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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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뿌옇게 솟아올랐던 흙먼지가 가라앉자 그 먼지 구름 사이로 비류연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벼락같은 일격이 떨어진 곳으로부터 한 자밖에 되지 않은 공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그의 정수리를 향해 매섭게 떨어지던 벼락을 간신히 피할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크게 놀란 기색은 아니었다.
“휘유우우우.”
자신의 옆에 길게 패인 대지의 상처를 보며 비류연은 긴 휘파람을 불었다.
“직격당했다면 뼈도 못 추렸을 것 같네요.”
비류연이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하지만 검후라 칭송되는 분의 검이 이토록 단순무식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비록 빗맞았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일격을 목격하고도 비류연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있었다.
“후배를 상대하는 데 전력을 쏟을 수야 없지 않겠느냐! 방금 건 경고였다.”
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로 검후가 말했다. 네가 잘나서 피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피할 수 있을까?”
본편은 이제부터였다.
“제이 초!”
순간, 검후의 신형이 다시 중인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다음 순간 비류연의 오른쪽 측면에 나타났다. 검후의 출수는 바람처럼 빨랐고,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옆구리까지 끌어올린 비류연의 팔뚝에 직격했다.
둥!
체대에 얻어맞은 비류연의 몸은 포물선을 그리며 붕 날아갔다. 충격파만으로도 나무를 두 동강 내는 일격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위력이 고스란히 비류연의 몸을 강타한 것이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해야 하는 체대를 강함으로 강함을 누르는 방식으로 쓰는 사람은 강호 천지에 오직 그녀 한 명밖에는 없을 것이다.
검후는 공중에 붕 뜬 상태의 비류연을 향해 재빨리 도약했다. 그는 아직 신형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후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체대를 힘껏 내리쳤다.
“제삼 초!”
‘펑’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 퍼졌고, 그와 함께 비류연의 신형은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의 몸이 커다란 암괴에 정통으로 부딪혔다.
콰쾅!
그러자 천지를 진동시키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비류연의 몸이 부딪힌 곳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균열이 좌르륵 퍼져 나갔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 아직이다.’
아직 단정 짓기는 일렀다.
“죽었을까요?”
딱딱하게 굳은, 하지만 자신이 목도한 압도적인 힘에 대한 경이로움 역시 감추지 않은 채 모용휘가 물었다. 그는 방금의 공방 전체를 파악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아직 아니다.”
검성의 통찰은 정확했다. 이미 그의 안력은 흙먼지 정도로 현혹시킬 수 있는게 아니었다. 고수의 싸움이란 누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자세히 보느냐의 싸움이었다. ‘관(觀)’과 ‘찰(察)의 싸움인 것이다. 힘은 그 다음이었다.
고요한 침묵의 장막이 장내를 뒤덮었다. 사사로운 잡담으로 이 침묵을 깨는 사
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신경은 구름처럼 뿌연 먼지가 일어나고 있는 한 장소에 집중되어 있었다.
“콜록콜록! 아야야.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자욱한 흙먼지를 헤치며 초대형 바퀴벌레 하나가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왔다.
비류연의 몸은 생각 이상으로 튼튼했던 모양이다. 그는 지붕 꼭대기에서 떨어진 사과 같은 운명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나의 일격을 맞고도 멀쩡하다니?”
먼지 구름을 헤치고 나온 비류연은 대수롭지 않은 듯 태연하게, 상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천천히 자신이 입고 있는 흑색 무복에 뽀얗게 내려앉은 황색 먼지들을 툭툭털어냈다.
“이야아아. 위험했다, 정말로!”
우득우득!
비류연이 자신의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꺾고 어깨를 돌리 때마다 관절사이에서 으드득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이 가당치 않은 행위에 검후의 눈썹이 살짝 솟구쳤다.
하지만 일부러 그것을 무시한 채 비류연은 손을 좀 더 바지런히 움직여 몸구석구석을 세심하게 털어낸 다음에야 몸을 바로 세웠다.
“절 죽일 셈입니까? 진짜로 죽을 뻔했다구요!”
그것은 사실이었다.
엄청나게 무자비한 공격!
일 푼의 동정도, 한치의 인정도 담겨져 있지 않은 일격!
검후의 일격에는 분명히 그것이 들어 있었다.
“그 정도 각오는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어떤 비무에 임하더라도 진지해야 하지. 마치 실전처럼. 비무라도 상대를 봐줄 수는 없는 이 아니겠느냐?”
검후가 말했다.
“정말 그럴까요? 제가 보기엔 자신의 검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시는 분 같지는 않은데요? 제가 착각한 건가요?”
“글쎄? 그건 다음 내 일 초를 한 번 더 받아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게다.”
앞으로 이 초도 필요 없다는 선언 같았다.
“글쎄요? 근데 뭘로 하시게요? 제가 보기엔 이제 공격할 거리가 남아 있지 않으신 것 같은데요?”
“뭐라고? 무슨 뜻이냐?”
“잘보시죠.”
검후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언제 손을 쓴 것일까? 그녀가 들고 있던 체대가 심 수개의 조각으로 토막토막 잘리더니 꽃잎처럼 팔랑팔랑 땅에 떨어졌다.
“재미있구나! 인정하마. 네가 내 검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검후는 끝자락만 남은 체대를 쥔 채 자신의 허리춤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네가 과연 이번 일격도 막을 수 있을까?”
스윽!
검후의 왼손이 칼집 위세 살포시 얹어졌다.
가장 완벽한 상태, 최상의 속도로 발검하기 위한 준비였다.
그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전혀 딴판으로 변했다. 그녀 자체가 검과 동화되어 마치 뽑히기 직전의 검과 같은 섬뜩한 날카로움이 비류연을 압박했다.
“과연! 이래서야 허투루 대할 수 없겠군요. 진심으로 해 볼 생각이시군요.”
“물론! 왜 겁나느냐?”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좋습니다! 선의에는 선의, 악의에는 악의, 그리고 진심에는 진심! 그게 저의 신조죠!”
“좋다! 네가 어느 정도의 그릇(器)인지 시험해봐주마!”
차캉!
검후의 왼손 엄지가 검을 살짝 검집에서 미어냈다. 그 순간 채 한 뼘도 드러내지 않은 백옥 같은 순백의 검신으로부터 차가운 한기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동장군의 얼음 검처럼 차가운 냉기는 살기와 한데 버무려져 주위의 공기를 급속도로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가을 오후의 태양이 숨을 죽이고 초목이 추위에 벌벌 떨었다.
“저, 저럴수가!”
모용휘가 경악했다. 아직 겨울이 찾아올 날씨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비류연의 입에서는 입김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검후의 검기가 그의 주위를 면밀하게 물샐 틈 없이 장악했다는 증거였다. 검후와 비류연의 주변은 이미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차가운 겨울이었다.
“기(氣), 기가.”
모용휘의 목소리가 전율로 떨리고 있었다.
“막대한 기가 대기를 일그러뜨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