똑똑히 지켜봐라.”
스으으으-.
무라칸의 오른손에 마력이 뭉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진은 그 마력에 시선을 두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새카맣게 물드는 모습이 보였다.
‘빛 마법인데, 왜 검게…….’
거기까지 생각한 찰나.
검게 물든 마력 덩어리가 녹기 직전의 강철처럼 새하얀 빛을 냈다. 아주 잠깐이었고, 그게 터진 순간 진이 반사적으로 신음을 토했다.
“윽!”
난데없이 펼쳐진 환한 빛 때문이었다.
마치 눈을 커다랗게 뜬 상태로 정오의 태양을 정면으로 응시한 것 같았다. 빛이라는 대바늘에 눈동자를 찔린 것 같기도 했다.
‘눈이 순식간에 부어 버린 기분이야.’
‘섬광포’가 펼쳐진 시간은 불과 1초에 불과할 뿐이다. 겨우 그만큼 노출되었는데 눈동자가 뻑적지근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시야에 기름덩어리 같은 것이 두둥실 떠다니는 착시까지 이어졌다.
이걸 굳이 ‘눈 크게 뜨고 보라’ 말한 무라칸의 턱을 한 번 시원하게 돌려주고 싶었으나, 그보다도 섬광포의 엄청난 효능에 솜털이 곤두설 지경이었다.
‘엄청나잖아……!’
이런 걸 전투 중에 뜻대로 펼칠 수만 있다면, 정공법으로는 이길 수 없는 강적도 문제될 게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도망쳐야 할 때도 더없이 효과가 좋을 터. 공방 어느 쪽으로도 써먹을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이었다.
“내가 알기론 이 섬광포야말로 첸미가 가장 아끼던 마법이란 말이지. 소감이 어떠냐?”
“굉장해. 심지어 네가 보여 준 건 진짜 섬광포의 3할도 되지 않는 위력이겠지?”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찰떡같이 알아먹는 진. 무라칸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해독을 끝내자마자 ‘엉성하게 따라한’ 수준이 이 정도.
또한 무라칸이 배우기 쉬운 마법이라 표현했으니, 아마 배에서 내리기 전에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네놈 재능으로는 이틀이면 다 깨우칠 수 있을 거다. 나머지 시간엔 마법서를 흡수하면, 티칸에 도착하기 전에 또 신무기 하나를 장착하는 셈이로군.”
이런 ‘고유 마법’들은 내용 이해가 끝나더라도, 마법서 자체를 흡수해야 진가가 모두 발휘된다.
마법서를 흡수하는 방식은 간단했다. 마법서에 이용된 암호 체계를 룬으로 치환해 몸에 새기면 끝이었다.
“물론, 꼬마. 네놈은 룬 치환까지 날 시켜 먹을 생각이겠지?”
“응.”
“나중에 이 빚을 어찌 다 갚으려고 그러는지.”
진은 즉시 섬광포를 익히기 시작했다. 무라칸은 이틀이라고 했지만, 이론을 완전히 간파하기까진 하루가 채 필요하지 않았다.
‘과연 어마어마하게 위대한 마법사다. 이토록 정교하고 간단한 식으로 이런 대단한 마법을.’
하지만 식이 간단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간단한 식을 세상 모든 마법사에게 다 설파해 봐야,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마법도 아니었다.
섬광포는 기본적으로 세기의 천재들이나 지닐 수 있는 마력 감응도를 요구하는 데다, 마력 소모도 극심했다.
파앗!
시험 삼아 한 번 미완성 섬광포를 시전하자마자 깨달을 수 있었다. 탈력감과 현기증이 함께 밀려올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만족스러운 듯 진은 웃는 낯이다.
‘시전자는 섬광포의 빛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사실 때문이었다.
마법답게 자연적인 빛과는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섬광포를 정면으로 바라보아도, 시야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그런데 꼬마.”
나흘 뒤, 룬 치환 작업을 끝낸 무라칸이 물었다.
“슈지엘 히스터인가 뭔가 하는 마법사의 마법서. 그건 도저히 해독이 안 돼. 내 생각엔 그냥 평범한 쓰레기 같은데. 불쏘시개로 쓰는 게 어떨까?”
“굳이 불쏘시개로?”
“짜증나서. 이 무라칸을 짜증나게 만들 정도라고, 이 암호 체계.”
하마터면 내겐 소중한 추억이 깃든 암호라고 답할 뻔했다.
진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원래는 내가 해독해서 곧장 써먹을까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나중에 스승을 찾아 주는 게 좋겠어.’
마법 스승은 평생을 ‘히스터가’의 마법을 되찾는 일에 바쳤다. 비록 아직까진 전생의 깊은 인연일 뿐이지만, 진은 여전히 스승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다.
“언젠가 좋은 해독사를 만나면 빛을 볼 마법이 확실해. 느낌이 아주 좋거든. 그러니까 안 되는 거 매달리지 말고, 길리한테 잘 챙겨 두라고 해.”
“꼬마 네놈, 내 소중한 춘화집들은 언제든 태워 버릴 수 있다더니…….”
“갖다 댈 걸 갖다 대세요, 위대한 흑룡이시여. 룬 치환 끝났으면 내 몸에 마법서나 새겨 줘.”
“하! 딸기파이나 나나 아주 노예가 따로 없군. 악덕 주인이 노예한테 칼 맞아 죽은 얘기 한 번도 못 들어 봤냐?”
“애석하게도 룬칸델에서 자랐다 보니.”
무라칸이 진의 등에 마법서를 새기기 시작했다. 마법서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빛나는 글자와 같은 형상이 되어 있었다.
무라칸이 조심스레 글자를 진의 왼쪽 어깨뼈에 갖다 대자, 잉크가 물들듯 마법서가 새겨졌다. 글자가 은은한 빛을 뿜고 있어 특수한 문신처럼 보였다.
“마음 같아선 엉덩이에 새겨 주고 싶었는데. 아니면 고…….”
“썰렁한 농담은 됐고, 한번 시전해 볼까.”
마법서가 새겨지자마자 ‘섬광포’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늘어나고 있었다. 몸에 새겨진 룬이 진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섬광포.’
화아악!
주문을 영창하자 일순 객실 전체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강렬한 빛의 단면들이 커튼을 베고 갑판 위까지 나아갈 정도였다.
투다다다. 바깥에 있던 선장이 깜짝 놀라 객실을 찾았다.
“손님, 무슨 일 있습니까? 갑자기 웬 빛이……!”
진과 무라칸은 선장을 보고 나란히 이렇게 말했다.
“빛? 무슨 빛?”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잘못 본 것 같군요.”
고대 이후 사라진 ‘빛 마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선장이 알아 봐야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 * *
배가 자유 도시 티칸에 도착한 것은 1795년 7월의 둘째 날이었다.
진은 만족스러운 항해를 보여 준 선장에게 추가금까지 지불했고,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곧장 관문을 통과했다. 관문을 통과할 때 무라칸은 잠시 고양이로 변신했다.
“냐앙.”
길리의 품에 안겨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무라칸.
“티칸은 아킨하고 분위기가 완전 딴판이네요, 도련님.”
“그러게. 어디든 활기가 가득하군.”
아킨은 아름다운 풍경에 비해 테싱 때문에 절망에 찌든 사람들만 가득했다. 반면 티칸은 도시 어디에서도 탁 트인 바다가 보였다.
티칸의 특이한 구조 때문이었다. 섬 전체가 원뿔 형태의 탑으로 빚어진 티칸은 총 10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유 도시’보다는 ‘탑’에 더 가까운 형태지만, 이 탑을 만든 비먼트의 옛 세력가들의 염원이 담긴 이름이었다.
“도련님, 일단 숙소부터 찾아볼까요?”
“이번에도 또 제트 때처럼 굳이 허름한 여관을 찾아서, 주인장을 두들겨 패진 않겠지?”
펑!
무라칸이 변신하며 말한 순간, 진은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
“무라칸, 보는 눈이 몇 갠데. 도시 한가운데서 변신을.”
티칸은 인구가 적지만, 인구 밀집도는 매우 높은 도시다. 대로 한복판에서 막 변신을 했다간 정체가 탄로 나기에 딱 좋다는 뜻.
길리도 질책을 이어가려는 찰나, 무라칸이 고개를 저었다.
“인간들은 타인에게 생각보다 관심이 없어. 하하, 분명 아무도 못 봤을 거다.”
주위를 살피니 정말로 그런 듯 보였다. 사람들은 모두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이제 막 티칸에 도착한 세 사람에겐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어.”
어디까지나 ‘같았다’일 뿐이지만 말이다.
“고양이가… 사람 됐어.”
동시에 기겁을 한 진 일행이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사람 됐어?”
용 모양의 털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는 한 소녀가 세 사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