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96)
제 666화
178화. 깊어가는 고민(1)
성왕 라니.
요나를 구출해서 복귀한 후, 진은 갑자기 티칸을 찾아온 성왕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녀를 티칸으로 부른 사람은 오울이었는데, 라니가 그의 부탁에 응한 이유는 무명이 이제 정식으로 바멀 연합에 소속되었기 때문이었다. 오울이 바멀 연합이 아니라 무명으로서 연락했다면 라니는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거의 3년 만에 인세로 돌아와서는 얼굴 한 번 안 보여주고, 서신만 보내면서 어려운 일만 맡긴 사람이 여기 있네요?”
라니가 토라진 척 말했다.
진이 인세로 돌아온 후 그녀는 성국으로 후송된 탈라리스를 전담 치유했고, 룬티아에게 당한 발레리아를 살펴보기도 했으나 직접 진을 본 건 처음이었다.
진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났는데도 진은 좋은 표정을 짓지 못하고 있었다.
“라니.”
“에이. 오랜만에 장난 좀 쳐볼까 했는데, 영 그럴 분위기가 아니네요. 진짜로 섭섭한 게 아니라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물론이지.”
라니가 진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녀 역시 성왕이자 혼돈 배척 세력의 주요 인물로서 갖은 고생을 하고 있으나, 진의 어깨에 얹어진 짐들은 그보다도 훨씬 무거우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고맙기는, 경하고 무라칸 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미 죽었고, 성국은 지금까지 지플 휘하에서 온갖 착취를 당했을 텐데요. 지금도 돌아오자마자 세상을 위해 전력으로 고군분투하는 중이고.”
“가문을 되찾으려는 개인사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이야.”
“그렇다 할지라도 아율라께선 언제나 당신에게 가호를 내릴 겁니다. 그러니 요나 님에 대해서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그분을 잘 모르지만, 경과 무명왕의 이야길 들어 보니 좋은 사람인 것 같더군요.”
진의 얼굴이 내내 어두운 건 요나 때문이었다.
“……그래. 요나 누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지.”
요나를 무사히 구출한 것까지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기만 했다.
구출 과정에서 아군 진영에 치명적인 피해가 없었고, 요나는 진이 가장 걱정했던 신체 변형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으며, 혼돈 정화 중 행여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에 대비해 성왕까지 왔다.
그러나 요나의 혼돈은 정화되지 않았다.
“비록 다른 사람들처럼 혼돈이 완전히 정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전처럼 폭주하는 건 막을 수 있게 되었잖아요.”
그 말대로 정화기가 요나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던 건 아니었다.
정화까지는 불가능했으나, 요나의 혼돈은 이제 예전 같은 ‘안정 상태’로 접어들었다.
글리엑의 힘이 자극하기 전, 한창 요나가 스스로 혼돈을 극복하던 때처럼 말이다.
요나가 가진 혼돈이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이었다. 보라스의 정화기로는 그 혼돈에 관여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아마 예전의 나와 링링의 상태와 비슷한 경우일 테지…….’
요나의 혼돈이 링링처럼 짜증 나지만 조금 귀엽고 쓸모가 있는 존재로 그녀와 분리된다면 그나마 나을 테지만, 반은 현재 라프라로사에 있었다.
반이 직접 나선다 할지라도 링링 때와 똑같이 분리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답답한 것이다.
하지만 계속 그것만 걱정하고 있어서는 안 될 터.
어쨌거나 요나에 대한 상황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진 건 사실이었다.
“고맙다, 라니.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하고 있었군. 성왕께서 몸소 오셨는데, 내어드릴 무라칸이 없으니 이걸 어쩌지.”
티칸에 오자마자 라니는 요나를 살핀 후 동료들에게 무라칸의 안부부터 물었었다.
“아쉽긴 하네요. 솔더렛의 대리의 대리 역할을 수행 중이라니…… 뭔가 대단하면서 엉성한 위치인 듯 보여서 무라칸 님과 어울린다는 말이죠.”
무라칸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탈라리스의 회복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 탈라리스가 부상을 입은 탓에 미샤가 엘로나의 봉인을 감당하고 있으니까.
“비궁주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어요.”
“안 좋은 이야기인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내용이군요. 비궁주의 회복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가, 제가 그녀를 전담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에요.”
“성국에 다른 문제가 생겼군…….”
고개를 끄덕이는 라니.
“예, 우리 성국이 보관하고 있는 마족의 성물. 지토의 눈이 최근 좋지 않은 징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토의 눈?”
오백 년 전 마족이 반켈라를 침공하며 벌어진 성국수호전은 유명한 전쟁이다.
그러나 반켈라의 성자들과 룬칸델, 그리고 지플이 이례적으로 힘을 합쳐 지켜낸 것은 단지 성국의 신민들만이 아니었다.
“지토라는 이름은 아마 낯설 겁니다. 그는 인세에서 활동한 적이 없고, 마계에서도 그 이름을 아는 자는 드물다더군요. 저 또한 성왕이 되고도 지토의 눈에 관한 기록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성왕인 너도 그 물건에 관한 기록을 열람할 수 없던 건가?”
“그렇습니다. 지토의 눈이 성국에 존재한다는 것과, 그게 좋지 않은 징조를 보인다는 사실은 저도 최근에 알았습니다. 아율라께서 꿈을 통해 제게 경고하셨죠.”
며칠 전 겪은 꿈을 떠올린 라니가 괴로운 듯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율라께서 보여주신 건 그 물건을 통해 지토가 재림한 미래였습니다. 온 세상이 불타고, 그 속엔 당신과 무라칸 님을 비롯한, 인세의 수호자라 할 만한 존재들이 모두 죽는 모습도 포함되었어요.”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하고 있다면 헛소리로 치부할 테지만, 라니는 성왕이었다. 그녀가 단순한 악몽과 아율라의 경고조차 구분하지 못할 리는 없었다.
“로사를 상대하기도 벅찬데, 새로운 강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가 아율라 님의 경고에 따라 지토의 눈을 제어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신성력을 그 일에 사용하다 보니 비궁주의 치료가 늦어지고 있는 거죠.”
“지토의 눈이 이상 현상을 보이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나? 글리엑이 남긴 혼돈의 잔재에 영향을 받았다던가.”
“그에 대해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짐작이 가는 바는 있어요.”
“나도 떠오르는 놈들이 하나 있군.”
킨젤로.
현재 인세에서 마족을 부리는 건 오직 그들뿐이었다. 킨젤로는 이전부터 비앙카 같은 고위 마족을 보유하고 있었고, 진이 라프라로사에 다녀온 사이에는 더 많은 마계의 강자들을 영입해왔다.
“킨젤로의 단장으로 밝혀진 마수왕 오르갈이 마계의 지배자 중 한 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반드시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한 이야기지. 애초에 놈들이 자꾸 마족들을 킨젤로로 끌어모으고 있는 것도, 어딘가에 마계와 이어지는 통로 같은 걸 구축해놨으니 가능한 일일 거다.”
“성국수호전 이후 마족 사회는 완전히 몰락했다고 알려졌지만, 분명 경의 말대로일 겁니다. 외부 차원이 아니더라도 소환 등의 의식을 통해 마족을 데려오는 것일 수도 있어요.”
“소환이라…….”
-그래, 란케 할로비체. 근성 하나는 봐줄 만하군. 아무튼 네놈 설명에 의하면 대사막이 이렇게 된 건 오염된 후 모든 세력이 실험 처리장으로 이용했기 때문이고. 네놈은 그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놀이터로 사용했다는 말인가?
-그래…….
-첫 번째는 납득이 가지만, 두 번째는 부족해. 네놈은 여기서 뭔가를 하려고 했어.
-그냥…… 난 여기가, 쿨럭, 좋을 뿐이다.
인세로 나오자마자 란케를 꺾은 후 나눈 대화.
진은 그때도 란케가 단지 대사막을 놀이터로 여긴 게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라니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더 수상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성국 사태 당시 킨젤로는 생체 실험과 더불어 지토의 눈을 찾으려고도 했겠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때는 생체 골렘 실험만을 의식했는데, 분명 킨젤로의 진짜 목적은 지토의 눈이었을 거예요.”
“네 신성력으로 지토의 눈에 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건 문제가 없는 건가?”
“일단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문제는 사례가 전혀 없고, 아율라께서 일러주신 정보도 지나치게 한정적이다 보니…….”
무라칸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놈의 아율라는 왜 애매하게만 경고하느냐고 따졌을 것이다.
라니는 불현듯 떠오른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가 잠시 그것이 신성모독에 해당하지 않는지 고민했다.
“그렇다면 아주 시급한 문제는 아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로군. 본래 인세에 관여하는 걸 극도로 꺼리는 신인 아율라가 직접 경고를 할 정도니, 터지면 답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아마 아율라께서 다시 현현해 일러주실 때까지는 괜찮을 겁니다.”
“안 그래도 지금 킨젤로에 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너한테 허락을 하나 받아야겠어.”
“허락이요?”
“지토의 눈을 직접 거론하면서 오르갈을 떠봐도 괜찮을까?”
“물론입니다.”
“좋아, 킨젤로로부터 뭐든 지토의 눈에 대한 정보를 수확해서 공유하도록 하지.”
“그들이 베일 경을 원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보를 쉽게 내어줄까요?”
“지토의 눈을 똑똑히 거론하는데도 모르는 척을 하거나 말이 없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절대 발설하면 안 될 정도의 정보라는 뜻이니.”
“그것도 그렇네요. 지금 바로 갈 생각이신 것 같은데, 그래도 저랑 차 한 잔 정도는 하시죠? 저는 붉은부엉이 같은 공간이동함이 없어서 일반 함선을 타고 왔거든요.”
“당연히 그래야지. 공간이동함은 추후 양산이 가능해질 때 성국으로 보내줄게.”
“오호, 이렇게 또 하나 약속을 받아내는군요. 고마우니까 차는 손님인 제가 직접 타오도록 하죠!”
* * *
킨젤로 신본부.
그들은 드디어 오늘, 오매불망 염원해왔던 생명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한껏 들떠 있을 예정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이미 베일은 산드라와 계약을 맺었으니, 기쁨이 반감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르갈은 진이 앞에 있는데도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 이미 산드라 지플과, 계약을 해버렸군……. 듣고도 믿기 어려웠는데 말이지.]“그렇게까지 실망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내가 다 미안해지는군. 어쩌겠나, 오르갈. 베일의 봉인이 해제되자마자 벌어진 일인데. 아무튼 나는 약속을 지켰다. 그 내용에 베일과 네가 독대하는 건 없었으니, 모든 대화는 내가 듣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게 좋겠어.”
[후우, 그건 상관없다. 콜록…….]“다행이군. 그리고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
[무엇이지?]“너희는 마왕 지토를 어떻게 생각하지?”
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오르갈은 연신 기침을 내뱉었다.
다행히 조금은 호전이 된 모양인지, 전처럼 피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