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52
노아는 아니스를 이기고 9위가 되었다.
그리고 베로니카는 율리우스를 이기고 1위가 되었다.
“이기고 쟁취한 1위가 아닌지라 졸업한 둘에 비해 약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열심이었다만. 이러면 적어도 졌다고 욕먹을 일은 없겠군.”
율리우스는 허탈하게 웃으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결정화된 오러가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이 산맥은, 순간 심검이라도 쓴 게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였다.
‘이게 진짜 천재라는 것이겠지.’
율리우스가 마안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베로니카는 한 달 만에 혼자서 심안을 각성하고 돌아왔다.
누구는 죽을 각오를 하고 자기 눈을 베면서 겨우 얻은 깨달음을, 누구는 감 좀 잡았다고 혼자서 뚝딱 얻어버린다.
고작 한 달 만에 바뀌어서 돌아온 베로니카는 마치 생텀 킵에서 단기간에 말도 안 되게 강해지던 노아를 보는 것 같았다.
“지금의 너라면 졸업 직전의 알렌과도 해볼 만하겠어.”
“아슬란 씨한테는 아직 안 되는 거군요.”
“그게 농담이 아니라면 좀 무섭겠군.”
유서 깊은 기사가문이라도 항상 이름 있는 기사들을 배출하는 건 아니었다.
가끔은 자식들이 전부 검술에 관심이 없어 기사가문임에도 기사가 아닌 인물이 가주를 맡기도 한다.
8대 가문 정도는 되어야 상시 기사 풀을 유지할 수 있다.
허나 그런 8대 가문조차 항상 마스터 나이트를 보유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이 시대의 기사들은 여러 가지 일들로 전반적인 수준이 매우 높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마스터 나이트를 만만하게 여겨서야 안 되지.”
당장 리베리 가문만 해도 테오도르 이전까진 마스터 나이트가 없는 공백기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들과 같은 위치였던 아슬란이 마스터 나이트가 된 건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만만하게 여기는 건 아닙니다. 그저 얼마나 큰 차이가 나고 있었던 건지 궁금할 뿐이에요.”
그 말에 율리우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가보지 못한 경지에 대해 설명해 주긴 힘들겠군.”
율리우스는 피식 웃고는 승자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경기장을 떠났다.
패배에 집착하기엔 그나 베로니카나 아직 갈 길이 멀었다.
* * *
1, 2위의 교체 외에도 이번 달에는 눈에 띄는 랭킹 변화가 많았다.
아니스가 노아에게 패배 후 자퇴하는 와중에 가이잭은 셰리를 이기고 4위에 등극했다.
또한 자숙을 끝낸 페르난도 또한 테리를 이기고 6위에 올라섰다.
“젠장. 그 자식, 자숙 전이랑 완전히 달라졌잖아? 허를 찔리지만 않았어도…….”
“괜찮아, 괜찮아. 다음 달에 다시 역전하면 되니까.”
율리우스와 베로니카의 랭킹전이 끝난 후, 부동의 15인 전용 관전실.
이번에는 밀리아가 테리를 달래주는 가운데, 노아의 다음 상대는 현재 8위인 비타 아그리파로 정해졌다.
‘비타 선배랑은 작년의 인간체스에서 붙어본 적이 있지.’
당시에는 제대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온갖 종류의 검을 돌려가며 사용하던 아그리파 가문의 검술은 노아에게도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만결일섬도.’
일기상천으로 시작해 만결일섬으로 끝나는 아그리파 가문의 오의.
그때는 서로 이후의 전투를 생각해 급한 대로 화력을 투사했지만, 제대로 붙으면 어떨지 알 수 없었다.
“페르난도 녀석한테 진 것도 뼈아픈데 다음은 노아 너란 말이지…….”
새로운 1위의 탄생을 지켜보던 비타는 다시 자신의 일로 돌아왔다.
“노아 너한테 또 지면 9위. 거기에 다음 상대는 로젤리아. 이번에 지면 단번에 두 자릿수 순위까지 떨어질 판이잖아? 아으으으!”
다른 15인이 죄다 마이웨이인 것과 다르게 비타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는 비교적 학생다운 인물이었다.
“비타 선배.”
“안 들려 안 들려 안 들려 안 들려 안 들려!”
비타는 노아의 말을 듣자마자 귀를 틀어막고 고개를 흔들어댔다.
“너 또 이상한 거 제안하려고 그러지? 나는 안 속아! 너랑 뭐 했던 애들 다 졌잖아!”
“아니, 딱히 제가 지금까지 수작질을 부린 건 아닌데요. 제안을 하려는 건 맞지만.”
“거봐!”
비타는 그래도 일단 들어나 보자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노아를 바라보았다.
“그때는 서로 전력이 아니었죠? 이번엔 제대로 해보죠.”
“당연한 소리를 하네. 나는 아니스 언니처럼 해보고 안 되면 말 생각 없거든? 어떻게든 이기려고 징글징글하게 늘어질 거거든?”
“아뇨. 단순히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 이런 게 아니라, 저희 둘은 피차 준비시간이 긴 필살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잖아요?”
“응?”
“전력을 다한 필살기에 모든 걸 걸고 전력으로 붙어보는 건 어때요?”
완전한 만결일섬을 정면에서 상대해 보고 싶다.
그것이 바로 노아가 말하는 바였다.
“그러니까 서로 다른 수는 쓰지 말고 한 방에 모든 걸 걸어보자고?”
“네.”
노아의 대답에 잠깐 멍해졌던 비타는 이내 ‘괜찮을 것 같은데?’ 싶은 표정이 되었다.
‘완전한 만결일섬을 먹일 수만 있으면 확실히 이득 아닌가?’
15인간의 랭킹전에서 비타는 비교적 공략법이 명확한 편이었다.
아그리파 가문의 검술은 전장의 난전을 상정한 검술.
수많은 경우의 수에 따라 모든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연계에 따라 위력이 증대되는 검술이었다.
따라서 일대일에서는 그러한 예열 과정을 풀어낼 수 있냐 없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봐도 무방했다.
장기전 운영에 성공하면 이기고, 초반에 터지면 지는 것.
그런 식으로 장단점이 명확한 비타였지만, 어쨌거나 승률은 나쁘지 않아 나이로비나 오필리아에 비해 랭킹이 높았다.
‘완벽하게 준비한 만결일섬을 쓰고도 지면 어차피 지는 거잖아?’
비타에게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제안.
“분명히 저 녀석 제안은 안 듣겠다고 다짐했는데. 이, 이게 바로 악마의 속삭임……?”
“제가 오필리아 선배랑 했던 경기 보셨잖아요? 저는 그냥 선배의 전력을 보고 싶은 것뿐이에요.”
“아니다 이 악마야! 난 속지 않아!”
“에이, 그러지 말고 초반 매너 해보자니까요?”
“으으……!”
결국 비타는 10분도 못 버티고 속아 넘어갔다.
* * *
노아는 비타와 합의를 보긴 했으나 어쨌거나 다음 랭킹전은 한 달 뒤.
이번에는 서로 까놓고 연습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한 수를 갈고닦아 오기로 했으니 그때까진 거리를 둘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노아가 이번 달에 선택한 연습 상대는 유니아였다.
“어때?”
“으음, 분명히 틀린 건 아닌데 이게 같은 기술이냐고 하면…….”
노아는 유니아에게서 기본 소양 수준에서 그쳤던 리히테나워 검술을 더 배우고 있었다.
15인간의 랭킹 변화만큼이나 다른 이들의 랭킹 변화도 컸다.
유니아와 티우도 이번 달에 하이 랭커를 달성하여 얼마 전 편입해 온 한별과 나루를 제외하면 검은 달 전원이 하이 랭커급이 된 것.
덕분에 유니아도 여유를 가지고 노아의 검술을 봐줄 수 있게 되었다.
“뭔가 제가 보여준 거랑 다르지 않아요?”
“똑같진 않을 거야. 이건 할아버지가 쓰던 방식이거든.”
“할아버지가요?”
국사 빈센트 리히테나워는 노아에게 기승전결을 전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검술에도 기승전결을 접목시켰다.
당연히 기승전결을 배운 노아에게는 이쪽이 훨씬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엣, 그럼 원본 가르쳐줄 테니까 저도 그거 가르쳐 주세요.”
“그거야 어렵지 않지.”
어차피 노아 본인도 원본과 개량형의 차이를 공부하기 위해 유니아의 가르침을 청한 것이었다.
‘가능하면 초승달 군도의 검흔을 다시 살펴보고 싶지만 그건 힘들겠지.’
아니스가 나이트레이를 떠날 땐 파브리스 산하의 기사단 중 하나가 통째로 마중을 왔다.
현 시국을 생각하면 그 정도가 아니고선 제국의 최남단까지 가겠다는 소리를 허가해 줄 리가 없었다.
‘올해는 꼼짝없이 나이트레이에 갇혀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구만.’
방학도 없다.
애초에 빈센트가 임무에 나가 있으니 방학이라고 해도 돌아갈 곳이 없었지만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놀고 있을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노아는 지금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랭킹전을 승리하고 있었지만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얼마 전 보았던 율리우스와 베로니카의 일전은 노아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오버드라이브를 쓰고 죽자고 덤비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저쪽에서도 지구전으로 나올 테니.’
오러 폭주를 이용하는 기술인 만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마안을 가진 베로니카라면 오버드라이브를 보자마자 그 사실을 알아챌 게 분명했다.
“단순히 힘이 강하다고 끝이 아니라는 거지.”
아니스가 단순히 타고난 힘을 휘두르는 게 전부였다면 지금처럼 강해지진 못했으리라.
그 점은 기승전결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노아의 검술은 강체술조차 쓰지 못하는 허약한 몸으로 사용하는 검술이었으니까.
‘뭔가 잡힐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오라버니?”
노아가 딴생각에 빠져 있자 유니아가 그를 불렀다.
시선을 돌려 보니 유니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노아는 괜찮다는 말 대신 옆머리를 넘겨 귀 뒤에 걸어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유니아도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손길을 즐겼으나,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앗, 사람이 묻는데 대답은 안 하고!”
“뭔가 놀아달라는 강아지 같아서 무심코 그만.”
용궁에 다녀온 이후 티우의 고양이 같은 행동을 많이 봐서 그런지 유니아까지 강아지처럼 대해 버렸다.
“평소 땍땍거리는 거에 비해 하는 짓은 완전 순둥이가 따로 없단 말이지. 사실 너도 강아지 수인이라든가 그런 거 아닐까?”
“아니거든요!”
마침 땍땍거리는 상황이 왔기에 노아는 다시금 머리를 쓰다듬어 보았다.
그러자 유니아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핫!”
“역시 순둥이 맞잖아.”
* * *
모두가 랭킹전 결과에 관심을 가지는 가운데 랭킹전에는 관심이 없었던 인물.
펠릭스는 자신의 검을 들고 일어섰다.
“됐군.”
코코아의 행방불명 소식이 닿았을 때, 펠릭스는 벤에게서 받았던 실버 팽을 반납했다.
펠릭스는 아직 배울 게 많았고, 벤 마이어는 검에 구애되지 않는 실력자였으나 그것도 정도가 있었다.
동급의 실력이라면 당연히 자기 검이 있는 편이 유리하다.
같은 마스터 나이트인 코코아에게 문제가 생길 정도라면 벤에게도 실버 팽이 필요한 상황이 올 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실버 팽을 돌려보낸 펠릭스는 다시 자신의 성련검으로 돌아왔다.
“사용한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만, 그 녀석도 마찬가지였으니 가능할 줄 알았다.”
펠릭스는 자신의 은빛 검을 바라보며 그 이름을 읊조렸다.
“울프베인.”
빌린 것이 아닌 그 자신의 성련검.
울프베인은 펠릭스가 그 이름을 불러준 것으로 완전해졌다.
“이걸로 준비는 끝났군.”
나이로비는 펠릭스에게 져줄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펠릭스는 준비가 되기 전까진 랭킹전에 나서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준비를 끝낸 펠릭스도 본격적으로 랭킹전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작년에는 늦게 출발한 노아 네게 따라잡혀 15위가 되었지.”
이번에는 그 반대.
“올해는 내가 너를 따라잡고 1위에 올라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