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10)
제 999화
228화. 격전의 그로쉬에 성(7)
화끈……! 베일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내 말들이 그렇게 이상했나? 무라칸 놈이 앞으로 계속 놀려댈 분위기인데. 젠장, 게다가 여차하면 혼자 싹 쓸어버리겠다고 호기롭게 소리친 것치고는 쪽팔린 모습을 보였어.’
위기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왠지 창피해서 미칠 것 같은 기분만 들었다. 그만큼 두 사람이 든든하다는 의미였다. 지토의 진기를 받은 마왕 열셋조차 무색해질 만큼.
“칵! 소가주랑 무라칸도 비슷한 느낌으로 개폼 잡은 적 많잖아!”
[응, 없어. 있어도 없다고 이 자식아, 확.]진은 대답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그렇기는 했다.
‘놈들이 전장에 합류하리라는 건 예상한 바였지만, 빌어먹을. 태양신의 잔재에게 확실한 타격을 주려는 순간이었건만.’
‘이 압박감…… 뭐지? 극마에 이른 자에게서나 느껴질 법한 힘이다.’
‘1차 방어선이 그렇게 쉽게 무너진 이유가 무엇인지 바로 알겠군…….’
베일과 달리 마왕들로서는 목에 송곳이 걸린 듯 불편한 광경이었다. 벌써 베일은 환상 마법에 걸린 적도 없다는 듯 멀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저 베일을 덮치려던 봉인 마법과 저주는 어떤가.
무라칸은 마치 거치적거리는 잡동사니를 대하듯 봉인을 두 손과 날개를 이용해 우그러뜨리는 중이고, 진은 파리 쫓듯 저주를 쳐내고 있었다.
‘이런 미친! 저것들이 정녕 인간이란 말인가? 우리 열셋이 펼친 봉인과 저주를 저런 무식한 방법으로 무력화한다고?’
‘침착…… 침착해야 한다. 진 룬칸델과 무라칸은 분명 과거 총서기관이 살점을 사용했을 때 부담스러운 듯 후퇴를 했다 하였어. 지금 우리를 강화한 지토 님의 진기는 그날 정도는 된다. 해볼 만할 것이다……!’
마왕들이 저마다 앞일을 계산했다.
진과 무라칸은 웃음기를 지우며 적들을 내려다보았다.
[네놈들의 주인은 살점이 남아도는 거냐? 사키엘이란 놈이 살점을 쓴 날엔 나름 진한 격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저 개구리가 독개구리로 변한 수준 같단 말이지. 마법들도 영 시원찮어, 이게 뭐냐 이게? 쯧, 술식 풀기 귀찮아서 대충 구겨봤더니 망가지는 꼴하고는.]“무라칸, 네놈이 감히 지토 님의 진기를 모욕……!”
콰아아아아-!
무라칸은 마왕이 말을 끝내기 전에 숨결을 토했다.
[싸우면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내뱉는 건 말이다, 언제나 강자에게만 허용되는 일이다. 즉, 지금부터 네놈들은 주둥이 닫고 뭐 빠지게 발악을 하기도 바쁘다는 뜻이지. 그리고 모욕은 무슨 모욕, 내가 지토면 내 살점 갖다 쓰고도 그것밖에 안 되는 네놈들이 더 모욕적이겠다.]콰아, 콰아아아 후우우웅……!
무라칸은 연달아 숨결을 토하며 영기를 해방시켰다. 1차전을 마족들의 악몽으로 만든 주역, 흑쇄가 다시금 온 사방으로 퍼지며 마족들을 집어삼켰다.
동시에 진으로부터 뇌기가 폭발했다. 광심장이 빛을 발할 때마다 번개가 내리치며 일반병들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켰다.
따로 기술을 사용한 게 아니다. 그저 명왕검을 쓰기 위해 기운을 끌어올리며 발생한 뇌전이었다.
“뭐하냐?”
적들은 진이 당황한 자신들을 비웃고자 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은 마왕들이 아니라 베일에게 물은 것이었다.
[어? 나?]“그래, 권능보다 검으로 싸울 때 더 강해지는 너. 우리가 좀 놀렸다고 계속 정신 놓고 멍하게 있을 거냐? 싸워, 이번에 최소 3차 방어선까지는 다 치울 생각이니까. 곧 동료들도 더 합류할 거다.”
[어, 음 그래. 싸워야지.]베일은 다시금 자신의 금빛 권능이 뜻대로 펼쳐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진과 무라칸이 그를 억누르던 지토의 기운을 단숨에 물리쳐준 것이다.
물론 지토의 기운이 완전히 꺼진 건 아니다. 다만 마왕들이 기대한 효과는 결코 실현될 수 없게 됐을 뿐.
광심장에 충분한 뇌기가 모였다. 진은 이번에도 싸움을 오래 끌 생각이 없다는 듯, 곧바로 투신기 오의를 펼쳤다.
명왕검 투신기 제10검
명왕군림검 – 개開
[1차 방어선에 있던 놈들이나 네놈들이나. 과분한 검에 죽는구나.]한층 묵직해진 진의 목소리가 전장을 짓눌렀다. 그로부터 퍼진 시퍼런 뇌기가 벌써 하늘과 바다를 대신하고 있었다.
일반병들은 그저 그 뇌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만 해도 눈이 터지고 온몸이 불타올라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신음을 토하려고 입이 벌어지는 것보다 몸이 발화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크아아악!”
그나마 장군 이상의 마족들은 잠시라도 뇌기를 버틸 수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무의미한 몇 초를 더 버티는 정도였다.
금빛 권능과 영기, 그리고 뇌기가 어우러지며 형성된 불가항력적인 재해.
그 속에 빠진 마족들을 구하러 오는 자는 아무도 없다. 1차전 때처럼 다른 마왕들이 더 지원을 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그로쉬에 성 전체가 공격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사키엘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소모되는 병력을 채우고자 쉴 새 없이 본진에서 마족들을 소환하고 있었다. 수정구로 전장을 살피고, 지휘할 여력도 없을 지경이었다.
“지, 지토 님의 진기가 밀린다!”
“제, 제물이 더 필요해, 제가 제물이 되겠습니다……!”
상위 마족들이 제물이 되길 자처하며 간신히 마왕들의 근처로 몸을 던졌다. 마왕들의 연환 마법과 어둠계 마법의 촉매가 되려는 것이다.
지토를 향한 광적인 충성이 그들을 그런 하찮은 존재로 만들고 있었다.
진은 그들이 제물로 사용되기 전에 끝을 내주었다. 일부러 그럴 필요도 없이, 그저 시야에서 마왕들을 놓치지만 않으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결과였다. 진의 눈이 닿는 곳은 가장 끔찍하게 뇌기가 모여들고 있으니까.
개중 상대적으로 전투력이 떨어지는 마왕들은 그 시선을 견디다가 빈틈을 보였다. 진 앞에서 빈틈을 보인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
심지어 무라칸과 베일까지 있으니 그들은 어떤 우연과 요행으로도 생존할 수 없었다. 황급히 자세를 다잡으면 이미 뇌기가 몸을 찢었고, 죽음을 인지한 찰나 흑쇄와 검기가 시체를 헤집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네 명의 마왕이 명을 달리했고, 5할에 달하는 병력이 사라졌다. 인세의 기준이라면 몇 개의 나라가 겨우 삼십 분 남짓한 시간에 멸망한 셈.
결코, 전투라고 부를 수 없는 압도.
2차전 역시 앞선 전투와 똑같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를 너무 원망하지는 마라, 어떤 면에서 나는 네놈들을 돕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텔빗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한계에 몰리면서도 어떻게든 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타격을 주려고 악을 쓰고 있었다. 그 모든 시도가 다 실패로 돌아가는 중이지만 말이다.
[내 눈엔 지토에게 종속된 삶보다 죽음이 나아 보이거든. 안타깝게도 너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겠다만.]“커헉!”
텔빗의 두 눈이 터졌다. 바로 옆에서 자신을 보조하던 마왕이 막 사망한 것을 모른 채, 진형을 무리하게 지키려던 까닭이었다.
마왕들은 차라리 지토의 살점을 처음부터 가져오지 않는 게 더 나았을 터였다.
그랬다면 자신들은 죽어도, 지토가 영구적으로 그만큼의 힘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까도 든 생각이지만, 지토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군.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 보면 마치…… 살점을 이용해 일부러 부하들에게 덧없는 희망을 주는 모양새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다가 부하들이 자신의 살점을 낭비한 채 죽거나 말거나 아무렇지도 않은 거고.’
혹은 부하들까지 고통받길 원하고 있거나.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지토가 ‘고통’에 빠뜨리려 하는 건, 인세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 남은 마왕은 여덟.
앞서 열셋이 있을 때도 답이 없었으니 당연히 그들에겐 전혀 승산이 없다. 게다가 진과 무라칸, 베일은 전혀 지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이긴 싸움을 더 빨리 끝내고자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연합에 이만한 적들을 압도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셋만 있는 것도 아니다.
파엘리토나 그에 준하는 최강급 마왕들을 상대하기 전까지는 진도 가능한 진기를 아끼는 게 옳았다.
진이 명왕군림검을 거두기 시작했다.
굳이 명왕군림검처럼 피로도가 높은 검이 아니어도 남은 적들은 얼마든지 소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제 슬슬 바멀 연합의 다른 초인들이 2차 방어선에 나타날 차례였다.
우우웅-!
공간도약 특유의 진동이 느껴졌다. 진의 뒤로 붉은부엉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소가주, 오는 길에 웬 커다란 길고양이가 있기에 한 번 데려와 봤습니다. 싸움을 꽤 잘하게 생겼더군요. 실제로 좀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후우, 바네사. 매번 정말 너무하는군. 그 길고양이 소리 좀 그만하면 안 되겠소? 게다가 지금은 적들도 듣겠소. 내게도 체면이라는 것이 있지 않겠소.”
바네사와 헤도였다.
“좀 민망하면 어떤가? 어차피 한 놈도 살아서 자네의 애칭을 기억하지 못할 것을. 안 그렇습니까, 소가주.”
바네사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뽑았다.
“그렇겠군요.”
“룬칸델 기사 바네사 올슨, 섬멸 시작하겠습니다.”
진이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바네사의 검기가 전장을 덮쳤다. 헤도 역시 검도를 뿌리며 남은 마왕들을 향해 거칠게 쇄도를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연합의 초인들은 계속 전장에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었다. 진과 무라칸, 그리고 초인들이 방어선을 부수고 길을 열면 방벽이 그만큼 전진하는 것이다.
또한, 초인들이 더 투입되는 건 정면 방어선뿐만이 아니었다.
룬칸델과 지플의 전선이 조금씩 얽혀 있는 우측 방어선에서는 눈두꺼비 모트가 백색 차원문을 열고 있었다.
“통신 들어보니 정면 방어선은 막내가 꽤 격하게 돌파하고 있다던데, 이쪽은 아직 조용하네.”
“지금부터는 시끄러워지겠죠, 3기수.”
룬티아와 루나, 그리고 시리스. 세 사람이 이계설원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전장에 배치된 지플의 함대를 보자마자 어깨를 으쓱였다.
“지플과의 교전은 되도록 피하라는 명령인데 함선이 이렇게 많아서야, 거추장스럽겠어.”
루나가 함대로 시선을 두며 말했다.
현재 지플 측 우측 방어선 돌파를 지휘하는 건 마령부대장, 쿤이었다. 쿤도 세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대는, 쿤. 아마 그런 이름이었지?”
루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다, 백경.”
“잘 들어라, 오늘은 처음이니 친절한 경고를 해주마. 지금부터 나는 방어선을 깨부술 것이다. 그러니 그 여파에 괜히 함선을 잃는 게 아깝다면, 지금 미리 치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