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66)
제 777화
189화. 굴러들어 오는 복들(1)
1803년 8월 20일.
르엣이 인세로 돌아오고 약 한 달이 흘렀다.
그녀는 집사장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가문을 휘어잡으며 능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10기수, 아무래도 중립 지역 오염지 지원을 강화하는 게 좋겠습니다. 지플이 점점 더 중립 오염 구역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으니, 우리가 치고 들어가 그들을 포섭해야 합니다.]“집사장님, 지플이 소극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은 대부분 얻을 게 없는 곳들입니다. 오히려 구제 후 휴페스터 연합에 소속시킬 경우 재건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갈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자원도 쓸만한 게 없고 사실상 기반부터 무너진 지역들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룬칸델의 위상입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우리가 잠을 좀 줄이면 그만큼의 목숨을 살릴 수 있죠.]“알겠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인재가 중요한 시기이며, 인재는 어디에서 갑자기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가문이 구제한 지역에서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저번에도 7기수가 구제한 지역에서 공학자들이 나왔었죠? 제 시대에도 그런 일이 많았습니다.]르엣은 단지 집사장일 뿐만이 아니라 지금의 룬칸델을 남게 한 선조다.
그녀가 오기 전까지 가문의 가장 큰 어른이던 전대 가주들조차 그녀에겐 까마득한 후손인 것이다.
게다가 진은 르엣의 업무 능력을 지켜본 후 내정에 관해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주기까지 했으니, 그녀는 현재 룬칸델의 실질적인 2인자였다.
[생도 총교관, 타샤 경.] [말씀하십시오, 집사장님.] [이번에 새로 받은 생도들이 모두 훌륭하더군요. 조장 선출이 끝나면 해당 인원들에게 명검을 하나씩 내리십시오.] [안 그래도 골라둔 검들이 몇 있습니다.] [또한 신입 생도들 중 기존 활동 무대에서 무리로 지내던 이들을 각별하게 신경쓰세요. 쓸데없이 파벌이 나뉘는 일이 없도록. 경쟁을 통해 투쟁심을 자극하는 것도 좋지만, 현 시국에 어울리는 방법은 아닙니다. 언제나 함께 투쟁해서 이겨야 할 목표를 설정하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발라스 경, 흑검회는 요즘 어떻습니까?] [크하하, 재건비 착복하는 놈들 잡아 죽이느라 칼에서 피가 마를 날이 없습니다. 죄다 잔챙이들이지만.] [아주 좋습니다. 휴페스터에서 일어나는 비리라면, 작은 것조차 흑검회가 직접 나서서 엄벌한다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어야 합니다. 단, 억울한 자는 한 사람도 있어선 안 될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정말 애매하다 싶은 놈들은 티칸의 왕녀에게 데려가 사실을 확인하고 있으니. 다만, 아무래도 전력 증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총교관께서 싹이 보인다 싶은 녀석은 이쪽으로 미리 좀 보내주면 좋겠소.] [호법회는 최근 가문 법전 편찬에 열을 올리고 계시죠. 읽어본 바, 5장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엄격한 감이 있습니다. 각 예법 기준을 조금 완화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집사장님, 그 부분은 타협하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시국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법전은 법전다워야 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대신, 예외적 상황에 따라 완화 적용될 수 있는 조항들을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훌륭한 대안이로군요, 그렇게 진행하십시오. 그리고 호민회장, 텔롯 경.]“예, 집사장님.”
[직접 돌아다니시며 기존 주민과 이주민들을 격려하고, 갖가지 분쟁을 미리 예방하고 계시는 건 아주 좋습니다. 호민회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구제민들 중 인재를 직접 살펴보는 일에 더 집중하시는 게 좋겠습니다.]“알겠습니다, 집사장님.”
[1등 집사, 페트로.]“예! 집사장님.”
[가문 재정 보고서들이 더 정돈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부서가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힘을 쓰도록 하세요. 그대는 1등 집사이자 소가주의 전담 집사이니 그 정도는 해야 합니다. 그리고 루테로 연방 암시장 판매금에 대한 사항이 하나 누락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실수, 두 번은 용납할 수 없어요.]“죄송합니다, 즉시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만하면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군요. 다들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도록 합시다. 다음 회의는 새벽 두 시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룬칸델의 일원들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 따로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불만을 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르엣은 권속들을 미친 듯이 쪼아대면서도 동시에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르엣의 명을 수행하러 나가고 두 시간 후, 진이 회의실을 찾았다.
르엣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예를 갖춰 그를 맞이했다.
“집사장.”
[오셨습니까, 소가주.]“며칠째 주무시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괜찮은 겁니까?”
[요정에게 이 정도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소가주께서 큰 틀을 잘 잡아두신 덕에 무척 수월하게 일하는 중이죠. 흙과 쇠 냄새가 나는군요, 소가주께선 제국에 다녀오신 건가요?]“예, 건조장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지하를 뚫는 기초 공사는 벌써 끝이 났고, 이제 내부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기술자들이 부족하겠군요. 초고난도 건설 기술자는 제 시대에도 아주 귀한 인력이었죠.]“아무래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기술자들은 어떻게든 충원하고 있지만, 건설 총괄 책임자의 부재와 건조장이 완성된 후 함대를 제작할 공학자가 부족한 게 더 문제입니다.”
본래는 검황지의 지하를 뚫는 것만 해도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부분은 고위 무인들의 힘과 각종 마법, 그리고 만빙의 권능을 통해 단기간에 해결이 되었다.
말 그대로 힘으로 땅을 파내고 만빙과 마법의 힘으로 붕괴를 방지한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내부 공사는 그런 식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
콰울의 설계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기술자들이 필요했다.
총괄 책임은 현재 콰울이 임시로 맡고 있긴 하나, 그의 본업은 마법 공학이다.
그가 아무리 몇 세기를 앞선 천재라 할지라도 건축 기술의 영역은 다른 문제였다.
제국 최고의 기술자들조차 콰울의 설계도를 실현하는 일에는 난항을 표하고 있었다.
“콰울 박사가 말하기로는 적어도 지플의 최고 기술자나 부바르 정도의 기술이 있어야 완벽하게 작업할 수 있다더군요. 혹은 건축의 신 계약자가 등장하거나.”
[계속 인재를 포섭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는 있습니다만,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런 수준의 천재가 필요하다면…… 사실 하늘에 기대는 수밖에 없죠. 기술자를 구하지 못하면, 완공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죠?]“예, 가능하다고는 했습니다. 시간과 재화가 몇 배쯤 더 많이 들어갈 뿐.”
[몇 배라, 이미 재정에 그다지 여유가 없는데. 가만, 건축의 신 계약자라고 하셨죠?]“뭔가 생각난 게 있으십니까?”
[마지막으로 건축의 신 계약자가 나온 게 언제고, 어느 지역인지 확인해봐야겠습니다.]르엣은 문사들을 불러 가문 내 보관 중인 계약자에 관한 역사서들을 모았다.
“……전부 다 바클 자치구로군요?”
[바클 자치구의 옛 이름은 바클 왕국이었습니다. 제 시대엔 건축의 신이 특별히 애정하는 왕국으로 알려졌었죠. 아, 이제야 기억이 납니다. 우리 때도 바클 왕국의 건축의 신 계약자를 얻기 위해 기사들을 보낸 적이 있었어요.]“만일 건축의 신이 지금도 바클 자치구 출신들과만 계약을 하고 있다면, 이미 지플에 소속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그렇겠죠. 그래도 만일 바클 자치구에 계약자가 있다면, 한 번쯤 시도를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천 년 전처럼 침공해서 잡아 오는 방식은 안 되겠죠. 나침반으로 바클 내 계약자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고, 존재한다면 칠색조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 후 무명을 보내 데려오면 좋을 것 같은데요.]자칫하면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방법이다.
하지만 르엣의 말대로 우선 나침반을 통해 계약자의 존재를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진은 즉시 붉은부엉이를 타고 티칸으로 가서 나침반을 챙겨 돌아왔다.
나침반은 계약자가 존재하는 해당 지역에 붉은 점을 띄우는 게 전부다.
그 위치조차 정밀하게 알려주지 않으며, 다른 정보는 일체 알려주지 않았다.
나침반을 통해 보니 바클 자치구엔 붉은 점이 떠 있었었으나, 하나가 아니었다.
“……바클에만 다섯이 넘는 계약자가 있는 모양이군요.”
바클은 드락카와 가까운 자치구인 만큼 지플의 계약 마법사들이 자주 드나드는 지역일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 제가 일하면서 바클 자치구의 붉은 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동적으로 변하는 숫자를 살펴보…….]르엣이 거기까지 말한 찰나, 한 사람이 새로 회의실을 찾았다.
“집사장님, 그리고 소가주.”
“텔롯 경.”
[무슨 일이죠? 텔롯 경.]호민회장 텔롯, 그는 헛기침을 하며 조금 민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피난민 중, 자신이 건축의 신 계약자라고 주장하는 소년이 있기에 찾아왔습니다. 되도록 확인을 미리 끝내고 말씀드리려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티칸 왕녀나 집사장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권능을 보여보라고 했더니 순 헛소리만 하고 있는지라.”
진과 르엣은 몇 초쯤 서로를 쳐다보며 눈동자를 끔뻑였다.
[……뭐라고 말을 하던가요?]“자기가 예비 계약자라서 제대로 계약을 맺으려면 무슨 시련이 필요하다더군요. 아무튼, 놈은 복도에 있습니다.”
평소라면 텔롯은 소년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했을 테지만, 지금 건축의 신 계약자가 얼마나 간절한 상황인지를 알기에 일단 회의실을 찾아왔다.
[일단 만나보아야겠으니 어서 들어오라 하세요.]텔롯이 밖에 명령을 내리자 대기 중이던 기사들이 소년을 회의실로 들여보냈다.
꾀죄죄한 몰골이 전형적인 피난민의 모습이었고, 눈빛은 엇나간 소년 특유의 치기를 품고 있었다.
내내 텔롯 앞에서도 기가 죽지 않고 뻗댄 것이다.
“아, 진짜 내가 건축의 신 예비 계약자라니까요! 날 이렇게 험하게 다루면 안 된…… 엇! 진 경! 진짜 진 룬칸델 경 맞죠!?”
그리고 소년은, 진을 보자마자 성난 얼굴을 고치며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우상을 드디어 영접했다는 눈빛이었다.
진은 잠시 그 표정을 자신이 어디서 본 적이 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엔야를 처음 만났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