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38)
제 999화
233화. 아율라(1)
진이 아율라를 올려보았다.
다시 보니 아율라의 온몸에서 뻗어진 수백 줄기의 금빛 권능이 라니에게 남긴 진의 빛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율라에게선 전과 같은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은 직감적으로 아율라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율라 님, 설마.”
[애초에 이 두 사람을 살리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내 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나 같은 신이 인세에 그만큼 많이 개입하고도 아무런 대가가 따르지 않는다면, 너무 위험한 일이지.]죽음.
아율라는 자신의 죽음을 대가로 단테와 헤도를 살렸다. 파엘리토의 검이 두 사람을 덮친 순간에, 아율라가 자신의 내계로 그들을 소환했던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불멸자들은 소환이나 공간 도약을 별다른 큰 제약 없이 사용하기도 하나, 신이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그런 일을 행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단테와 헤도는 방금 대화를 듣고 나서야 아율라가 희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아율라 님!? 저흴 구하고자 소멸을 택하셨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검황 단테 하이란.]“소인은…… 소인은 제국의 기사입니다! 기사란 언제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우다 죽을 수 있는 인간입니다. 그런 소인과 헤도 경을 위해 신께서 목숨을 저버리시다니요?”
살아서 다시 진과 동료들을 볼 수 있다는 기쁨이 순식간에 가라앉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단테는 거의 화를 내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소인과 헤도 경이 사라지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대신할 테지만, 아율라께서 사라지면 성국은, 아율라께서 주관하는 질서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소인은…… 설마 신께서 그 모든 걸 뒤로한 채 저흴 살리신 것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싫더냐?]“싫습니다. 무를 수 있다면……!”
[하하, 돌이킬 수는 없다. 그러니 그렇게 화내지 말거라, 검황. 귀여운 맛이 있기는 하나 그렇게까지 싫어하면 내 속이 어떻겠느냐.]“……저 또한 검황과 같은 생각입니다, 아율라시여. 물론 저는 평소 아율라 님을 믿지 않았고, 심지어 아율라 님보다 제 아가씨와 동료들의 목숨이 더 소중한 인간입니다. 그럼에도 아율라께서 내리신 선택은…… 검황은 몰라도, 과연 제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검황만 살리셨다면 소멸을 피하실 수 있던 건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래, 피할 수 있었다. 검황만 살렸다면 나는 여전히 신으로 존재했을 것이다.]“그렇다면 감히 말씀드리는 바, 검황만 구하셨어야 합니다…….”
진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진, 단테, 헤도. 아이들아, 듣거라. 내가 너흴 돕고 너흴 살린 것은, 앞으로 이 세상에 내가 해야 할 일보다 너희들이 할 일이 더 많다고 확신하였기 때문이다.]“저희가 어찌 아율라 님보다 더 많은 일을…….”
[검황, 나는 신이다.]아율라가 단테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신이란, 운명에 묶인 불멸자들을 지칭한다. 그러니 신들은 대부분 필멸자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지녔음에도, 운명을 초월할 수 없는 것이다.]-[필멸자와 달리 불멸자는 운명에 종속되어 있단다. 그게 불멸의 무게란 것이지.]
진은 아메리스를 처음 만난 날 그녀가 한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조금 전에 내가 사라지면 성국과, 내가 주관하는 평화의 질서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느냐. 답을 해주마. 성국은 다시 인간들의 힘으로 일어설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매일 평화를 갈망하는 기도를 할 것이다. 내가 그 기도를 더는 듣지 못하게 된다 할지라도.]더는 그 기도를 듣지 못한다, 그 대목에서 잠시 아율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신은 슬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화라는 개념 자체가 세상에서 사라지겠느냐? 그렇지 않다. 나는 물론이고, 모두가 그렇게 될 것이라 믿던 때도 있었으나…… 이제는 아니다. 내가 소멸해도 누군가는, 너희 같은 아이들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싸운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 너흰 나보다도 더 격렬하게 평화를 얻고자 투쟁해왔다. 나는 그저 평화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기만 하였을 뿐이니.]아율라가 부드럽게 날개를 움직여 세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 바로 이런 순간에,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나 같은 불멸자가 희생하는 건 백 번도 천 번도 옳은 일이다. 어쩌면 바로 이것이 내 존재 의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로구나.]단테가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에 아율라의 마지막 남은 권능이 비쳐서 반짝거렸다. 아율라는 그가 기특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만하면 나의 선택에 대한 답변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내가 마지막까지 결심한 것을 이룩할 수 있도록, 너희가 도와주었으면 하는구나.]단테와 헤도는 더 이상 아율라의 희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건 아율라의 남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일 뿐이었다.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무엇이든.”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우선 단테와 헤도, 당장은 너희 둘이 달리 할 게 없구나. 곧 진의 결정으로 인해 추후 라니가 깨어나거든, 회복에나 전념하거라. 너흰 회복이 끝난 다음에 할 일이 많을 것이다.]“진의 결정……?”
진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제 제가 과거의 론 경과 같은 선택을 할 차례로군요, 아율라 님.”
아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황성전 당시 론이 죽어가는 진을 창성의 빛으로 살렸듯이, 이번엔 진이 그렇게 라니를 살릴 차례였다.
[두 사람을 구하느라 라니를 살릴 수는 없었느니라. 하여 슬퍼하던 찰나, 네가 그 아이에게 창성의 빛을 남긴 걸 알 수 있었다.]라니가 투명해진 순간, 진은 그 빛이 저절로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빛은 분명 자신이 남긴 것이었다. 창성에 오르자마자 그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원한 건 동료들의 생존이었고, 그게 곁에 있던 라니에게 깃든 것이다.
[알고 있겠지, 진. 너는 원한다면 지금도 이 빛을 회수해서 다시 네게 귀속시킬 수 있다.]“그렇게 하면 제가 얻은 창성의 힘이 온전해지겠죠.”
“물론입니다. 저는 친구를 살릴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라니는 그저 신성력이 유달리 강한 성왕일 뿐이다.
엄청난 치유 능력을 갖고 있으나 진이 얻은 창성의 완전성을 깨뜨리는 것보다 뛰어난 가치가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진이 보기에는 라니를 살리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었다.
앞으로 그를, 세상을 기다릴 운명을 초월하는 일에 더 많이 요구되는 것은 분명 힘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힘은 언제든 다시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만큼을 잃어도 저는 여전히 창성입니다. 설령 다 잃어버린다 하여도 제 선택은 같았을 겁니다.”
아율라는 진이 라니를 살리지 않고 창성의 힘을 오롯이 혼자 갖는 모습을 생각했다.
그는 아즈 밀이 아니기에, 또한 아즈 밀 역시 창성의 미래는 완벽하게 볼 수 없기에 알 수 없으나.
그 끝에는 분명 파엘리토 같은 타락의 결말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진이 그렇게 되는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후후, 솔직히 네가 다른 말을 하면 어쩌나 살짝 걱정하기는 했느니라. 그래서 네 덕에 라니를 구했다고 미리 못을 박아두었지. 그런데도 다른 결정을 내리면 모양이 빠지지 않느냐. 물론, 너를 믿지 못해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창성 특유의 마성을 의식하셨군요.”
마성.
아율라는 진이 아니라 이제부터 진이 품게 될 마성을 걱정했었다.
[아마 너는 그조차 잘 극복해내겠지. 이제 보니 도무지 네가 마성의 괴물이 되는 모습은 그려볼 수가 없구나.]진이 아율라의 힘이 연결된 빛에 가까이 다가갔다. 빛은 심장처럼 펄떡펄떡 뛰고 있었다.
아율라가 따로 어떤 지시를 내릴 필요도 없었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막 태어난 생명이 숨을 쉬고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진도 자연스럽게 그 빛을 다룰 수 있었다.
진이 양손으로 부드럽게 빛을 움켜쥐자, 손 틈 사이로 샌 빛이 위쪽으로 모여들었다.
빛은 곧 사람의 형상이 되었고, 잠시 후 그건 라니가 되었다.
라니는 의식이 없었으나 그저 잠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단테가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서는 라니를 받아 안았다.
[내일쯤 깨어날 것이다. 그때까진 내 소멸이 다 끝나지 않았을 테니, 그 아이와도 작별을 할 수 있겠구나.]부활은 본래 누메루스의 눈물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지금 아율라는 자신의 남은 몸과 의지와 진이 넘긴 창성의 빛으로 그 눈물을 대신하고 있었다. 일행은 라니가 부활하기 전보다 확연히 어두워진 아율라를 올려다보았다.
라니는 많이 슬퍼할 것이다.
그러나 슬픔에 파묻혀 쓰러질 일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성국을 일으키고, 평화를 수호하고자 싸울 사람이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떠나야겠구나.”
아율라가 지상에 착지하며 말했다. 아율라의 목소리는 이제 신적인 존재 특유의 공명이 번지지 않았다. 신격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진.”
“말씀하십시오, 아율라 님.”
“무엇이 가장 두렵더냐?”
갑작스러운 질문임에도 진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저는 제가 이토록 강한 힘을 얻고도, 또 이런 일이 발생할까 두렵습니다. 오늘 성국에서 벌어진 일이 또 있을까 봐 무섭습니다.”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키지 못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여전히 진을 가장 두렵게 만드는 일이었다. 만일 자신의 마성이 폭발하는 순간이 온다면, 반드시 그런 일 때문일 터였다.
“거대한 싸움이 계속 이어지면, 또 그만큼 비극이 이어지는 건 필연이다.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더 두려운 것이겠지.”
“그렇습니다.”
“그 고뇌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마.”
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떤…… 방법입니까?”
“뭘 그리 놀라느냐? 너는 무고하고 힘없는 타인의 죽음을 늘 고뇌해왔다. 싸울 때마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고뇌했지. 당연히, 그 의지는 네가 얻은 창성의 권능을 형성하는 일에도 밀접하게 관여를 하였다.”
“아……!”
“나는 방금 신격을 잃기 전 네가 도달한 창성의 권능이 가진 특성을 살펴보았지. 그중 하나는…… 재생, 바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