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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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스캉
가볍게 반경 이 장에 이르는 원을 허공에 그렸다. 그러자 동시에 검기가 뻗어나가서 절벽을 갈랐다. 나는 사람들이 채 놀라기도 전에 유려한 실선을 허공에 새겼다.
쿠르르릉
이윽고 말끔하게 동굴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수준 정도라면 동굴을 만드는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첫 선을 보이자, 나머지 사람들이 검기와 도기를 날리면서 암벽을 분쇄하고 잘라내기 시작했다.
일곱 명이 지내기에 쾌적할 정도의 공간을 만든 것은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우리는 여유롭게 짐을 내려놓고 식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무열매를 따고, 독초를 감별한다.
그리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다.
절벽에 자라고 있는 식물가지를 따와서 먹어본다.
이 정도는 사실 간단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내가 앞으로 할 일을 대충 지도해주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이라면 이 주일이 아니라 한 달이라도 너끈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 그 날의 숙식준비를 마치자 3조 사람들은 모두 동굴 안에 모였다.
타다닥…
밤이 되어서 모닥불이 동굴 안에서 타올랐다. 모닥불 주위에서 다들 생각에 잠겨서 침묵하고 있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임성진이었다.
” 인간을 조심해야겠군.”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었다. 혼자서라도 이 주일정도 생존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이 기회를 틈타서 습격해 올 다른 조의 적들이 문제였다. 우리 조는 상대적으로 백도가 많았으므로 마천각쪽 기재들은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말했다.
” 정신나간 놈들과 싸워서 이기지 못할 리도 없지만, 그런 일에 일일이 정신을 뺏기면 꽤 괴로워지겠죠.”
” 자네 말이 옳네. 그래서 나는 제안하고 싶네만…”
임성진이 말했다.
” 이 근처에 함정을 파두세. 그리고 관문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족할 것 같네.”
” 함정이라.”
함정이라고는 해도 적들의 기습을 알아내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모두의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졌고, 우리는 함정을 파기 위해 움직였다.
함정은 단순했다.
그저 땅을 파두거나, 아니면 나무 사이에 은사를 매달아놓고 독을 흘려넣는 정도였다. 규약지회에 참가한 고수들 정도라면 피해낼 수 있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나는 그 날 잠을 이루며 생각했다.
‘ 이 짓을 9번 더 해야하는군…’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닷새가 흘렀다. 그때까지 내게는 50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적당히 먹을 것을 구한 후에는 내 시간을 가졌다. 아직까지도 검법에는 연구할만한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새벽부터 내가 검기를 참오하고 있을 때 모용휘가 다가왔다. 내가 힐끗 바라보자 모용휘가 포권했다.
” 한 수 가르침을 받고싶소.”
” 그래.”
나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난데없이 얼음장같던 모용휘가 어째서 먼저 내게 비무를 신청했는지는 알 바가 아니다. 그런 개인의 사정을 고려할 처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는 진심으로 임하고 있으며, 나도 그에 화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용휘가 밤하늘의 중심에서 빛나는 북극성처럼 눈부신 은빛으로 빛나는 검기로 온몸을 감싸며 일검충천했다. 은빛으로 빛나는 검이 형성시켜 놓은 검기의 중심을 찔렀다.
은하류(銀河流)
개벽검(開闢劍)
극한오의(極限奧義)
은하멸절(銀河滅絶)
‘ 늦어! 이렇게 약했나?’
보통 고수는 순식간에 잠재워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검기지만, 나는 그 한 순간에 너무나 많은 헛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모용휘는 천지쌍살 수준에 도달해 있었지만 은하류에 숨겨진 진정한 오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더욱이 완전히 검의 마음을 깨닫지도 못했다.
나는 그대로 유운검법을 전개했다.
천지사방이 검의 구름으로 메워지고, 은하멸절의 기운과 맞부딪혔다. 은하멸절은 흐르는 구름을 뚫으려는 듯 발버둥쳤지만 이내 먹혀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모용휘는 검기의 압력에 튕겨나가서 절벽에 처박혔다.
콰광!!
후두둑…
” 크윽…”
모용휘는 힘겹게 다시 일어났다. 주변에는 이미 3조 인원들이 몰려들어서 비무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내 수준에 놀라는 모양이었지만 모용휘는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덤벼왔다.
다시 한 번 은하멸절이 펼쳐졌다.
나는 그의 검을 천하삼십육검으로 완전히 되받아쳤다.
극의를 얻지 못한 검술은 헛점투성이였다. 이미 뜻을 초월해서 마음만으로 검이 도달하는 경지에 이른 내게는 상대가 될 수 없다.
콰앙!
털썩
그 날 날이 저물 때까지 나는 모용휘를 150번 쓰러뜨렸다.
그러나 모용휘는 한 번도 죽는 소리나 앓는 소리를 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그의 눈에는 한 점의 분노나 원망도 없었으며, 오직 들끓는 투지만이 있었다.
새하얀 백의가 더러워지는 것도 상관치 않고 덤벼드는 모용휘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나는 이후 그 날을 9번 반복하면서 한 마디도 말을 섞지 않고 묵묵히 모용휘를 패배시켰다. 모용휘는 비무가 다 끝날 때는 제대로 서기도 힘들 정도였다. 검면으로 후려쳤다지만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마침내 10일째에 물었다. 모용휘의 태도에 질려버렸다.
” 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필사적으로 덤비는 거지?”
” 그런 건 내게 묻지 마시오.”
모용휘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아직도 투지가 깃들어 있었다.
” 나도 당신처럼 의지를 관철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고 싶을 뿐이오.”
모용휘는 서있을 힘도 없을텐데도 끝끝내 검기를 날려왔다. 나는 이 정도는 여유롭게 피할 수 있었지만 한 손으로 막아내었다. 천단신공이 맺혀서 검기의 전진을 막았다. 나는 싸늘하게 말했다.
” 너 같은 결벽증쟁이가 무슨 수로?”
나는 화풀이를 하듯이 장력을 쏘아내었다. 모용휘는 마치 갈대처럼 흔들렸다. 하지만 끝내 쓰러지지는 않았다.
모용휘가 검을 내뻗었다.
나는 그대로 모용휘의 옆구리를 차 버렸다.
빠각!
모용휘가 피를 토해내었다. 나는 결국 무릎을 꿇은 채 피를 닦아내는 모용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 너는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선을 넘어왔는지 모르겠지. 천재의 재능을 타고나서는, 노력하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는 네 녀석이 나와 같은 곳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지금까지 모용휘에게 지니고 있던 울분이 터져나왔다.
모용휘에게서는 한참동안 대답이 없었다. 나는 그가 기절했다고 여기고 돌아서려고 했다.
그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 기다… 리시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천재와 결벽증이라는 가식을 벗어던진 자가 서 있었다. 모용휘는 단정한 외모가 멍과 피로 물들어서 도무지 움직일 수 없을텐데도, 끝내 일어서 있었다. 나는 모용휘를 보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모용휘가 말했다.
” 나는.”
그는 온 힘을 다해서 외쳤다.
” 강해지고 싶소!!!”
” ……”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서는 것만으로도 힘든 것 같았다.
나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읊조렸다.
” 강해지고 싶으면 우선 노력해라. 노력해서 되지 않으면 뼈를 깎아서 일어나라. 뼈를 깎는 노력으로도 되지 않는다면 피가 마르도록 노력해라. 피가 마르도록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면 죽기 위해서 노력해라.”
하늘의 달이 밝았다. 나는 그만 한숨을 푸욱 내쉬고 말았다.
” 그게 내가 살아온 방법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선 채로 기절한 모용휘를 들쳐업었다.
내일부터 모용휘에게 심득을 전해주려면 바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