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73)
먼치킨 길들이기 73화
* * *
회의실에 앉은 키네미아가 로메오 남작의 보고를 들으며 재차 못된 생각을 떨쳐 내는데, 로메오 남작이 물었다.
“오늘 있는 셰넌벨 시찰은 직접 나갈 생각이십니까?”
“아, 그래야지.”
키네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첫 시찰이시군요, 그가 부드럽게 덧붙였다.
“언제까지 서류만 들여다볼 수는 없으니까.”
그러자 가신들은 우리 요오오오정님께서 어엿한 영주가 되셨다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저 박수 세례에는 늘 적응이 되지 않는 키네미아가 앉으라며 손을 내저었다.
“한데 셰넌벨이라면…… 얼마 전 역류가 일어났던 곳 아닌가?”
“맞습니다.”
일라이 후작의 물음에 로메오 남작이 긍정했다.
“마물들이 기승이겠군.”
던전의 마물들이 한꺼번에 바깥으로 뛰쳐나오는 현상을 ‘역류’라고 하는데, 한번 역류가 일어난 곳에서는 마물들이 몰리는 핫플레이스가 되는 것이 문제였다.
시찰도 그 탓에 복구가 잘되어 있는지, 혹 다른 문제가 더 생기는 건 아닌지 직접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예. 역류 이후로 마물들이 몰리니 농경지는 파괴되고 외지의 모험가들이 몰리고 있답니다.”
마물이 몰리는 곳에 모험가들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마물은 모험가들에게 좋은 수입원이니까. 던전보다 덜 위험한 데다가, 역류가 일어났던 곳 근처에선 희귀 마물이 자주 등장하니 수입도 쏠쏠했다.
문제는 그런 모험가들 중 대부분이 제 주먹에 자신 있는 거친 성정의 무법자란 데에 있었다.
농사짓고 살던 순박한 농사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진상들이 태반이란 뜻이다.
“듣기로는 그 모험가들 때문에 지역 영지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던데…….”
‘원…… 성……?’
원성이란 단어가 키네미아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원한.
성난 영지민.
단두대.
뎅겅-
경사진 삼각 날이 눈앞에서 떨어지는 환상이 보였다.
순간 키네미아의 눈에 초점이 사라지며 영혼이 반쯤 빠져 버리자 데니스 백작이 상판을 쾅 치며 일어섰다.
“원성이라니. 말을 해도 꼭! 자네는 우리 요오오오정님 앞에서 매번 말이 왜 그따위야?”
“자네야말로 우리 요오오오정님께서도 이제 성인이신데 언제까지 그따위로 숨길 작정이야!”
“진정들 하십시오!”
“홀홀홀.”
겨우 정신을 차린 키네미아는 가신들이 쓸데없이 아옹다옹하는 동안 생각에 잠겼다.
‘맞아. 원작에서는 역류 때문에 만들어진 유령 도시가 많았어.’
“로메오, 셰넌벨이 어디에 있지?”
“이쪽입니다.”
로메오 남작이 지도를 펴서 대공령의 외곽을 손으로 짚었다.
“덩그러니 작은 마을 하나만 있네.”
“중심지에서 워낙 멀리 떨어진 곳이니까요.”
“흐음-”
도로를 정비하고 아예 모험가들의 도시로 만들어 볼까.
키네미아가 팔짱을 꼈다.
모험가들은 거칠긴 해도 부유하다. 그들을 타깃으로 한 사업이 잘만 된다면 그만큼 좋은 건 없었다.
‘포션이라든가, 무기라든가.’
숙박업이나 요식업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농사짓던 영지민들을 지원해 자영업으로 돌리면…….’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치안이었다.
진상들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충당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럴 수 있을까.
‘일단 시찰을 나가서 직접 보고 생각해 보자.’
키네미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가신들이 그녀를 따라 일어섰다.
옆으로 다가온 로메오 남작이 키네미아에게 망토를 걸쳐 주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미 호위 기사들을 수십 명 대기시켜 놨잖아.”
키네미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에이얀 님께서는 함께 가지 않으십니까?”
담담한 질문에 지레 놀란 키네미아의 눈동자가 흠칫 떨렸다.
“응? 왜? 갑자기? 같이 갈 필요 없잖아. 굳이…….”
“그야 리카샤시니 한결 편히 갈 수 있으실 텐데요.”
로메오 남작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에이얀도 할 일이 있을 텐데 불러내기는 미안하지. 좀.”
키네미아는 표정 관리에 힘쓰며 서둘러 회의실을 나섰다.
밖에선 시찰에 따를 일행들이 키네미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군.”
“주군.”
인사하는 기사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답한 키네미아가 마차에 올라탔다.
평소라면 로우를 데리고 갔을 테지만, 지금 흑야 길드는 키네미아의 명을 받아 던전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근래 들어 던전들이 업그레이드된 상태니까!
이제 던전에서는 기존의 마정석보다 더 효율이 좋은 새로운 마정석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때문에 던전 공략을 위해 흑야 길드를 여러 팀으로 나눠 돌려도 손이 부족할 정도였다.
키네미아는 새로운 마정석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하며 푹신한 쿠션이 잔뜩 쌓인 마차의 좌석에 앉았다. 지친 몸이 노곤했다.
마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눈을 깜빡깜빡하던 그녀가 미간을 좁혔다.
“뭘 했다고 벌써 이렇게 피곤해.”
키네미아가 투덜거리듯 중얼거리며 쿠션을 꼭 끌어안았다.
마차 창 너머로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지나갔고, 새하얗게 언 자그마한 개울이 보였다.
순간 입술이 화끈거리는 것 같아 키네미아는 짜증스럽게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다.
* * *
“……?”
마탑 최상층.
진열장에서 와인을 꺼내던 울프만은 갑작스레 밀려온 위화감에 몸을 떨었다. 마치 뛰쳐나갔던 에이얀이 다시 마탑에 돌아온 듯한 불길한 느낌이었다.
세상에, 그럴 리가. 그는 문득 든 제 생각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쾅!
그때 문이 격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노크도 없이 무슨 일이냐.”
보좌 벤자민이었다.
“탑주님! 큰일, 큰일이 났습니다!”
“뭔 일인데 그리 호들갑이냐.”
“에이얀이 돌아왔습니다……!”
울프만이 와인 병을 돌리면서 실소를 내뱉었다.
“에이얀이 갑자기 왜 돌아온단 말이냐. 오라고 해도 대공 성에 따개비처럼 달라붙어서 안 올 놈인데.”
“저도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아 보인답니다. 에이얀에게 시비를 건 신참의 귀가 날아갔습니다.”
“신참이 또? 그러지 말라 경고를 해도 매년…….”
마탑에 새로이 들어온 마법사들은 제 힘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자신에게는 누구도 막지 못할 엄청난 재능이 잠재된 양. 세상에 그걸 알려 주어야 하는 사명이라도 있는 양.
그런 탓에 매년 신참들에게 ‘우리 집 미친개는 짖지도 않고 바로 문다.’는 유의사항을 전달하는데도, 그들에게는 에이얀의 악명이 마치 꺾어 봄직한 마탑의 첫 퀘스트 정도로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물론 무참히 깨진 후에 착각이라는 걸 깨닫지만.
그러나 아무리 그 에이얀이라도 신참에겐 손속에 자비를 두는 편이었다. 울프만의 눈물 섞인 설득 때문이라는 비하인드가 있긴 했으나 어찌 되었건.
평소라면 실컷 데리고 놀다가 울프만이 오면 순순히 넘겨주었을 텐데.
“귀까지 날렸다고?”
“예! 가지고 놀지도 않고 바로!”
둘의 시선이 교차했다. 키네미아를 만난다고 맨발로 뛰쳐나갔던 에이얀이 마탑으로 돌아왔는데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추론은 하나.
순간 울프만과 벤자민은 하나의 생각을 공유했다.
차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