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26)
제 777화
183화. 내면에서 시작된 전초전(2)
비궁 7검의 콰이안이 시리스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대장, 설마 진 경처럼 정신 공격을 받은 겁니까?”
“……그래. 바멀 연합과 임시 동맹들에게도 나처럼 로사의 정신 공격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라스, 너는 티칸으로 가서 상황을 확인해. 모트를 내어주겠다.”
“알겠습니다.”
시리스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장을 찾았다.
여전히 정좌한 채 명상하고 있는 진의 모습이 보였다. 진은 고통스러운 듯 식은땀을 흘렸으나 계속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길리와 발레리아, 콰울의 침소 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그중 로사의 정신 공격을 받은 건 발레리아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시리스보다도 더 타격을 받은 듯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정신을 붙잡기 위해 악다문 입 사이로 핏물이 흘러나올 지경이었다.
발작하는 발레리아를 길리가 온몸으로 붙들어 매고 있었다. 발레리아의 의지와 관계없이 폭주하는 마력이 길리의 몸에 잔상처를 남겼다.
“아이고, 우리 발레리아. 이를 어째!”
“정신 사나우니까 호들갑 떨지 마, 콰울! 로사의 정신 공격이다.”
“정신 공격이라고요?”
“길리, 조금만 더 붙잡고 있어요.”
시리스는 냉기를 일으켜 발레리아의 몸을 식혔고, 발레리아는 그렇게 몇 분 정도가 흐른 다음에야 정신을 차렸다.
“헉, 헉, 헉……!”
가쁜 숨을 내뱉는 발레리아.
그녀는 로사의 정신 공격이 만들어낸 허상 속에서 현재의 동료들뿐만이 아니라, 과거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회색부엉이 용병단이 몰살되는 모습을 겪은 상태였다.
“좀 괜찮나?”
시리스의 물음에 발레리아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 역시 시리스처럼 진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시점부터.
티칸과 드락카, 그리고 킨젤로의 신본부와 제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각 세력마다 한두 사람씩 로사의 정신 공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티칸에서는 카시미르가, 드락카에서는 베라딘이, 킨젤로 신본부에서는 마르지엘라가, 그리고 제국에서는 단테가 공격을 받았다.
의외로, 그중 집단 전체가 가장 타격을 받은 건 킨젤로였다.
“대, 대공! 오셨습니까! 마르지엘라가 또 폭주를……!”
“우리 마르지엘라 양 좀 어떻게 해주십시오!”
아이나스와 부바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콰아아앙-! 텅!
마르지엘라가 폭주하며 퍼뜨리는 보랏빛 기운에 신본부의 지하가 박살 나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서 베락트와 조, 비앙카와 란케, 그리고 비슈켈이 힘겹게 기운을 막아내는 중이었다.
마르지엘라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정신 공격을 받더라도 이토록 폭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막 도착한 제피린은 곧장 그들에게 합류했다.
“비슈켈 경, 경은 이제 빠지십시오.”
제피린이 달려가 비슈켈의 옆에 서며 말했다. 비슈켈은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제 동생입니다.”
본래 비슈켈은 킨젤로 내에서 가장 냉정한 편에 속하나 마르지엘라와 관련한 일이라면 늘 평정심을 잃고는 했다.
“경이 마르지엘라 양에게 가진 죄책감과 부채감은 나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르지엘라 양이 돌아왔을 때, 경이 다친 모습을 보면 과연 좋아할까요?”
“아직 괜찮습…… 컥.”
제피린이 비슈켈의 뒷목을 후려쳤다. 그녀는 기절한 비슈켈을 부바르에게 던지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하필 이 시기에 이런 폭주라니…… 설마 흉신이 마르지엘라 양에게 귀속된 존재를 알아본 건 아니겠지.’
제피린이 합류하고도 한동안 마르지엘라의 폭주는 제압되지 않았다.
오르갈이 일부 힘을 되찾으며 제피린 또한 강해졌음에도, 마르지엘라와 신본부가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제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르지엘라의 폭주가 멈춘 건 그로부터 세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그때쯤 티칸에서의 회의를 끝낸 오르갈이 신본부로 복귀했다.
상황을 살핀 오르갈은 골머리가 썩는 듯 이마를 짚었다.
[다들 고생했다. 특히 부단장이 많이 괴로워했겠군.]“주인, 회의에서 정신 공격에 대한 대응책은 좀 나왔습니까? 이대로 마르지엘라 양이 계속 폭주하면, 임시 동맹들도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될지 몰라요. 무엇보다 흉신과의 결전을 앞두고 이런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고 말이죠.”
[대응 방법의 존재는 확인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더군.]“그럼요?”
[진 룬칸델. 이번에도 그가 핵심이다.]오르갈의 설명은 이랬다.
현재 전 세력에 무작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정신 공격은, 진의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사와의 전쟁에서 그가 승리해야만 사라진다.
[애초에 진에게만 적용되던 정신 공격이 다른 인원들에게도 퍼진 이유는 그가 지금 로사와의 싸움에서 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더군.]그건 오르갈이 비궁에 들러 진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였다. 진 스스로도 ‘추정’이라 말하긴 했으나 거의 확실했다.
-내가 로사에게 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내가 잘 버텨내고 있을 땐 문제가 없었지. 보다시피…… 지금 내 상태가 좀 안 좋아.
-[그렇긴 하군. 옷만 추레하게 입혀 놓으면 영락없이 죽을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겠어.]
진이 비궁에서 생활을 시작하고 고작 나흘이 지났을 뿐이었다.
그 야윈 모습을 본 오르갈은, 정신 공격이 당장 끝나더라도 진이 남은 열하루 안에 최고의 몸 상태로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흠, 주인. 그럼 그 악마가 지금보다 더 열세에 몰린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 공격이 퍼지게 되는 거다. 방금 회의에서 확인한 바, 이미 지금도 실시간으로 흉신의 정신 공격에 노출되는 인원이 늘어나는 중이다.]“부조리하군요.”
[상대가 신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최악의 경우, 단지 결전 날을 옮겨야 될 뿐만이 아니라…… 진 룬칸델이 아닌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할지도 모른다.]“후우. 결국 가만히 앉아 진 경이 이기기를 기도하는 게 제일 낫다는 이야기로군요. 마르지엘라 양을 막으면서 말이죠. 적어도 우리 킨젤로의 나머지 인원은 정신 공격을 당하더라도, 저렇게까지 폭주하지는 않을 테니.”
한동안 오르갈과 제피린은 병상의 마르지엘라를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 * *
베라딘과 단테는 수룡 투얀의 등에 탄 채 드락카 상공을 날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어둡고 피폐한 얼굴이었다.
“이제 일반인들에게까지 정신 공격이 퍼지고 있다, 검황성주. 제국 상황도 마찬가지일 테지.”
정신 공격이 시작되고 정확히 일주일이 흘렀다.
이제는 민간 곳곳에서도 로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쳐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때문에 임시 동맹은 정신 공격에 대한 내용 또한 대중에게 공개한 상태다.
진이 로사의 정신 공격을 이겨내야만 이 사태가 종료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
광장 위를 선회하는 투얀의 아래로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단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한곳에 모여 염원하는 게 전부였다.
“처음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서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지금도 마찬가지야. 다만 이런 행위가 전 세계에 퍼진 절망의 크기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지.”
당연하게도 정신 공격이 시작된 후부터 베라딘의 지도 속 절망도 커져 가는 중이었으나, 사람들이 모여 진을 응원하거나 기도하자 극히 조금이나마 증식이 늦춰졌다.
“그것이 연대의 힘이오, 베라딘 공.”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근본적으로 흉신의 정신 공격이 끝나는 건 범인들의 연대가 아니라, 진이라는 한 특별한 개인의 승패에 달려 있어. 저들은 그저 절망의 증식을 아주 조금 늦추는 정도지. 사실 크게 유의미한 수준도 아니야. 쓸데없는 짓에 더 가깝다.”
퍽!
별안간 단테가 베라딘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물론 오러는 싣지 않았으나 베라딘은 골이 통째로 흔들리는 충격에 잠시 고개를 떨궜다.
“왜 때리나? 대단한 결례라는 건 잘 알 테지.”
“아, 이런. 나도 요즘 예민해진 모양이군. 미안하오, 말하는 게 너무 재수 없어서 나도 모르게 주먹이 나갔소.”
“이해하지. 하지만 두 번째는 용서가 안 될 것 같으니 조심해라.”
“하지만 베라딘 공, 그대는 할 수 있소?”
“무엇을?”
“그대 혼자서, 이 아래 모인 민중들처럼 잠깐이라도 절망의 증식을 늦출 수 있냐는 말이오.”
“못 한다.”
“그렇다면 저들이 무의미한 짓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시오. 아니, 설령 그대 혼자서 가능한 일이라 할지라도 무엇이라도 하고자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모독할 수는 없소.”
“이해는 안 가지만 고려는 해보지. 그렇게 하는 쪽이 얼마 안 남은 우리 임시 동맹의 결속에 더 효과적인 것 같으니.”
“혹시 모르는 일이오. 실제로 민중들이 모이고 있는 게 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도 있소. 그 덕에 진이 결국 홀로 치르고 있는 내면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있고 말이오.”
단테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극미하게 절망의 증식을 늦추고 있는 저들의 힘이, 진을 돕고 있으리라고 말이다.
“그러니 어서 저들을 격려하고 제국으로 이동하는 게 좋겠소. 제국의 광장에도 백성들이 모여 있소. 그대는 또 우리가 격려하는 게 무슨 의미냐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요. 지도자의 의무이기도 하지.”
베라딘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테의 의견에 진짜로 동의하지는 못했으나, 괜히 한 대 더 맞았다가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단테의 말대로, 조금이라도 이 행위가 진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조건 하는 게 옳기도 했다.
* * *
정신 공격이 시작되고 열흘이 흘렀다.
진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명상하는 것조차 힘에 부쳐 몸을 떨었고, 물과 음식은 아예 입에도 대지 못했다.
세계 전반에 퍼진 로사의 정신 공격은 매일 더 커지고 있었다. 정신 공격에 노출되는 민간인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각 지역마다 하루 백여 명 정도씩 보고되던 게 이제는 천여 명에 다다르고 있었다.
결전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닷새.
그 안에 이 모든 혼란이 수습되고, 진이 최고의 상태로 로사와 싸울 수 있으리라 믿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때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일이 있다.
지금 비궁에서 진을 바라보고 있는 동료들이 그랬다. 동료들은 이러다 진이 갑자기 죽어버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결전 날을 늦춰야 할 것 같아요. 이대로 도련님이 닷새 뒤 출전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길리가 훈련장 멀리서 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 그래도 티칸 국왕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길리. 회의에서 정신 공격이 끝날 때까지 결전을 무기한으로 연기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더군요.”
“예, 소궁주께서도 좀 쉬십시오. 안색이 너무 안 좋습니다.”
“어차피 쉰다고 해서 나아지는 게 아닙니다, 이 정신 공격은.”
시리스가 대답한 순간, 별안간 진이 몸을 일으켰다.
후들후들 떨리는 두 다리가 금세 쓰러질 것 같아, 길리와 시리스는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도련님!”
“진.”
“아니, 연기는…… 의미가 없어.”
“그럼?”
“시리스 님, 이제 폐관 수련장을 써야겠습니다.”
“저번에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은 했지만, 진. 그 몸으로 혼자 폐관 수련장에 들어가는 건 무리야. 그 안에서 갑자기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가 도울 수도 없어.”
“자세히 설명할 힘이 없습니다. 그냥 폐관 수련장을 열어주세요. 지금 현실에서는 말을 하는 것도 힘에 부칩니다…….”
진이 현실에서 야위어가고 있다는 건, 그만큼 내면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격해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제 진은 이정표가 되어주는 동료들의 친근한 소음 없이, 홀로 그 싸움을 끝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리스는 이를 악물며 진과 눈을 맞추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지금 바로 개방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