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47)
제 666화
165화. 충격 이후(2)
로사가 혼돈에 잠식된 후, 그녀의 룬칸델에 반기를 든 기사는 약 천여 명이었다.
그들은 디푸스, 메리, 조르덴을 필두로 검의 정원과 크고 작은 전투를 벌여왔다.
그러나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6할 이상이 진압되었으며, 남은 이들은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후일을 도모하느냐, 아니면 최후까지 맞서 싸우다 전사하느냐.
선택은 전자였다.
그러나 실행할 수가 없었다. 로사는 너무나 손쉽게 저항자들의 은신처를 알아냈고, 몰이사냥을 하듯 그들을 검의 정원으로 불러들였다.
저항자들은 혼돈에 물든 가문의 기사들을 상대로 분전했지만 소환된 과거의 기수와 흑기사들에게 결국 모두 패배를 맞이했다.
그때 지하 감옥에 갇힌 기사는 약 이백오십이었다.
그리고 지금 퀴칸텔이 데려온 기사는 백 명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 검의 정원을 탈출하는 과정에 또 남은 기사들 중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총 구십칠 명.
진은 한동안 그들과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뜨거운 거품 같은 게 솟구치는 듯 가슴속이 무거웠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윽고 진이 말하자 기사들이 검례를 올렸다.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진도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기사들의 검례를 받아주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살아남은 이들 중 정화기로 치료가 불가능한 수준의 혼돈 감염자는 없다는 것인가.’
기사들을 물들인 혼돈은 그리 깊지 않은 수준이었다. 다만 육체적 부상이 심각한 이들이 많으니, 성국 치유사들의 보조가 필요할 것이다.
“일단 모두 치료부터 하는 게 좋겠습니다. 혼돈을 정화할 수 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진은 기사들에게 정화기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치료 기간이 길고 대상이 제한적이며, 투신혈이 매개로 사용되므로 잠식된 검의 정원에는 달리 소용이 없다는 사실과 함께.
“나는 되었다, 12기수.”
조르덴이 말했다.
“원로장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누구보다도 원로장님이 먼저 치료를 받으셔야…….”
토나 형제는 조르덴에게 대답하다가 말을 멈추었다. 그의 말뜻을 뒤늦게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조르덴은 겉보기에 치명상이 없으나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은 상태다. 97명의 기사가 살아남은 대가는 그의 목숨이었다.
진은 처음 본 순간부터 조르덴의 상태를 알아보고 있었다.
“뭘 그리 멍청한 얼굴들을 하고 있나. 다들 12기수의 말대로 치료와 정화를 받도록. 나는 죽기 전에 마지막 일을 해야겠구나.”
조르덴이 진과 눈을 맞췄다.
“12기수.”
“예.”
“지금부터 내가 알고 있는 가문의 모든 검을 전수해주마. 즉시 훈련장으로 가는 게 좋겠군.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진은 조르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라니가 직접 오더라도 회생은 불가하며, 그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전수가 그리 길지 않을 테니 다른 걱정은 말게. 가는 동안 네가 궁금할 만한 것들을 설명해주지. 너도 검의 정원에서 겪은 일들을 얘기해주어라.”
훈련장으로 가는 동안, 조르덴은 종종 걸음을 절었다.
진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의지로 마지막 사명을 이행하려는지를 헤아리며 지난 전투를 설명해주었다.
“마지막엔 로사와 직접 검을 맞댔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너는 혼돈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군.”
“면역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나눠줄 수 있는 종류의 면역은 아닐 테지. 부럽군, 돌아보면 늘 네게 그런 마음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구나. 가문의 모두가 말이다.”
진은 대답하지 않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검의 정원이 이 꼴이 난 건 반년 전부터다.”
“그 시기부터 칼론을 봉쇄하고 저에 대한 정보를 통제했다고 하여,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로사 룬칸델은 계속 발작을 일으켜왔지. 그러다 결국 너와의 약속을 어기고 예언자와 손을 잡게 된 것이다.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기는 했지. 지플과 킨젤로가 함대를 구축하고 온갖 신기술을 동원하는 동안, 우리만 뒤처지고 있었으니. 물론, 그게 옳지는 않았다.”
달리 다른 수가 없었을 뿐이지.
조르덴이 씁쓸한 목소리로 뒷말을 이었다.
“로사는 네가 떠나지 않았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폐관 수련에 돌입한 네 결정은 차라리 옳았다. 가문 내에 있었다면, 로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너를 제거하는 일이었을 터. 가주가 없으니…… 아무도 그걸 막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에 대해선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는 겁니까?”
시대가 급격히 변한 지금도.
시론 룬칸델이라는 무인의 위엄은 전혀 그 가치를 잃지 않았다.
그와 원정을 떠난 기사들이 있었다면 룬칸델은 예언자나 함대가 없어도 여전히 타 세력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땅이었을 것이다.
“……로사는 가주가 죽었다고 말하더군.”
일순 진이 걸음을 멈췄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습니까?”
“아니. 예언자의 능력을 통해 알아본 건지, 아니면 그냥 자신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 한 말인지 알 수 없다. 그저 죽었다고 말만 했을 뿐이지. 하지만 나 역시 가주가 살아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로사에게 반기를 들었던 이들 거의 모두가 그랬지.”
시론이 생존했든, 전사했든.
큰 의미를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가문이 이 지경이 되도록 외부 임무에서 돌아오지 않는 가주라면, 객관적인 관점에서는 이미 자격이 없었다.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은 생각이 달랐다. 네 숙부와 형제들이 그랬지. 제드 룬칸델, 그는 로사의 폭정이 시작되자마자 가주를 찾으러 흑해로 떠났다.”
제드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따라서 그의 생사 또한 불분명한 상태였다.
“4기수와 7기수는 마지막 결전 이후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때 말한 것처럼,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지. 하지만 살아서 탈출했다면, 아마 그들도 흑해로 향했을 것이다. 그 두 사람 역시 평소 사태를 해결하려면 가주를 찾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왔으니.”
“그럼 디푸스 형님과 메리 누님의 죽음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군요. 어쩌면, 두 사람은 검의 정원에 갇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로사가 지하 감옥에 갇힌 이들 전부를 풀어줬을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면 그들은 네 적이 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 1,033명의 기사들이 로사에게 저항할 수 있던 건 의지가 있기도 했으나, 예언자가 직접 방출하는 혼돈에 노출되지 않은 이유가 크다.”
“지금 검의 정원에 남은 기사들 대부분은, 자의가 아니라 혼돈에 잠식되어 반기를 들지 않았다는 뜻입니까?”
“자의인 이들이 없지는 않겠지. 하지만 네 말대로 대부분은 그럴 것이다. 어떤 미친 기사가 그런 괴물의 밑에서 싸우고 싶겠나? 그 괴물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말이다. 룬칸델을 이루는 기사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긍지가 높은 이들이다.”
인간이 혼돈의 광기를 거스르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건 이미 여러 사례에서 알려진 바였다.
론 정도의 특별한 인물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 론조차 진의 도움을 받기 전까지는 완전히 잠식되었었고.
‘디푸스 형님과 메리 누님이 적이 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그 모습을 상상하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진은 내색하지 않고 계속 조르덴과 보폭을 맞췄다.
“다 온 모양이군. 꽤 괜찮은 훈련장이야, 예비 기수 시절 주로 이곳에서 검을 갈고 닦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진.”
“예.”
“이제 네가 가문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마라.”
그렇게 말한 조르덴은 진의 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로사 룬칸델이라는 거대한 혼돈과 제약 없이 싸울 수 있는 단 한 명의 기사, 가문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기수.
조르덴은 울고 있었다.
결국 나락으로 치달은 현 룬칸델의 모습, 가주가 되고자 발버둥을 쳤던 지난날의 회한, 죽은 전우들, 이제 12기수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
그런 감정들이 마구 뒤섞여 조르덴을 울게 만들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당숙.”
이후 사흘 동안.
조르덴은 진에게 여섯 개의 결전기와 네 개의 비기, 그리고 한 개의 오의를 전수해주었다.
이미 경지에 오른 진은 그 검들의 묘리를 순식간에 깨우쳤고, 대부분은 조르덴이 직접 펼치는 걸 보지 않고 설명만으로도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때때로 조르덴이 힘에 부쳐 휴식을 취할 때면 저택으로 올라가 현 상황에 대한 각종 보고를 받았다.
예상대로, 각 세력의 수뇌들이 급히 티칸에 회담을 요청하고 있었다.
룬칸델은 그때까지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병력 이동도 전혀 없었으나, 휴페스터가 잠식되는 속도가 조금 늦어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발레리아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 당장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거대 세력과의 회담이 끝나기 전까지는 티칸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것이 순서였다. 가문을, 세계를 짊어진 자의.
“이제 모든 전수가 끝났구나.”
조르덴이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검을 전수하는 동안, 그들은 이전처럼 원로장과 기수, 적과 적이 아니라 어느 사이 좋은 당숙과 종질 같은 분위기로 대화를 나눠왔다.
“내가 네 두 팔을 벤 날을 기억하느냐.”
“어떻게 잊겠습니까, 당숙.”
“사실 나는 그날 네게서 네 아비, 가주를 보았다. 두 팔이 베인 채로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습이, 한동안 악몽으로 나타나기도 하더군.”
“저도 그날 꽤 두려웠습니다.”
“큭, 이제 내가 죽는다고 금칠을 해주는구나.”
“두 팔이 행여 온전히 붙지 않으면 어쩌나 두려웠던 건 정말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실 그때 당숙의 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었습니다.”
“그렇게 만들 계획이었나 보군.”
“그때 당숙과 저는 원수나 다름이 없었으니까요.”
“나는 그날 이후, 네가 조슈아는 물론이고 어쩌면 로사보다도 위험한 놈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쉬익, 시이잇…….
조르덴의 숨에서 쇳소리가 났다.
임종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으십니까?”
“그래…… 넌 로사를 꺾고, 가주가 될 사람이다. 그러나.”
홱!
돌연 조르덴이 마지막 힘을 짜내 진의 어깨를 낚아채듯 붙잡았다.
“절대로, 벌써 가주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은 저항자들이 모두 너를 주군으로 받들어도. 네 아비가 죽었어도, 살았어도. 검의 정원을 다시 되찾아야만 자격이 있다. 검의 정원을 다시 되찾아야만…… 알겠……느냐…….”
진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고, 조르덴은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가 생명을 다하고 하루가 지난 뒤.
티칸으로 룬칸델의 기수 한 사람이 들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