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00)
제 999화
227화. 새로운 적, 적들의 적(2)
* * *
검의 정원.
“……막내 네가 그래서 나를 그렇게 급히 돌려보낸 것이었군.”
루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앤의 육신을 벤 후, 진은 루나에게 당시의 사정과 현상황을 솔직하게 알려주었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줄 알았던 형제들이 ‘가네스토’란 이름을 갖고 새로운 적이 된 이상, 굳이 루나에게 숨길 필요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누님. 누님께 상처가 될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아니다, 막내야. 내가 여린 모습을 보였으니 당연히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확실히, 아마 네가 아니라 나였다면 앤을 그렇게 빠르게 베지 못했을 것이다. 너조차 착잡할 정도로 불쌍한 척을 했으니, 나는 훨씬 더 괴로워했겠지. 그러다가 작은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앤이 끝까지 연기를 했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결국 누님은 앤을 베었을 테지만, 남은 형제들이 모두 그런 식으로 누님 앞에 나타났을 겁니다.”
만일 앤과 뮤, 란과 뷔고가 전부 순서대로 루나 앞에서 망가진 채 참회한 척을 했다면, 루나에겐 적지 않은 정신적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럴 수 있겠구나. 비셉스가 좋은 정보를 알려주었군. 차라리 잘됐어. 앞으로는 죽은 형제들을 만나도 미안한 마음 없이 벨 수 있을 테니. 그 녀석들은 끝까지…… 정말 끝까지. 속을 썩이는군. 이쯤 되면 어릴 때 내가 좀 더 살피지 못한 건 상관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실제로 누님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놈들이 가네스토가 되기 전에 그 모양이었던 이유를 굳이 따지자면, 룬칸델의 잔인한 가풍 때문일 순 있죠. 하지만 그 가풍이 없었더라도 놈들은 결국 가네스토가 됐을 겁니다.”
-그리고, 형제들에게 안부 전해줘. 이적할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 환영이라고도. 우린 결국 다 한배에서 태어났으니까.
앤이 말했듯, 애초에 현세대 룬칸델들은 모두 로사가 낳았으며, 로사는 가네스토의 직계 후손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진은 그중에서도 유독 가네스토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았거나, 의지가 약하고 사상이 어두운 이들이 그 피를 각성한 것이라 추정하고 있었다. 일종의 감염처럼 말이다.
적어도 진이 아는 바로 전생에선 없던 일이나,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때 진은 가문을 떠나 있었고, 룬칸델을 비롯한 거대 세력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자세히 알지 못했으니까.
자신의 회귀로 인해 수많은 역사가 바뀌었으나, 왠지 이번 일은 그와 별 관련이 없으리라는 묘한 확신이 들기도 했다.
“젠장, 결국 한배에서 태어났다는 그 말이 조금 찝찝하기는 합니다, 소가주.”
“우리 중에도 갑자기 가네스토의 피를 각성하는 자가 나올 수도 있는 건가 싶습니다.”
데이토나와 헤이토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겠죠.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로키아의 입장에서 이렇게 돌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여기 있는 기수들을 각성시키는 게 그쪽보다 훨씬 효율이 좋을 테니까요. 우린 각성될 수 없거나, 무언가가 우리의 각성을 막아주고 있을 겁니다.”
“무언가가 우리가 가네스토의 피를 각성하는 걸 막아주고 있다라…….”
진에게 메리가 대답하자 르엣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무언가가 각성을 막아주고 있다면, 저는 그것이 솔더렛의 권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솔더렛의 권능……?”
[저주 면역. 로키아는 당시 룬칸델에서,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였습니다. 무인과 달리 마법사의 능력은 꼭 전투력으로만 평가되는 게 아니니까요. 창조자, 그때의 로키아는 그렇게 불릴 만큼 대단한 마법들을 보여줬습니다.]로키아가 ‘창조자’라 불렸다는 사실은 진이 앤을 만난 직후 돌아온 기억이었다.
[그녀는 엘로나나 지플의 수뇌들보다도 더 많은 마법에 정통했는데, 특히 저주에 있어선 따라올 자가 없었죠.]르엣은 가네스토의 피를 저주의 한 종류로 짐작하고 있었다.
[피의 각성이 저주라면 소가주는 솔더렛의 권능으로 인해 면역입니다. 그리고 다른 기수분들은 그 영향을 받은 덕분에 면역 상태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잠깐, 르엣. 저주 면역은 꼬마 녀석에게만 적용되는 능력이야.”
[그렇죠. 하지만 솔더렛이 천 년 전 로키아의 배신을 인지하고, 대비를 해놓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지만요.]“그 가정이 사실이라면 나와 형제들은 면역이라 해도 한 사람이 마음에 걸리는군요. 콰울 박사. 과연 솔더렛이 대비를 해놓았다면, 그도 포함이 되어 있을지…… 물론 그 또한 아직까지 콰울 박사가 이상 징후를 보인 적 없으니, 로키아가 뜻대로 각성시킬 수는 없을 가능성이 높기는 합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소가주.]일단 지금 당장 걱정할 건 가네스토의 피가 각성하는 조건이 아니었다. 적어도 모든 상황이 ‘로키아가 마음대로 기수와 콰울 박사를 각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리고 있었다.
중요한 건 적명족, 진마계에 이어 가네스토가라는 새로운 적이 등장했다는 사실이었다.
진이 통신기를 작동시켰다. 통신은 장막으로 이어졌다.
“지배인, 비셉스들이 아직 거기 있나?”
{예, 즉시 바꿔드리겠습니다.}
{진, 어떻게 되었나?}
한동안 진은 비셉스에게 앤을 만나고 얻은 정보들을 알렸다. 듣는 내내 틸리아스와 미솔은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허, 가네스토라고? 라갈은 분명 그들을 단순한 죄수, 룬칸델로 의식하고 있었다.}
“라갈 펀이 그 네 명을 붙잡고, 로키아 가네스토와 모종의 거래를 했을 가능성은?”
{글쎄…… 우선, 로키아 가네스토라는 이름은 마계에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너희 인세에서도 역사 조작에 의해 관련 정보가 거의 지워진 인물이니까. 게다가 그 로키아란 인물이 라갈과 거래를 하려면 그가 엘로나와 전투를 할 때, 즉 인세에 있던 때여야 하는데 엘로나를 상대하며 그런 여유까진 없었을 것 같군.}
이어 틸리아스는 로키아가 지옥에 찾아와 직접 거래를 하는 건 불가능했으리라는 말을 덧붙였다. 현재로서 지옥과 인세를 그토록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건, 오직 마녀에게만 가능한 일일 거라고 말이다.
{무엇보다, 라갈 녀석에겐 그만한 지능이 없어. 라갈 혼자 룬칸델의 비사를 찾고, 그를 통해 로키아 가네스토라는 인물의 가치를 알아본 다음 그걸로 연합을 압박할 생각을 한다? 지토에게 세뇌되기 전의 라갈이었어도 불가능한 일이지.}
“그렇다면 조력자가 있겠군.”
{분명 그럴 거다. 하지만…… 진마계의 인물 중엔 전혀 짐작 가는 인물이 없군. 지토가 직접 나섰을 것 같지도 않고. 일단 조심스럽게 알아보도록 하지.}
통신을 종료한 후 진은 회의실에 모인 이들을 바라보았다.
“라갈의 협력자가 진마계에 없다면, 흉신전 이후 흑검회가 계속 추적 중인 옛 2기수. 조슈아, 그놈일 것 같군요. 다만 놈이 지옥에 어떻게 접근했는지가 관건인데…… 로키아와 마녀가 협력 관계라면 충분히 접근할 수 있긴 했겠군요.”
거기까지 말한 찰나, 별안간 티칸으로부터 통신이 걸려왔다.
{진 공자, 방금 요나 님으로부터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무슨 내용이었습니까?”
{아이나스 칼리고와 환마장 피롭스 바흐마가 함께 켈리악의 꿈으로 침투를 시도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묘한 내용이 있더군요.}
-아, 부바르. 나 진짜 하기 싫었는데 아빠 얼굴 봐서 꿈 능력 사용한 거 알지? 그런데 헛수고였어. 지금 켈리악 지플은, 너무 먼 곳에 있어.
-너무 먼 곳이요?
-인세가 아니라는 뜻이지. 분명 꿈의 영역에서 켈리악의 꿈이 있다는 걸 확인했는데도 아예 안 보이는 걸 보니, 중간세계도 아니야. 중간세계에 있었다면 적어도 흐릿하게는 보여야 하거든. 아무튼 괜히 쓰기 싫은 능력만 사용했네, 아빠는 바보야.
-케케, 그래도 너무 피롭스 님을 미워하지 마십시오. 피롭스 님은 제게 잘해 주신다구요.
-안 미워, 그냥 짜증 나는 거지. 난 검이 좋은데 자꾸 꿈 능력을 연습하라고 하니까. 그리고 부바르는 내 가장 친한 친구니까 아빠가 잘해 주는 게 당연한 거고.
아이나스가 켈리악의 꿈 침투에 실패한 후 요나가 들은 대화. 요나는 집요하게 두 사람을 쫓아다니며 이번에도 좋은 정보를 얻어왔다.
아이나스의 말대로라면, 지금 켈리악이 있는 곳은 하나뿐이다.
“지옥…… 켈리악 지플, 그자는 현재 지옥에 있군요.”
{아메리스 님도 이 소식을 듣자마자 그럴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내용은 더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쪽 회의가 끝나면 티칸으로 가서 정리된 내용들 전달해드릴 테니 기다려주십시오.”
{예, 공자.}
통신기가 꺼졌다.
“조슈아뿐만이 아니라 켈리악 지플도 라갈 펀과 협력하는 중일 수 있겠군. 그리고 아마, 조슈아와 켈리악은 지금 한패가 되었을 겁니다. 서로 의지해서 나쁠 게 없는 상황일 테니.”
“헹! 나락으로 떨어진 놈들끼리 뭉쳐서 개수작을 부리고 있는 건가.”
“그런 셈이겠지, 무라칸. 어쨌거나 정말 놈들이 힘을 합쳤다면, 쉬누의 권능을 통해 테스를 현현시키는 건 물 건너간 셈이로군…….”
이어서 검의 정원으로 세 번째 통신 요청이 들어왔다.
이번엔 발레리아였다.
{진. 방금 오켄 사막에 남은 앤에 대한 기록을 모두 확인했어.}
발레리아는 진이 전투를 끝내자마자 오켄 사막으로 가서 조사를 시작했다.
{앤이 언제 그렇게 변했는지, 지옥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는 기록 마법에 드러나지 않았어. 하지만 이런 기록이 나타나더군. 의외의 이름도 있었고.}
발레리아가 기록을 설명하자 회의실에 있던 이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로키아의 세계……? 설마 케이탐 님처럼 다른 차원이나 아공간에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둔 건가.”
[……켈리악 지플과 조슈아는 소가주의 말씀대로 손을 잡았군요. 그리고 오켄 사막에 있던 마왕, 시케르의 반응을 보면 그는 라갈이 켈리악, 조슈아와 뭔가 수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조슈아, 켈리악, 라갈에 대한 걸 지토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겠군요.”
불현듯, 진의 뇌리엔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이번 전쟁에서 최대의 적은, 결국 지토와 마왕들이 아니라 켈리악과 가네스토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어쨌거나, 켈리악과 가네스토가가 지토의 충성스러운 하수인 역할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진마계를 이용할 만큼 이용할 뿐이겠죠. 그들이 진마계 내부에서 어떤 짓들을 벌이는지, 앞으로 잘 관찰할 필요가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