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32)
제 777화
184화. 숙명을 넘어(5)
알 수 없음.
발레리아가 기록 창을 펼쳤으나 성내의 정보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일반적인 전쟁이었다면 무명 같은 정찰대로부터 이미 첩보를 받았거나, 함대와 용을 통해 상공에서 대략적인 병력 규모를 파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은 그러한 모든 행위가 의미를 가질 수 없었다. 어둠 너머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든, 뚫고 나아가는 수밖에.
함대는 열리고 있는 문 양옆으로 펼쳐진 성벽을 향해 다시 포격을 시작했다.
성벽은 물리적 타격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함대가 성내로 진입하려면 그것을 부숴서 통로를 확보해야 했다.
고도를 높여 넘어가는 건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진은 한 걸음씩 성문으로 다가갈 때마다 점점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성문이…… 계속 열리고 있다.’
마치 진을 반기는 듯.
그가 가까워질수록 성문이 품은 어둠이 커지고 있었다. 적이 아니라 동맹의 입성을 허용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진 경.”
로닐이 말했다. 그와 더불어 옥타비아와 망령대 일부도 지상으로 내려온 상태였다.
“말씀하시오.”
“성벽을 어느 정도 파괴한 후 진입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보란 듯이 성문을 계속 개방하고 있습니다.”
진이 대답하려는 찰나, 전장에 있는 모두의 귓속으로 한 불안하고 무거운 소음이 들려왔다.
그그그극…….
마치 동굴 속 괴물의 신음처럼 낮고 음울한 소음.
진과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람의 주포? 린 경이 실패한 건가!’
움직이고 있었다. 벌써 그 흉물스러운 포신에는 한 덩이의 거대한 혼기까지 맺힌 채였다.
함대는 포격에 사용하던 마력을 즉시 보호막 전개로 전환했다. 곳곳에서 돌발 상황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지며 푸른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지상의 인원들도 진을 중심으로 방어 태세를 펼쳤고, 람의 주포는 머금고 있던 거대한 혼기를 토해냈다.
파아아……!
진과 함대 사이에 람의 포격이 직선으로 내리꽂혔다.
그 자리에 있던 함선 다섯 척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그들을 없앤 검은 기둥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제4기함 피스트로 소멸!”
“4함대 기함 변경은 확인이 필요합니다, 약 10기 이상 소멸입니다……!”
“적기 주포 재장전, 예상 타격 지점 킨젤로 1함대!”
“산개 속도가 람의 재장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함대의 마법사들이 미친 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함대의 보호막은 람의 주포 앞에서 그저 종잇장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1차 총공세 당시 겪은 그 끔찍한 포격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날의 악몽을 떠올린 마법사들이 공포에 젖어들고 있었다.
람이 두 번째 포를 쏘았다.
그르닐 역시 킨젤로의 최고 기함이라고는 하나 함선 자체의 능력만으로는 결코 람의 주포를 감당할 수 없었다.
[칫!]다행히 포격이 닿기 전에 제피린이 그르닐의 위로 자리하며 숨결을 토했다.
1차 총공세 때와 달리 제피린은 주포를 직격으로 맞고도 몸이 뚫리지 않았다.
제피린이 더 강해진 이유도 있지만 람의 주포가 첫 타격보다는 약해진 결과였다.
하지만 주포가 약해진 건, 힘의 총량이 줄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주포 형태 방사형으로 전환! 피해 범위, 전 함대입니다……!”
거미줄처럼 퍼진 검은 유성우가 상공 전력 전체를 강타하고 있었다. 초가 지날 때마다 함선이 부서지고, 용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베일이 상공으로 날아오르며 금빛 권능을 펼쳤고, 오르갈은 상공 전체를 아우르는 보호막을 전개했다.
오르갈의 보호막이 완벽하게 형성되자 피해는 현저히 줄어들었으나, 람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 듯했다. 점점 더 장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이미 처음부터 상공 전력 전체의 고도가 낮아진 터라 응사는 애초에 불리한 구도였고, 그럴 여력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상공 전력은 곧 전멸, 혹은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신속한 판단이 필요했다. 베라딘은 이를 악물며 구름 아래로 삐져나온 람의 포신과 전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후퇴도 어렵다……. 아까 진이 뚫은 역장이 다시 형성됐어. 무리해서 역장을 뚫고 후퇴를 시도했다간 전멸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베라딘의 시선이 성문에 닿았다. 여전히 어둠을 드넓히며 열리고 있는 성문에.
어느새 성문은 함대가 진입하기에도 충분한 넓이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성벽은 람의 주포가 퍼뜨린 충격에 완벽한 직각을 이루던 형태를 조금 잃었으나, 함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함대 전진. 전 함대 성내로 진입한다. 지상에도 알려라!”
베라딘의 명령에 지휘관들은 잠시 흠칫했으나 곧바로 가속을 준비했다.
진과 지상의 영웅들은 함대의 신호를 읽으며 계속 방사되는 람의 주포를 요격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선두에 있던 코젝이 성문의 어둠에 닿았다. 함선들이 어둠 속으로 넘어 들어가는 모습이 이어졌다.
과연 베라딘의 판단은 효과가 있었다. 흉신의 성은 우산이 되어 내부로 들어온 함선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함대와 용들, 그리고 지상 전력들이 모두 성내로 진입을 완료했을 때.
남아 있는 함대와 용의 수는 약 7할이었다.
전체 상공 전력에서 3할이 사라지기까지 채 10분이 필요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동맹들은 잠시 멍해진 눈으로 성문 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들어올 때와 똑같은 어둠만이 펼쳐져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방금 어떤 경계를 넘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인세에서 흉신의 세계로 이어지는 경계를 말이다.
다만 람의 주포가 지상을 뒤집어놓는 무자비한 소음과 진동이 여전히 내부로 전해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임시 동맹은 저 포격으로부터 흉신의 성으로 탈출한 것이다.
그 사실에 동맹들은 적에게 자비를 구한 것만큼이나 큰 굴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성 내부는 성문 너머로 관측할 때와 달리 눈으로 구조를 확인하는 게 가능했다.
성의 규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무지막지한 공동.
남은 함대 전체가 내부로 들어왔건만 천장이 답답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성내가 아니라 어느 밤의 평원 한가운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밖에서 볼 때보다 훨씬 거대한 것 같군.”
“이렇게까지 넓은 공간을 만든 이유가 뭐지?”
“초전부터 외통수에 맞았군. 밖에 있으면 포격에 죽고, 피하려면 적의 성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라.”
동맹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말하며 주위를 살핀 순간, 돌연 바깥에서 전해지는 람의 포성과 진동이 멈췄다.
성문이 닫힌 것이다.
“끄아악!”
“크허어어억!”
그리고 문이 닫히자마자, 동맹군 중 가장 무위가 낮은 기사와 마법사들이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정신 공격.
출정 직전, 인세 전체를 압박했던 흉신의 정신 공격이 동맹들의 내면으로 침투한 까닭이었다.
함내엔 그 충격을 못 이기고 까무러치는 자들이 속출했고, 용들조차 몸을 비틀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신을 상대한다는 일의 부조리는, 그렇게 계속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일정 이상의 의지를 갖춘 이들에겐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지난번 진이 치른 내면의 전초전에서 로사가 타격을 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때의 로사는 의지와 무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무작위로 정신 공격을 퍼뜨렸으니까.
[리칼튼과 지난번 내계의 전초전에서 승리하지 못한 채 여길 왔다면, 지금 이미 전멸이었겠군.]오르갈이 진을 보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이 어둠 속에서 진의 몸을 희미하게 감싸고 있는 빛이 보이고 있었다.
그보다 격이 낮은 존재들은 확인할 수 없는 빛이었다.
[납치에 가깝긴 하지만, 어쨌건 초대와 환영식이 있었으니 응해주어야겠지. 실신한 인원들은 빠르게 수습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모두 느끼고 있겠지만, 이 싸움은 길어지면 우리에게 승산이 없다.]그 말이 정확했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에 타격을 받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으니 잠시 멈춰 있는 것조차 낭비였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가.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내부는 그저 공허할 정도로 드넓으며, 그야말로 평원과 같아 사방이 뚫려 있다.
어느 쪽에서든 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
최악의 경우, 사방에서 한꺼번에 적이 몰려올 수도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진에게 닿았다. 어둠에 갇히면 자연스레 불빛을 쳐다보게 되듯이.
진은 눈을 감은 채 혼기를 읽고 있었다. 사방이 지독한 혼기로 가득했지만, 유독 중앙 쪽에서 더 짙은 기운이 올라왔다.
이내 진이 걸음을 옮기자 동맹군이 그의 뒤를 따랐다.
백여 걸음을 갈 때마다 정신 공격에 혼절하는 인원이 추가되었다. 그걸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투를 벌이는 셈이었다.
그렇게 삼십여 분을 나아갔다. 그때까지 혼돈의 군대는 동맹군을 습격하지 않았다.
대신, 진과 동맹군은 이동을 멈춘 채 느닷없이 전방에 나타난 절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음 성벽을 공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비행으로는 넘어갈 수 없었다.
베일과 제피린이 비행을 시도해보았으나 절벽 위를 지나려는 순간 무언가가 잡아끌듯 고도가 확 낮아지는 것이다.
하마터면 두 사람은 예고도 없이 절벽 아래로 추락할 뻔했다.
절벽 너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야만 새로운 길이 형성되는 것이다.
흉신의 성 내부는, 철저히 지하로만 이어지는 구조였다.
진이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건가…….’
늪과 같다.
진의 생각대로, 로사는 동맹군을 세상의 가장 낮은 지점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곳까지 도달해야만 자신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다는 듯이.
“내가 먼저 내려가서 확인하겠다.”
진이 검을 뽑으며 말했다.
“아래에서 신호를 올려보내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니, 내가 내려간 후 10분이 지나도 별다른 소식이 없으면 나머지 최고위 전력이 차례로 진입하도록.”
평소라면, 그리고 진이 아니라면.
동맹들은 위험하다며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자는 의견을 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 진의 판단은 절대적이며, 그가 열 수 없는 길은 누구도 열 수 없는 길이었다.
진이 절벽 아래로 하강을 시작하자, 동료들은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어쩐지, 진이 함정에 당하는 모습은 떠오르지가 않았다. 아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이라 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