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39)
제 999화
233화. 아율라(2)
재생.
진은 론과 달리 자신이 창성에 오르며 얻은 권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재생…… 제게 그런 권능이 생겼다는 말씀이십니까?”
“본래 창성에 닿은 존재는, 그 즉시 자신이 새로 얻게 된 권능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네 아비인 시론이 그랬고, 네 형제인 반 또한 그러하였으며, 단테의 조부인 전대 검황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저는 그분들과 달리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분명 이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고…… 또, 제가 무언가 부서지거나 다친 것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재생의 권능이다, 그렇게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는 정도였죠.”
“그럴 수밖에 없었을 테지. 그건 네가 얻은 재생의 권능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율라가 진의 근처를 맴도는 황금빛 기운 한 점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아마 나 정도의 신격을 지닌 존재가 아니면 이 기운에 어떤 힘이 내포되어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오러와 마력이 뒤섞여 특수한 힘을 내는 기운이라고만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 불가사의한 힘은, 감히 누구도 그 깊이와 크기를 알 수 없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불완전한 상태임에도…….”
“제 힘이 불완전하다는 걸 어떻게 바로 알아보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본능이다. 그 힘을 마주하자마자, 한 가지 기억이 떠오르더구나. 바로 내가 빚어지던 순간의 기억이었다. 아마 태양신, 킨젤로의 파편에서부터 빚어지던 그날이었을 것이다.”
아율라는 확신하고 있었다.
진이 가진 재생의 권능은, 태양신이 온전할 때 다루던 바로 그 힘이리라고 말이다. 아율라는 단 한 번도 태양신을 직접 본 적이 없으나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태양신…….”
“네가 얻은 권능은 분명 그와 관련이 있어. 그러나 그는 수많은 파편으로 나뉘었으니 완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의 권능이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태양신의 파편들을 찾아 흡수해야 하는 것입니까?”
헤도의 질문에 아율라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지금 진은 태양신의 파편을 흡수해서 권능을 얻은 것이 아니다. 아마 창성에 오른 그 순간에 진의 의지와 태양신의 의지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발현된 것이겠지. 그러니 태양신의 파편을 흡수하는 건 잘 모르겠구나. 어쩌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율라가 황금빛 기운을 놓아주며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런 식으로 완전한 재생의 권능을 갖게 되면, 과연 진을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완전한 태양신의 힘은, 그야말로 의지만으로 모든 파괴와 죽음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이니 말이다. 한 사람이 그걸 휘두르는 건 끔찍한 일이지.”
설명을 들은 동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진이 목표하는 건 인간으로서의 삶이지,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 되는 게 아니었다. 진은 한 번도 신이 되고 싶은 적이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힘이 진의 고뇌를 조금 덜어줄 수 있으리라 말했지. 이제부터 그 이유를 보여주마.”
우드득-!
별안간 아율라가 자신의 오른편 날개 하나를 손으로 뜯어냈다. 생살이 찢기고 뼈가 뜯기는 소리에 일행은 일순 충격을 받았다.
“아, 아율라 님!?”
“그리 아프지 않으니 너무 걱정 말거라. 으, 그래도 혼자 다 뜯긴 어렵겠군. 도와다오. 검으로 베지는 말고. 내 나름의 속죄이기도 하니.”
이내 아율라가 두 번째 날개를 뜯어내며 신음하는 모습이 이어지자, 동료들은 하는 수 없이 그 말을 따랐다.
열 쌍의 날개를 모두 뜯어내자 아율라의 온몸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 그러나 앞에 놓인 날개들엔 신기하리만큼 피가 한 방울도 묻지 않았다.
“이 날개들은 본래 내가 아니라 다른 신의 것이다.”
“다른 신이라 하심은…….”
“희망의 신 누메루스. 그의 것이지.”
-어떤 신이든 인세에 지나친 혼돈을 야기하면 아율라가 면담을 빙자한 협박을 했다더군.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한 번은, 소멸시킨 적도 있고. 상대가 축복의 신이었던가.
-그래?
-용들 사이에서 희망의 신, 누메루스를 소멸시킨 것도 아율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한창 돌았던 시기도 있었지. 아무튼 과격한 양반이야.
진은 과거 성국 사건 당시 무라칸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눈물 여덟 방울과 피 백 방울. 인간들에겐 그게 누메루스가 내 손에 소멸하며 남긴 유산의 전부라고 알려져 있었지. 반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누메루스를 끝장내기 전, 그의 날개를 보관하였지. 겉모습은 날개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이것은 물화된 그의 의지다.”
동료들은 땅에 놓인 날개와 아율라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와 누메루스는 형제라고 할 수 있었다. 같은 시간, 같은 파편에서 태어났고…… 각각 평화와 희망의 신이 되었지. 사이도 아주 좋았느니라. 그런데 내가 왜 그를 소멸시켰겠느냐?”
“……누메루스가 인세에 지나친 개입을 하였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 그는 인간을 너무 사랑했어.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통해 그중에서도 특별히 사랑하는 인간들을 되살리고는 했었다. 죽어서 윤회의 길에 오르거나 지옥으로 떨어졌어야 할 이들이 멀쩡히 생명을 이어간 것이다. 너희 인간들에게 구전되는 옛 신화와 전설 중 부활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있을 것이다. 반켈라 건국 이전 시기의 전설은, 모두 사실이다.”
누메루스는 반켈라가 건국되기 직전에 아율라의 진노를 받았다. 아율라는 그때까지 꽤 오랜 시간 누메루스의 일탈을 묵인해주었다.
“내가 그를 죽이기로 결심한 건, 그가 처음으로 대규모 부활을 행한 순간이지. 아를레힌 왕국의 대부활, 들어본 적 있지 않느냐?”
동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아를레힌 왕국이 갑작스러운 홍수로 멸망한 다음 날 왕국의 모두가 부활했다는 내용인데, 인세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아는 전설이었다.
“그 사건 이후 나는 더 이상 누메루스를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찾아갔더니, 그 역시 내가 올 것을 알고 있더군. 그는 자신을 멈춰달라고 하였다. 그는 사람들을 부활시켜온 대가로 미쳐가고 있었다.”
아율라는 그렇게 자신의 형제 신인 누메루스를 소멸시켰다.
그 과정에 그의 육신이 부서지며 흐른 여덟 방울의 눈물과 백 방울의 피는 인세 곳곳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인간을 사랑한 마음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방법이 틀렸을 뿐…… 하여, 언젠가 그의 권능이 필요한 날이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이렇게 그의 의지를 남긴 것이다. 그리고 그 예감은 다행히도 이렇게 현실이 되었구나.”
아율라가 날개들을 내려다보았다.
“이 날개들, 즉 누메루스의 의지는 그 자체로 아무런 힘이 없다. 그러나 네가 얻은 권능에 합치면, 오늘 성국에 퍼진 모든 죽음을 유예할 수 있다.”
“죽음을 유예한다……?”
“오늘 마족들의 손에 죽은 내 자녀들이 영혼 형태로 성국에 존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네가 죽기 전까지 그들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 기억도 모두 가진 채 반투명한 영혼이 될 것이다. 완전한 부활은 아니지만, 완전한 죽음 또한 아닌 상태가 되는 것이지.”
마치 말리엣 히스터의 전승지에 있는 테벤과 젠처럼, 누메루스의 의지와 진의 힘으로 성국의 신민들은 그렇게 죽음을 유예할 수 있었다.
“……과거의 누메루스와 비슷한 선택을 하시려 하는군요.”
“그렇다. 하지만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의 죽음을 유예하려는 것이 아니다. 너를 위한 선택이지. 또한, 재생의 권능을 얻은 게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진 너이기에 내린 선택이다.”
그 말에 진은 흠칫하며 아율라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아율라가 자신의 회귀를 눈치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율라는 그게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이 파엘리토에게 회귀를 고백한 그 순간, 아율라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네가 가는 길에 놓인 죽음들은 너의 책임이 아닐 것이다. 너를 그렇게 만든 존재의 책임이라 할 수 있겠지. 그러나 네가 그 길의 끝에 도달할 때…… 어쩌면 너는 그렇게 많은 죽음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네가 창성이 되자마자 재생의 권능을 얻은 이유가 있을 것이야.”
헤도와 단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질문을 하지 않았다.
“누메루스의 의지는 그저 오늘 네가 성국에서 겪은 슬픔을 더 완화해주는 역할에 불과하다. 이게 없었어도 너는 죽은 내 자녀들의 죽음을 유예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전 모습과 기억을 갖춘 영혼 형태가 아닌, 황금색 빛의 형태로만 유예할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네 앞에 놓인 날개 하나를 만져보아라.”
진이 날개에 손을 대자, 진은 인근에서 죽은 한 무리의 신민들이 영혼 형태로 깨어나는 걸 느꼈다.
단테와 헤도는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입을 벌렸고, 막 깨어나 그들과 눈이 마주친 신민들도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우, 우왁! 아율라시여!] [주, 죽지 않은 건가!? 몸이 왜 이렇게 투명하지……!?]쉴 새 없이 성국 곳곳에서 신민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누메루스의 의지가 없었다면 그들은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원형의 황금색 빛으로 깨어났을 것이다.
진은 얼떨떨한 마음으로 아율라가 방금 한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길의 끝에 도달할 때, 어쩌면 너는 그렇게 많은 죽음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언젠가, 너는 저들에게 다시 진짜 삶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너와, 네게 대적하는 거대한 힘을 지닌 이들에게 휩쓸려 허망하게 죽은 이들에게, 진짜 삶을…… 과거 누메루스가 행한 것처럼 뒤틀린 부활이 아니라, 진짜 삶을 말이다.”
네 회귀로 인해 사라진, 그들이 본래 누렸어야 할 삶을.
아율라가 진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단테와 헤도는 막 일어서기 시작한 영혼들을 보느라 그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러니 죄책감에 짓눌려 쓰러지지 말거라, 진. 너는 저들에게, 이전에 그렇게 죽은 이들에게, 이후에 그렇게 죽을 이들에게 삶을 돌려주기 위해, 결코 쓰러져선 안 된다.”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속에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회귀자이기 때문에 가져야만 했던 그 무거운 죄책감을, 어쩌면 언젠가 완벽하게 떨쳐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자,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진, 오늘 성국에서 스러진 내 모든 자녀들을 깨우자꾸나. 단테와 헤도는 가서 전달을 해 다오. 깨어난 내 자녀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