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76)
제 777화
191화. 시대를 선도하는 사람들(1)
혼카는 바멀 연합의 새로운 식구가 되었다.
발레리아가 그에게 함께 가자고 한 것이다. 혼카는 잠시 망설였으나 섬을 떠나 발레리아의 옆을 지켜주기로 결정했다. 그게 친구, 말리엣 히스터의 뜻을 잇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고래 마물에 이어 두꺼비 마물이라니! 너무 귀여워요. 연합의 일원이 된 걸 환영합니다, 혼카 님. 전 마법사 엔야예요.”
[반……갑군.]“반갑다, 귀신대장 라타 프로치다.”
“흑왕단장 발카스라고 하네.”
동료들이 하나씩 혼카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혼카는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목소리에 다소 당황한 듯 보였다. 그 역시 그간 말리엣을 제외하면 타인과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지라 평범한 대화를 하는 일에도 노력이 필요했다.
“혹시 모트 님을 아시나요!? 같은 두꺼비인데.”
“맞아, 같은 두꺼비니까 친구일 수도 있어.”
[……그쪽은 신적인 존재고, 난 그냥 내단 마물이다. 감히 친구일 수 있겠나.]“모트는 그렇게 위압적인 두꺼비가 아닌데.”
발레리아는 혼카를 보니 예전의 자신이 떠올랐다. 민망한 마음에 괜히 어색한 미소가 지어졌고, 동료들은 그런 발레리아가 신기했다.
‘발레리아가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아네? 어쩌다 한두 번 본 것 같기는 하다만.’
‘사람이 뭔가 좀 누그러든 것 같지 않아요?’
‘나리하고도 분위기가 더 묘해진 느낌입니다요. 흠, 우리 나리가 다소 아깝긴 하지만 발레리아 양이라면 뭐.’
‘함부로 그런 소리 하지 말게, 제트. 지금은 산드라가 없으니 망정이지, 있었다면 또 난리를 피웠을 것이야.’
“다 들려요.”
“앗.”
“허허, 귀가 밝구만, 발레리아 양.”
보오옹-!
때마침 모트가 듣기 좋은 울음소리를 내며 티칸성 앞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트의 등에 탄 시리스도 웬일로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시리스 님.”
“진! 어머니께서 드디어 의식을 제대로 되찾고 계신다. 방금 성국에 들렀다가 들은 이야기야.”
진과 동료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성왕 라니가 탈라리스를 치유하기 시작하고 벌써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탈라리스는 거의 간헐적으로, 잠깐씩만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본래라면 이미 이 정도 회복은 되고도 남았어야 하나, 최근 ‘지토의 눈’이 불길한 징조를 드러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후우, 정말입니까? 드디어.”
“빠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 안에는 일어날 수 있으실 거라고 하더군. 네게도 빨리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왔어.”
“생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를 구하려다 그렇게 되셨으니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제라도 곧 깨어나신다니 다행이군요.”
탈라리스가 돌아온다는 건 곧 미샤가 다시 솔더렛의 대리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내내 미샤의 대리를 수행하고 있는 무라칸 또한 다시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시국에 무라칸의 복귀는 그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된다. 만일 그가 흉신전에 현현했을 때처럼 전성기의 능력을 대부분 회복해서 돌아온다면, 룬칸델과 바멀 연합은 모든 세력으로부터 우위를 점할 수도 있었다.
‘옛 힘을 전부 되찾지 못한 상태라 할지라도, 무라칸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할 테지.’
무엇보다도 모두가 무라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특히 길리는 때때로 쉬는 시간에 괜히 그가 사용하던 방을 정리해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보오옹? 보오, 보옹.]모트는 곧장 혼카를 알아보며 앞발로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섬을 떠나 살기로 한 걸 축하하는 의미였다. 두 두꺼비는 이미 옛적에 세 번 만난 적이 있었다. 두 번은 혼카가 내단을 갖게 되기 전이고, 한 번은 말리엣의 두꺼비가 된 다음이었다.
[뭐? 사람들과 잘 지낸다면 영물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보옹.] [왜 내게 그런 호의를 베풀지? 두꺼비끼리 친하게 지내야 한다니, 그게 무슨.]그렇게 혼카는 모트와도 곧장 친구가 되었다. 눈치 좋은 제트가 재빨리 축하주를 꺼내 일행에게 돌리는 사이, 헤도와 산드라가 정원으로 나왔다.
“우리 자기! 역시 이번에도 통신 장치를 구해온 모양이군요!”
“고생 많았다, 진. 비궁주도 곧 일어난다니 다행이로군.”
“그런데 저 빨간 머리는 왜 기분 나쁘게 실실 웃고 있어? 안 그래도 너하고 우리 자기하고 둘이 섬에 갔다 왔다는 게 매우 불쾌하고 거슬리던 차였다. 그래, 오늘 결판을 내자. 수련장으로 따라올래, 아니면 여기서 붙을래? 자기가 보는 앞에서 널 꺾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당연하게도 산드라는 발레리아의 느낌이 변한 걸 알아보자마자 상말을 퍼부어댔다.
잠시 동료들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좋은 날, 좋은 분위기가 자칫하면 한순간에 망가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발레리아는 평소와 달리, 자신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산드라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너도 이제 정신 좀 차려라, 산드라 지플.”
“와아, 기가 막힌다. 정말. 이게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죽고 싶어 미쳤지 지금!?”
“나와 굳이 싸우고 싶다면 서로 죽이지 않는 선에서 대련을 해줄 수는 있어. 하지만 오늘은 아니니, 좀 기다려.”
발레리아의 반응에 동료들은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그간 발레리아는 산드라를 대할 때 벌레나 먼지, 혹은 그 이하의 무가치한 무언가를 보듯이 무시하기만 했던 것이다.
가장 놀란 건 헤도였다.
헤도는 발레리아가 티칸에 자리잡은 이상, 언젠가는 그녀와 불편한 일이 생길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산드라와 발레리아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결국 자신은 산드라의 편에 서야 할 테고, 진은 발레리아를 지켜야 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발레리아가 나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늘 언젠가 산드라를 죽일 것처럼 말하던 사람이, 목숨을 걸지 않는 대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막상 산드라도 발레리아가 이런 식으로 나오니 내심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내 산드라는 조금 더 씩씩대다가 홱 고개를 돌렸다.
“그딴 싸움 흥만 깨지거든? 흥, 오늘은 이 정도로 넘어가 주지. 하지만 내 눈은 못 속여, 네가 우리 진 씨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상 우린 같은 하늘 아래 있을 수 없단다.”
“자자 이러지 마시고 한 잔씩 받으십시다요.”
어수선한 대화가 지나가자 제트가 축하주를 다 돌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승지에서 얻어온 보상들을 확인할 차례였다. 콰울은 시리스가 모트를 타고 검황지로 가서 데려왔다.
“오오, 이게 초장거리 통신 장치란 말이지……. 나와 발레리아가 개발하고 있는 물건과 꽤 유사한 형태로군. 역시, 우린 틀리지 않았던 건가.”
콰울이 통신 장치와 설계도들을 살피며 말했다. 그는 한동안 집중한 채 설계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으음, 오. 여기서 이런 생각을? 젠 루트베르, 진짜로 대단한 작자였군.”
콰울에 의하면 통신 장치는 붉은부엉이나 파장 추적 동기화 장치와 마찬가지로 ‘파장’을 근간에 둔 물건이었다.
“진, 통신 장치를 개발하는 일의 가장 큰 숙제는 서로 다른 공간에 놓인 각 기기의 파장을 매번 정확하게 맞추는 작업이었다. 젠은 그걸 나무라는 촉매를 이용해서 성공시켰군. 언제, 어느 때에나 장치에 같은 나무를 끼울 수만 있다면 통신이 가능해지는 거다.”
전승지에서 얻은 설명서엔 혼카 섬에서 나는 나무들의 껍질이 첨부되어 있었다. 콰울이 그중 하나를 통신 장치의 홈에 끼우자 푸른 빛이 일어났다.
동시에 감춰져 있던 단추 하나가 치솟기도 했다. 그 단추는 현재 연결할 수 있는 다른 통신 장치를 뜻했다. 현재 나무껍질이 끼워진 장치는 두 개뿐이니, 혼카 섬의 통신 장치였다.
콰울이 꾸욱 버튼을 누르자 나무껍질이 푸른 빛에 조금씩 타들어가며 기분 좋은 공명음이 번졌다. 혼카 섬으로 통신을 요청해서 생긴 소리였다.
{[혼카, 섬입니다. 전승자들, 통신, 장치, 점검, 하시는군요.]}
{[오, 벌써 그 녀석들에게 통신이 왔어!?]}
{[잘 돌아간 거냐, 얘들아!]}
통신 장치로부터 골렘과 젠, 테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동료들은 신문물의 가공할 성능에 잠시 말문이 막힌 채 눈동자를 껌뻑였다.
세상이 미친 듯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함선이 흔해지고, 공간 도약함이 생기고, 이제는 초장거리 통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예, 덕분에.”
한동안 동료들과 혼카 섬 사이에 인사말이 오갔다. 나무껍질이 타들어가는 속도는 매우 느려서, 한 조각만으로도 충분히 오래 통신이 가능했다.
“이봐, 젠 루트베르. 그리고 테벤 히스터, 자네들은 이 콰울이 인정할 만한 천재다. 덕분에 연구에 큰 도움을 받는군! 촉매를 사용해 이런 식으로 파장을 추적할 줄이야.”
{[호오, 파장 이야길 하는 걸 보니 우리 설계도를 이해할 수준은 되는 모양이군.]}
“크하하, 이 콰울은 설계도를 보자마자 개선 가능한 부분까지 발견했다. 철의 종류만 바꿔도 제작 단가를 낮추고 안정성을 높일 수 있지. 그런데 골렘의 설계도는 나로서도 이해가 잘 가지 않더군. 이 부분을 자네들이 도와주어야겠어.”
콰울조차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현재 세상에 골렘의 설계도를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은 존재치 않는다고 봐야 했다.
{[골렘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서 불가능.]}
“뭐? 그럼 이걸 어떻게 만들라고. 나 혼자 연구하면 적어도 수십 년은 걸릴 것 같은데.”
{[제 형제, 제작은, 제가, 도와드릴 것. 주인님께서, 제게, 관련 지식, 모두, 기록, 해두셨습니다. 이런 날, 대비해서. 전승자들의, 승인만, 있으면, 됩니다.]}
이엘로는 한동안 콰울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을 몇 가지 던지고는, 자신의 도움을 받는다면 3년 안에 골렘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3년이라, 이 콰울을 우습게 보는군. 1년 만에 완성해주마, 네 형제를.”
[기대하겠, 습니다. 그런데, 전승자들. 저장, 종이는, 사용해, 보셨습니까?]“저장 종이? 그건 또 뭐야?”
“진 공자, 통신 장치와 초고성능 골렘의 설계도 말고도 또 얻은 게 있었습니까?”
진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이엘로에게 이렇게 대답을 해주었다.
“종이는 오는 길에 시험 삼아 한 개 써봤어. 그건 이제부터 룬칸델과 바멀 연합의 마법 기사 부대를 만드는 일에 사용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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