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46
밀리아와의 검술 강의에는 테리도 참가했다.
“불만 있나? 그럼 내 검술도 가르쳐 주지. 어차피 대외비인 부분까지 공유하는 건 아닐 거 아냐?”
“나중에는 테리 선배와도 붙어볼 테니 그럼 저야 좋죠.”
검술 강의는 먼저 말을 꺼낸 밀리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검을 보면 그 사람의 검술이 보이는 법이지. 일단 내 검부터 보도록 할까?”
스릉!
“이게 바로 내 성련검인 마엘스트롬(Maelstrom)이야. 어때 보여?”
밀리아의 검 마엘스트롬은 혈조가 검을 휘감고 소용돌이처럼 파여 있는 원기둥 형태의 검이었다.
날은 없고 오로지 찌르기만을 위한 검.
“검이라기보다는 무슨 송곳이나 드릴에 가까운 형태네요. 찌르기에 특화된 검술인가요?”
“맞았어. 린드버그 가문의 검술은 대인검술 중에서도 공격에 치중한 검술이야.”
사람의 몸은 별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검보다 약하다.
강체술로 몸을 강화해도 그것은 마찬가지.
검 또한 검기로 강해지니 결국 상대적인 단단함은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대인검술은 어떻게든 자신의 검을 상대에게 가져다대는 방식으로 발전했지.”
화려한 기교로 상대의 방어를 걷어내든, 강력한 힘으로 상대의 방어를 뚫어버리든.
결국 칼을 박아 넣는 쪽이 이긴다.
“우리 가문은 그중에서도 모든 방어를 뚫는 필살의 일격을 목표로 발전했어. 그리고 필살의 일격이라고 하면, 결국 찌르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
“찌르기는 직선적인 공격이니까요.”
“그렇지. 최대한 힘을 싣는다면 풀스윙이 더 강하겠지만 그러면 검의 궤적이 길어지니까.”
찌르기는 상대에게 닿는 최단 경로로 행해진다.
즉, 그 어떤 공격보다도 빠르다.
실제로 노아도 월식의 방을 막고 있는 문을 뚫기 위해 전력을 쏟아부을 기술로 찌르기를 선택한 적이 있었다.
“심장을 꿰뚫는 필살의 일격. 그것이 바로 내 검술이야.”
찌르기 하나만 죽어라 파서 결국 성련검마저 저런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그런 밀리아의 찌르기가 얼마나 강할지.
‘성격만이 아니라 검술마저 정도라고 생각하기 힘든데. 엄청나게 파격적이잖아?’
극한의 공격 몰빵.
이렇게 말하면 실례되는 표현이지만 솔직히 정신 나간 것 같았다.
“쩐다…….”
“하핫, 뭘 좀 아는구나? 한 방에는 로망이 있지.”
노아가 감탄하는 것과 반대로 테리는 밀리아의 검술이 영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것을 의아하게 바라보자 밀리아가 설명했다.
“맥도웰 가문은 우리랑 반대로 방어에 치중한 검술이거든.”
“방어요?”
“응. 린드버그가 모든 것을 꿰뚫는 창이라면 맥도웰은 무엇이든 막아내는 방패.”
“검술은 원래 인간이 마수와 싸우기 위해 개발된 거다. 그러니 자신의 몸을 지키는 쪽으로 발전하는 게 정상이지.”
테리는 옆에 앉아서 툴툴거리듯 말했다.
“때문에 린드버그와 맥도웰 가문은 원래 앙숙이었어. 우리가 약혼하면서 그건 깨졌지만.”
최강의 공격력을 추구하는 린드버그와 최강의 방어력을 추구하는 맥도웰은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였다.
그런 와중에 린드버그 가문에서는 역대 최고의 재능을 지닌 밀리아가, 맥도웰 가문에서는 마찬가지의 테리가 태어났다.
두 가문은 밀리아와 테리가 커감에 따라 매년 연례행사로 둘을 맞붙였고, 둘은 어릴 때부터 계속 보다 보니 그만 친해져 버리고 말았다.
두 사람이 눈이 맞은 뒤로 나이트레이에 입학하기까지 양측 가문을 설득(물리)하는 기나긴 과정이 있었지만, 그건 지금 일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요즘도 집에 가면 엄마, 아빠는 못마땅해하는 것 같지만. 뭐 어때. 이젠 내가 우리 집안에서 제일 센데. 불만이면 나보다 세지라지.”
“화끈하시네요.”
“그치만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쌓인 원한을 어떻게 말로 풀어. 그냥 테리랑 손잡고 불만 있는 사람들을 다 두들겨 패는 편이 빠르지.”
노아는 그 말에 감명받아, 일기장을 꺼내 적어놓았다.
같은 시각 광휘제와 카인이 동시에 소름이 돋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우리 검술은 이런 식인데 노아 너는 어때?”
“글쎄요. 기승전결은 저희 어머니가 홀로 개발하신 거라 그런 이념 같은 건 잘 모르겠어요.”
노아는 검술만 전달받아 배웠지 어머니와 대화해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기승전결은 기본적으로 퍼플 섹터에 보관된 마스터 나이트들의 기록을 참고해서 만든 검술.
좋게 말하면 총망라고 나쁘게 말하면 짜깁기였다.
“굳이 따지자면 약점을 만들지 않는 둥근 검술? 뭐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노아는 밀리아와 테리에게 기, 승, 전, 결의 기본 개념을 설명했다.
“흐응. 기에서는 몸을 완벽히 통제하고 승에서는 오러를 완벽히 통제하는 건가?”
“네. 전과 결에 대해서는 저도 아직 승에 머물러 있어서 확신할 수 없지만요.”
“그런 식이라면 전에서는 심검을 완벽히 통제한다는 것 같은데. 거기에 결까지 있다고? 말도 안 되게 멀리 보는 검술이네.”
기승전결은 입문 단계인 기에서부터 이미 심검은 물론 지평까지 바라보는 걸 기준으로 만들어진 검술이었다.
당연히 배우는 난이도는 다른 검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그거 익힐 순 있는 거냐고 되물었겠지만…….”
실제로 노아는 그 검술을 익히고 있었으며,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
“네 실력을 보면 최초의 의도대로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거겠지. 대단하신데? 너도, 네 어머니도.”
천재가 만든 천재만 배울 수 있는 검술.
밀리아는 기본 개념만으로도 그 사실을 간파해 냈다.
“말만 들어보면 너희 어머니도 대단하셨을 것 같은데 왜 들어본 적이 없지?”
“아하하, 그건 어머니가 은거기인이셔서요…….”
“그래? 하긴, 보통 사람들은 배울 수 없는 검술이니 애초에 가문을 세우고 세력을 키우는 용도로는 못 써먹었겠지. 홀로 검술에 매진하던 분이시라면 납득이 가네.”
엔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순 없기에 적당히 둘러댄 노아였지만 밀리아는 그 말에 납득했다.
“그럼 한 달 동안 너는 나한테 기에 해당하는 기본기를, 나는 너한테 린드버그의 찌르기를 가르치고 붙어보는 거야. 콜?”
“콜.”
* * *
그로부터 약 한 달.
노아는 밀리아에게 신체의 완전통제를 가르치고, 찌르기에 대해 배웠다.
‘이거 단순히 괜찮은 공격 기술을 하나 배우는 정도가 아닌데?’
린드버그의 검술은 찌르기 하나를 위해 많은 것들을 신경 쓰고 있었다.
몸을 만드는 법부터 시작해, 정확하게 힘을 싣는 법, 찌르기를 쓸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법까지.
단순히 붙어보는 경험을 넘어 상대의 기술을 직접 배워 보니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
‘유니아에게 리히테나워 검술을 배울 땐 이렇지 않았는데.’
그때는 이미 할아버지의 검술을 보며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인지 새로운 걸 배운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밀리아 선배!”
“오늘도 일찍 나왔네. 엄청 성실하잖아?”
“선배 잠깐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오러를 건드릴 테니까 저항하지 말아보세요.”
“알았어. 해봐.”
노아는 가만히 밀리아의 오러에 집중했다.
승은 이론상 숙련 단계에 따라 자신의 오러를 다루고, 외부의 중립 상태인 오러를 다루고, 최종적으로는 상대의 오러까지 다룰 수 있다.
‘남의 힘 또한 결국 외부의 힘. 기본적으로 상대의 통제 하에 있어 마음대로 다룰 순 없지만, 움직일 순 있을 거야.’
노아는 그간의 연습으로 밀리아가 자신의 오러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자신도 밀리아의 오러를 움직일 수 있을 것.
짐작만 가지고 시험 삼아 해본 일이었지만 결과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우웅!
“어?”
밀리아의 오러로 무형검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무형검은 노아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일단 발현된 무형검을 소멸시키는 것도 마찬가지.
“잠깐, 뭐야 이게?”
“……방금 승을 마스터한 것 같은데요.”
“하아?”
밀리아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졌다.
“남의 오러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니. 이거 어디까지 가능한 거야?”
“저도 잘 모르겠으니 시험해 보죠.”
방금 것은 밀리아가 일부러 힘을 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노아는 밀리아와 함께 조건을 바꿔가며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았다.
알아낸 점은 다음과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몸 안의 오러를 직접 움직일 순 없는데, 검기처럼 몸 밖으로 꺼내놓은 건 건드릴 수 있네요.”
상대가 만들어둔 무형검을 탈취하거나, 상대의 검기를 마음대로 꺼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집중하고 있으면 저항이 가능하지만, 싸우는 도중에 검기의 유지에도 이렇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네. 처음 검기를 배웠을 때로 돌아간 기분이야.”
“정리하자면 통제의 우선권은 오러의 소유자에게 있지만, 저도 상대의 오러를 통제할 수 있게 된 셈이네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시험해 볼 필요는 있었다.
밀리아의 경우에는 노아가 그녀의 검술을 배웠기 때문에 가능한 걸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원래 나는 남의 검술을 보기만 해도 잘 따라 했으니.’
적당히 눈으로 보고 원리를 이해해서 다른 사람에게 써먹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오러 싸움에서의 절대적 우위.
‘이거 마스터 나이트만 아니면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검술의 극의라는 심검.
승을 마스터했다면 그 다음은 심검을 다루는 전의 입문이었다.
기승전결에서야 이 뒤로도 한참이나 남아 있었지만 일반적인 검술은 여기서 끝.
이후로는 경험을 쌓는다는 의미만 있을 뿐, 노아는 이미 일반적인 검술 체계의 모든 것을 익혔다고도 할 수 있었다.
“아.”
노아는 어느새 검술의 끝자락에 도달했다.
* * *
그리고 찾아온 랭킹전의 날.
노아, 밀리아의 경기와 베로니카, 리나리아의 경기는 각각 동시에 진행하게 되었다.
덕분에 검은 달 기숙사의 멤버들 또한 인원을 나누어 양쪽 경기장을 동시 응원하게 되었다.
“시바. 너 때문에 좁으니까 옆으로 좀 가봐.”
“맞아. 좀 쭈그려 봐.”
“아니, 좁은 건 저 녀석 곰 가죽 때문이잖아!”
우르슐라와 오필리아 사이에 낀 시바는 양쪽으로 치이고 있었다.
“이럴 거면 VIP석을 빌리라고. 랭커들 모아놓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쟤들이 노아 따라 특별 경기장을 쓰는 바람에 이 관객석도 임시로 만든 거라고. VIP석 같은 게 있겠어?”
베로니카와 리나리아는 이전 노아와 오필리아의 경기처럼 상호간의 합의하에 특수 경기장에서 랭킹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특수 경기장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었다.
“왜들 저러는지 몰라. 쟤네들은 일반 경기장 사용해도 특별히 손해 보거나 하는 건 아닐 텐데.”
“로젤리아 선배. 혹시 어쩌다 야외 경기장을 쓰게 된 건지 아세요?”
“그건 사실상 협박이었지.”
로젤리아는 팔짱을 끼고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말했다.
“리나나 내가 쓰는 홍염의 날개라는 기술은 알지?”
“예. 단순히 무형검을 밟고 다니는 것보단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중이동기죠.”
“리나가 베로니카를 찾아가서 자긴 시작하자마자 날아올라서 경기장을 다 부숴 버릴 테니 괜히 귀찮게 그러지 말고 차라리 공중전으로 붙자고 제안했었거든.”
랭킹전 규칙에선 경기장을 벗어나도 장외패다.
다만 경기장 이외의 바닥에 닿지만 않으면 장외가 아니었다.
즉, 계속 날고 있으면 경기장이 아예 없어져도 싸울 수 있는 것.
“허?”
“하이 랭커 경기장은 별의 파편을 섞어 만들어서 비싸니까. 자긴 어차피 공중전 할 생각이니 괜히 부수지 말고 처음부터 딴 데 가서 하자는 거였지.”
베로니카로서는 상대의 의도를 따르는 대신 어떻게든 경기장을 지켜낸다는 선택지도 있었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쉽지 않았다.
그리하여 베로니카 또한 그 제안에 동의.
두 사람은 탁 트인 야외에서 땅에 닿으면 진다는 규칙으로 붙게 되었다.
“공중전이라. 이건 또 이것대로 재미있겠네요.”
잠시 후 베로니카와 리나리아가 관객석 앞으로 등장.
두 사람이 동시에 날아오르며 랭킹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