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08)
제 999화
228화. 격전의 그로쉬에 성(5)
세 사람은 라갈의 기록을 확인하자마자 황금함으로 돌아갔다.
전투는 여섯 시간 전에 이미 대승을 거두고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으나, 함내의 연합원들은 긴장을 놓지 않은 채 장비를 정비하고 있었다.
“라갈과 켈리악의 관계를 확인했다고? 아이고, 고생했다! 우리 발레리아!”
“박사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붉은부엉이는 어떻게 됐나요?”
“다행히 보호막 덕분에 동력원과 중요 회로들엔 큰 이상이 없었어. 다 고쳤다! 게다가 고치면서 수정할 부분들이 있나 손을 보다 보니 양산형 붉은부엉이에 적용할 만한 내용도 보이더군. 결과적으로 총수가 붉은부엉이를 험하게 몬 게 오히려 도움이 됐어.”
“오, 하여간 우리 꼬마 녀석은 뒤로 넘어져도 깨졌던 코가 다시 붙는 구석이 있어.”
진이 함내 통신기를 들었다.
“지배인, 비셉스들이 있는가?”
{틸리아스 님만 계십니다. 바로 바꿔드리겠습니다.}
갑작스레 인세의 총공격이 시작되었으니, 사키엘은 현재 활동 가능한 대부분의 마왕을 그로쉬에 성으로 불러들인 상태였다.
그러나 틸리아스와 미솔만큼은 예외였다. ‘그 둘은 당분간 쉬게 하라’는 지토의 명령이 여전히 유효한 까닭이었다.
이에 대해선 사키엘은 물론이고, 자유를 허락받은 비셉스들조차 지토의 의도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 어떻게 되었나?}
“라갈에 대한 기록이 나왔다. 우리 예상대로 켈리악은 지옥에 있었고, 라갈에게 지령을 내렸다는 대목을 미루어보아, 라갈을 부하처럼 부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렇다면 켈리악 지플이 마녀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확실해진 셈이로군. 그런데 내가 알기로 지토의 세뇌는 마녀조차 완전히 풀 수 없는데…… 설마 쉬누, 그 불의 신이라는 존재가 가진 능력이 마녀를 뛰어넘는 건가?}
“그건 알 수 없지만, 아마 아닐 것 같군. 쉬누가 인세에서 최상위 신으로 분류되는 건 사실이다.”
{최상위 불멸자라…… 하긴, 누구든 절대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다는 불의 인장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네게 듣기는 했지. 불의 인장, 혹은 그와 유사한 어떤 방법으로 세뇌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봐야겠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틸리아스. 게다가 마녀뿐만이 아니라 가네스토도 켈리악과 협력 중이니, 우리가 모르는 어떤 능력을 추가로 더 갖게 되었을 수도 있겠지.”
{흠, 진. 라갈은 지토에게 가장 충심이 깊은 인물이다. 켈리악이 그런 라갈을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었다면 그건 곧…… 다른 모든 마왕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켈리악이 지토에게 종속된 마왕들을 빼내 자신의 수하로 만든다라…… 그 꼴을 지토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리는 없지 않나?”
{그 미친놈의 생각은 알 길이 없어. 켈리악이 라갈 같은 놈들을 빼내는 걸 전혀 모르고 있을 수도 있고, 이미 알고 있지만 내버려 두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여러모로 더 속을 알 수가 없군. 나와 미솔을 풀어준 것도 그렇고, 지금 그로쉬에 성이 공격받는데도 계속 휴가를 유지해주는 것도 이상해.}
그건 진도 마찬가지였다. 지토의 의도를 읽기가 쉽지 않았다.
왜 그만한 병력을 가지고 인세 침공 전쟁을 이렇게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지?
비셉스 덕분에 진마계군의 대략적인 규모와 전력을 알게 된 후, 진은 줄곧 지토의 병력 운용에 의문이 드는 중이었다.
차라리 전이 균열 생성 빈도를 줄이고 한꺼번에 최상위 마왕들을 내보내거나, 그게 용이하지 않다면 총공격이 있기 전에 그로쉬에 성으로 조용히 모든 초인급 전투원과 병력을 집결시키거나.
만약 진이었다면 인세 침공을 그렇게 준비했을 터였다.
‘지금껏 진마계는 너무 마구잡이로 병력을 뿌려댔어…….’
전쟁 초기엔 진도 그렇게 평가하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산발적으로 생성되는 전이 균열은 늘 연합을 극도로 긴장하게 만들었고, 흑해의 복귀자들이 없었다면 상당히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합은 그동안 큰 피해 없이 그 모든 균열을 막아냈다. 몇 개의 도시를 잃기는 했으나 거주민들은 모두 안전 지역으로 이주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 총공격 이전에도 루나를 중심으로 선제공격을 시도했으며, 그로쉬에 성 진격전도 시작과 동시에 대승을 거뒀다.
그런데도 지토는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고 사키엘은 허겁지겁 그로쉬에 성을 틀어막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으니, 대체 적들이 뭘 원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전쟁을 이기려는 모양새가 아니라, 일부러 병력을 소진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지경이다. 혹은 마왕이든 일반 병력이든 지토 자신만 편히 운신할 수 있게 되면 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거나.’
아율라나 테스, 아메리스 같은 초월자들이 강조한 ‘온전한 지토의 힘’을 미루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이해가 가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여러모로 이상하긴 하지. 일단 놈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실히 드러날 때까지 계속 진격하는 수밖에.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머뭇거릴 상황은 아니다.”
{그 말이 옳다. 우리 비셉스들 역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진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 비셉스도 본격적으로 병력을 움직이겠다는 뜻인가?”
{그래. 인세가 진격한 덕에 대부분의 마왕들이 급히 그로쉬에 성으로 투입되는 중이다. 즉, 진마계 본진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지. 오랜 세월 도망자로 살면서,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어.}
“기다리던 내용이다, 틸리아스. 본진에 제대로 타격을 줄 자신은 있나?”
{지토의 운신이 계속 묶여 있고 파엘리토까지 지상으로 나간다면, 분명히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로쉬에 성으로 계속 병력이 충원되고 파엘리토까지 빠져도, 비셉스에 비해 진마계는 여전히 압도적으로 강대하다.
그럼에도 비셉스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비셉스의 첩자 중엔 진마계 전체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인물들이 존재했다. 비셉스는 그들을 통해 진마계 본진에 거대한 혼란을 야기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진에게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 첩자들 중 인공태양 관리자가 있다. 그리고 우린…… 인공태양이 지토를 의식하는 일종의 유지 장치 역할을 겸한다고 추정하는 중이다.}
-이제 이득을 설명해줄 차례다. 너희와 동맹을 맺으면, 우리에겐 어떤 이득이 있나?
-{지토를 죽일 수 있는 수단을 얻게 된다.}
틸리아스와 처음 통신할 때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지토를 죽일 수 있는 방법, 그게 인공태양과 관련이 있던 모양이군.”
{그래.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야. 나머지는 너희가 그로쉬에 성을 뚫고 진마계 본진으로 진입한 뒤에 공유해줘도 되겠나?}
“여전히 우리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그건 아니다. 다만 최후의 최후까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여길 뿐이야.}
“농담이다, 틸리아스. 비셉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니 좋을 대로 해. 어차피 우리나 너희나 결국 지토를 끝내지 않고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
{이해해줘서 고맙군. 우리 본대가 활동을 시작하면 켈리악 지플에 대해서도 더 캐낼 수 있을 거다. 그가 실제로 다른 마왕들을 포섭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겠지. 그리고, 중요한 소식이 하나 더 있다.}
“무엇이지?”
{성국 반켈라. 파엘리토가 머잖아 그곳을 치러 갈 것이라는 첩보가 있었다.}
예상한 일이었다.
지토는 어떻게든 성국이 보관 중인 자신의 눈을 찾아 권능을 강화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지토 본인이 직접 성국을 치는 게 아니라면, 진마계제일검이 나서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정확한 날짜는?”
[그건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인세가 그로쉬에 성을 지금 같은 분위기로 계속 몰아붙인다면, 성이 완전히 공략되기 전엔 파엘리토가 출격할 가능성이 높아. 사키엘로서는 어떻게든 시간을 더 벌고 싶을 테니까.]“아니, 내 생각은 달라. 사키엘은 시간을 벌고 싶겠지만, 지토도 그럴까? 그랬다면 이미 자신의 군대를 이딴 식으로 낭비하지 않았어.”
[그렇다면?]“내가 지토라면, 인세의 주요 병력들이 그로쉬에 성 공략을 끝내고 진마계 본진으로 진입한 다음에 파엘리토를 성국으로 올려보낸다.”
그렇게 될 경우 인세엔 파엘리토를 막을 만한 초인의 숫자가 현격히 줄어든다.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틸리아스와 비셉스는 그 방법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일리가 있군!}
“물론 우리는 진마계로 진입을 시작하더라도 인세에 충분한 방어 병력을 남길 거다. 하지만 진마계 본진에서 어떤 변수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 이미 거기까지 발을 담갔으니 우리로서도 병력을 물릴 수는 없어.”
{하여 변수가 발생하면 인세는 그걸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더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 인세가 비어버리면 성국의 눈은 파엘리토가 가져가게 된다…… 그로 인해 지토가 힘을 되찾으면, 진마계 본진에서 치러지는 전투가 갑자기 기울어지겠군.}
가장 끔찍한 경우였다. 비셉스는 지토가 눈을 되찾는 순간, 세상엔 아무런 희망이 남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반드시 진마계로 들어서기 전에 파엘리토를 제거해야 해. 그러니 너흰 어떻게든 첩자들을 이용해서 파엘리토가 인세로 출격하는 날짜를 확인해라. 우리가 지옥으로 본대를 밀어넣기 전에, 그가 인세로 먼저 올라오게 만들어.”
{알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렇게 만들도록 하지.}
틸리아스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으나, 진의 말대로 파엘리토를 올려보내려면 많은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만한 대어를 낚으려면 그에 응하는 미끼가 필요하니 말이다.
‘바셋 형님, 혹은 실키아가 미끼 역할을 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니, 실키아는 안 돼…… 바셋 형님뿐인가.’
진도 그의 목소리에 숨겨진 묵직한 각오를 읽었다.
“그 일에 우리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라. 최대한 지원할 테니.”
{그렇게 하겠다, 진. 그럼 다음에 다시 통신하도록 하지. 본부에 이 내용들을 전달하러 가봐야겠어.}
“몸조심해라, 틸리아스.”
{너희도. 늘 무운을 빈다.}
이어 진은 검의 정원과 티칸으로 통신을 걸었다.
“집사장, 카시미르 경. 균열 상황은 어떻습니까? 1차 방어선이 무너진 이후, 우리 영토에 새로 추가된 균열들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공자.}
{휴페스터 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소가주. 오히려 평소보다 균열 발생 빈도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더 지켜봐야 하지만, 적들이 연막을 치는 게 아니라면. 우리 본진에 투입될 균열과 병력조차 전부 그로쉬에 성으로 소집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마저 놈들을 압박하러 진격해야겠군요. 혹 본진에 균열이 늘어나는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바로 연락을 주십시오.”
진은 통신기를 내려놓으며 함교 너머로 시선을 두었다. 라갈의 독무가 아까보다 훨씬 연해진 모습이 보였다.
2차 진격을 시작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