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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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학관에 들어가다
” 크윽…”
후백재는 침통한 듯 고개를 숙였다. 화산파의 검종은 삼백년 전에 이미 절전되어서 화산파에서 사라졌다. 스스로 화산파 검종 장문인이라고 칭한다는 것은 화산파에서 실전된 모든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소리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 후백재 선배. 당신은 벌써 사학년으로 졸업할 때가 다 되었소.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실력을 지니고도 한 번도 두각을 드러낸 적이 없는거요?”
” 졸업할 때까지 조용히 지낼 생각이었다…”
후백재가 말했다.
” 하지만, 한때 검종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종남파의 절세비학이 등장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비무대에서 내려갔다. 나는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때 말을 거는 것은 상대에 대한 모욕이었다.
뜻밖에도 7차전에서 마주친 것은 구정회 제 3의 실력자로 불리는 위지천이었다. 위지천은 구룡칠봉중의 일인으로써, 앞서 상대했던 사마백보다 한수 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후백재만큼의 실력은 아니었다.
위지천은 뜻밖에도 소문처럼 여자한테 정신이 팔린 못난이가 아니었다. 빙봉영화수호대니 뭐니 하고 꼴값을 떨고 있었지만 진짜 실력은 범상치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은은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위지천이 음울한 웃음을 터뜨렸다.
” 선룡마검(僊龍魔劍)이라. 1학년이 너무 거창한 별호를 가지고 있군.”
” 그렇다고 생각하오?”
위지천의 얼굴이 괴기하게 일그러졌다. 내 말을 부정하고 싶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마치 발악하듯이 외쳤다.
”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라! 나는 네놈을 꺾고 올라가서, 그 극악무도한 놈을 단칼에 해치울 것이다! 얌전히 내 검에 굴복하기만 하면 된다.”
” 극악무도한 놈?”
” 비류연 말이다!!!”
그가 광폭하게 덤벼왔다. 그는 이미 삼절검기를 대성해서 검강을 발출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이지러져서 제대로 된 위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의 내 수준에서는 치명적인 허점이었다. 이대로라면 간단하게 요혈을 찌르는 것만으로도 위지천은 즉사하고 말 것이다.
나는 가볍게 위지천의 공격을 피했다. 그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자 그를 검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 비류연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장담할 수 있겠군.”
나는 비웃음을 지었다.
” 위지천. 너는 내 검 앞에서 일초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호언장담이 아니라 예고였다. 내 말이 끝나는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위지천은 천무학관을 통틀어서 10위 내에 들어가는 초강자였다. 그런데 1초만에 쓰러뜨리겠다고 선언을 하니 믿기지 않는 것 같았다.
위지천이 벼락같이 검법을 찔러왔다.
“크아아아아! 선풍우뢰!”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처럼 위지천의 검이 유천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마음을 잃어버린 패도적인 검은 이미 정파의 무학이 아니다. 나는 그가 달려들 때 도리어 검을 집어넣어버렸다.
동시에 손을 한 번 휘두르며 허공을 밀어내었다. 장괘장권구식 중의 풍운변뢰라는 초식이었다. 종남파 이대제자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초식이었지만 순후한 내력이 바탕이 되자 가볍게 검강을 막아내었다.
“크윽!”
위지천은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이놈! 장난하는 것이냐? 어째서 검을 집어넣는 것이냐!”
나는 이미 눈앞의 검사에게 존대를 해 줄 생각이 없었다. 자기자신을 잃고 분노에 휩싸여있는 한 절대로 나를 이길 수가 없다. 나는 분노하지도, 비웃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 검을 쓰는것도 사치다.”
” 뭐라고오오오옷!!”
위지천은 벼락같이 고함을 내지르면서 다시 절초를 운용했다. 엄청난 검강의 기세가 눈 앞으로 덮쳐왔다.
“선풍참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열여덟 줄기의 검기가 질풍처럼 검끝에서 뻗어 나왔다. 이번에는 그로서도 최선을 다한 일격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마음이 흐트러져서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손을 올려서 천단신공과 칠음진기를 동시에 운용했다.
파아아앙!!
위지천의 이번 일격은 검기는 공중에서 허무하게 터져버렸다. 육 성에 이른 천단신공과 칠음진기를 집중시키면 이 정도의 공격은 간단하게 막을 수가 있다. 멍하게 얼이 빠져있는 위지천에게 내가 말했다.
” 너는 검의 마음을 잊고 있다. 네가 정신을 차리지 않는 한, 너는 더 이상 검객조차도 아니다.”
“크으으으으!”
나는 그대로 거침없이 말해버렸다.
” 청성파라고? 너같은 놈을 길러냈다니 쓰레기같군!”
순간 장내가 고요해졌다. 구파일방 출신이 다른 문파를 공개적으로, 그것도 삼성무제에서 이토록 적나라하게 폄하된 것은 처음이었다. 구정회 내에서도 암묵적인 규율로 절대금지했으며, 개인적인 다툼에서조차도 상대의 문파를 깎아내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 금기를 어긴 것이다.
쿨럭
위지천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속에서 울컥 피를 토해내었다. 지극한 분노 때문에 심마에 걸려버린 것이다. 10살 이상 어린데다가 이제 1학년일 뿐인 놈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당연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고 한 걸음을 내딛었다.
” 어디, 공격해 보시지.”
그러자 위지천은 말 그대로 울혈을 토해내며 필살절초를 운용했다.
“받아라! 천풍마뢰참!”
“허엇! 위험하오! 저런 살초를……”
심사 위원들 중 청성파 출신의 강하윤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천풍마뢰참은 청성파의 비검인 선풍검법십이식 중에서도 함부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살초였다.
설마 위지천씩이나 되는 사람이 비무 대회에서 저런 무지막지한 살초를 전개하리라고는 그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허공에서 그대로 위지천의 검을 잡아챘다.
카앙!
주륵…
회오리 같은 무서운 검기가 위지천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왔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내 손에 잡혀 버렸다. 그래도 명색이 검기인지라 손바닥에 베였지만 조금씩 흘러나와서 떨어지는 피는 별 게 아니었다. 나는 위지천 이상의 분노 때문에 검기를 맨손으로 잡는 미친 짓이라도 하고 싶었다.
” … 거, 검기를 맨손으로 잡다니.”
위지천은 혼란에 빠졌다. 내가 익힌 육합귀진신공의 네 가지를 운용해서 집적시키면 이 정도를 잡는 건 일도 아니다. 보통은 손이 잘려나가고 연이어 몸통까지 베이겠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손에 힘을 주어서 위지천의 검을 부러뜨렸다.
콰지직!
허망하게 검이 부숴져 버렸다. 위지천은 떨어져 내리는 검의 조각을 보면서도 아무런 말조차도 못하고 풀썩 주저앉았다. 이미 패배에 젖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압도적인 공력 차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싸늘하게 위지천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싸운다면 일백 초 정도는 버틸 수 있었겠지만, 검의 마음조차도 잃어버린 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위지천은 무릎을 꿇은 채 내 말을 듣는 둥 마는둥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위지천에게 검기불혈진맥의 수법으로 허공에서 혈을 짚어버렸다. 그러자 위지천은 꼼짝하지 못하고 제압되어 버렸다. 시험관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말했다.
” 유천영, 승!”
정확하게 일초만에 이겼다. 사실은 앞서 9번의 위지천과의 전투 동안에 비류연에 대한 온갖 사정과, 그가 익힌 온갖 절초등은 모조리 파악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불쌍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새삼 돌이켜보니 위지천에 대해서 남는 감정은 한심함이었다.
”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