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58)
제 666화
167화. 테마르의 다섯 번째 무덤(3)
개, 투신기 오의의 첫 장이 열리고 있었다.
충격파와 더불어 발생한 엄청난 척력과 인력이 아공간을 매섭게 진동시켰고, 이미 벌어져 있던 균열들은 핏물처럼 혼기를 토해냈다.
무너질 듯 흔들리는 공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몇 초쯤 노려보았다.
먼저 거리를 좁히기 시작한 건 진이었다. 푸르게 빛나는 검과 몸이 빛처럼 빠르게 룬티아에게로 쇄도했다.
크직-!
시그문드와 샤를이 맞부딪히자 지진이 일었다.
명왕군림검을 펼친 후 겨룬 첫 공방에서, 진은 룬티아가 방금 전보다도 더욱 강해졌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메리 누님의 화산!?’
메리 룬칸델이 독자적으로 변형한 가문의 제7결전기. 그녀의 화산은 원본과 달리 자폭기가 아닌 강화기로 사용된다.
진은 메리가 룬티아에게 그 화산을 가르쳐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아니, 다르군.’
메리의 화산은 사용자의 몸에 크나큰 부담을 주는 것이지, 완전히 망가지게 만드는 게 아니다.
그러나 룬티아가 펼친 화산은 그녀의 육체를 쉴 새 없이 부수고 있었다.
석상이 깨지듯, 룬티아의 육체 모든 부분이 갈라지고 터지며 순식간에 재생되기를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즉, 룬티아는 ‘폭발’이라는 형태만을 바꿨을 뿐, 사실상 원본과 흡사한 충격을 받으며 화산을 펼친 것이다.
혼기를 통한 재생력과 본래 룬티아가 가진 초월적 강체가 있기에 가능한 일.
그 가공할 힘을 마주하며 진이 느낀 감정은 슬픔, 그리고 아쉬움이다.
시대의 검이 될 가능성을 지닌 혈육이, 결국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너를 위해 준비한 검이다, 막내.] [내가 지금까지 겪은 혼돈 잠식자들은,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 것에 거리낌이 없더군요.]격이 없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격을 지닌 인물들도 대부분 그랬다. 론도, 스마리온도, 스탐도, 라이오넬도, 파들러도, 그리고 지금 맞서고 있는 룬티아도.
그중 오직 론 하이란만이 끝내 마성을 극복해 창성의 반열에 올랐으며,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스스로가 부서지는 걸 경계하는 자만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
그렇지 못하면 결국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그게 어쨌다는 것이지?] [누님은 더욱 강해졌으나, 그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너는 벌써 핏물을 토하고 있는데 말이다.]룬티아는 육체가 쉴 새 없이 부서지고 재생되기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안정감을 잃지 않고 있었다.
반면, 진은 그녀가 본격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본래 진이 가진 세 가지의 힘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각 속성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영기는 강화의 핵심인 만큼, 모두 소모된 지금은 평소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너 또한 아직 감춰 둔 검들이 있겠지. 어서 보여 다오, 전율하고 싶구나.]룬티아는 달뜬 목소리로 광인처럼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싸움이 격해질수록, 그녀의 심마도 더욱 커지는 것이다.
‘광기가 고통을 덮어 두고 있는 것인가.’
날뛰는 룬티아와 달리 진은 점점 더 움직임을 축소시켜 갔다.
룬티아는 진이 올 때부터 정상이 아니었던 만큼 체력이 더 빨리 소모되었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그건 맞는 말이나.
진은 그저 더 신중해지고 있을 뿐이었다. 싸움을 단번에 끝낼 기회를 엿보기 위해.
[누님이 모를 만한 건 없는 것 같군요.] [시시한 소리는 치워라, 이것이 내 마지막 싸움이니.]뼈가 흔들리고 골이 진탕하고 있었다. 룬티아의 검이 속도를 더해 가자 샤를이 조금 더 깊게 살을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웅크린 동안 소득이 없지 않았다.
‘재생에 종종 틈이 생기는군.’
실시간으로 몸이 부서지며 싸우는 것엔 당연히 물리적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너무 빨라 진 정도의 무인이 아니라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극히 짧은 간격.
진은 그 간격이 벌어지는 패턴을 분석하고 있었다.
예측 불가할 정도로 불규칙하지만, 진은 자신이 규칙을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룬티아의 공격 형태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서 말이다.
‘투신 형제의 감각은 없지만, 룬티아 누님이 멈추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진의 검술이 물처럼 부드러운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룬티아는 그 역시 진이 자구책으로 고른 수단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 할지라도 룬티아가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진에게 당연히 수가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심마에 빠져 진의 수를 따라갈 수 없었을 뿐.
그리고 샤를이 자신의 목을 두 번 더 스쳐 지나갔을 때, 진은 룬티아를 끝장낼 최적의 기회를 마주할 수 있었다.
‘지금이다.’
룬티아의 공격이 하단에서 상단으로 치우치기 시작한 지금, 진은 외통수에 몰린 것처럼 허공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룬티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연속으로 광속 찌르기를 펼쳤는데, 진의 몸이 떠오른 위치와 예상 착지점, 그리고 진이 인지할 수 없는 사각이었다.
피할 수는 없다.
그 순간에, 진은 아껴 두고 있던 투신기 오의의 다음 장을 열었다.
명왕검 투신기 제10검 2형
명왕군림검 – 전
진의 두 눈동자에 맺힌 뇌기가 한층 더 푸른 광휘를 발산했다.
룬티아는 바로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샤를의 검첨에 기운을 집중시켰다.
혼기 특유의 탁한 검은빛과 더불어, 오러의 묵직한 흑빛이 함께 형성되고 있었다.
룬칸델 제4비기
검은 십자성
과거 헤도를 상대할 때 한 차례 본 적이 있는 검.
십자로 그어진 샤를의 칼날이 진을 좌우로 가른 듯 보였다. 룬티아 역시 검을 타고 살을 베는 감각을 느끼기는 했으나, 얕았다.
‘조슈아가 도움이 되는 순간도 다 있군.’
과거 백야의 탑에서 헤도를 상대할 때, 진은 조슈아가 펼친 검은 십자성을 한 차례 본 적이 있었다.
룬티아가 펼친 비기는 조슈아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나, 진은 그때의 기억이 있기에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내 검은 십자성의 검기가 거대한 원을 그리며 진을 포위했고, 그 속에서 쏟아지는 십자 형태의 흑검기가 순식간에 진의 모습을 감췄다.
모두 찰나에 벌어진 일이다. 검은 십자성의 검기가 명왕군림검의 뇌기에 찢기는 것까지.
진이 펼친 명왕군림검의 오의는 당연히 룬티아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다. 처음으로 룬티아가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가 되었으나, 그녀는 육신을 파고드는 뇌기를 대부분 그대로 맞고 있었다.
[크하악……!]룬티아의 몸 곳곳에 사람 머리만 한 구멍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명왕군림검이 그녀의 육체를 파괴하는 속도와 혼기가 재생시키는 속도는 거의 비슷했다.
‘화산이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정도 재생력이라, 역시 이 아공간 안에서 룬티아 누님은 거의 불사에 가까운 존재로군.’
룬티아 스스로 펼친 화산의 타격과 더불어 명왕군림검의 두 번째 장까지.
세상에 이 정도의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 인간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혼돈에 물든 자들을 포함해도 말이다.
룬티아는 본래 그 안에 포함되지 않으나, 그녀가 버티고 있는 이유는 이곳이 ‘룬티아의 아공간’이기 때문이었다.
아공간을 이루고 있는 모든 혼기는, 룬티아 그 자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본래 솔더렛이 직접 만들었을 공간의 기운을 룬티아가 모두 사용하고 있는 셈.
즉, 그녀를 끝장내기 위해서는 아공간 전체를 부수어야만 했다. 아공간에 혼기가 남아 있는 한, 룬티아를 죽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카아아악……!]명왕군림검의 충격파에 저 멀리까지 날아간 룬티아는, 덫을 찢는 맹수처럼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제 단 한 번만 진에게 도달하면, 막내의 목을 칠 수 있다고.
또한 진이 체력이 소비되지 않은 채로 왔다면 자신이 결코 이길 수 없었으리라는 사실도.
진은 진땀을 쏟으며 명왕군림검의 뇌기를 제어하고 있었다.
경지에 다다른 만큼 역류 반응은 일어나지 않고 있으나, 오러가 소비되는 속도까지 걷잡을 수는 없었다.
룬티아의 말대로.
진이 온전히 영기를 가진 채 무덤에 들어섰다면, 양상은 같았어도 결과가 달랐을 것이다.
영기까지 온전히 남아 있었다면 진은 룬티아, 그리고 그녀의 아공간과 이런 식의 소모적인 힘 싸움을 했어도 반드시 승리를 거머쥐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제 재생 속도가 명왕군림검의 파괴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으나, 결국 끝에 다다르면 진의 기운이 먼저 바닥날 터.
지금부터 마력을 더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명왕군림검을 2장까지 개방한 상태로 마법을 더하는 건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일이기도 했다.
마법을 펼칠 때 필연적으로 빈틈이 발생하면, 위태로운 힘겨루기는 대번에 룬티아 쪽으로 기울 것이며, 아공간은 ‘죽은 세계’인 만큼 테스를 소환할 수도 없었다.
진에게 다가오는 룬티아의 보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룬티아의 몸이 뒤틀리는 와중에도 그녀가 쥔 세검 샤를은 한 맺힌 귀신처럼 미동 없이 진을 정확히 겨누었다.
[지친…… 게…… 패착…… 이로구나…… 억울…… 하겠지.]룬티아의 말에 진은 한 차례 눈을 감았다.
그러나 진이 생각한 승부처는, 바로 이 시점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마법을 더하거나 역류를 각오하고 한계 이상의 오러를 방출할 생각은 없었다.
진이 아공간 전체의 혼기를 가진 그녀를 상대하기 위해 아껴 둔 마지막 수는, 영기였다.
연결점.
룬티아와 아공간을 잇고 있는 연결점이 존재할 것이라고, 진은 전투가 시작된 처음부터 확신하고 있었다.
아공간의 주인은 본래 룬티아가 아니다.
룬티아는 예언자의 술수를 통해 억지로 아공간의 주인이 되었을 뿐이다.
그런 만큼 당연히 아공간과 동화되기 위한 연결점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고, 진은 싸우는 내내 그녀의 혼기가 움직이는 양상을 읽었다.
명왕군림검을 펼친 건 바로 연결점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말이다.
‘저곳들이군.’
스릉……!
굉음 속에서 조용히 브라다만테가 검집을 빠져나왔다.
문을 여는 일에 거의 전부에 가까운 영기가 소모되었으나, 한 방울조차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진은 그 마지막 남은 영기를 모두 끌어올려 브라다만테를 개방했다.
[아니, 이제 끝입니다. 누님.]명왕군림검이 해제되었다.
직후 룬티아는 단번에 모든 상처를 회복해냈고, 진은 검게 물든 칼날로 룬티아와 아공간 사이의 연결점들을 베어냈다.
연결점들이 끊어지자마자, 룬티아는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진은 룬티아가 자신의 회복을 예상하고 움직인 틈을 타 그녀의 가슴팍에 칼날을 찔러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