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02)
제 999화
227화. 새로운 적, 적들의 적(4)
* * *
지플 제2기함 코젝2 함교.
본래 코젝2의 함장은 옥타비아지만, 지금 사령관으로서 함대를 이끌고 있는 건 세 명의 특별한 생체 골렘들이었다
베티, 알마티아, 쿤. 그들이 각각 베라딘과 옥타비아, 사트린을 대신해 함대를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코젝2의 함내엔 인간 마법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승무원 대다수는 모두 ‘마령대’라는 이름이 붙은 마검사 생체 골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선두 기함 뒤로 끝도 없이 늘어진 모든 함선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반 마법사는 전체 병력의 2할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정말 가주께서 말씀하신 대로, 바멀 연합이 우리를 따라 움직여 줄까.”
“나도 궁금하긴 해. 가주께선 마신석의 도움 없이 이번 전력 투입을 결정하셨으니까. 뭐라고 하셨더라, 진 룬칸델이라면 분명 자기 뜻을 알아볼 거라고 그러셨지?”
알마티아와 쿤의 말에 베티는 고개를 저었다.
“가주의 판단을 의심하지 마. 그리고 아직 마신석의 미래 계산은 불완전하니, 이만큼 중요한 일엔 적용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베티, 그녀가 마령대장이었다.
두 부대장들은 베티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흠, 그냥 해 본 말이야.”
“그럼, 그럼. 가주께서 어떤 명령을 주시든, 우린 따르는 사람들이지. 또한 가주의 명령으로 인해 상황이 오히려 더 나빠질 것 같다면, 어떻게든 그걸 좋게 만드는 게 우리 일이기도 하고.”
사람, 쿤을 비롯한 특별한 생체 골렘 3기는 자신을 그렇게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들은 단순한 생체 골렘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실제로 그들에겐 자아와 인격이라 불릴 만한 요소가 존재했고, 지플 내의 그 누구도 함부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워했다. 마령대는 망령대와 유령단에 이은 지플 가주 직속 최강 부대고, 세 사람은 그 수장들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세 사람은 지플의 성을 받아 어지간한 순혈 지플보다도 높은 대우를 받는 중이기도 했다.
망령대는 보통 특수 작전을 담당하고, 유령단은 창설 이후 주로 처단 부대로서 악명을 떨쳤다.
마령대는 이런 대규모 전쟁 수행에 특화된 부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건 마령대가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난 전투력을 지닌 대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전투 중 그들이 다수 전사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베티와 알마티아, 쿤을 제외한 부대원들은, 그저 ‘식별 번호’로 불릴 뿐인 생체 골렘에 불과하니 말이다.
생체 골렘이 죽으면, 아니. 파괴되면, 다시 생산하면 그만이었다. 물론 자원이 소모되긴 하나, 훈련된 인간 마법사가 죽는 것에 비하면 작은 대가였다.
아무리 평균 전투력이 뛰어나다 한들 결국 베티와 알마티아, 쿤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저 생체 골렘이다.
그들이 진짜배기 8, 9성 마법사보다 높은 가치를 지닐 수는 없는 것이다.
“374번.”
“예, 대장님.”
“속도를 높여라, 자정 전에는 선두가 그로쉬에 성의 방어선을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현재 그로쉬에 성으로 진격하는 중인 지플의 함대는 정확히 일천. 게다가 지플은 앞으로 이틀 단위로 전선에 계속 함대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었다.
지플은 아직 바멀 연합처럼 공간 도약과 초장거리 통신 같은 첨단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으나, 분명 보유한 전쟁 물자와 그를 바탕으로 한 생산력은 타 세력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태양신교의 무녀, 산나의 능력을 통해 ‘성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얻은 덕분이었다.
그리고 베라딘은 슬슬 그녀를 정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최근 마신석이 베라딘에게 알려준 한 가지 정보 때문이었다.
“반역자 켈리악 지플…… 그자가 회복해서 지옥에 자리를 잡고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무녀는 그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가주께 알리지 않았고 말이지, 베티. 역시 태양신교란 놈들은 가주께 진짜 충성을 바칠 생각이 없어.”
“가주께서도 처음부터 예견한 일이긴 하지. 태양신교와 갈라서야 하는 날이 올 수밖에 없을 거라고. 아직 성지에 대해 얻어야 할 게 더 있으니 당장은 살려 둬야겠지만, 무녀가 세를 더 불리기 전에는 반드시 처리해야 해.”
“마신석이 계산한 미래들에서, 최악의 경우 중 하나는 무녀와 켈리악이 손을 잡는 것이었으니까. 하아, 바멀 연합이 보유한 아즈 밀의 계약자를 붙잡을 수만 있다면 참 좋겠는데. 마신석의 미래 계산이 완벽해지기만 하면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없을 테니.”
“진 룬칸델이 티칸과 연을 맺은 후, 아즈 밀의 계약자는 단 한 번도 위험에 노출된 적이 없어. 유리아 알프리온을 확보하는 건, 바멀 연합이 무너지기 시작한 다음에나 가능하겠지. 연달아 이어진 전쟁 때문에 신 사냥이 늦어지고 있으니, 이번 침공으로 진마계부터 확실하게 정리해야만 한다.”
“걱정 마셔, 우리 대장. 나랑 쿤이 밤부터 마족 놈들을 그냥 아주 학살을 해 버릴 테니까.”
“그간 적명족 찌꺼기들만 썰어 대느라 심심했는데 잘됐지. 그것들은 분명 세가 약해졌는데도 아직 본진을 못 찾아서 끝장을 못 내고 있었잖아. 그런데 진마계는 그로쉬에 성이라는 최대 거점이 대놓고 해상에 있으니 덜 답답한 느낌이야.”
“그로쉬에 성엔, 분명 진마계로 이어지는 일종의 통로가 존재할 거다. 그때부터는 진마계의 진짜 본진을 쳐부술 수 있겠지. 그로쉬에 성을 공략하고, 진마계 내부로 진입해서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는 바멀 연합, 킨젤로와의 교전을 최대한 지양한다. 다들 알고 있겠지? 전선에서 연합의 강자들을 마주치더라도 신나서 덤벼 대지 말라는 뜻이야.”
“예, 예, 압니다, 알아요. 좀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중요한 건 우리 개인적인 호승심이 아니라 임무니까. 바멀 연합의 초인들과 우열을 가리는 건, 진마계를 끝장낸 후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언제든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야, 그들을 죽이는 건. 우리의 최종적인 적은, 진마계나 적명족 따위가 아니라 바멀 연합, 룬칸델이니까. 그들로부터 승리하지 못하면, 이 모든 건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거야.”
지플의 함대는 쉴 새 없이 검과 마법의 바다를 나아갔다.
천 대의 함대가 바다 위로 거대한 그림자를 드러냈고, 자정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밤 11시 45분.
마침내 베티는 함교 너머 저 멀리에 진마계의 방어선이 보이는 걸 확인했다.
이미 이곳에 닿기 전에도 몇 차례 정찰을 나온 적기와 마족들을 처리했으니, 진마계는 지플 쪽 방어선에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한 상태였다.
“드디어 초전이로군……. 보아하니, 휴페스터 쪽 방벽을 지키던 병력을 일부 빼내서 이쪽으로 배치했어. 속임수가 아니라면, 이건 진마계의 병력이 정말 무한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베티가 그렇게 말한 순간 후방 대열로부터 한 소형선이 날아들었다.
대열 최후방에 보고된 정보를 베티에게 알리기 위해 뜬 소형선이었다.
소형선 조종사는 바로 코젝2의 내부로 들어와 함교를 찾았다.
“무슨 일인가? 1704번.”
“약 3시간 전, 바멀 연합의 방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첩보입니다. 또한 방벽 최전선에 새로운 초인들이 다수 추가되는 중이라고 합니다, 대장님.”
그 말에 베티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과연, 가주의 예상은 정확했군. 즉시 이 소식을 모든 함장들에게 전파하라. 우리가 허무하게 가문으로 복귀해야 할 일은 없어졌다고.”
“알겠습니다.”
“전원 전투 준비. 374번, 5번 함대까지 돌파 대형으로 변경.”
“예.”
퍼엉……!
하늘 위로 거대한 신호탄이 터졌다. 신호탄은 불의 인장과 유사한 형태로 하늘에 암호문을 형성했다.
“이하 함대는 산개해서 포격을 준비하고, 흩어지고 밀려나는 적들을 처리한다. 알마티아, 쿤. 너희 둘은 각각 포위망의 양 축이 될 6, 7번 함대로 가서 전투를 지휘해.”
“에? 혼자 돌파 함대를 이끌고 저걸 뚫게? 우리도 같이 들어가는 게 편하지 않겠어?”
“내내 갑자기 생기는 전이 균열과 툭하면 소환, 공간 도약 마법을 통해 그로쉬에 성으로 도망치던 마족들에게 시달려 온 와중, 우리가 처음으로 먼저 적들의 최대 거점을 치는 순간이야.”
“그래서 지플에 괴물처럼 강한 존재가 많다는 걸, 적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말이군?”
“그래. 그리고 놈들은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했어. 그러니 방벽에서 겨우 이만큼만 병력을 빼낸 거야. 연합의 방벽과 우리, 감히 그 두 전선을 동시에 사수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경고해 줘야지.”
베티가 함교를 나서서 코젝2의 선두에 자리를 잡았다. 진마계의 방어선으로부터 포격과 온갖 마법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지플의 함대는 보호막을 펼쳤다.
스릉……!
베티가 지팡이와 검을 쥔 채 적들을 노려보았다.
화르륵……!
지팡이에선 멸살화염옥의 술식이 맺혔고, 검에는 빛 계열의 마력과 오러가 동시에 휘감기고 있었다.
“모조리 죽여 주마, 지금부터. 이 베티 지플이.”
* * *
같은 시각, 킨젤로 신본부.
킨젤로도 룬칸델과 지플의 병력이 그로쉬에 성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을 확보했다.
“그러게요, 주인. 주인이 말한 대로 황실이 적명족의 목줄을 쥐고 있으니, 놈들이 그간 지플과 싸우며 얻은 피해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이죠?”
[황실, 멜카 놈들은 적명족에 일부러 피와 정보를 공급하지 않았을 거다. 지금처럼 적명족이 주춤하고, 그래서 여유가 생긴 지플이 그로쉬에 성으로 진격을 시작하면 다시 적명족에게 힘을 실어 줘서 연방 내부를 압박할 생각이겠지. 하지만 왠지, 베라딘도 그에 대해 어느 정도는 대비를 했을 것 같군.]“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이번에도 흉신전 초기에 있던 총공격처럼, 우리도 발을 맞춰 주는 건가요?”
[당연히 그래야지. 어차피 우리 혼자서는 지토를 처리하기 어려우니, 지금이 기회다. 방벽에 배치한 병력들에게 즉시 바멀 연합과 함께 전진하라는 명령을 내려.]“흐음, 조금 걱정이긴 하네요. 그때는 진에게 맞춰 주다가 우리랑 지플 둘 다 물을 먹었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건 아니겠죠. 하긴, 이번엔 진이 아니라 베라딘이 시작했으니 왠지 괜찮을 것 같기도. 베라딘의 의도를 파악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적은 별로 없으니까요.”
제피린이 어깨를 으쓱였다.
[조.]“예, 단장님!”
[지플의 함대는 아마 대부분 생체 골렘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도 완성된 명인들로 구성된 함대를 추가로 보낸다.]명인.
얼마 전 지하도시 피르올에서 마인들을 마주쳤을 때, 오르갈은 마노프 몰래 그들의 파편 일부를 챙겼었다.
그리고 조는 그 파편의 정보를 분석해 마침내 명인의 개발을 마무리한 상태였다.
“오오, 드디어 제 작품들이 활약을 할 시간이로군요! 알겠습니다, 단장님. 즉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