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19)
제 999화
230화. 침공과 습격(1)
“이 속도면 사키엘의 유산은 사흘 내로 완전히 사라지겠군.”
진이 유산이라 표현한 건 사키엘이 펼친 대마법 상실의 장이었다.
파괴된 그로쉬에 성 일대에 새하얀 마기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완벽하게 펼쳐진 것에 비할 바는 아니나, 상실의 장이 남긴 잔재 역시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그럴 것 같소.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마법이기는 했군. 그대가 아니었다면 치명적인 피해를 면치 못했을 것이오.”
“네가 상실의 장을 인지하고도 공격을 멈추지 않은 것도 컸어, 단테. 애초에 네가 없었다면 역천을 몰래 준비하기도 더 어려웠을 거고.”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그나저나 발레리아 경이 걱정이오. 전장의 기록을 확인하느라 전혀 쉬질 못하고 있으니.”
“기록 마법을 수련하는 셈도 되니 오히려 좋다고 하더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아는 한 가장 강철 같은 사람이다.”
“오오…… 설마 그대에게서 이런 팔불출적인 기질을 보게 될 줄이야.”
단테는 진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웃음을 터뜨렸는데, 잠시 후 뒤를 돌아보고는 한기를 느꼈다.
산드라 지플이 생글생글 웃는 눈으로 단테를 쳐다보고 있었다.
“베일, 아무래도 검황께서 뭘 잘못 드신 모양이다. 가서 찔러, 어디든. 이왕이면 혀가 좋겠다.”
[뭔 소리야, 산드라 지플.]“넌 내 명령은 무조건 들어야지? 맹세하고 금제를 걸었잖아.”
[아 좀. 그런 짓을 했다간 연합에서 추방이다.]“아하하, 나도 알아, 농담 좀 한 거야. 그렇죠? 단테 경.”
“하하…….”
“분위기가 싸하네, 야 베일. 그거 해봐, 그거.”
[그게 뭔데.]“그거 있잖아. 나는 무적이고 불멸이며…… 연합원들 사이에 생긴 유행어.”
[아, 아까 전에도 했잖아.]“빨리.”
베일은 얼굴이 붉어진 채 잠시 저항했으나 결국 산드라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풉.”
“푸흡.”
근처에 있던 다른 동료들이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룬칸델의 십대기사, 가문의 적을 멸하고 또 멸하는 존재. 필멸자들의 천적…… 그래, 나는…… 베일 룬칸델이다…….]으학학학! 베일이 남은 대사를 이어가자 동료들은 결국 배를 잡고 주저앉았다. 단테조차 꺽꺽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베일을 가리켰다.
산드라는 그중 진이 웃는 모습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진 씨 웃는 모습 보니 좋다. 바쁠 테니 산드라 지플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죠. 가자, 무적이자 불멸. 너도 할 일 많잖아. 단테 경도 이제 시답잖은 농담은 그만, 아시죠?”
산드라가 회의실을 나섰다.
일행은 자연스레 탁자 위에 놓인 소식지들로 시선을 옮겼다.
(바멀 연합의 승리! 연합 총수 진 룬칸델이 검황과 함께 그로쉬에 성을 무너뜨리다.)
(인세 거대 세력 모두가 공성에 참여했으나 가장 먼저 방어선을 뚫고 성을 무너뜨린 것은 바멀 연합으로 알려져.)
(그로쉬에 성 공략전에서 루테로 마법 연방과 킨젤로는 함대에 다수 손실이 났다는 사실을 확인. 반면 바멀 연합은 거의 피해가 없는 상태로…….)
전 세계의 소식지들이 쉴 새 없이 그로쉬에 성 공략전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는 중이었다.
바멀 연합의 기자들은 디노 재글런을 필두로 ‘바멀 연합의 승리’를 강조하는 중이고, 나머진 ‘인세의 승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루테로 연방의 백성들조차 연합의 소식지를 더 신뢰하고 있었다.
연합의 기사엔 발레리아의 기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루테로 연방과 킨젤로는 연합의 소식지가 배포되는 걸 막고 있으나, 이미 그들의 각지에 침투해 있는 칠색조 대원들을 모두 어찌할 수는 없었다.
흉신전 이후 발레리아의 기록 마법은 대중들에게 절대적인 신뢰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연방과 킨젤로가 그나마 할 수 있는 대응은, ‘기록 마법의 권력화’에 대한 위험성을 빌미로 연합을 공격하는 것뿐이었다.
한편으로는 합당한 비판이지만 달리 효과는 없었다. 태평성대라면 몰라도 지금은 전 세계가 전시 상황이니 말이다.
“소기의 목적 중 하나는 달성을 한 셈이군. 대중들이 보기에, 지금 인세를 진마계로부터 구하는 건 우리일 것이다.”
[핫핫, 실제로 우리 연합이 지키고 있는 게 맞지. 막말로 지플하고 킨젤로가 없었어도 그로쉬에 성은 결국 총수 손에 무너졌어. 안 그렇습니까, 아메리스 누님?]“그랬겠지, 페이텔.”
“이제 연방과 킨젤로는 똑같은 전장에서 우리보다 무력한 모습을 보인 사실을 감추고 싶을 겁니다. 아마 무리를 하든, 숨겨놓은 전력을 꺼내든. 최대한 빨리 더 큰 전력을 만들어서 다시 그로쉬에 성으로 배치를 하겠죠. 이제 진마계로 들어가야 하니까.”
그때까지는 연합도 굳이 진마계로 먼저 진입할 이유가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쉽게 그로쉬에 성을 무너뜨리긴 했으나, 사실 이번 전투로 진마계의 전력은 1할조차 감소하지 않은 상태였다.
‘남은 병력만 해도 최소 50억…… 게다가 마왕도 백 이상이 남았다. 이미 죽은 마왕들의 빈자리를 치고 올라온 새로운 마왕들도 있을 거고.’
물론 병력과 초인급 전력인 마왕이 아무리 많다 한들, 그들은 모두 세뇌로 인해 능력이 떨어진 상태다. 앞선 여러 전투에서 이미 밝혀졌듯이 그런 마왕들 대부분은 인세 상위 초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미 칠색조와 무명으로부터 계속 보고가 들어오는 중이다, 진. 킨젤로와 지플 둘 다 또 새로운 함대를 집결시키고 있다더군.”
퀴칸텔이 말했다.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대략 그로쉬에 성 공략전에 투입된 것의 두 배 이상. 놈들 생산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말이 안 되는 속도야. 그러니 소타 사막 지하 건조장 같은 곳에 숨겨뒀던 함대가 다수 섞여 있겠지. 기존 함대와 외형도 좀 다르다더군. 더 상위 기술을 적용한 함선들일 거다.”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무원은 이번에도 대부분이 명인과 마령이라 불리는 생체 골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까?”
“그렇다더군. 그리고 그것들이 생산되는 속도는 추정이 안 돼. 다만 함대를 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빠른 게 분명하다는 첩보다.”
“이 몸이 생각하기엔, 명인과 마령이 생산되는 속도는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인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아메리스는 지플과 킨젤로가 각각 생체 병기 생산에 ‘신격’의 도움을 받고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건 아마도 태양신의 힘일 것 같구나. 오르갈은 너와의 거래를 통해 베일을 만났고, 태양신의 권능을 일부 회복했지. 지플엔 태양신교의 무녀가 있으니 그 힘을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진마계와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당장은 알아볼 수 없는 문제였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진마계 본토에서 치러질 전쟁에서, 그들이 태양신의 힘을 추가로 얻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겠군요.”
“역시 바로 알아듣는구나. 현재 진마계는 지토가 지배하고 있으나, 지옥은 근본적으로 지하, 태양신이 죽은 곳이다. 그 힘을 노리는 놈들이 무언가를 더 발견해도 이상하지 않은 지역이지. 요즘 상대적으로 잠잠한 적명족 놈들도 아마 준비를 하고 있을 거다. 현재로서, 지하세계의 지리를 가장 잘 아는 건 그놈들이니까.”
아메리스의 예상대로 적명족과 황실도 지옥에서 벌어질 난전에 끼어 보상을 얻을 계획을 세우는 중이었다.
“그렇게 되겠군요. 특히 적명족은 태양신의 힘을 가장 잘 이용하는 종족이니 반전을 꾀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시기는 없을 겁니다.”
“예전에도 말했으나, 본래 고대 지하세계의 패자는 마족들 따위가 아니라 그 시절의 명왕족이었다. 놈들이 지금은 지플에 밀리고 있어도, 태양신의 힘을 추가로 얻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아. 무엇보다도, 아직 놈들은 투신을 찾지 못한 모양이니.”
진마계로 진입하는 일에도, 진입 후에도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
“그로쉬에 성을 공략하고도 전쟁의 모든 요소가 불투명한 위험을 품고 있지만, 다행히 우린 발레리아 덕에 적들이 무엇을 꾸미더라도 찾아 쫓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진입 이후부터 지하의 기록을 샅샅이 확인하면서 전쟁을 치르도록 하죠.”
“집사장 르엣이 같이 움직일 수 없는 게 아쉽군. 그 아이가 가진 요정의 권능 역시 발레리아에 필적할 수준인데 말이다. 뭐, 그 아이 역시 계속 지플, 킨젤로와 관련한 기록을 확인하고 있기는 하지만.”
진이 함교로 나가 새하얀 마력에 휩싸인 그로쉬에 성을 바라보았다. 그 한가운데에서 발레리아가 무라칸의 보호를 받으며 전장의 기록을 살피고 있었다.
“아마도. 아니, 분명. 진마계로 들어서기 전에 인세에서 한 차례 더 마족들과 싸워야 할 겁니다.”
그로쉬에 성 전투 내내 진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인세 최대 주둔지가 이토록 압도적으로 밀리는데, 지토는 단 한 번도 파엘리토 같은 최강자급 지원군을 보내주지 않은 것이다.
진은 지토가 부하들의 개죽음을 방관하며 즐기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자신의 살점이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토의 눈, 그것 때문이겠지.”
“그렇습니다, 퀴칸텔 님. 비셉스가 준 정보에 의하면 현재 진마계의 최강자는 완전히 세뇌되었음에도 창성으로 추정되는 파엘리토……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자들로는 리돌로스와 비델루체가 있습니다. 지토는 분명 그들에게 자신의 눈을 찾아오라는 명령을 내릴 겁니다.”
“성국수호전이 재현되겠군.”
“물론 그들 셋만으로는 성국을 뚫을 수 없을 겁니다. 아율라 님이 성국 전체에 펼쳐둔 보호막도 있고, 인세 주요 초인들도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토가 아무 생각 없이 그 셋만 달랑 성국으로 보낼 것 같지는 않군요.”
진은 전이 균열을 의식하고 있었다.
지토가 그로쉬에 성에 지원군을 보내지 않은 건, 성국을 치기 위함이라고 말이다.
“진마계의 최강자들을 성국으로 보내기 전에, 놈들은 우리 병력을 흩어놓으려고 할 겁니다. 전 세계 곳곳에 전이 균열을 뿌려서. 가장 적절한 시기는, 인세의 모든 병력이 여전히 그로쉬에 성에 집결하고 있는 지금이겠죠.”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겠군. 붉은부엉이와 모트로 초인들을 연합 영토 각지로 다시 보내는 건 순식간이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진마계의 최강자들을 홀로 상대하게 될 가능성 또한 높아질 테지. 다른 세력들은 흩어져서 우선 자기 영토를 지키기도 벅찰 테니. 오르갈 쪽은 그나마 낫겠지만.”
퀴칸텔의 말에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성국을 치는 진마계 최강의 마족들은 우리가 주로 상대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다들 단단히 각오하세요, 성국에서 벌어질 싸움은 그로쉬에 성 전투만큼 쉽게 이길 수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