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83)
제 999화
244화. 적명족을 기습(1)
그날 저녁, 차틴 초원 상공에 붉은 부엉이의 차원문이 열렸다.
“호오, 이 함선은 나쁘지 않구나. 공간 도약 거리도 길고, 속도도 빠르고, 투명화 기능까지…… 탑재된 포는 써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다만, 그 또한 분명히 훌륭할 테지. 아멜라와 콰울 박사가 제작한 것이니.”
엘티엇이 말하는 사이, 루나는 그가 참 실행력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오늘 바로 적명족을 기습하자고 할 줄은 몰랐다.
그게 싫지는 않았다. 침투 및 기습은 루나가 생도 시절부터 가장 선호하는 임무였다. 무엇보다도, 루나는 이번 침투를 함께하며 아직은 다소 긴가민가한, 엘티엇의 능력을 살펴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연합의 자산 중 진이 가장 아끼는 물건 중 하나죠.”
“그래? 그렇다면 이 스승이 네 동생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겠군.”
“무슨 소리입니까?”
“네가 잘 해내지 못하면 오늘 붉은 부엉이를 챙겨서 무사히 복귀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그 말에 루나는 코웃음을 쳤다.
“저를 너무 과소평가하시네요, 스승님. 이런 취급이 신선하긴 합니다.”
“네가 너를 과대평가한다고 보는 게 옳다.”
“말을 말죠.”
“또한 너는 적명족을 과소평가하고 있기도 하지. 그간 네가 직접 보고 들은 적명족들이 허접하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긴장해야 한다, 제자야. 그들 대부분은 물론 너보다 훨씬 약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순수한 무력에 한정한 경우의 이야기다.”
왠지 부아가 치밀긴 했지만, 적명족에 대한 평가는 새겨들을 만했다. 하루아침에 드락카와 인근 주요 자치구를 전부 집어삼킨 놈들이었다.
루나와 엘티엇이 치기로 한 도시는 바클 자치구. 지금 위치에서 오십 킬로미터쯤 떨어진 지역이었다.
“음, 아직 포가 날아들지 않는 걸 보니 역시 바클 자치구엔 아직 본격적인 방위 장비를 배치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배치를 해 두었다면 이미 공격이 시작됐을 것이란 말씀이십니까? 오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도요?”
“그래, 놈들의 탐지 능력은 현 인류가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바클에 1급 장비들을 배치했다면 지역을 변경하는 게 좋았을 것이야. 그래도 2급 장비는 배치되었을 테니, 조금만 가까워져도 포격이 시작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첫 훈련을 시작할 때로구나. 가자! 가는 동안은, 당연히 보법 훈련이다. 무작정 빠르고 호쾌하게 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야. 제자 너는 네 힘을 고상하게 다루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엘티엇이 보법을 다섯 걸음 밟으며 말했다. 그는 마치 소금쟁이가 물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적지에 들어설 때까지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뛰어 보는 것이다.”
“그쯤이야 어렵지 않죠.”
루나는 곧바로 엘티엇의 보법을 따라 했다.
“썩 나쁘진 않구나. 지금부터 그대로 속도를 올리되, 호흡은 차분해야 한다. 유려하고 유연하게 달리는 것이다.”
루나가 엘티엇을 앞질러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초인들도 따라잡기 힘들 만큼 빠르긴 하나, 루나의 최대 속도에 비하면 아쉬운 느낌이었다.
‘호흡이 가장 문제로군. 이걸 신경 쓰느라 보법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
호흡.
엘티엇은 줄곧 루나의 가장 큰 문제로 호흡을 지적하고 있었다. 숨을 차분하게 쉰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녀로서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고르고 조용하게 호흡하면 되는 것 아닌가? 루나가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엘티엇은 귀신같이 호통을 치고는 했다.
“너는 이미 진보다도 강대한 오러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네 부친조차 뛰어넘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힘은 언제나 네 안에서 요동치고 있다.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을 뿐, 네가 한 번 숨을 내쉴 때마다 네 몸속에선 화산이 폭발하는 것이다.”
엘티엇이 속도를 맞추며 말했다.
“오, 드디어 호흡에 대해 제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설명을 해 주시네요.”
“곧 실전에 들어서게 생겼는데도 깨닫질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여 말해 준 것이다. 네 호흡에 맞춰 요동치는 그 기운을 진정시켜라. 그것이 검을 바람처럼 쓰기 위한 기본이다.”
당연히 평생 의식하지 못한 습관을 고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처음으로 구체적인 실마리를 얻었으니, 루나는 달리는 동안 집중해서 심상을 맺었다. 몸속의 사나운 오러들이 차츰 호수처럼 잦아드는 심상을.
그러자 오감에 신비한 느낌이 찾아들었다. 갑자기 몸이 작아지는 듯하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엘티엇은 떽, 소리를 질렀다.
바클 자치구에 설치된 적명족의 방위 장비가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어디선가 한 줄기의 붉은 광선이 떨어진 다음이었다.
광선은 루나의 바로 옆에 떨어졌는데, 땅이 터지며 튄 돌덩이 하나가 루나의 어깨를 가격했다.
“잊었느냐? 이곳은 적지다. 훈련에만 심취하여 정신을 놓아 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
루나로서는 돌이 튄 것을 ‘위기’로 전혀 인식할 수 없었다. 정통으로 맞아도 극히 미세한 충격조차 없을 테니 무시한 것인데, 엘티엇은 바로 그런 점이 루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너는 포격이 빗발치는 전장도 그냥 강인한 육신으로 버티며 쭉 밀고 나아가는 게 편하겠지만, 본래 그렇게 몸을 믿고 싸우는 것은 하수의 방식이다. 고수처럼 움직여야 한다. 적이 너를 예측할 수 없어야 해.”
물론 루나는 지금껏 적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숱하게 만들어 왔다. 다만 엘티엇이 원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나 적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큰 힘을 휘둘렀을 뿐.
“강하고 파괴적인 것은, 그보다 더 강하고 파괴적인 무언가를 만나면 결국 부서지게 되어 있다. 너 한 사람의 힘이 바클에 있는 적명족 전체보다 강하겠느냐? 아니다. 그렇기에 힘을 앞세워서만 싸운다면, 너는 오늘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시이익, 치이이……!
적뇌포가 점점 더 많이 날아들고 있었다. 엘티엇은 내내 루나에게 고개를 돌린 채로도 모든 포격을 완벽하게 회피했다.
반면 루나는 어색한 보법과 호흡, 그리고 엘티엇의 잔소리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도시에 닿기도 전에 다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루나는 원래 하던 것처럼 편하게 움직이려 하지는 않았다. 그의 훈련을 따르기로 했으니까.
조금씩 적응되는 중이기도 했다.
‘힘을 빼고 움직인다는 게 이런 느낌이었나. 조금만 실수해도 몸이 흐느적거릴 것 같긴 하군.’
두 사람이 근처로 다다르자, 바클 전체에 붉은 보호막이 씌워졌다.
‘얼핏 보기에도 밀도가 높은 보호막이다. 나로서도 제대로 힘을 써야 부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운을 폭발시키면 또 엘티엇이 난리를 칠 게 분명했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보호막을 파괴해야 합니다, 스승님.”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
“힘껏 검을 내리쳐 부수는 건 하수의 방식이라 하실 것 같군요.”
“그렇다. 가장 좋은 수는, 저 보호막의 일부 지점을 이룬 뇌기와 완전히 똑같은 힘을 사용해서 상쇄하는 것이다.”
“격투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심열과 유사한 방식이군요.”
“적뇌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건 네가 당장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보호막은 내가 해결할 것이니, 넌 임무에만 집중해라. 앞을 가로막는 적명족들을 베고, 장비를 챙기는 것 말이다.”
루나는 보호막에 닿을 때까지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 정도 거리를 뛰고 온몸이 땀으로 젖는 건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파즈즉!
엘티엇이 손바닥 위에 푸른 뇌기를 한 덩이 띄웠다. 그 힘은 보호막을 이룬 적뇌와 잠시 뒤엉키며 자줏빛으로 변하더니, 점점 투명해지며 사라졌다.
그러자 도시 전체를 뒤덮은 거대한 보호막에 딱 두 사람이 들어갈 만한 균열이 생겼다.
루나가 보기에 엘티엇은 바다를 티스푼으로 한 번 떠낸 것보다 작은 힘으로 보호막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건 추후 네가 좀 더 다듬어지고, 뇌기를 다룰 수 있게 될 때 알려 주마.”
“뇌기요?”
“네 동생도 인간인데 뇌기를 다루지 않느냐? 당연히 너도 그리되어야지.”
“그런데 보호막 안에 대기 중인 병력이 하나도 없군요.”
“당연하지. 아직 우리가 도시 심부까지 들어간 아닌데 백병전을 할 이유가 없잖느냐. 각 통제탑에 앉아서 단추 몇 개만 딸깍거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바로 이렇게.”
엘티엇이 말을 끝낸 순간, 루나는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천근 쇳덩이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적뇌 파장 때문이었다. 적뇌 파장이 깊은 물처럼 루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그 역시 기운을 폭발시켜 무시하면 그만일 테지만, 루나는 이번에도 평소와 다른 수를 골라야 했다.
‘상쇄라.’
루나는 적뇌 파장의 대략적인 흐름을 읽으며 그와 비슷한 기운을 몸에 휘감았다. 엘티엇만큼 완성도가 높진 않으나 그럭저럭 방금 전보다는 몸이 가벼워지고 있었다.
짝짝짝!
엘티엇이 근엄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역시 총기가 있기는 있어. 뇌기를 아직 다룰 수 없는데 그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 좋아, 이대로 놈들이 통제탑 바깥으로 기어 나올 때까지 가 보자꾸나.”
두 사람은 들을 수 없지만, 지금 바클 내부의 통제탑들 사이에선 쉴 새 없이 경보가 울리고 있었다.
저 멀리에서부터 함대가 떠오르기도 했다. 전 함대의 주포가 루나와 엘티엇을 조준하고 있었다.
“아, 참고로.”
홱! 엘티엇이 광선 한 줄기를 피했다. 루나는 방향상 당연히 엘티엇이 쳐내리라 예상했다가 반 박자 늦게 회피해야만 했다.
“이 스승은 가능한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참 고마운 소리네요.”
“내가 참여하지 않는 게 너에게도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전투에 참여한다는 건 곧 네가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루나가 대답하려는 찰나 함대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함대의 적명족들은, 두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백경, 그리고 저자는…… 분명해! 메이실에서 도주한 청명의 투신이다!”
“엘티엇이라고!?”
“크리틸에 1급 방위 장비 사용을 요청하겠습니다!”
“당장 투신 동포께 연락을 올려라!”
적명족들이 외치는 사이 함교의 창 위로 시마트의 얼굴이 나타났다.
“적명!”
시마트는 동포들의 경례를 받은 후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엘티엇, 그 노인네가 오랜만에 내가 보고 싶던 모양이군. 내가 지금 그리로 갈 테니, 두 사람을 잘 모시고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