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21)
제 999화
230화. 침공과 습격(3)
“성국을 습격한 게 누군지 확인된 바는 있습니까?”
{첩자도 습격자들을 직접 볼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국의 보호막이 뒤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있었고, 수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였습니다.}
카시미르가 대답한 찰나, 진은 순간적으로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강대한 적이 바로 앞에서 자신에게 살의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단지 느낌이 아니라, 살갗을 찌르고 매섭게 밀려들어 오는 진짜 감각이었다.
그로쉬에 성에서 성국까지는 무라칸이 전속으로 날아도 한나절이 넘는다. 창성이 아니고는, 이토록 먼 거리까지 상대에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할 수 없다.
‘진마계제일검, 그자로군.’
파엘리토 벨가시움.
진은 지금 아득한 공간을 뛰어넘는 살의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그일 것이라 확신했다.
파엘리토가 사키엘을 총애하는 사실은 진도 알고 있었다. 가장 아끼는 부하가 처참하게 죽었으니, 복수심에 불타고 있을 터였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죠.”
{진 공자, 조심하십시오.}
“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싸워야 할 적이 예상보다 좀 더 빠르게 찾아와 줬을 뿐이니.”
진이 통신기를 내려놓았다.
“저와 무라칸, 단테, 헤도 경. 이렇게 넷은 지금 즉시 성국으로 지원을 가겠습니다. 나머지 병력과 초인들은 지금처럼 연합의 영토를 지키며 대기합니다.”
“진, 나와 룬티아도 함께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
“누님들께선 단테를 대신해 제국으로 가주셔야 합니다.”
제국은 바멀 연합 중에서도 가장 광대한 영토를 보유하고 있다. 단테 혼자 제국을 지키는 것보다 루나와 룬티아가 가는 게 침공 방어에 더 효율적일 터였다.
“지금 휴페스터와 티칸, 비궁 등은 상대적으로 침공을 잘 막아내고 있으나, 제국은 다소 힘에 부치는 모양새입니다. 어쩌면 누님들뿐만이 아니라 룬칸델에서 추가로 기사들을 더 보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는 하다만…… 막내 아마 네가 가장 진하게 느꼈겠지. 분명, 창성이다. 그리고 그 살의는 너를 향하고 있어.”
“예. 창성과 싸우는 건 처음이 되겠군요.”
글리엑이나 흉신처럼, 창성과 유사한 신격을 가진 존재들에 맞선 적은 있다. 그러나 필멸자로서 창성에 오른 인물과 생사를 걸고 싸우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실로 오랜만에 입속이 바싹 말랐다. 온몸이 전율하며 투쟁심을 분출하고 있었다. 파엘리토를 꺾고 싶은 마음에.
진이 검을 챙겼다.
“룬티아와 제국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성국으로 가겠다.”
“헹, 튼튼이 네가 올 때쯤이면 놈은 이미 지가 아끼는 부하 곁으로 가 있을 테니 우리 땅들이나 잘 지키고 있어라.”
“하긴, 막내가 아니라 무라칸 님을 걱정할 때였군요. 막내야 위험하다 싶으면 잘 사릴 테지만, 무라칸 님은 그런 게 없으니까요.”
“뭣?”
“막내, 무라칸 님을 잘 부탁한다. 자존심 때문에 무리하다 다치시면 안 되니까.”
“알겠습니다, 누님.”
“쳇, 서러워서 얼른 남은 힘을 다 찾든가 해야지.”
일행은 붉은부엉이의 출격실로 향했다.
성국으로 좌표를 설정하던 콰울 박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총수, 역시 오류가 난다.”
“오류?”
“붉은부엉이가 성국의 파장을 추적하지 못하고 있어. 통신이 차단됐다는 얘길 듣자마자 예상은 했다. 공간 도약과 통신은 둘 다 파장 추적 원리로 굴러가는 기술이니까. 아예 좌표가 안 떠. 예전에 그 틸리아스 비셉스란 녀석이 한 것처럼, 통신과 공간 도약을 전부 차단한 거다.”
틸리아스에 의하면 ‘차단의 권능’은 오로지 진마계 불멸지대 출신, 즉 비셉스가의 고위 마족에게만 허락되는 힘이었다. 그가 내어준 지토의 부하들 목록에도 차단의 권능을 사용하는 마족은 없었다.
진은 바로 장막에 연락해 틸리아스를 찾았으나 그는 현재 자리에 있지 않았다.
‘이 시점에 비셉스나 틸리아스가 우리의 뒤통수를 칠 이유는 없다. 아마 틸리아스가 모르는 모종의 방법으로 공간 도약과 통신을 차단한 것이겠지.’
붉은부엉이를 만질수록 콰울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젠장, 성국과 그나마 가까운 곳으로 좌표를 설정하려 하는데 그마저도 잘 안 돼. 심한 과부하가 걸리고 있어.”
“붉은부엉이로 이동하는 건 무리인 겁니까?”
“그래. 설령 근처 좌표를 잡아서 공간 도약을 해도 바로 붉은부엉이에 문제가 생길 거다. 내 생각엔 모트를 통해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이동한 뒤, 비행으로 들어가는 게 최선인 것 같군.”
즉시 시리스가 모트를 소환했다.
[보옹!]모트 역시 성국으로 직통하는 차원문을 열지 못했다. 대신 붉은부엉이와 달리 차원문을 여는 것만으로 지치는 기색은 없었다.
“가자, 진. 모트한테 조금씩 성국과 거리를 좁혀보라고 할게.”
일행이 모트의 등으로 올라탔다.
이내 모트는 새로 이계설원의 문을 열고 달리기 시작했다. 진은 가슴에 닿은 시리스의 등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알아보았다.
탈라리스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고는 하나, 탈라리스는 지금껏 내내 성국에서 지토의 눈을 감당해왔다.
온전한 무위로 싸울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게다가 이번 습격으로 인해 지토의 눈이 폭주하는 중일 수도 있었다.
“탈라리스 님은 제가 반드시 구하겠습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움찔하는 시리스.
“……고마운 이야기군. 하지만 네 목숨은 이제 누구를 위해서도 희생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어.”
“탈라리스 님을 위해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간 아무리 갚아도 부족할 정도로 은혜를 입어왔으니.”
“어머니, 비궁주께선 강하다. 지금 성국을 친 게 설령 시론 경이라 할지라도 결코 쉽게 꺾일 분이 아니야. 게다가 아율라 님이 쳐둔 보호막도 있지. 마음은 고맙다, 정말로.”
시리스는 진심으로 탈라리스 때문에 진이 죽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세계 수호라는 비궁의 사명을 지키기에 더 옳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상대가 창성인 만큼,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기는 하겠지. 다만 나는 너를 믿는다. 너라면, 적이 아무리 강해도 이길 수 있다고. 그래서 지금 상황이 엄청나게 불안하지는 않아. 이런 상황에 내게 이만한 믿음을 줄 수 있는 건 너뿐이다, 진.”
벌써 몇 번이나 이계설원의 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성국과 가까운 지점에 도달할수록 짙은 마기가 일행을 압박해왔다. 습격자들이 내뿜는 마기였다.
일행은 모두 글리엑이나 흉신이 세계에 혼기를 퍼뜨리던 그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대로 파엘리토가 계속 마기를 발산한다면, 언젠가는 세상 전체가 뒤덮일 것만 같았다.
마기는 차원문이 열릴 때마다 이계설원으로까지 스며 내내 모트를 뒤쫓았다. 공간 도약 중이라는 특수한 상태 때문에 보호막으로 마기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보오오옥……!]모트의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진입하면 모트가 다칠 수밖에 없었다.
“진, 모트로 이동하는 건 여기까지만 하자. 이쯤이면 무라칸을 타고 가도 한 시간 내로 성국에 도착할 거다.”
두 번 더 이계설원을 빠져나온 후 시리스가 말했다.
“이제 얼음공주조차 날 우습게 보는군. 한 시간? 삼십 분이면 간다. 이까짓 마기 따윈 이 몸의 속도를 늦출 수 없거든. 하지만 그래도 모트 양반이 조금만 더 고생하는 게 낫지 않겠냐? 그럼 5분 내로 도착하잖냐.”
“더 들어가면 모트가 한동안 회복해야 할 만큼 다쳐. 그러면 그동안 붉은부엉이만으로 초인들을 이동시켜야 하니, 적들의 침공에 지금만큼 잘 대응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
“시리스 님.”
“내 말을 들어줘. 솔직히 나도 어떻게든 더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빨리 어머니를 지원하고 싶지만, 너는 전체를 위한 선택을 해야지. 평소에 너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냉철한데, 이럴 때는 불덩이처럼 달려드는 경향이 있더라. 그래서 다들 동료로서 너를 신뢰하고 좋아하는 거지만.”
툭, 시리스가 주먹으로 살짝 진의 어깨를 두들겼다.
“가서 성국을 지키고 와. 언제나처럼, 적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만들어. 우린 이만 돌아간다. 그리고 무라칸, 제발 그 얼음공주라는 호칭 좀 버려.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군.”
어머니를 부탁해, 어떻게든 어머니를 구해줘.
시리스는 끝내 그런 말을 입에 담지 않은 채 돌아가는 이계설원의 문으로 사라졌다.
진은, 그리고 동료들은 모두 시리스가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를 알아보았다.
[얼음공주가 참 많이 컸다. 꼬마 너보다 더 어른 같구만.]무라칸이 변신해서 동료들을 등에 태우며 말했다.
“……소궁주가 존경스럽소. 만약 지금 성국에 돌아가신 조부님이 계셨다면, 나는 소궁주만큼 대범하지 못했을 것 같군.”
“나 역시 산드라 아가씨였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선, 여기 모인 이들 중 소궁주가 가장 강하군.”
[그러니 우리 얼음공주가 슬퍼할 일은 절대 만들지 말아야지. 출발한다, 보호막 없이 30분 내로 돌파할 거니까 다들 마기 알아서 잘 쳐내라.]펄럭-!
무라칸이 두 쌍의 날개를 펼쳤다. 그토록 거대한 몸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빠른 비행이 이어졌다.
파엘리토의 마기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그것만으로는 네 사람을 위협할 수 없었다. 몰려드는 마기 자체는 그저 거슬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진짜 문제는 살의.
한순간만 긴장을 놓쳐도 그대로 온몸을 베어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살기가 집요하게 진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진과 파엘리토의 싸움은 이미 아까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진은 차분하게 정신을 집중하며 보이지 않는 살기를 하나씩 제거해갔다.
무라칸은 정말로 30분 만에 성국을 감싼 아율라의 보호막이 보이는 해상에 닿았다. 짙은 해무처럼 깔린 마기 때문에 윤곽만이 겨우 보일 정도지만 말이다.
하지만 보호막이 흐릿해도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다행히 아율라 양반이 쳐둔 보호막이 기능을 완전히 잃지는 않은 상태로군. 하긴 그 양반이 진기를 써서 펼쳐둔 것이니. 아무리 창성이라 해도 막 뚫기는 어렵…… 망할, 저 구멍 뭐야!]보호막 한쪽에 거대한 균열이 나 있었다. 황급히 다가가 보니, 이제 막 성국 상공으로 진입하려던 파엘리토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일행이 성국에 도달한 것을 느끼고 일부러 자리에 멈춘 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파엘리토의 아래로, 탈라리스가 그를 막기 위해 펼친 또 다른 대결계가 보였다.
“왔군…… 진 룬칸델.”
파엘리토의 어두운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