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46)
제 666화
165화. 충격 이후(1)
붉은부엉이는 설정된 복귀 좌표, 티칸으로 한 번에 이동하지 못했다.
본래 붉은부엉이나 모트는 혼돈 입자에 영향을 받지 않으나, 칼론을 뒤덮은 로사의 혼기는 그 기준을 넘어설 정도로 짙었다.
이름 모를 숲과 바다, 섬들에 몇 번이나 불시착을 했다.
붉은부엉이의 선체 곳곳에 녹처럼 혼기가 끼었고, 새로 공간 도약을 시도할 때마다 동력원에서는 불안한 소음이 번졌다.
‘설명서에 의하면 동력의 핵과 선체 탑승부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 한 결국 설정 좌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되어 있기는 한데…….’
문제는 탈라리스였다.
의식을 잃은 그녀의 온몸에서 불덩이 같은 열기가 치솟고 있었다.
맥은 불안정했고, 역류 반응도 심각해 마구잡이로 오러가 방출되기도 했다.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음 같아선 슈리에 태워 탈라리스부터 먼저 치료사들에게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현재 위치에서 길을 찾으려면 슈리조차 한참을 헤매야 했다.
계속 공간 도약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운 좋게 성국에 가까운 지역에 떨어지거나, 티칸으로 도착하기를 빌면서.
그렇게 다섯 번의 공간 도약이 이어졌다. 전부 다 실패였다. 붉은부엉이는 계속 엉뚱한 땅 위에 떨어졌다.
다만, 휴페스터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건 확실했다.
또한 공간 도약 때마다 선체에 들러붙은 혼기가 떨어지며 동력원의 소리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안 가 티칸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한 번 더 선실 중앙의 단추를 누르려는 찰나, 진은 난데없이 한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엥, 진!?)
링링의 목소리였다. 아주 멀게 느껴졌지만, 확실히 링링이었다.
“……링링!?”
진은 순간 귀신에 홀린 듯 사방을 둘러보았다. 당연히 링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링링의 목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었다.
(너 뭔데 갑자기 내 머릿속에 들어오고 난리야!? 아니, 그보다 내 목소리가 들려?)
“들리는데. 너도 들리냐?”
(어, 기분 나빠!)
(뭐, 진 형제라고!?)
(진 형제!? 방금 카이오 형제가 소환되지 않았어?)
(진이 어디에 있어!? 링링, 진짜 지금 진하고 말하는 중이냐?)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갑자기 저 멍청이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목소리가 들렸어. 무슨 단추 같은 걸 누르면서 구시렁대고 있던데. 옆에는 머리 하얀 인간이 쓰러져 있고.)
(단추? 구시렁? 쓰러진 인간? 진 형제가 위험한 건 아니지!?)
“형제들! 형제들은 내 목소리가 안 들립니까?”
(너흰 저거 목소리 안 들려?)
(자꾸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링링, 너 장난치는 거냐?)
(아, 답답해! 진짜라고! 진은 너희 목소리를 듣고 있단 말이야.)
몇 초간 진과 링링, 명왕족들 사이에 혼란스러운 말들이 오갔다.
진은 모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라프라로사 쪽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형제들, 링링은 장난을 치는 게 아니다. 정말로 진 형제의 목소리를 듣고 있군.)
(오오. 이게 무슨 일입니까, 투신 형제!)
반은 링링과 내면이 이어진 상태인 만큼 즉시 사태를 알아보았다.
(아무래도 모종의 이유로 진 형제와 링링 사이에 동조점 같은 게 생긴 모양이다. 링링, 네가 진의 말을 우리에게 전해주도록. 진, 바깥은 어떤가? 십투왕 형제를 소환했던데, 감당키 어려운 일이 있었나?)
진은 검의 정원에서 겪은 일을 최대한 축약해서 설명했다.
(인세가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었군. 우리가 당장 바깥으로 나가 형제를 도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투신 형제.”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라프라로사와 인세가 연결된 걸 보니, 확실히 우리가 바깥으로 나갈 날이 아주 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파장 추적 동기형 공간 도약.
진은 이 갑작스러운 ‘연결’이 그와 관련이 있으리라 짐작했다.
“아마 제 동료가 만든 비행함 때문일 겁니다. 비행함이 우연히 라프라로사의 파장을 잡은 것 같군요.”
그 예상이 맞았다. 붉은부엉이가 라프라로사의 파장을 잡은 건, 일종의 오류였다.
(우선 지금 동료의 상태가 위태롭다고 들었다. 하얀 머리라면, 아마 형제를 많이 구해주었다는 탈라리스 엔도르마라는 인물일 테지.)
“그렇습니다. 내상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해보아라. 어쩌면 내가 링링과 형제를 통해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군.)
반의 말은 다름이 아니었다.
투신합일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진은 곧장 눈을 감고 링링과의 동조점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라프라로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광심장이 빛나며 서서히 반의 감각과 기운이 전해지는 게 느껴졌다.
‘라프라로사에서 했을 때보다 미약한 수준이기는 하나…… 분명, 투신합일이 이뤄지고 있다……!’
인세와 라프라로사라는 차원적 거리가 있기 때문인지, 반의 감각이 아주 온전히 전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탈라리스의 상태를 살펴보기에는 충분했다.
(단전과 혈도가 모두 손상되었군. 냉기의 속성을 띤 권능이 최악의 상황을 막고 있어. 하나 이대로라면 한두 시간 내로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죽지는 않더라도 다시는 이전과 같은 무위를 낼 수 없게 될 테지.)
투신합일에 들어서기 전까진 그저 그런 상태이리라 추정하기만 했으나, 이제는 진도 반이 느끼는 걸 정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내 감각을 따라 그녀의 몸에 힘을 불어넣거라.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냉기를 지우고, 뇌기를 대신 채울 것이다.)
진은 반의 말을 따라 탈라리스의 등에 손을 얹었다.
엉망으로 뒤엉킨 혈도를 지나, 진의 뇌기가 천천히 그녀의 내상을 파고들었다.
잠깐일 뿐인데도 진땀이 났다. 탈라리스는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검은 핏덩이를 토했고, 진은 그야말로 그녀의 목숨이라는 실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진은 반을 믿었다. 불안한 자신과 달리, 반의 내면에서는 한 치의 걱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허억…….”
이윽고 온몸을 녹일 듯 달구던 내상의 열기가 가시며, 탈라리스가 한 차례 더운 숨을 내뱉었다.
여전히 의식은 되찾지 못했으나 탈라리스는 이제 편안한 잠에 빠진 듯 보였다.
(됐군. 그러나 진 형제, 이건 미봉책이다. 최소 사흘 내에는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투신 형제!”
형제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다시 공간 도약을 시도해야 했다. 운 좋게 탈라리스의 고비를 넘겼을 뿐, 티칸으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었다.
복귀 이후도 문제였다.
이번에 직접 겪은 로사의 룬칸델이 가진 힘은, 다른 거대 세력들을 모두 압도하고 있었으니까.
어서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추후의 사태에 대비해야 했다.
어쩌면 티칸 전체 이주를 결심해야 할 수도 있었다.
지금의 룬칸델이 만약 즉시 전력으로 추적을 시작해 티칸을 친다면, 진과 동료들로서는 막을 힘이 없었다.
티칸뿐만이 아니라 다른 세력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들이 숨겨둔 힘이 얼마나 대단하든, 로사의 룬칸델을 넘어설 것 같지는 않았다.
이미 전력에 가까운 함대를 이끌고 왔건만 패배한 것이다.
진은 전투를 끝까지 지켜보지 않았으나, 도저히 로사가 패배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형제들, 링링. 이만 가보겠습니다. 돌아가는 즉시 이번 우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 투신 형제의 말대로 이번 우연은 형제들이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큰 단서가 될 것 같군요.”
투신합일이 잦아들고 있었다. 진이 해제하기 전에 반이 먼저 힘을 거두고 있던 것이다.
(어서 가게, 진 형제. 또 연락이 될 날을 기다리도록 하지.)
(흥, 얼른 가버려! 또 어디서 쥐어 터지지 말고.)
형제들과 인사를 나눈 후, 진은 다시 붉은부엉이의 단추를 눌렀다.
* * *
1803년 2월 27일.
진은 이틀이 지난 다음에야 티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탈라리스의 내상을 진정시킨 이후 십여 회의 공간 도약이 있었는데, 다시 라프라로사에 연결된 경우는 없었다.
탈라리스는 도착과 동시에 성국으로 후송되었고, 진은 그사이 다른 동료들이 수집한 정보를 전해들었다.
다행히도.
그날 이후, 룬칸델은 아직 외부에 병력을 내보내지 않고 있었다.
“내보내지 않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후자일 것 같군요. 룬칸델도 전력을 복구할 시간이 필요할 거고, 무엇보다 그만한 힘을 사용했으니 끔찍한 대가가 따랐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자. 그런데 벌써 검의 정원과 도시 칼론을 비롯해, 휴페스터 연합 전역의 5할 이상이 혼돈에 침식되었다는 보고입니다. 공자가 탈출한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겨우 이틀…… 사이에.”
휴페스터의 대륙 전체가 혼돈에 물드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한 침식이 고작 이틀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내부 상황은 아예 확인이 불가능했다. 아직 잠식이 진행되지 않은 땅조차 진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어쩌면, 검의 정원은 이런 식으로 세계 전체를 잠식할 계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전부 혼돈에 잠식되면, 굳이 우리나 타 세력을 추적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지플과 킨젤로.
그들은 진이 탈출한 후 계속 총공세를 펼치다가 후퇴를 결정했다. 모두 심대한 피해를 입은 채로.
“오늘 정오에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루테로 마법 연방 영해 상공에 나타난 지플의 함대는 3개가 전부였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6함대 중 절반을 잃은 셈이로군요. 킨젤로 쪽은 확인된 바가 없습니까?”
“예, 그런데 예상 이동 경로 어느 쪽에서도 후퇴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으니. 오르갈의 능력을 통해 후퇴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렇다면 지플보다는 상황이 나을 가능성이 높고요.”
진과 달리 동료들은 전투 이후 칠색조의 보고만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충격적인 보고뿐이었다. 룬칸델이 진을 포함한 타 세력 전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경우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것이다.
게다가 이제 로사 룬칸델은 가주 대행이 아니었다.
그녀는 적들이 모두 후퇴하자마자 온 세상에 자신이 룬칸델의 ‘가주’가 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우선 지플과 킨젤로의 수뇌부들을 만날 필요가 있었다.
“양대 세력에서 곧 연락이 올 겁니다. 그들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이겠죠. 즉시 알려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공자.”
“그리고 탈출한 기사들은…… 아직 소식이 없는 겁니까?”
최후까지 로사에게 저항했던 기사들.
그들의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심란한 찰나, 헐레벌떡 제트가 회의실로 들어섰다.
“나리! 나리께서 구한 기사들의 생존이 확인되었습니다요……! 지금 퀴칸텔 님이 직접 모시러 나가셨습니다!”
진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을 감았다.
그들이 모두 죽었다면, 세상에 룬칸델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얼마 남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