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91)
제 999화
246화.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2)
‘……마기!?’
‘지토가 죽었으니 진마계일 리는 없는데, 설마 킨젤로의 마족 놈이 사용하던 장치 때문인가?’
그오오오……!
마기가 급속도로 증폭되고 있었다. 창성들로서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수준의 마기, 진은 시마트의 분위기를 살폈다.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시마트 역시 마기 쪽으로 시선을 돌린 걸 보니 그가 원한 일은 아닌 듯 보였다.
시마트도 진을 보며 똑같은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은 검을 섞으며 자연스레 마기 쪽으로 움직였다. 둘 다 마기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진과 시마트가 마기 발산지로 다가가는 사이, 일대의 적뇌 파장이 옅어지는 현상이 이어졌다.
그 또한 충격파와 마찬가지로 마기의 발산지, 즉 란케가 도망치며 남긴 강령술 장비로 흡수되는 까닭이었다.
적명족들은 시마트가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옅어진 적뇌 파장의 농도를 다시 높이고 있으나,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적뇌 파장은 적명족의 자랑 중 하나다. 심지어 공중요새 두 기가 직접 퍼뜨린 적뇌 파장이, 겨우 란케의 조잡한 장비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으아아아!] [누가 우리를 깨웠는가!]별안간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전장을 울렸다. 그때쯤 진과 시마트는 강령술 장비의 근처에 도달해 목소리의 주인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건 뭐야, 유령……?’
‘마족의 영혼!? 란케 할로비체라는 그 마족 놈, 강령술을 시도하고 있던 건가!’
유령, 혹은 영혼.
강령술 장치 근처의 마법진에서 소환된 이들은 그런 희끄무레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회복되기 전의 오르갈처럼 말이다.
란케의 강령술이 성공한 순간이었다. 란케는 물론, 킨젤로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이었다.
‘알겠군. 마족 놈은 강령술을 시도했으나, 강령에 필요한 힘이 부족했다. 그 부족한 힘을 우리 적명족과 진 룬칸델의 기운을 이용해 채웠어. 단지 우리와 바멀 연합을 불러내려고 개수작을 부린다고만 생각했는데, 킨젤로에도 제법 뛰어난 두뇌가 있는 모양이군……!’
물론 시마트는 오해를 하고 있다.
지금 강령술이 성공한 건 순전히 킨젤로에게 따른 행운이었다. 시마트의 생각대로 강령술에 ‘힘’이 부족하기는 했으나, 란케는 실패 원인을 전혀 알지 못했다.
심지어 란케가 사용한 고대 강령술은 그 술식조차 완벽하지 않았다. 다만 그 술식의 오류로 인해 지금의 우연을 형성했다.
그 오류는, 강령술 장치가 근처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힘’을 빨아들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흡수된 힘은 고스란히 소환된 마족들에게 넘어갔다.
[이 몸은 테칸 산의 대악마 스리비다! 다시 묻겠다, 누가 나를 깨웠느냐? 우린 그 가상한 녀석을 위해 싸울 것이니!]“내가 깨웠다.”
“나다.”
진과 시마트가 동시에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뻔뻔한 거짓말에 속으로 혀를 찼다.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거짓말이 몸에 밴 놈들이 많구나. 나, 스리비는 사실 우리를 심연으로부터 꺼낸 갸륵한 이의 이름을 알고 있다. 그는 란케 할로비체지. 그런데도 모르는 척 소환자를 찾은 것은 단지 전통을 따른 것일 뿐.] [이봐 스리비, 이놈들은 그거 아니냐? 란케 할로비체가 우리더러 해치워달라고 그렇게 애원하던 진 룬칸델, 그리고 적명족이라는 종족의 투신. 란케 할로비체가 저주한 그자들과 인상착의가 아주 유사하군.] [아아,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너흴 찢어 죽이는 것이다!]대악마 스리비가 시마트에게 달려들었다.
속도는 제법 매서웠으나, 영혼 상태임에도 확연히 드러나는 그 앙상한 몸뚱어리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시마트는 스리비의 접근을 막고자 가볍게 검풍을 일으켰다. 붉은 검기가 원형으로 퍼지며 스리비를 덮쳤다.
그러나 스리비는 마치 환영처럼 시마트의 검풍을 그대로 통과하는 모습이었다. 시마트는 당황하지 않고 재차 검을 휘둘러 그를 양단했으나, 이번에도 스리비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뻑-! 이내 스리비는 시마트의 얼굴로 주먹을 내리꽂았다. 시마트는 스리비가 베이지 않는 걸 보고 일부러 그의 주먹을 맞아주었다.
[아이고! 뭐가 이리 단단해!]둔탁한 타격음이 있었으나, 오히려 고통스러워하는 쪽은 스리비였다.
“기묘하군. 내 검기엔 환영인 듯 전혀 베이지 않더니, 자신이 공격할 때는 질량을 가진 존재처럼 된다라.”
시마트는 재차 이어진 스리비의 공격을 한 번 더 피하지 않고, 그의 주먹이 자신의 몸에 닿는 순간 정확히 반격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시마트의 검은 스리비의 몸 안으로 쑤욱 들어가며 허공을 쳤고, 스리비는 제 주먹을 부여잡았다.
그 모습을 보고 진은 과거 흑해에서 메리와 함께 오즈도크를 상대한 날이 떠올랐다. 오즈도크도 물리적 공격을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오즈도크와는 다르다. 방금 시마트가 확인했듯이, 스리비는 오즈도크처럼 공격하는 순간에도 약점이 생기지 않는다.’
물리 법칙을 완전히 위배한 존재.
소환된 마족들은 모두 그런 특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놈 뭐가 이렇게 강해! 옆에 놈도 비슷한 수준인 것 같고. 란케 할로비체여, 양심이 있는 것이냐? 은퇴한 뒷방 늙은이들에게 너무하는군!]이어 함께 소환된 다른 마족들이 진과 시마트에게 달려들었다.
진은 일부러 영검으로 받아쳤는데, 영검조차 반투명한 마족들의 몸을 그냥 지나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소환된 마족들은 말 그대로 일방적인 공격이 가능하다.
-[진 룬칸델, 나는 충분히 너를 높게 보고 있었는데, 그보다도 더 대단했어……! 마녀의 심연을 마주하고도 그리 멀쩡할 줄이야?]
불현듯 진은 과거 지토가 한 말이 떠올랐다.
‘스리비는 자신이 심연에서 소환되었다고 했다. 마녀의 영역에 있던 존재인 만큼, 세상의 질서에 위배되는 능력을 가진 모양이군. 하지만 무엇이든 제약이 있기는 할 거다. 공간이 한정적이라든지, 지금처럼 전투력이 보잘것없다든지.’
강령술 장치는 계속 적뇌 파장을 흡수하고 있었다.
이제 더는 ‘장치’라고 부를 수 없는 형태로 변한 상태이기도 했다. 장치를 이루고 있던 금속과 각종 부품들은 완전히 융해된 채 마법진에 섞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법진조차 마족들과 마찬가지로 반투명하게 변했다. 식을 해제하거나 깨뜨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바카룬 동포, 내 쪽에 퍼진 적뇌 파장을 회수해라.”
마족들이 적뇌 파장을 취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였다. 적뇌 파장을 흡수할 때마다 마족들의 기운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프즈즉-!
반면 진은 오히려 뇌기를 끌어올렸다.
“재미있는 친구들이군. 안 그래? 시마트. 우리 싸움에 이 친구들을 끼워줘도 좋을 것 같은데.”
“하긴, 네 입장에선 이런 변수라도 있어야 나를 상대하기가 덜 부담스럽겠군, 진 룬칸델.”
[그오오! 죽이는군!]마족들은 그 뇌기를 빨아들이며 포효를 질러댔다.
‘어차피 적뇌 파장을 회수하더라도, 마족들은 저 멀리 있는 기운까지 끌어당기고 있다. 어쩌면, 대사막 전체의 힘을 흡수하는 중일 수도 있겠군.’
그 정도로 광범위한 기운 흡수는 적명족의 기술로도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시마트는 이 난데없는 변수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왠지 마족들이 이번 일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 같은 직감에 휩싸인 것이다.
쩌엉-!
진의 광속 찌르기가 시마트의 가슴팍을 두들겼다. 시마트는 테탈론을 세워 광속 찌르기를 막았고, 동시에 피빌은 지원 포격을 쏘았다.
진이 포격을 반으로 가르자, 사방으로 튄 적뇌 덩어리들이 마족의 영혼으로 흡수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제 스리비는 시마트를 타격하더라도 전처럼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여전히 시마트의 몸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는 위력이긴 하나, 그새 그만큼이나 강해진 것이다.
‘이 마족 놈들, 묘하게 진 룬칸델보다 나를 훨씬 더 많이 공격하는 느낌인데.’
실제로 그랬다.
진도 마족들이 시마트보다 자신에게 더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설마 지토를 죽인 것 때문인가?’
궁금한 찰나, 스리비가 진에게 찡긋 눈짓을 보냈다.
[넌 모르겠지만, 나와 너는 구면이다. 진마계에 심연이 열렸을 때 나는 네놈의 모습을 보았지. 그러니 너는 이 시마트라는 놈을 죽인 다음에 죽여주마.]“이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 황당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네게 나쁠 것은 없으니 고맙다고 해야겠지! 다만 다른 두 녀석은 네놈을 처음 보니까, 걔들은 걔들 맘대로 할 것이야.]그 말처럼 남은 두 마족은 진과 시마트를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중이었다.
마족들은 두 창성 모두 처음 겪어보는 유형의 적이었다. 모기처럼 짜증은 나는데, 죽이거나 막을 수가 없는.
사방에 빗발치는 푸른 뇌기와 오러, 마력, 붉은 뇌기를 피하느라 창성들은 정신없이 보법을 밟는 반면, 마족들은 실실 웃으며 폭발 사이를 대놓고 뛰어다녔다.
심지어 그들은 부유 능력까지 있었다. 땅이 꺼져 구덩이가 생겨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니 언제나 창성들의 빈틈을 파고들어 짜증을 유발해댔다.
[그거 아나? 시마트.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무한하진 않아. 흘러 떨어진 물방울이 결국 바위를 뚫듯이, 나도 네놈을 뚫어버릴 거야. 이렇게, 이렇게!]콩! 콩! 스리비의 주먹이 연달아 시마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는 시마트의 등 뒤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리고 시마트는 스리비를 떨쳐낼 수가 없다. 붙잡히지도 않고,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진은 실시간으로 구겨지는 시마트의 표정을 보며 생각했다. 잡히면 절대 안 되겠다고.
아무리 창성이라 할지라도 누군가 등에 매달려 계속 주먹질을 해대면 감각이 조금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진은 더욱 거세게 시마트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별 해괴한 꼴을 다 겪는군.”
으득! 시마트가 이를 악물었다.
이어 그는, 갑자기 미친 듯이 대사막을 달리기 시작했다. 마족들에게 ‘거리적 제약’이 있기를 바라면서.
“바카룬! 내 위치에 미트라 대사막 밖으로 이어지는 소형 차원문을 열어라.”
잠시 후 차원문이 열렸다. 시마트가 그 속으로 들어가자, 진은 따라가지 않고 남은 마족들을 피해 움직였다.
그러다 자연스레 처음 소환진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는데, 스리비가 그곳에 있었다. 마족들은 대사막 밖을 벗어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게 설정되어 있었다.
[에잇, 우리 약점이 너무 쉽게 밝혀졌잖아. 이래서는 너흴 죽일 수가 없는데? 진 룬칸델, 너도 이제 도망칠 거냐?]마족들로서는 시마트나 진이 대사막을 벗어나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셈. 그러나 바멀 연합과 적명족은 대사막을 포기하거나 떠날 수 없는 입장이다.
3분쯤 뒤, 시마트가 다시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스리비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뭐야, 기껏 나를 떨쳤으면서 여길 다시 와? 그렇다는 건, 네놈은 이 사막에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거네?]시마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 어딘가에 깊은 분노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그게 뭐든, 네놈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야. 이 스리비와 다정한 심연의 친구들이 네놈들을 끝까지 방해할 거니까, 크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