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07)
제 777화
179화. 피할 수 없는 함정(7)
임시 동맹이 작전을 펼치기 앞서 가장 우려했던 게 바로 흉신의 참전이었다.
[물론 리칼튼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흉신의 상태에 변화가 생기는 걸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한 번 폭주를 일으켰으니 정상화까지는 흉신에게도 다소 시간이 필요할 터, 내가 보기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군. 리칼튼에서 며칠을 싸울 게 아니라면.]오르갈의 말대로 로사가 직접 참전하지만 않으면, 작전 성공률은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디푸스가 흉신의 일부 권능을 내려 받아 초월적인 무력을 보유하게 되었으나 그는 영원화 때문에 부상에 빠졌다.
온전한 상태라 할지라도 그 혼자 임시 동맹 최고 수준의 전력들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물론 디푸스 외에도 파들러나 라이오넬 같은 강자들과 혼돈의 군대가 있으나, 흉신만 없다면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서서히 강철문이 하강하기 시작했다.
강철문은 해면에 닿으며 두 개로 나뉘었는데, 한쪽은 코스모스를 비롯한 포로 구출조가 향할 휴페스터 해역, 다른 한쪽은 사춘기 호가 들어설 리칼튼 중심부로 이어져 있었다.
“코스모스, 정신 똑바로 차려라.”
“걱정 마십쇼, 메리 대장님. 이 코스모스의 함대는 붙잡힌 역사가 없습니다. 그러니 대장님만 신경 쓰십시오, 아직 상처가 다 회복되지 않으셨잖습니까.”
“주군, 다녀오겠소.”
[내가 이깟 해적 놈들이나 호위하는 신세라니…….]발카스와 베일이 말했다.
두 사람은 코스모스의 함대가 해상에서 다시 리칼튼으로 안전하게 상륙할 때까지 호위한 후 본대에 합류하는 역할이었다.
“이깟 해적이 아니라 포로 수송을 위한 최중요 인력이다. 동맹들이 리칼튼 항구에 길을 열 때까지, 단 한 척도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해.”
[쳇, 알았다고.]“그리고 무사히 합류해라. 베일 너도, 발카스 경도.”
사춘기 호가 오른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한동안 무운을 비는 말들이 오갔고, 배들은 각자 들어설 문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 * *
새벽 4시 15분, 리칼튼 북쪽 경계선.
임시 동맹의 작전이 본격적으로 개시된 후 약 한 시간이 흘렀다.
지플의 함대는 대공망을 뚫고 순조롭게 진입하고 있었다.
비록 총공세 당시엔 람에게 당해 그 위용을 드러내지 못했으나, 지플의 함대는 명실상부 인류 최대의 전력이었다.
쉴 새 없이 달려드는 혼돈룡과 흑선은 그저 불에 닿은 나방처럼 재로 산화될 뿐이었다.
함대 방어막을 뚫으려면 파들러 같은 초월적인 강자가 필요했다.
“오르갈의 말대로 흉신의 폭주가 있었기 때문인 건가. 어쩐지 룬칸델은 병력을 소모 시키며 시간을 벌려고만 하는 것 같군…….”
베라딘이 마법으로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리칼튼의 절망 상황엔 아직까지 큰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단테 하이란,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놈들이 시간을 벌고 있는 것 같나, 아니면 함정을 판 것 같나?”
단테가 고개를 돌려 베라딘을 바라보았다.
평소의 단테라면 베라딘의 낯선 모습을 보며 잠깐이라도 생각에 잠겼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후자일 것 같소. 그저 감일 뿐이지만 말이오.”
“나도 그래. 이대로라면 30분 내로 오르갈과 제피린이 알아낸 제1포로수용소에 닿을 텐데, 이미 포로들을 옮긴 건가?”
“속도를 높여서 확인하는 게 어떻겠소? 어차피 함정이라 한들, 포로수용소 너머 리칼튼 성까지는 반드시 진격해야 하오. 우리와 지플이 맡은 임무는 제1, 2수용소의 포로를 구출한 후 진과 바멀 연합을 지원하는 것이니.”
“하긴, 예정대로라면 진과 티칸의 전력이 리칼튼 중심부에 슬슬 들어섰을 테지. 네 의견대로 하는 게 좋겠어. 어떤 종류의 함정이든 천천히 살피면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함정이 아니라면, 4기수가 계속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는 뜻이니 기회일 테지.”
베라딘이 명령을 하달하자 함대가 속도를 높였다.
키에에엑, 콰드득……!
방어막에 부딪혀 박살나는 흑선의 파편과 혼돈룡의 시체가 쉴 새 없이 시야를 가렸다.
약 10분 뒤 지플의 함대는 혼돈의 방벽에 가려진 제1포로수용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달려드는 혼돈룡과 흑선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어, 위협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감옥이 저렇게 해괴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건 흉신의 의지인지, 아니면 4기수의 개인적인 취향인지 궁금하군. 만나면 물어봐야겠어.”
상공에서 내려다본 내부는 일반적인 수용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우선 방벽의 안쪽 중앙에 성채처럼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가 존재했다.
나무엔 반투명한 검은 열매가 가득했고, 열매마다 약 오십여 명의 포로가 갇힌 듯 보였다.
거인 형태의 괴물들이 한 알씩 열매를 따는 모습도 확인되었는데, 놈들은 함대가 나타난 걸 보고도 달리 반응하지 않았다.
함대에 격하게 반응하는 건 열매 안의 포로들뿐이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포로들은 함대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열매 내부를 주먹으로 두들기고 긁어댔다.
그래서 흐른 피 때문에 순식간에 붉은 기가 도는 열매가 보일 정도였다.
베라딘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달리 감흥이 없는 반면 단테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저들 중 대다수가 제국의 포로였다.
“음, 역시 이상하군. 우리가 여기 닿자마자 갑자기 리칼튼의 절망 농도가 짙어지고 있다, 단테 하이란.”
본래라면 당연히 그 반대여야 했다.
열매 속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지플의 함대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살았다’일 테니까.
하지만 지도에 표시되는 절망은 계속 진해졌고, 단테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다시 지상을 살폈다.
감각을 끌어올리자 열매에 갇힌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오면 안 돼. 오지 마!
너무 희미해서 포로들이 정말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으나, 그들의 몸짓은 분명히 보였다.
포로들은 열매를 두들기거나 긁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어서 돌아가라는 듯 마구잡이로 손을 휘젓고 있기도 했다.
‘……아, 절망이 짙어진 이유를 알겠군. 4기수는 여기 있는 포로들에게 미리 알려준 거다, 우리가 와봤자 함정에 빠질 거라고. 혹은 세뇌를 했거나.’
후자였다.
예언자는 제1수용소에 있는 포로들의 정신을 조작해, 임시 동맹의 구조대가 이곳에 찾아와도 ‘소용없다’는 인식을 심었다.
임시 동맹은 이곳에 오는 즉시 함정에 빠져 너희들이 보는 앞에서 죽게 될 것이다.
그런 내용의 인식을.
“소가주! 마력 반응입니다, 수용소에서 마력이 퍼지고 있습니다!”
한 마법사가 소리쳤다.
함정이라면 당연히 혼돈의 기운이나 군대가 함대를 덮칠 줄 알았건만, 난데없이 함대 사방으로 마력이 펼쳐지고 있었다.
“보호막 최대 전개해.”
다행히 수용소에서 퍼진 마력이 마법으로 바뀌는 것보다 함대가 보호막을 강화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물?’
수용소에서 솟구친 마력은 함대 전체를 아우를 정도로 거대한 그물이 되었는데, 그 자체로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보호막에 달라붙은 그물은 함대의 움직임에 제한을 줄 만큼 강한 억제력이 없었다.
“폭풍 형태의 혼기도 몰려오고 있습니다!”
“보호막으로 막지 못할 수준은 아닙니다.”
이어지는 선내 마법사들의 보고대로 혼기 폭풍이 함대를 강타했다.
함대가 조금 휘청이긴 했으나 마력 그물과 마찬가지로 보호막이 뚫릴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다.
‘마력과 이 애매한 혼기가 뭘 의미하는 거지?’
지도 속 절망의 농도가 쉴 새 없이 짙어지는 와중, 곧 무언가를 깨달은 듯 베라딘이 고개를 들었다.
“소가주, 충분히 돌파 가능합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아니, 전 함대 대기하라! 이건 환영 마법이다.”
“환영 마법이라고?”
단테가 베라딘을 보며 물었다.
“그래. 소실된 어둠계 환영 마법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다들 잘 들어라! 지금 포로들의 눈에는 우리가 무참히 전멸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우리가 멀쩡한데도 절망 수치가 높아지고 있는 건 바로 그 이유지.”
정확했다.
지금, 포로들은 모든 것이 예언자의 계획대로 흘러간 ‘환영’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이미 전 함대가 폭발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혼기를 뚫고 나아가서 우리가 멀쩡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면 되지 않소? 베라딘 공.”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단테. 그런 식으로 해결하면 포로들의 정신을 지배한 환영을 무너뜨릴 수 없다. 우리가 그들을 모두 구해서 괜찮다고 말해도 포로들은 계속 환영에 갇혀 있게 돼. 그러면 절망은 계속 커지겠지?”
“……어떻게 해야 하오?”
“더 큰 힘으로 마법을 어그러뜨리는 게 아니라, 술식을 해제해야 한다. 함대를 뒤덮은 그물…… 이걸 마법사들이 하나하나 역으로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오? 나는 마법을 잘 모르나, 그리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될 것 같소만.”
“맞아, 최소 세 시간은 필요할 거다.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면 그냥 포로들을 다 죽이면 돼. 죽은 포로들은 환영에서 풀려날 테니, 절망이 더 커지지는 않겠지.”
“그건 용납할 수 없소.”
“그렇게 말할 것 같았어. 그런데 말이야, 이건 우리가 내내 예견한 대로 함정이다. 의도도 아주 뻔하지. 시간을 벌려는 거다. 우리 진입을 늦추기 위해서. 아마 4기수 본인의 부상 때문일 테지. 작전이 개시되기 직전까지도 그가 회복했다는 정보는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즉, 포로들을 구하며 4기수의 의도대로 움직여 주느냐…… 아니면 포로들을 희생시켜 4기수에게 몇 시간 더 빨리 닿느냐의 선택이라는 뜻이오?”
“맞아. 그래서 나는 일단 멈추라고는 했지만, 사실 고민이 되는군. 포로들을 죽이고 나아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디푸스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포로들을 우리 손으로 죽이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하였소.”
“그러니까, 너도 뭔가 근거를 제시해봐. 우리가 알면서도 디푸스의 함정에 놀아나야 하는 근거를.”
베라딘을 노려보는 단테.
이내 단테는 냉정을 되찾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개인이나, 제국의 수호자이자 검황의 후예요. 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나, 매우 특별한 존재라고 할 수 있지.”
“어떤 얘기를 할지 감이 오는군. 구미가 조금 당기려고 하는데, 계속해봐.”
“진이 처음 흉신이 조슈아를 사용하는 이유를 추정한 후, 오르갈은 특별한 존재의 절망이 흉신의 완성에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었소. 따라서 내 절망 또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있소. 그러니 이대로 포로를 죽이고 앞으로 나아가면, 내 절망이 너무 커질 것이오.”
베라딘은 단테를 보며 눈을 몇 번 껌뻑이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좋아, 받아들이도록 하지. 일리가 있어. 함대 전 마법사는 지금부터 속히 술식 해제를 준비한다. 각 부대 책임자 및 최고위 마법사들은 모두 기함으로 모이도록. 시범을 보여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