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06)
제 777화
179화. 피할 수 없는 함정(6)
[히스터가 다녀간 사실을 어떻게 알았죠?] [또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모기가 등을 문 걸 꼭 확인해봐야 알 수 있나? 나는 어머니의 일부다. 그리고 휴페스터의 혼기는 모두 어머니의 힘으로 구성되어 있지.]디푸스가 로사로부터 받은 힘은 일리나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었다.
‘차라리 내게 주지, 어째서 4기수한테…… 그래도 룬칸델의 핏줄이 우선이라는 건가. 이제 와서?’
디푸스는 일리나의 속내가 훤히 보이는 듯 조소를 머금었다.
[언제쯤 그 오만을 떨쳐낼 수 있을까…… 너와 조슈아는 닮은 점이 많아. 가진 건 배경뿐이면서 욕심만 가득한 것도,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동요하는 것도.] [흥, 가주께 힘을 받더니 내가 마냥 우습나요?] [우습지. 아직도 어머니를 통해 헬루람을 부활시킬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이…… 너는 어머니를 경외하지만, 충성을 바치지 않고 있다. 네 충성은 여전히 헬루람을 향하고 있어.] [네, 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그런데 예언자. 헬루람이 깨어날 일은 없다. 어머니께서 정말 세상의 종말을 바라고 계실 것 같나?] [종말, 그건 가주께서 완벽한 흉신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일 뿐입…….]일리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설마, 가주께서는 완전한 신격을 획득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뜻인가요?] [그래. 룬칸델의 이름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기억하고 숭배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재와 먼지뿐인 세상은 통치할 가치가 없거든. 넌 흉신이 된 어머니의 본능이 결국 종말을 원하게 될 거라고 믿을 테지만, 계속 그러다간 머잖아 조슈아 같은 신세가 될 거다.]천천히, 디푸스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상체에 붙은 영원화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었다.
[알아들었으면 감당하지도 못할 불을 붙잡고 있으면서 시간 그만 버리고, 가서 네 일을 해라. 곧 막내가 올 거다. 그 녀석은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으니.] [……당신에게 붙은 불 때문에 우리가 잠시 침공을 멈춘 게, 12기수에게 기회일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이곳을 치러 온다 한들, 여전히 우린 압도적으로 유리할 텐데요.] [이젠 답답할 지경이군. 이러니 너나 조슈아가 매번 막내에게 당하기만 한 거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위기다. 어머니가 운신할 수 없고, 내게 붙은 불은 막내가 올 때까지도 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전투가 벌어지면, 내가 막내에게 밀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질 수도 있다고요?] [그래. 그러니 판을 짜야 한다. 설령 내가 지더라도, 룬칸델은 지지 않는 판을.]* * *
진은 베라딘과 제피린에게 발레리아가 알아온 정보를 공유해주었다.
“……그러니까 지금 검의 정원이 인세 침공을 멈춘 이유는, 네가 4기수에게 타격을 줬기 때문이라는 것인가? 그건 히스터가 숄 제후국에 남은 차원문의 기록을 읽어 확인한 거고.”
“그래.”
“그간 검의 정원 측의 주요 전력들은 죽어도 금세 부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4기수가 며칠이 넘도록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당했다…… 이건 꽤 특별한 이야기로군. 그들이 가진 재생력은 흉신으로부터 나올 텐데, 뭔가 문제가 생긴 건가.”
“문제가 생겼든, 생기지 않았든. 흉신이 당장 4기수를 회복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거의 확실하군요. 진 경이 왜 그리 빨리 움직이자고 주장했는지 알겠습니다.”
베라딘과 제피린의 말에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가 급해. 4기수가 회복되면 다시 대규모 순간 이동을 통한 인세 침공이 시작되겠지. 이미 우리 티칸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그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고, 대응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우리가 당하지 않은 것도 어디까지나 놈들이 침공하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야. 이런 식으로 몇 번만 더 침공당하면, 흉신과 결전을 치르기 전에 인세가 끝장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번 역습에선 포로 구출뿐만이 아니라, 추후 그들의 대규모 순간 이동을 억제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정확하다, 베라딘. 이번에 그걸 못 찾으면 미래는 없어.”
“준 전면전이라 부를 만한 병력이 동원되어야겠군요. 어차피 구출한 포로들을 데려오려면 각 세력의 함대 전력은 필수고 말이죠. 사실상 흉신과의 결전을 위한 예행연습이 되겠군요…….”
“병력뿐만이 아니라 특별 기술자나 연구원들도 같이 가야겠군. 대규모 순간 이동에 관한 단서를 찾으려면 말이야.”
지플에선 마탑 최고의 연구원들과 베라딘, 킨젤로는 차가운 조가 이미 붙잡혔으니 부바르와 오르갈, 그리고 티칸에선 발레리아와 콰울, 라트리 같은 이들도 전선에 직접 나서야 했다.
“이틀 후 새벽으로 정하는 게 어떻겠나, 진.”
“나도 그때가 좋을 것 같네요. 임시 동맹 최대 전력 중 하나는 내 주인인데, 최소한 그 정도 시간은 휴식을 취해야 위명에 걸맞은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지금도 지쳐서 회담에 날 대신 보냈으니까요.”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건 작전의 세부적인 요소를 정하는 일과, 이틀 내로 디푸스가 회복하지 못하기를 비는 것이었다.
* * *
1803년 5월 22일 새벽, 사춘기 호의 갑판 위 선두 부근.
역습의 시간이 다가왔다. 발레리아는 그간 계속 숄 제후국의 차원문을 살폈는데, 다행히 혼돈의 차원문이 다시 개방된다는 기록은 나타나지 않았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냐? 네 불은 특별하다고 했지. 지금까지도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거다, 그 디푸스라는 놈은.]베일이 말했다.
진은 이 눈치 없는 옛 십대기사에게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 그냥 입을 닫았다. 메리에게도 베일의 목소리가 들렸을 터였다.
메리는 베일의 말에 달리 반응하지 않고 어두운 하늘 저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티칸의 참전 인원은 현재 메리와 코스모스의 함대에 탑승한 채 오르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강철문을 통해 리칼튼 중심부와 근처의 휴페스터 영해로 단숨에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막내.”
“말씀하십시오, 누님.”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디푸스 오라버니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안일한 생각 따위는 하지 마라. 룬티아 언니랑은 달라, 오라버니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게 오라버니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예.”
진도 같은 생각이었다. 처음엔 디푸스를 룬티아처럼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으나 이제는 가망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디푸스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어설픈 마음으로 그를 상대하다간, 지금 자신과 함께 이 배에 탑승한 동료들이 죽어나갈 터였다.
단테를 구하기 위해 검황성전에 지원을 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멀 연합은 현재 거의 모든 전력을 동원한 상태였다.
메리와 토나 형제를 비롯한 룬칸델의 생존자들부터 시작해 티칸에 상시 대기하던 주요 인물들은 물론이고, 무명과 비궁, 제국에서도 대규모 전력이 참전한 것이다.
사실상 카시미르와 국왕 직속 수비대만 남고 전원이 전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으, 진 공자. 우리가 리칼튼에 도착하자마자 티칸이 공격당하지는 않겠죠?”
“그럴 때를 대비해 붉은부엉이를 남겨둔 것이다, 엔야. 아까까지도 발레리아가 차원문의 기록을 읽었고.”
퀴칸텔이 엔야의 물음에 답했다.
“후우, 그래도 걱정되네요. 특히 유리아…… 괜찮겠죠? 우리가 없는 사이 그 애가 무너지면 어쩌나,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국왕님은 계속 상황 대기 해야 하니 유리아를 챙길 여력이 없을 텐데, 스승님이 누굴 달래는 걸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베리스가 의외로 유리아랑 잘 노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잖아. 핀테랑 코우도 있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리가 무사히 작전을 끝내고 돌아가는 것만 생각해.”
“그래, 엔야. 네가 티칸 마법대의 수장이라는 걸 잊지 마. 네가 집중하지 못하면 수하들은 더 불안해해.”
철컥, 알리사가 건틀릿을 점검하며 엔야의 머리를 헝클었다.
“윽, 알겠습니다. 수비대장님.”
“너는 제국에 좋은 기억이 별로 없겠지만…… 리칼튼에 잡혀간 제국민들은 대부분 그때의 너처럼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야. 그러니 그들을 구해서, 다시 일상으로 돌려 보내주자.”
“에이, 제가 설마 제국 사람들 구하는 게 껄끄럽겠어요? 그저 수비대장님 딸이 걱정됐을 뿐이지. 절 그렇게 보셨다면 섭섭하네요! 설령 포로 중에 절 괴롭힌 귀족들이 있다고 해도 아무 상관 없거든요. 훗, 이미 진 공자 덕에 다 극복하고 지나간 일이라고요.”
“그냥 한 말이야, 귀염둥이. 우리 엔야가 착한 건 내가 제일 잘 알지.”
“그래, 그래. 잡혀간 사람들 중에 내 공식 팬클럽과 네 비공식 팬클럽의 회원들도 분명 섞여 있을 거라고. 우리가 회장이니 구해줘야지.”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하십시오, 산드라 아가씨.”
“헤도, 너 혹시라도 우리 회원이 있는 자리에선 내 본명을 부르면 안 된다. 반드시 노다브 사르생이라고 칭해, 알았어? 내 신비감이 훼손되지 않도록.”
“후우.”
“그나저나, 오르갈이 늦는군……. 벌써 작전에 차질이 생긴 건 아니겠지.”
발카스가 회중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새벽 3시 7분.
고작 7분이 늦었을 뿐이지만 작전 규모가 규모인 만큼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었다.
오르갈의 차원문을 이용하는 티칸과 달리, 지플과 킨젤로는 함대가 직접 리칼튼으로 비행하는 중이었다.
지플의 함대(제국 측 전력도 함께 탑승했다)가 리칼튼 북쪽 경계선에 다다르고, 킨젤로의 함대가(이쪽엔 비궁과 무명이 탑승했다) 서쪽에 도달하면 오르갈이 티칸의 병력을 리칼튼 중심부와 영해로 나눠 이동시키기로 한 것이다.
재깍, 재깍, 철렁……!
예정된 시간이 계속 지체되는 사이 밤하늘에 물든 파도가 연신 함대에 닿아 부서지고 있었다.
그렇게 30분이 넘어가자 슬슬 함대 전체의 불안감이 커져가는 와중, 드디어 허공에 거대한 강철문이 형성되는 모습이 보였다.
“오르갈!”
강철문을 빠져나온 오르갈은 벌써 꽤 지친 기색이었다.
[늦어서 다들 걱정했겠군. 작전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다. 오히려 호재가 발생했지.]“호재?”
진이 묻자 오르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어떻게 호재인가?”
[그 폭주는 흉신의 잠꼬대 같은 것이다, 진. 지금 흉신은 모종의 이유로…… 아마 절망을 받느라 운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 침입이라는 외부 자극에 순간적으로 움찔한 것이겠지. 이번 전투에서 흉신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