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09)
제 999화
228화. 격전의 그로쉬에 성(6)
퍼엉, 콰아아아……!
먼 폭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한참 전에 1차 방어선을 무너뜨린 바멀 연합과 달리 좌측과 우측, 후면 방어선에선 아직까지도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는 중이었다.
오로지 바멀 연합만이 1차전을 완벽하게 승리한 후 재정비 시간을 가진 것이다.
현재 확인된바 진마계의 방어선은 총 다섯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으로 네 개의 방어선을 더 무너뜨려야 본성을 타격할 수 있다는 뜻.
‘본성부터가 진짜다. 그러니 본성까지는 최대한 빠르게 밀어버리고, 그때부터 완급조절을 하며 파엘리토가 출전하는 날짜를 알아내야 해.’
혹은 본성을 격하게 압박해서 파엘리토가 아예 성국을 건들지도 못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 그게 가장 좋은 수였다.
“베일.”
{여기는 베일 룬칸델, 듣고 있다.}
방벽의 중심이 된 후부터 베일은 빠르게 가문의 일원, 연합의 일원으로서의 지각과 긍지를 쌓고 있었다.
연합원이 된 후 수많은 일을 겪으며 얻은 내적 경험치가 한 번에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방벽의 수호신으로서 사람들을 지키며 얻은 결과였다.
이제 베일에게 소중한 건 죽은 사라 룬칸델뿐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믿고 싸우는 모든 연합원들과 동료들을 진심으로 지켜주고 싶었다. 말하자면, 그는 성숙해지고 있었다. 룬칸델 십대기사에 걸맞은 인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진은 통신기 너머 룬칸델이라 말하는 베일의 목소리에 담긴 그 마음을 읽고 미소를 지었다.
“다시 돌파 시작이다. 이번엔 네가 먼저 가서 최전방에 있는 마족들 처리하고 있어. 난 30분만 더 쉬고 출발하지.”
{알았다, 소가주. 그런데 무라칸이랑 둘이서 1차 방어선을 전멸시켜놓고 겨우 30분? 더 쉬고 싶으면 언제든 얘기해, 그냥 혼자 다 쓸어버리면 되니까.}
“꽤 든든한 소리도 할 수 있게 됐군, 베일. 30분이면 차고 넘쳐.”
[하긴, 사실 쉬지 않아도 상관이 없을 정도겠지. 앞선 놈들 족친 건 그저 몸이나 푼 수준이었을 테니. 조금 이따가 보자고.]피이이이잉-!
베일이 날개를 펼치며 급가속했다. 공기가 터지는 폭발음과 함께 혜성 같은 금빛 궤적이 하늘을 그었다.
방어선의 마족들은, 베일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가 이제껏 방벽의 수호신으로서 어떤 활약들을 해왔는지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금빛 권능으로 온 하늘을 물들이며 마족들을 학살하던 그 모습을.
화아아악……!
베일의 권능이 하늘을 채우기 시작하자 남아있던 라갈의 독무가 빠르게 걷혀나갔다. 그야말로 단독 돌파, 그러나 죽음을 각오하는 쪽은 베일이 아니라 수백만에 육박하는 2차 방어선의 진마계군이었다.
“놈들의 공격이 다시 시작됐다, 전군 대열을 갖춰라!”
“함포 조준! 1, 2함대는 베일을, 나머지 함대는 적들과의 포격전을 준비해라!”
마족들은 1차전의 뼈아픈 패배를 의식해 최전방 대열부터 바로 마왕과 대장군들을 배치해두었다.
진마계의 함선들로부터 흉물스러운 주포들이 튀어나왔다. 베일은 자신을 노리는 함포를 보고도 보호막조차 펼치지 않았다.
모조리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소가주는 아군 함포를, 그것도 황금함의 주포를 등진 채 전투에 임했다. 과연 네놈들에게도 그만한 배짱으로 날 묶어둘 놈이 있을까? 그런 식으로 방해하지 않으면 함포로는 이 몸을 절대 맞출 수 없다고.]베일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마왕 하나가 그에게로 날아들며 검을 휘둘렀다.
스걱-! 베일은 날개로 그의 자세를 무너뜨리며 팔을 베었고, 그 순간 조준된 함포들이 일제히 보랏빛 섬광을 쏟아냈다.
마왕은 몸을 빼내려 했으나 베일은 계속 날개로 그를 묶은 채 방패처럼 사용했다. 진마계의 함포들이 순식간에 마왕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크하아악!”
[아군을 쏘면 안 되지, 이 머저리들아.]이어 샤칸이 초재생 중인 마왕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해일처럼 번진 금빛 검기가 육편을 지우며 함대로 떨어졌다.
검기는 선두 기함을 타격하자마자 광범위하게 퍼지며 그물처럼 마족들을 덮쳤다. 마족들은 그 기운에 조금만 스쳐도 감전이 되어 몸을 꺾었는데, 간신히 정신을 붙잡으면 온몸이 분해되는 감각을 경험해야만 했다.
즉, 베일에게도 일반병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몇천, 만 단위의 일반병이 있어봤자 그들의 역할은 베일의 진격을 몇 초쯤 저지하는 게 전부일 뿐이었다.
진마계군 지휘관들은 독설에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
앞서 진은 추가 전투를 대비해 어느 정도 힘을 안배하며 싸웠으나, 베일이 가진 태양신의 기운은 무한에 가깝다.
게다가 태양신의 기운을 소멸시킬 수 있는 격이 없으면 베일을 ‘완전한 사망’에 이르게 할 수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2차 방어선에 있는 마족들 중엔 그만한 능력을 지닌 자가 존재치 않았다.
[나는 무적이고, 불멸이며, 너희는 약하고 유한하다. 나는 룬칸델의 십대기사, 가문의 적을 멸하고 또 멸하는 존재. 필멸자들의 천적……! 그래, 나는 베일. 베일 룬칸델이다!]황금함에서 명상을 하고 있던 진은 그 대목에서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꼬마, 저거 아무래도 철이 좀 들면서 사춘기 비슷한 게 온 모양이지? 잘도 저런 유치한 대사를 내뱉는군…… 소름이 돋네. 그야말로 자아도취구만, 어.”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훨씬 보기 좋지 뭐. 더 성숙해지면 잊고 싶은 창피한 기억이 되겠지만.”
진과 무라칸은, 그리고 아군들은 베일의 대사에 공감성 수치를 느끼거나 웃음을 터뜨렸으나.
마족들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베일의 유치한 대사는 마치 스러진 옛 마신들의 엄중한 선고처럼 들렸다.
눈을 끔뻑일 때마다 만 단위에 육박하는 마족들이 금빛 재로 산화하고 있었다. 바다로는 쉴 새 없이 진마계군 함대의 잔해가 쏟아졌고, 허공은 금빛 권능과 비명으로 얼룩지고 있었다.
2차 방어선에 배치된 열세 명의 마왕들은 대부분 베일에게 제대로 반격조차 못했다.
단지 힘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마치 빛처럼 빠르게 전장을 휘젓는 그의 속도를 따라잡기가 어려운 까닭이었다.
마왕들은 베일을 노리다 오히려 아군을 타격했다. 그때마다 혼란이 가속되며 진형이 무너졌다.
물론 그들이 한꺼번에 전력을 쏟는다면 베일로서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최고위 마왕은 아니더라도 열셋이나 되니까.
하지만 마왕들은 저 멀리 진을 친 채 눈을 부릅뜨고 있는 연합군을 의식하고 있었다. 섣불리 모든 걸 쏟아붓다가 갑자기 그들의 힘만 뺀 채 베일이 빠지고, 연합군이 조여들기라도 하면 낭패인 것이다.
마왕들은 중하급 병력의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진과 무라칸이 다시 공격할 때를 대비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왕들의 그 판단은 지속될 수 없었다.
슬슬 베일은 일반병뿐만이 아니라 마왕들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서로를 보호하는 마왕들의 결속이 잠시라도 흐트러지면 여지없이 샤칸이 날아들었다.
“……살점을 사용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결국 당하기만 할 뿐. 놈들이 합류하더라도, 베일만은 반드시 잡는다!”
한 마왕이 소리쳤다. 텔빗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2차 방어선의 마왕 중 가장 강한 인물이었다.
어차피 이대로 병력만 잃다 무너지나 합류한 연합군에게 다 쓸리나 더 나빠질 것도 없었다.
무려 열세 명의 마왕이 지토의 살점 열셋을 동시에 사용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진마전쟁이 시작된 후 한 전투에서 가장 많은 살점이 사용되는 순간이었다.
마왕들은 가진 모든 살점을 합치면, 최초로 사키엘이 진과 무라칸을 막고자 사용한 지토의 진기와 비슷한 힘을 낼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고오오오……!
별안간 어둑해지는 시야.
베일은 흠칫하며 마왕들을 노려보았다. 하늘을 가득 채우던 금빛 권능이 마기에 잠식되고 있었다.
이어 베일은 최대로 권능을 개방했으나 전장이 마기로 물들어가는 속도를 조금 늦추기에 그칠 뿐이었다.
‘내 무한한 힘이…… 밀리고 있다. 마치 진의 영원화에 맞설 때처럼……!’
진과 무라칸조차 과거 사키엘이 살점을 사용할 때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물러난 적이 있었다.
베일로서는 감당키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지토는 베일이 가진 태양신의 권능, ‘생명의 흔적’을 능히 소멸시킬 수 있는 존재. 마왕들은 지토의 살점을 사용함으로써 그 격을 빌리고 있었다.
과거의 베일이라면 난데없이 시작된 위기에 당황했을 것이다. 수련이 아니라 태생으로 강해진 자들은 이런 순간에 길을 잃기 마련이다.
하지만 베일은 기운을 물리며 검을 다잡았다.
돌아보면 그는 천 년 전의 룬칸델에 있을 때도, 진을 만나 다시 룬칸델로 돌아온 후에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사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권능의 격차에 투지가 약해지면, 언젠가 사라를 만날 때 당당할 수 없다.’
이내 베일은 마치 진처럼, 루나처럼, 혹은 천 년 전 위대했던 동료들처럼 주문을 외듯 샤칸을 휘둘렀다.
칼날에 맺힌 금빛 권능이 한없이 밝아지며 순수한 오러처럼 변하고 있었다.
베일의 검기는 거대한 반원을 그리며 일순 보랏빛 하늘의 중심부를 날카롭게 양단해냈다. 분명 날 때부터 가진 신격이 아니라 한 기사로서의 무도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마왕들은 생각지 못한 일격에 당황했으나 지토의 기운은 곧바로 하늘을 다시 채웠다.
“……빌어먹을 태양신의 기운만 믿는 줄 알았더니. 나름 근본이 있구나, 베일.”
텔빗의 말에 베일은 두 눈을 부릅뜨며 이렇게 소리쳤다.
{나는 룬칸델, 권능이 아니라 검으로 싸울 때 더 강해지는 자. 와라…… 마족들이여, 모두 베어주마.}
“네 발아래나 보고 이야기해라, 태양신의 오만한 파편아. 꼴에 극에 다다른 기사처럼 검을 휘둘러보겠다고 정신을 집중하느라 놓친 모양이지?”
베일은 직접 시선을 내려 발밑을 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잡아먹을 듯 소용돌이치는 마기를.
텔빗이 지토의 살점을 사용함과 동시에, 전사한 마왕과 일반병들의 시체를 제물로 어둠계 마법을 펼친 것이다. 사키엘에게 직접 전수 받은 최상위 봉인 마법과 저주, 그리고 환상 마법이 소용돌이 속에서 우글거리고 있었다.
[큭……!]가장 먼저 베일을 덮친 건 환상, 베일은 사라가 끔찍하게 살해되는 생생한 환상에 이를 악물었다.
이어 봉인과 저주가 베일을 차례로 옭아매려는 찰나.
“멘트가 좀 과한 느낌이 있었지만, 오늘 넌 그간 내가 본 모습 중 가장 룬칸델다웠다, 베일.”
[네놈 싸우는 동안 내뱉은 말들에 배꼽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사라밖에 모르던 개망나니치고는 잘 컸어. 어, 이제 좀 십대기사 같구만.]진과 무라칸이 마기를 베어내며 베일의 곁에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