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63)
먼치킨 길들이기 63화
“……!?”
당황한 연금술사는 입을 벙긋거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신의 늑대와 연금술사, 그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
“…….”
“……?”
그러자 물음표를 띄운 에이얀이 팔걸이에 팔을 대고 관자놀이를 괸 채 느른히 그들을 응시했다. 마치 방관자처럼, 재미있게 구경해 주겠다는 양으로.
“에이얀 님……! 살려 주십시오!”
다급해진 연금술사가 그에게 매달렸다. 아직 팔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멀쩡한 상태로도 저 습격자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에이얀은 습격자보다 더 비인간적이었다.
“살아남으려면 입을 쓸 게 아니라 침을 써야지. 연금술사.”
오만하게 말한 에이얀이 그림처럼 빙그레 웃었다. 빛을 담은 눈동자에는 짓궂은 장난기가 깃들어 있었다.
‘이 미친 리카샤가……!’
그 잔악한 행태에 연금술사가 입을 떡 벌렸다.
반면 그들을 지켜보던 신의 늑대는 연금술사에게로 검을 내밀었다.
“구원자가 겁이 나셨나 보군, 이교도여.”
연금술사는 어이가 없어 입을 뻐끔거리기까지 했다. 눈이 없나? 저게 겁을 먹은 걸로 보이나? 어딜 봐도 옥좌에 앉아 광대놀음 구경하는 황제 같은 태도거늘.
“섭섭해하지 말도록. 어차피 저 애송이도 금세 같은 곳으로 보내 줄 테니.”
어차피 혜민원의 모두를 죽이라 명 받았다. 먼저 연금술사부터 처리하고 그다음에 저 애송이를 죽이면 될 터.
하지만 신의 늑대의 빈정거림에도 에이얀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틀렸나! 연금술사가 이를 악물었다.
하나 잠자코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문득 쉔 티엔의 충고가 머릿속에 벼락처럼 떨어졌다.
에이얀이 혜민원에서 지내게 된 순간, 연금술사들을 모아 놓고 쉔 티엔이 잊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했던 것이 있었다.
에이얀을 움직이고 싶으면-
“에이얀 님! 이번 일만 도와주시면 아기 선녀님께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조건 키네미아를 들먹이라고.
“…….”
“…….”
“아기 선녀……?”
그 얼토당토않은 호칭은 무엇인가. 신의 늑대가 홀로 의아해하는데 에이얀이 곧바로 일어섰다.
드르륵-
‘……?!’
의자가 밀리는 소리에 신의 늑대가 검의 방향을 돌렸다.
에이얀의 발밑에선 검은 마력이 천천히 풀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덜컥 가슴이 조일 정도로 압도적인 마력이다. 그냥 애송이인 줄 알았더니!
“이, 이교도 놈!”
상상 이상의 압박감이 온몸을 죄어 오자 신의 늑대는 자세를 잡고 검을 뻗으려 했다. 하나 무언가가 제 몸을 옭아맨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게 무슨! 그가 어깨를 꿈틀거리며 옴짝거리다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마법사?’
하지만 마법 구현에 필요한 어떤 행위도 없었는데? 말이 되지 않는 상황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신의 늑대에게로 곧장 걸어간 에이얀이 검지를 날의 끝에 댔다.
챙!
순간 검날이 잘게 쪼개져 사방으로 부서졌다. 가루가 되어 날리는 제 검을 보며 신의 늑대가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이렇게?”
장난스러운 투였다. 입꼬리를 매끄럽게 말아 올린 에이얀이 그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퍽!
파열음이 들려오자 연금술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털썩-
“끅!”
신의 늑대가 무릎을 꿇은 건 바로 그 직후였다.
다리가 풀린 연금술사는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들이켰다.
‘이렇게…… 쉽게?’
소드 마스터는 마력 저항이 만만치 않을 텐데, 에이얀은 마치 꼭두각시의 실을 자르는 것처럼 아주 쉽게 습격자를 제압했다.
연금술사는 안도와 허탈함, 기묘한 불합리함을 느끼며 펄떡거리는 심장께를 쥐었다.
“크흑-”
순간 신의 늑대가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에이얀은 아직 살아 있는 것에 제법 놀란 듯 그를 칭찬했다.
“맷집 좋네.”
콰드득-
늑대의 머리를 밟고 선 에이얀이 눈을 돌렸다. 새카맣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연금술사를 향했다. 마치 맹수 앞에 선 것처럼 쭈뼛,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이봐, 연금술사.”
“예, 예!”
기다란 눈이 매혹적으로 휘었다.
“약속, 지키기다?”
그가 손등으로 새하얀 얼굴에 튄 피를 닦아 냈다.
연금술사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혜민원의 중앙 회랑.
“신의 이름을 빌린 자들이 이리 비겁할 줄이야. 서대륙 놈들은 근본이 없어서 그런가? 법도도 없고, 위아래도 없고.”
신의 늑대들과 대치한 쉔 티엔이 담뱃대를 들고 태연자약하게 구시렁댔다.
그에 안젤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늙은이처럼 말하는 여우가 소드 마스터인 자신의 검을 길쭉한 담뱃대로 쉽게 막아 낸 차였다.
“그저 동대륙의 잡기라 생각했는데, 꽤 실력이 있는 자로군.”
“동대륙의 잡기라니. 서대륙의 상놈 자식들은 대체 부모가 어찌 가르치는 것인고. 서대륙의 미래가 캄캄하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로다.”
여우는 생긴 것과 다르게 말이 많았다. 그놈의 서대륙 타령을 어찌나 해 대는지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아무리 귀천이 있다고 한들, 짐승 놈들도 부모가 기본은 가르치는데, 쯧쯧.”
그때 안젤의 통신석이 붕, 진동하더니 신의 늑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기, 연금술사가 아닌 자가 있습니다.
“이교도와 한패다. 혜민원 내의 모든 인간을 제거하라. 이후에-”
툭-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대답도 없이 통신은 바로 끊어졌다.
“……?”
의아하긴 했으나 안젤은 대수롭지 않게 통신석을 품으로 집어넣었다. 혜민원에 이 여우 같은 실력자가 둘이나 있을 리는 없으니 걱정할 일은 아니리라.
“상놈들이 더 있나 보군.”
통신을 엿들은 쉔 티엔이 혀를 차며 마력을 끌어 올렸다. 혜민원에는 무력이 약한 연금술사가 대부분이다. 이 상놈들을 빨리 처리하고 다른 연금술사들을 지켜야 했다.
“거두절미하고 속전속결로 가지.”
쉔 티엔이 발을 벌리고 자세를 잡았다.
“다음 생에서는 주신의 품 안에서 태어나라, 이교도.”
안젤도 검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공기에 날이 선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뒤에 선 신의 늑대들이 하나둘씩 준비했고, 쉔 티엔 뒤로는 준비를 마친 연금술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때, 천장에 달린 마광석이 누군가가 짙게 퍼트린 마력에 의해 깜빡깜빡 점멸했다. 회랑에 선 모두가 마광석을 올려다보았다.
‘까마귀?’
검은 안개로 만들어진 듯한 까마귀가 천장을 휘 돌더니 어디론가 날아갔다.
신의 늑대들이 그저 의아해하는 가운데, 쉔 티엔만이 어깨를 움찔했다.
곧이어 소드 마스터의 검격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던 쉔 티엔이 침음을 흘렸다.
“음……. 거기 자네. 이 몸이 친히 기회를 줄 테니 지금 항복하는 게 어떤가.”
“이제야 주신의 분노가 두려워진 것인가, 이교도.”
“후에 꿈자리가 사나울까 봐 한번 말해 보았네. 싫으면 말게.”
무던히 말한 쉔 티엔이 담뱃대를 쪽 빨았다.
“인간으로서 할 도리는 했으니, 죽어도 이 몸을 원망하지 말고 고이 성불하시게.”
악령이 되어 들러붙거나 할 생각 말라며 단단히 당부한 쉔 티엔이 후우, 연기를 내뱉었다.
저 무도한 이교도가 대체 뭐라는 건가. 동대륙식 도발이라도 되는 것인가? 안젤이 네 도발에 대응하지 않는다 말하려던 찰나였다.
“흡!”
턱, 숨이 막혔다. 안젤은 어항에 갇힌 것처럼 가쁘게 숨을 쉬었다.
어느새 질식할 듯 밀도 높은 마력이 회랑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마력이……!’
오싹한 오한이 내달렸다. 소드 마스터가 된 이후로 이런 위압감에 시달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대체 누가?’
안젤이 식은땀을 흘리며 예민하게 모든 감각을 일깨울 때였다. 갑작스레 뒤편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가 기민하게 몸을 돌렸다.
모퉁이를 넘어오는 검은 부츠가 보였다.
‘……!’
순간 파도처럼 밀려오는 예기에 신의 늑대들이 한꺼번에 시선을 돌렸다.
‘소년?’
아직 소년의 태가 남아 있지만, 새카만 눈동자의 이교도는 숫제 악마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수려한 외형이었다.
“착하게도 여기들 옹기종기 모여 있었네.”
끝이 없어 보이는 새카만 심연 같은 눈동자가 안젤을 마주했다.
바짝 긴장한 안젤은 저도 모르게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강자를 눈앞에 두자 식은땀이 등을 가로질렀다.
그는 주신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너도 이교도인가.”
그의 물음에 소년이 눈을 곱게 접어 웃었다.
“오늘은 우리 미아한테 칭찬 많이 받아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