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97)
제 666화
178화. 깊어가는 고민(2)
“내가 뭐 난처한 질문이라도 한 건가? 반응이 상당히 격한데.”
“진 경, 당신이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죠?”
비슈켈이 오르갈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동안 제피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냥 알아.”
“그냥은 알 수 없는 이름입니다만.”
“우리 서로 너무 캐묻지 말자고.”
“경은 우리가 어떤 정보를 내놓기만 하면 어떻게 알아냈느냐고 따져왔답니다. 양심 좀 챙기시죠? 이번에도 보호 조건을 빌미로 비앙카 공녀와 란케 공자를 데려가서는 지나친 일들을 시켰죠.”
“비앙카와 란케가 한 일이 조건에 비해 과했을까? 요나 누님 구출 작전 지역은 아킨이었다. 실제로 작전이 끝난 후 찾아온 지플은 한동안 상당한 긴장감을 조성했어. 우리를 공격할까 고민하는 눈치였지. 비앙카와 란케가 없었다면 쳤을지도 모른다.”
“그 두 사람 때문에 분란이 억제되었다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네요. 잊었나요? 지플도 우리 임시 동맹입니다. 탑지기의 배신이 매우 불쾌했을 테지만 흉신과의 결전을 앞두고 동맹을 깰 만큼 멍청한 작자들은 아니에요.”
“란케와 비앙카에게 못 들었나? 지플은 더 이상 동맹이 필수가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며 협박을 했었다. 상황이 바뀌었다더군.”
“예전에도 한 번 말했는데, 돌아보면 우리 킨젤로는 당신에게 늘 호의를 보여왔죠. 나도 어쩔 수 없이 당신을 도운 순간이 많고요. 물론 서로를 죽이려고 하던 때도 많지만, 자꾸 이런 식이면 우리도 지플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
진의 눈동자가 매서워졌다.
“이것 참 짜증 나는군……. 이놈이나 저놈이나 죄다 임시 동맹을 가볍게 생각하는데, 어처구니가 없어. 동맹을 깨고 싶다면 당장 말해라, 들어주겠다. 하지만 경고랍시고 같잖은 협박을 한 거라면, 다시는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그때는 내가 먼저 동맹을 파기할 거니까.”
그렇게 말한 진이 기운을 끌어올리자 사방으로 묵직한 진동이 퍼졌다.
베일은 같이 힘을 개방해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였으나, 무조건 진이 명할 때만 움직이라고 했던 산드라의 명령을 떠올렸다.
사실 진은 동맹을 깰 생각이 전혀 없다.
만약 지금 제피린이 ‘좋아요, 오늘부로 임시 동맹은 끝입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진은 너스레를 떨 것이다.
장난 좀 친 건데, 왜 이러느냐고.
다만 헤도를 잃은 지플은 몰라도, 킨젤로까지 이런 식으로 나오니 제대로 짚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즉, 진은 다시는 킨젤로가 자신에게 동맹을 빌미로 어쭙잖은 경고를 하지 못하도록 허세를 부리고 있는 셈이다.
지플과의 긴장감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프니 말이다.
역으로 시작된 협박에 킨젤로 측은 잠시 말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진은 이럴 때 단 한 번도 빈말을 던진 적이 없으니까.
“하, 뭐라고? 이 개…….”
그러나 이내 분을 참지 못한 제피린이 한바탕할 기세로 육두문자를 쏟으려는 순간, 오르갈이 입을 열었다.
[콜록, 제피린, 흥분하지 마라. 진이 지토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야 뻔하지……. 성왕에게 들은 것이다. 성왕은 아율라의 계시를 받았을 테고. 네가 갑자기 지토 얘기를 꺼낸 걸 보아하니, 성국이 보관 중인 그의 육신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군.]오르갈이 진과 눈을 맞췄다.
진은 그가 지금처럼 세상의 비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때마다 내심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일단 너도 이쯤에서 기운을 거두고 멈춰라, 진 룬칸델. 나는 동맹을 깰 생각이 없으니, 앞으로 그런 허세는 부리지 말고. 좋게 좋게 지내는 게 그토록 어려운 것인가?]사실 함부로 동맹 파기를 언급한 점을 제외하면, 제피린의 말은 틀린 점이 없었다. 킨젤로는 언제나 진과 잘 지내고 싶다는 분위기를 풍겨왔다.
그런데도 진이 늘 킨젤로를 박하게 대하는 건, 다름이 아니다.
진에게 그들은 여전히 일반인들을 함부로 죽이고 실험한 테러범이며, 로사를 끝장낸 이후엔 반드시 말살해야 할 적이었다.
그러니 진으로서는 킨젤로를 예쁘게 볼 수가 없었다. 양심적으로 대해야 할 대상은 더더욱 아니었다. 애초에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받은 적은 없기도 했다.
“마냥 쉽지는 않은 문제지. 하여간 모르는 게 없군, 오르갈.”
[오래 살았으니 말이다. 네 질문에 답을 해주자면, 골골. 지토는 우리 마족에게 치부 그 자체인 인물이다. 그러나 내게는 스승 같은 인물이지.]“그래서 내가 예비 기수였던 시절에 성국을 집어삼키려고 했던 건가? 스승의 육신을 되찾기 위해서. 생체 실험은 겸사겸사 진행한 거고.”
“아니, 관련이 있다. 그것 때문에 성국이 불안정해져서 주요 전력의 치유가 늦어지고 있으니까.”
[한 가지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는 건, 지토의 육신에 생긴 문제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통제가 가능하다 해도 안 할 것 같은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기 어렵겠지만, 나로서도 지금 그가 깨어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네가 온전해진 다음엔 깨어나는 게 좋다는 뜻처럼 들리는군.”
[성국이 지토의 육신을 갖게 된 이래, 어째서 아율라와 과거의 성자들이 그 사실을 후인들에게 숨겨왔을 것 같나?]오르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 그 힘을 탐내는 것을 우려해서.”
즉시 답한 진을 보며 오르갈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맞혔군. 지토의 기운은 그 자체로 사람을 유혹하는 힘이 있다. 그러니 조언을 하자면, 너는 지금부터 네 친구를 항상 의심하는 게 좋을 거다.]“뭐라고?”
[현 성왕 라니 살로메의 신앙이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절대적이길 바라라는 뜻이지. 그녀가 타락해서 지토를 부활시키면, 모두에게 괴로운 일이 될 테니까.]진이 대답하려는 찰나, 오르갈이 한 번 더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다. 지토의 육신에 그런 효과가 있었다면 성국은 진작에 무너졌겠지. 자, 내가 진에게 한 방 먹여줬으니. 제피린, 너도 기분이 조금 풀렸으면 좋겠구나. 쿨럭!]제피린은 진이 표정을 구긴 게 무척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주인께서 고마운 일을 해주셨네요. 진 경의 저런 표정을 보는 건 쉽지 않은데, 일주일은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다행이로군.]농담이라고 말했으나, 진은 대번에 찝찝한 기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율라와 성국의 옛 성자들이 지토의 육신을 후인들에게 숨겨온 이유가 오르갈의 농담과 정말 관련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경험을 하는군. 그 농담, 잘 기억하도록 하지.”
킨젤로가 지토를 무척 신경 쓴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쨌거나 지토가 흉신과의 결전 이전에 깨어날 일은 없을 거다. 내가 통제할 수는 없어도 그 정도 예측은 가능하니 말이야…….]오르갈이 거기까지 말한 순간, 바깥에서 마르지엘라가 경쾌하게 휠체어를 굴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낮잠 자느라 늦었네요. 반가워요, 진 경! 베일 경을 데려오셨다면서요!?”
마르지엘라가 내내 진의 옆에 병풍처럼 서 있던 베일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베일이 진심으로 반가운 듯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베일 경. 마르지엘라 이블리아노예요.”
“……넌 뭐야, 날 알아?”
“잘 알죠! 당신은 태양으로부터 나온 생명의 흔적, 그 자체로 가장 고귀한 존재랍니다. 우린 오랫동안 당신을 찾아왔어요.”
“날 찾았다고?”
태양, 진은 마르지엘라가 말한 그 단어를 곱씹었다.
‘그러고 보니 퀴칸텔 님이, 과거 베일은 자신을 태양의 피조물이라 소개했다고 말했지…….’
그리고 불현듯, 진은 오르갈의 벽 뒤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킨젤로의 깃발을 쳐다보았다.
그 깃발엔 킨젤로의 상징, ‘부서진 태양’의 복잡한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몇 초쯤 깃발에서 눈을 떼지 못한 진은, 등허리가 서늘해지며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킨젤로가 놈들이 주장하는 궁극적인 정화를 위해 부활시키려는 생명의 부모라는 존재가…… 태양신이라는 말인가?’
세상엔 수많은 신이 있다. 올망고처럼 누군가에겐 잡신 취급을 받는 존재부터, 거대한 자연을 주관하는 신들까지.
그 다양한 신들은 대부분 인간과 계약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려왔다.
그러나 진은 물론이고,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태양신’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많지 않았다.
그건 어느 사이비 마법사가 본인을 태양신이라 주장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지 않는 한 들을 일이 없는 명칭이었다.
활동 중인 신 중에 ‘태양’의 이름을 가진 존재는 없기 때문이었다.
돌아보면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태양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장 숭배하는 대상인데 지금껏 그를 상징하는 신이 없었으니 말이다.
오르갈은 가만히 진을 응시하며 미소를 지었다.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 것이다, 진 룬칸델.]진이 놀란 반면, 정작 베일은 킨젤로가 태양신을 언급한 사실에 대해 달리 감흥이 없는 듯했다.
그 이유는, 베일도 자신을 형성한 자를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베일은 자신이 태양으로부터 빚어진 자라는 것만 알았을 뿐.
그를 직접 만나거나, 그로부터 어떤 특별한 메시지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베일은 천 년 전 헤도처럼 뜻하지 않게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려왔고, 그 과정에 사라를 만나 룬칸델의 십대기사가 된 것이다.
“오르갈, 내가 베일을 데려온 건 어디까지나 그게 너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러니 너희가 목적을 위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나는 즉시 베일을 데리고 떠나겠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물론, 네가 회복되는 것만으로도 너희에겐 큰 이득이겠지만 말이야. 한쪽은 태양신, 한쪽은 헬루람, 한쪽은 마신석. 다들 아주 완성하려는 게 다채로워.”
[너 역시 다시 솔더렛과 소통하기 위해 고생을 하고 있잖나.]“그 말은 맞다만 같은 취급은 안 했으면 좋겠군. 난 솔더렛과 다시 소통할 수 있게 된다고 해서 내 목표가 완성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 그보다, 전부터 가끔 킨젤로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하기는 했어……. 너희들이 부활시키려는 신의 이름이었나.”
[그래, 그게 여기 있는 모두를 창조한 존재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