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71)
제 999화
241화. 구출(1)
츠즈즈즛-!
파틀이 적뇌 파장을 퍼뜨리고 있었다.
후방에선 바카룬의 함대와 엘티엇이 퍼뜨린 충격파가 쉴 새 없이 밀려들었고, 나머진 온통 파틀의 적뇌 파장에 가로막혔다.
퇴로가 없었다. 테마르 비먼트의 무력이 최상위 초인 수준이라고는 하나, 두 기의 공중요새를 돌파하는 건 불가능했다.
설령 테마르 비먼트가 ‘왼팔의 기억’을 온전히 각성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전투력은 한 번 더 대폭 상승할 테지만, 테마르 비먼트는 그래도 진짜 창성이 될 수 없다.
테마르 비먼트의 검으로 오러가 모여들었다. 라키만은 아이란 일당을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세상이 정말 이상해지긴 했어. 벌레들이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군……. 오늘 이후, 우리 적명은 다시 온당한 세상을 되찾을 것이다. 적명의 하늘 아래, 벌레는 벌레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야.”
“라키만 동포, 저 생체 병기는 파괴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연구 가치가 있어 보인다는 뜻인가? 시마트 동포.”
“그건 아닙니다. 다만 저 병기의 왼팔에서 발산되는 기운이 심상치 않군요. 특히 진 룬칸델…… 그자의 기운과 묘하게 닮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무언가 그자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키만은 시마트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지금껏 시마트의 말을 들어서 일이 나빠진 적은 없으며, 그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위엄도 신경이 쓰였다.
“알겠다, 생포하도록 하지.”
파틀의 전면부 곳곳에서 포신이 튀어나왔다. 포들이 일제히 적뇌를 토하자 테마르 비먼트는 기합을 토하며 검을 휘둘렀다.
직선으로 뻗어진 거대한 검기가 포들과 맞부딪혔다. 처음엔 검기가 포격을 모조리 집어삼키며 파틀까지 나아가는 듯 보였으나, 두 번째 추가 포격에 곧바로 가로막히는 모습이었다.
“폐하, 제게 업히십시오.”
아이란이 비볼의 등에 업혔다.
테마르 비먼트는 계속 검기를 난사하며 앞으로 달렸다. 퇴로가 아예 막혔다 해도,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적명족은 바보가 아니다. 생포해야 할 놈들이 계속 발버둥을 친다면, 길 그 자체를 없애버리면 그만이었다.
“포격으로 놈들을 고립시켜라. 어차피 메이실은 도시로서도, 요새로서도 가치가 없으니 전부 파괴해도 좋다.”
라키만이 말하자 적뇌포가 아이란 일당의 주변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려는 것이다. 적뇌포는 채 십여 초가 지나기도 전에 파틀이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의 구덩이를 형성했다.
“빌어먹을……!”
비볼이 구덩이 아래로 추락하며 이를 악물었다. 테마르 비먼트는 낙하 중인 바위들을 밟고 뛰어오르려 했으나, 그때마다 적뇌포가 정확히 그를 노렸다.
혼자였다면 그래도 뚫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란과 비볼을 지켜야 하니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구덩이 안에 피어오른 짙은 돌 먼지가 아이란 일당의 시야를 가렸다. 그 와중에도 계속 적뇌포가 떨어지고 있으니, 이건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사냥에 더 가까웠다.
테마르 비먼트와 비볼이 아무리 분전하더라도 이 구덩이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실시간으로 빠르게 체력이 떨어지는 중인 반면, 공중요새의 동력은 1푼조차 사용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허억, 헉……!”
비볼이 거친 숨을 토하며 테마르 비먼트를 바라보았다.
테마르 비먼트가 동요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감정 없는 인형이 아니라 마치 사람처럼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왼팔의 기억을 각성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비볼도 그게 별다른 희망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렇기에 비볼의 등에 업힌 아이란은 웃음을 내뱉고 있었다. 완전히 포기한 사람 특유의 허망한 웃음이었다.
“푸흐흐. 여기까지구나, 비볼. 나를 내려다오.”
“폐하.”
“태초에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존재로 태어나, 수많은 위대한 이들의 멸망과 절망을 목격하며 살아남았다. 그러나 결국 그 시절 태양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이들은 다시 저 하늘에 떠 있고, 우린 이 어두운 지하에서 파국을 맞이하는군.”
아이란이 땅으로 내려왔다.
“폐하, 저는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그래, 장렬히 싸우다 자폭하면 된다. 놈들은 우릴 생포하려 할 것이다. 내게서는 정보를 빼내야 하고, 네 왼팔이 특별하다는 사실도 인지했을 테니.”
테마르 비먼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노프도 아마 죽음을 택하고 싶었을 테지. 적명족들은 적뇌 파장 농도를 높여 그것을 막았을 것이다. 그나마 우린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로구나. 네 왼팔이 파괴되면, 그건 그 자체로 룬칸델에 어느 정도는 복수를 하는 셈이기도 하지. 가장 위대한 선조의 기록을 찾지 못하게 될 테니까.”
“폐하…….”
비볼이 울음을 참으며 아이란을 바라보았다.
“지플에는 그만한 피해를 주지 못하고 퇴장한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긴 하구나. 어떻게든 그들의 소중한 것을 확보해야 했는데. 그들이야말로 우리 제국의 성장을 가장 오랜 시간 막은 놈들이니.”
쿠드드득……!
적뇌포에 구덩이의 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때때로 적뇌 사이에 푸른 뇌전이 언뜻 드러나기도 했다. 엘티엇이 그만큼 분전하고 있다는 뜻이나, 그가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이내 테마르 비먼트가 기운을 끌어올리며 자폭을 시작하려는 찰나.
별안간, 아이란 일당의 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다행히 늦지 않고 왔네요, 루크 사제님.”
태양신교 무녀 산나.
그녀가 막 구덩이 안에 형성된 차원문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옆에는 태양신교의 대사제, 명왕족의 옛 투신 루크가 서 있었다.
그리고 루크가 나타나자마자, 쉴 새 없이 구덩이 안으로 빗발치던 적뇌포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적명족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잠시 포격을 중단한 게 아니었다.
루크가 발산한 뇌기가 떨어지던 적뇌포를 그대로 묶어버린 것이다. 뇌기에 묶인 적뇌포들은 잠시 흔들리다 촛불처럼 꺼지는 모습까지 이어졌다.
“당신은.”
“태양신교의 무녀, 산나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아이란 비먼트.”
산나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 설마 우릴 구하러 온 건가?”
“정확히는 테마르 룬칸델의 왼팔을 가지러 왔다고 해야겠군요. 우선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죠. 루크 사제님, 다시 차원문을 열어야 하니 시간을 벌어주세요.”
“알겠소.”
루크가 손을 뻗자 그의 체구만큼 거대한 대검이 소환되었다.
“이건, 설마 투신이 한 명 더 나타나기라도 했단 말인가!?”
라키만이 소리치며 피빌 쪽 전장을 바라보았다. 엘티엇은 여전히 피빌을 상대하고 있었다.
“다른 인물입니다, 라키만 동포. 태양신교, 그자들일 겁니다.”
으득! 시마트가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로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지원이었다. 애초에 황실은 적명족이 떠난 순간 고립된 세력이다. 바멀 연합과 루테로 연방, 킨젤로 등 인세 모든 세력과 적대 중이기도 했다.
‘그나마 만약 누군가 지원을 온다면 킨젤로일 것이라 생각했건만, 태양신교라. 그들이 지금 황실을 도울 이유가 대체 무엇이지? 설마 저 생체 병기의 왼팔 때문인가? 그리고 켈리악이 실권을 잡은 후 태양신교와 지플의 관계는 끝난 건가?’
순식간에 여러 가정들이 떠올랐다.
대체 태양신교가 황실의 위기는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무슨 수를 써서 이곳에 도달한 건지, 그리고 저 괴물은 또 누구인지.
그러나 생각할 겨를이 없기도 했다. 라키만과 시마트가 다시 구덩이 쪽으로 시선을 옮긴 순간, 루크의 대검은 이미 파틀의 보호막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스걱-!
보호막이 갈라지자마자, 루크는 공중에서 다시 화살처럼 몸을 튕겨 순식간에 파틀 본체와의 거리를 좁혔다.
적뇌포들이 그를 요격하려 했으나 불길에 다가간 날벌레처럼 허망하게 꺼질 뿐이었다.
명왕족의 옛 투신, 루크는 반 이전에 최강이라 불린 인물이었다. 불의 신 쉬누의 차원에서 그를 압도했으며, 아율라조차 ‘각오를 해야만’ 그를 상대할 수 있다 말했었다.
루크가 일검을 휘두를 때마다 피빌을 뒤덮을 정도의 뇌전이 퍼졌다. 피빌의 외부 장갑이 연한 살가죽처럼 찢어지고 터지고 있었다.
“시마트 동포, 내가 나가서 잠시 놈을 저지하는 게 좋겠는가?”
“안 됩니다, 라키만 동포. 지금 나가면, 죽을 것입니다.”
시마트는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파틀에 타격이 있을 것이다.”
“라키만 동포를 잃는 것보다 그게 낫습니다. 피빌은 고치면 그만입니다. 무엇보다, 놈도 우리와 제대로 싸울 의향이 없을 겁니다.”
태양신교의 목적은 아이란 일당을 구하는 것이다. 루크가 있다 한들, 굳이 공중요새 두 기와 전면전을 치를 이유는 없었다.
“동력원만 괜찮으면 자잘한 손상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습니다. 적당히 상대하면 알아서 빠질 겁니다. 뻔히 차원문을 열고 있을 테니.”
이어 시마트는 통신기를 들어 바카룬에게 이 상황을 알렸다. 이쪽은 계속 우리가 맡을 테니, 엘티엇의 피를 취하는 것에만 집중하라고 말이다.
“산나.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이오?”
루크가 파틀을 치는 사이 비볼이 입을 열었다.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비볼. 황족 두 분은 이제 태양신교를 위해 일해야 할 겁니다. 별다른 건 아니고, 그냥 살아만 있으면 되는 겁니다. 우리 사원에서.”
“그게 무슨 소리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황실의 기술력이나 숨겨둔 수들 따위가 아니에요. 아이란 님과 비볼 님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죠. 말했듯이 우린 테마르의 왼팔이 필요할 뿐입니다. 다만 아이란 님이 이 왼팔을 자신의 인증 없이는 사용할 수 없게 조치해뒀을 테니, 어쩔 수 없이 아이란 님도 구해주는 거죠.”
“자네 말대로 테마르의 왼팔은 내 인증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게 맞다. 그런데 산나, 테마르의 왼팔이 왜 필요한 것인가?”
아이란이 묻자 산나는 그를 무시하는 듯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란 님, 바리사다가 세상의 오랜 비밀을 열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처음 듣는군.”
“그래서 그의 왼팔은 당신들에겐 과분했던 겁니다. 당신들은 그저 이 왼팔을 온갖 정보의 집합체라고만 생각했겠지만…… 그건 잘못된 접근이에요. 테마르의 육신이 지니는 가치는, 바리사다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 비밀의 문을 여는 건, 오로지 테마르에게만 부여된 권한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