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20)
제 999화
230화. 침공과 습격(2)
진은 지플과 킨젤로 측에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너희가 해야 할 일은 위신을 세우기 위해 그로쉬에 성으로 무리해서 병력을 집결시킬 게 아니라, 각 영토로 병력을 분산해야 한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분명 지토의 전이 균열에 큰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그건 지플과 킨젤로의 수뇌들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다. 그들의 땅에서 거주 중인 힘없는 자들을 위한 배려였다. 적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인들의 삶이 파괴되는 걸 방관하는 건 진의 신념에 어긋나는 일이다.
“지금 루나 누님은 지플 측 함대를, 헤도 경은 킨젤로 측 함대로 가서 사령관들을 만나십시오. 곧 균열 침공이 더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그로쉬에 성이 아니라 각 영토에 병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전해주시면 됩니다.”
“알았다, 진.”
“그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강하게 겁을 주세요.”
“적당히 패도 된다는 얘기로 이해해도 되나? 막내야.”
“그래도 시국이 시국이니 패지는 마시고, 그냥 위압감 조성 정도만. 사흘, 상실의 장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영토 방어 준비를 끝내는 게 좋을 거라는 말도 붙여주시고요. 지금 당장 준비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 정도만 이야기해도 생각이 있다면 알아들을 겁니다.”
루나와 헤도가 회의실을 나섰다.
하지만 그 시각, 베라딘은 드락카에서 이미 진이 예상한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가주! 탑의 계산이 틀렸습니다. 현재 연방 전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전이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사트린 지플이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탑의 계산.
지플은 진마전쟁이 시작된 순간부터, 아니. 그 이전에 엘로나 지플을 확보한 순간부터 줄곧 이야기의 탑과 마신석을 이용해 미래를 ‘계산’해왔다.
특히 이번 진마전쟁에 대한 계산에는 가장 많은 자원이 소모되었건만, 지금 사트린은 탑이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전 지역에, 동시다발적?”
“그렇습니다. 확인된 지역만 15곳, 실시간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와 책사들은 이미 50개 이상의 균열이 열렸다고 판단하는 중입니다. 이제 곧 드락카와 인접 자치구들마저 균열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베라딘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균열 침공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인세가 그로쉬에 성을 치기 시작한 후, 그간 진마계는 명백히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기존에 남아 있던 균열들까지 전부 철수시키며 그로쉬에 성을 지원한 것이다.
게다가 한 번에 50개 이상의 균열.
그런 건 균열 침공이 한창 심각할 때도 있던 적 없는 수치로, 당시 연방뿐만이 아니라 인세 전역의 균열을 다 합쳐야 겨우 나올 수 있는 숫자였다.
“타 세력 상황은 확인된 바가 있나?”
“아직 없습니다.”
“아마 우리와 별반 다르진 않을 거다. 지금 진마계가 우리 지플만 골라서 칠 이유 따윈 없으니까.”
베라딘은 몇 초쯤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들겼다.
탑의 계산은 ‘아즈 밀’의 권능을 모방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지플은 아즈 밀의 계약자인 유리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 탑이 계산한 미래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다.
‘……아즈 밀을 제물로 넣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계산이 이렇게까지 어긋난 건 아마 지토의 눈 때문이겠군. 지금의 마신석이 감당하기에 지토라는 불멸자의 격이 너무 높았던 거다. 게다가 진 룬칸델, 그가 가지고 있다는 존재의 힘 또한 마신석에 큰 부담을 줬겠지.’
복도에서 계속 다급한 발소리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가주! 펠린 왕국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필 균열이 왕성에 형성된 바람에 왕국군이 순식간에 전멸했습니다. 주둔 중이던 연방 마법사들이 버티고 있으나, 오래 버틸 수는……!”
“바클 자치구에 새로운 균열이 나타났습니다! 이제껏 확인된 균열 중 가장 거대합니다! 심지어 외부에서 도시 보호막을 공격 중인 마족들도 포착되었습니다. 인근 평야들에도 균열이 생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베라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정관.”
“말씀하십시오, 가주.”
“그로쉬에 성으로 보낸 함대는 그대로 유지한다. 현재 그곳에 대기 중인 함대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엘로나 님을……?”
“진마계가 이야기의 탑까지 공격한다면 엘로나 님도 나서야 하시겠지만, 내 생각에 그럴 일은 없어. 지금 진마계가 노리는 건 우리가 아니라 성국이 보유 중인 자신의 눈이다. 그러니 엘로나 님은 일단 추가적인 비상사태에 대비해 자리를 지키시는 게 옳아.”
적명족의 본토 침공, 그리고 진마계의 성국 습격.
베라딘은 앞으로 그 두 가지 문제가 더 벌어지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최근 계속 밀리고 있던 적명족의 입장에선 지금이야말로 지플을 압박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일 터였다.
“균열 진압은 마령대, 그리고 성지에 대기 중인 함대만으로 진행하겠다. 안 그래도 그로쉬에 성 공략전에서 가장 큰 공을 차지하지 못했는데, 여기서 더 위신이 깎여서는 안 되겠지. 밑천이 좀 더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사트린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베라딘이 밖으로 나섰다.
드락카의 하늘 위에도 자줏빛 균열이 번지고 있었다. 한 개의 거대 균열과 십여 개의 중소 균열이 드락카 한가운데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중이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베라딘은 그 균열들로부터, 한 희미한 기운을 느꼈다.
“반역자, 켈리악 지플…….”
“가주?”
“집정관. 느껴지지 않나? 미약하지만, 마기 속에 켈리악 지플의 화기가 스며 있다.”
“……마신석의 계산대로, 그는 정말 지옥으로 도망쳤던 모양이군요. 또한 가주께서 화기를 느끼실 정도라면 힘을 되찾은 상태라는 뜻. 지토가 그자를 치료해준 대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겠군요.”
“글쎄, 이용당하는 쪽이 누구인지는 더 지켜봐야겠지.”
화르륵-!
흐로티에 불꽃이 휘감겼다.
동시에 드락카 상공 전역에 불의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베라딘의 마력이 도시 전역을 아우르고 있었다.
그리고 보호막 위로는 마치 태양처럼 보이는 화염구가 떠올랐다.
멸살화염옥.
베라딘의 대마법은 순식간에 작은 균열들을 녹여버리며 자줏빛 하늘을 붉게 바꾸었다.
이어 마족들의 비명이 들리기도 전에 베라딘의 눈동자가 푸른 화염을 머금었다. 청화의 마안, 그의 시선이 닿는 하늘마다 푸른 화염이 그어지고 있었다.
“켈리악 지플, 곧 나와 다시 만나게 되겠군.”
* * *
같은 시각, 킨젤로 신본부.
피롭스는 잠에서 깨어나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방금까지 꿈을 통해 오르갈에게 명령을 전달받은 상태였다.
균열은 똑같이 수인들의 땅 전역에 생기고 있으나, 킨젤로는 루테로 연방 쪽과 달리 그리 다급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르갈은 이미 그로쉬에 성 공략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시점에 전투 능력자가 아닌 모든 거주민들을 지하도시로 옮겨둔 까닭이었다.
다만 거주민들, 즉 작은 수인족들과 소수의 평범한 인간들, 비전투 마족들은 자신들이 지하도시로 옮겨진 것을 인지조차 못 하고 있었다.
대피는 피롭스가 그들 모두를 꿈 능력으로 잠재운 후 이루어졌다. 오르갈은 아직 킨젤로가 보유하게 된 지하도시들을 일반에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그만한 힘을 사용했으니 피롭스는 몹시 피로한 기색이었다.
“딸, 네가 조금만 더 일찍 꿈 능력을 개방하기 시작했다면 이 아비가 이렇게 지칠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흥, 아빠가 좀 지친다고 수명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참 정다운 대답이구나.”
“더 뭐라고 하면 확 꿈 능력이고 뭐고 다 그만두는 수가 있어.”
“아아, 그러지 말거라.”
피롭스가 이마를 짚으며 회의실에 앉은 마족들을 바라보았다. 샤갈을 비롯한 하마계 최고위 마족들이 모여 있었다.
“우린 진마계와의 직접 전투를 최대한 피하면서 주요 거점 방어에만 병력을 투입한다. 대기 중인 명인을 각 주요 거점에 배치하도록. 신본부는 나와 비앙카가 직접 보호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주요 거점이 아닌 곳은 굳이 공들여 방어하지 않는다. 중소 도시들은 균열 침공이 지나치게 거셀 경우 그냥 완전히 포기해도 좋다. 파괴된 도시는 재건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놈들도 방어 병력이 없는데 굳이 무리하게 날뛰지 않을 것이다. 균열의 영향력을 벗어나면서까지 다른 지역을 칠 이유는 없으니까.”
마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인은 다소 잃어도 괜찮으나, 마족과 수인 전력의 사상자만큼은 반드시 최소화하도록.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는 것처럼 병기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나, 죽은 이는 되돌릴 수 없다. 우리의 대업이 완수되기 전까지는.”
“예!”
한동안 짧은 회의가 이어진 후 마족들이 명령을 수행하러 회의실을 나섰다.
아이나스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피롭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딸,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구나. 방금 내게 폭언한 것을 사과하려는 것이냐? 기특하게도.”
“내가 무슨 폭언을 했다고. 그게 아니라, 뭐 좀 물어보고 싶어서.”
“그렇군. 무엇이냐?”
“그, 우리 대업이 완수되면 말이야. 정말로 대업을 위해 희생된 사람들 모두가 돌아올 수 있는 거야?”
대업, 태양신 킨젤로의 부활.
피롭스는 딸과 눈을 맞췄다.
“모두는 아니다. 하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돌아올 것이다. 네 진짜 어미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딸은 앞으로 더 열심히 꿈 능력을 수련해야겠지. 네게 너무나 많은 것이 달려 있거든.”
아이나스는 대답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 * *
다시 폐허가 된 그로쉬에 성.
헤도와 루나가 돌아오고 한 시간이 흘렀다. 그로쉬에 성에 모인 인세의 병력은 각자의 땅으로 돌아갈 기미가 없었다.
다만 진은 이미 수인들의 땅과 연방에 숨겨둔 첩자들의 통신을 받은 상태였다.
“첩자들에 의하면 킨젤로와 연방이 남은 밑천을 더 드러냈군. 둘 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균열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겠지.”
바멀 연합의 영토로는 그로쉬에 전장에 배치되어 있던 초인들이 다수 복귀한 상태였다. 지플과 마찬가지로, 연합의 영토에서도 전이 균열로 인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인 전황은 나쁘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애초에 거대 세력 중 바멀 연합이 균열에 가장 잘 대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바멀 연합이 할 일은 성국을 지키는 것.
진은 성국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니가 통신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순간 직접 성국으로 갈 계획이었다.
{진 공자!}
별안간 통신기가 진동했다. 카시미르의 연락이었다.
“카시미르 경?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삼십 분 전, 진마계가 성국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삼십 분 전이라 하셨습니까?”
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미 삼십 분 전에 공격이 시작되었는데 성국으로부터는 지금껏 어떤 연락도 없던 것이다.
{통신을 차단하는 수단이 있었습니다! 제가 늦게라도 성국이 공격당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던 건, 근처에 대기 중이던 칠색조 정보원 덕분입니다. 성국에서 한참을 벗어나야 통신이 가능했다더군요. 어서 성국으로 가보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