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124)
EP.125)사냥 # 5
125 – 마물 사냥 # 5
아이라가 설명해주었다.
“1위계의 발광마법과 3위계의 마력조작을 더하면, 이런 것들이 가능하지.”
자신의 머리칼을 한 올 더 뽑는 아이라.
그녀가 바람을 후-하고 불자 이번에는 나비 모양의 광원체가 이리저리 날개를 팔락거리며 주변을 밝게 비췄다.
1위계와 3위계의 마법을 응용한다니.
그럼 일단 4위계에 달한 나도 저것을 할 수 있는 자격은 충분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 역시 머리칼을 한 올 뽑고, 후-하고 입김을 불어봤다.
팔랑-.
그러나 나의 머리칼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버릴 뿐. 그런 내게 아이라가 나름 다정한 목소리로 설명해줬다.
“상상이 중요한 거야. 모든 마법은 머릿속에 그려진 상상을 기반으로 하니까.”
“상상….”
“태오, 네가 생각하는 가장 그려내기 쉬운 동물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렴. 그리고 마력을 불어 넣는 거지.”
“음.”
나는 아이라의 말에 다시금 머리칼을 뽑고 눈을 감아봤다. 내가 상상하기 쉬운 동물이라면, 내 기숙사에서 기르는 녀석이 하나 있긴 했다.
“후-.”
마침내 바람을 불자 팔랑팔랑 날아간 머리칼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빛무리는 더욱 팽창해서 덩치는 작지만 날렵한 짐승의 형상으로 변했다.
다람쥐였다.
귀엽네.
아이라의 나비와 거미보다 밝기는 작았지만 녀석은 틀림없이 다람쥐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녀석은 곧 민들레 홀씨가 흩어지듯 수많은 빛 무리로 나뉘어져 사려졌다.
“집중력이 흐려졌구나, 태오야.”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
“그럼,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보자.”
아이라의 말에 나는 동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의 발걸음은 곧 멈출 수밖에 없었는데 사방이 거미줄로 가득해서 도무지 걸음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던 탓이다.
뭔 거미줄이 이렇게 많아.
거미는 더 많겠지.
내가 바글바글 거리는 거미들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아이라가 후후-하고 고상하게 웃었다.
“북쪽의 마녀 숲을 떠올리게 하는구나. 그곳에도 이렇게 하얀 거미줄이 잔뜩 있었지. 지금도 많을 거고.”
“마녀 숲이면, 타란테라 가문의 영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마녀 숲은 대수림이라고도 불리고, 수해라고도 불리고 아무튼 나무가 굉장히 많은 지역이었다. 그보다 더 위로 올라가면 거대한 장벽이 있다고 했나.
원작 소설과 서면으로만 접해봐서 실제로 가본적은 없었기 때문에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라는 그 빽빽한 수해(樹海)-마녀 숲에 갔었던 적이 있던 모양이었다.
“마녀 숲에도 거미줄이 이렇게 많나요?”
“그래. 오색거미, 청등거미, 오팔거미, 등등 거미가 다양하게 많지. 지금도 기억 나.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이 되면 나는 오빠나 언니들과 함께 마녀 숲의 저택으로 가서 더위를 피했었으니까.”
아이라가 과거의 회상에 잠기는 듯했다. 그러다가 무언가가 앞쪽에서 나를 향해 파스슥-하고 튀어나온다.
━지즈즈즛…!!!
그것은 여러 개의 발을 지닌 곤충이었다. 크기가 굉장히 커서 내 몸통 만하다는 게 특히 놀랄 만한 점이다.
엄청 커다란 거미줄이 가득한 점에서 거대한 곤충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하긴 했지만. 녀석은 내가 생각하던 거미가 아니었다.
등에 날개가 달려 있었고 두 턱은 절단기처럼 튼튼해보였으며, 무엇보다 노랗고 까만 줄무늬는 그야말로 자연의 경고등 그 자체였으니까.
“말벌…!?”
그건 내 몸과 비슷한 크기의 말벌이었다.
━지즈즈즈지지-!!
부우우우웅-.
놈이 거센 날개 짓을 시작하는데, 헬리콥터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와 같이 웅장해서 그만 오금이 저릴 정도다.
그때 거센 날개소리를 뚫고 내 뒤에서 아이라의 음성이 들렸다.
“저 녀석은 헤라클레스 말벌이로구나. 저렇게까지 커다란 개체는 처음보지만. 흉폭성은 똑같겠지.”
아이라는 마치 재미있는 곤충이라도 발견한 아이처럼 웃었다. 물론 오거조차 어린 아이처럼 다루는 아이라에게 있어서 저 거대한 말벌이야 손 쉬운 상대니 아무렇지 않겠지.
“어지간한 마법이야 저 단단한 갑피에 상처조차 주지 못할 텐데. 태오야, 어떻게 할 거니?”
아이라는 내가 저 엄청 커다란 말벌을 상대로 어떻게 싸울지 몹시 기대가 되는 듯했다.
“후-.”
그에 나는 호흡을 고른 후에, 언제든지 마법을 쏠 준비가 되어 있던 마르마르의 꼬리를 앞으로 겨누고 소리쳤다.
─파이몬-!
우우우웅, 파앗-!
꼬리 끝에 감돌던 마력이 사출됐다. 그것은 배구공 정도 크기의 보이지 않는 공기 포탄이 되어 거대한 말벌의 몸체에 격돌한다.
콰직-.
━즈즈즈…!
녀석의 앞 다리가 몸에서 떨어지는 게 보였다. 인간이었으면 상당한 치명상이었겠지만, 놈은 끈질긴 생명력의 말벌.
그렇다. 말벌이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강원도에서 생활했던 군인 시절이었다.
거기서는 정말 다양한 벌들을 만날 수가 있었는데, 어떤 녀석은 몸통이 잘렸음에도 죽지 않고 가위 같은 입으로 총검을 물어댔었다. 그 끈질긴 생명력이라니.
─딱, 딱-.
그래, 딱 저렇게 위협적인 소리를 냈었지.
─딱, 딱-!
말벌이 집개 입을 벌렸다 다물며 나를 향해 경고하듯 계속해서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들기 시작하는데 마치 전차라도 몰려오는 것만 같은 압박감에 나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나라고 가만히 있었던 것도 아니다.
놈이 마법에 맞아 움찔거리며 경직을 일으켰던 사이, 재빨리 다음의 마법을 충전해두었던 나는 놈을 향해 꼬리 끝을 겨눴다.
“후-.”
아이라의 말에 따르면 마법은 이미지라고 했다.
이미지.
저 거대 말벌을 단 한 방으로 산산이 분해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
4위계에 달한 물리파괴마법이라면.
앙그마르 마왕의 마법이라면 불가능할 리가 없다.
━즈즈즈지즈-!
마침내 거대한 턱이 나의 코앞까지 들이닥쳤을 때, 나는 힘차게 마력을 사출시켰다. 무언가 내 몸으로부터 뭉텅 빠져나가 손으로 발사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잠시.
“어엇-!”
─콰아앙-!
강렬한 폭발과 함께 나의 몸이 뒤쪽으로 튕겨져 날아가 버리고 만다. 마치 압축되어 있던 스프링이 튕겨진 것처럼 내동댕이쳐진 것.
콰당, 쿠당탕.
덕분에 흙바닥을 있는 힘껏 굴렀던 나는 가까스로 중심을 다잡고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말벌이 언제 내게 덤벼올지 모르니 방심할 순간이 없다.
그러나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즈….
내 공격마법을 코앞에서 격돌당한 거대 헤라클레스 말벌은 그야말로 분해되듯 산산이 박살이 나서 그 생기를 서서히 잃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덩달아 나의 눈앞으로 직업 ‘마법사’의 경험치를 획득했다는 글자가 떠올랐다.
위력이 너무 강했나.
내 몸에서 잔뜩 기력이 빠져나간 기분이 들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러나 장갑차처럼 튼튼한 괴물을 쓰러트린 성취감이 머리를 청량감 있게 식혀주어 괜찮았다.
“조잡하지만 훌륭한 마법이로구나. 그 커다란 말벌을 단 이격에 이렇게 쓰러트리다니.”
아이라가 부서진 말벌의 잔해를 보며 나름 나의 칭찬을 해줬다. 지고의 마법사인 그녀가 보기에도 나의 마법은 상당히 이례적인 위력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낭비되는 마력이 많아. 죽이는 게 목적이라면 이렇게 과장되게 박살낼 필요 없이 일점에 집중하는 걸로도 충분하거든.”
스륵.
아이라는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이라의 손끝이 겨누는 곳에는 동굴 바깥으로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하는 거대 말벌의 군체가 보인다.
━즈즈즈즈.
━지즈즈.
아마 방금의 소란으로 몰려왔던 모양이다.
다만 나의 신경이 가는 곳은 웅성거리는 거대한 말벌의 군체가 아닌 아이라의 손가락 끝이었다. 우우웅-하고 무언가가 아이라의 손가락 끝에 모여 빛나기를 잠깐-.
─피슝-.
무언가가 아이라의 손가락 끝으로부터 사출되었다. 그것은 나의 요란한 마법과 달리 지극히도 고요한 것이다.
마치 조용히 찾아와 스며드는 죽음과도 같이 서늘한 것이, 공기를 일점으로 가르고 날아가 거대한 말벌의 머리통을 꿰뚫는다.
퓩. 촤아아아-.
━즈즈….
그것은 나의 조잡한 폭발 마법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그러나 아이라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처럼 말했다.
“응용하면 이런 것도 할 수 있게 될 거야. 일점에서 일선으로.”
빛을 머금은 검지 끝이 좌에서 우로 허공을 슥 갈랐다.
동시에 날카로운 메스처럼 공간을 찢은 빛은 그대로 하얀 빛으로 된 잔상을 남기며 공간을 절단한다.
지이이잉-.
━지즈즈지, 즈즈-!
━지즈즈!
그 초고열의 온도에 좁은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던 말벌들의 몸통이 날카로운 것에 절단된 것처럼 바닥에 쓰러져버리고 만다.
털석, 후두두둑.
족히 십 수 마리는 될 법한 거대 말벌들이 아이라의 손짓 하나에 죽음을 당해버리고 만 것이다.
모락모락.
시체의 절단부로부터는 뜨거운 김이 뿜어지고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날카로운 초고온에 몸이 절단됨과 동시에 용접되듯 절단부위가 지져져 있었다.
“태오야, 이제 좀 알겠어?”
알긴 알았다.
아이라와 나 사이의 거리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말이다.
마법사가 5위계를 넘어서 대마법사로 불리기 시작하며 그 실력이 월등히 상승하는 것이야 이미 알고 있었던 바지만, 7위계인 그녀와 4위계인 나의 사이에 이만한 벽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해 조금 좌절감도 든다.
그렇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고 나는 그저 아이라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과연, 훌륭하신 솜씨이십니다.”
* * *
아이라가 십 수 마리의 말벌들을 한 번에 처리한 이후, 등장하는 말벌의 숫자는 현저히 적어졌다. 덕분에 나는 어쩌다 튀어나오는 한 두 마리의 말벌을 손쉽게 상대할 수가 있었다.
━즈즈지즈즈….
━즈즈-!
─파이몬-!
피슝-. 피슝-.
완드 끝으로 날아간 압축탄환이 말벌의 머리를 꿰뚫었다. 공기의 총탄에 맞은 말벌은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움찔움찔 몸을 떨 뿐.
확실히 아이라의 말대로였다.
마력을 일점에 집중하니 면적은 줄었지만 그 위력은 더욱 상승되었다. 살상력이 증가되었다고 표현하는 게 좋겠지.
덕분에 나의 마법 파이몬이 단단한 말벌의 갑피를 꿰뚫고 놈들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도 가능했다.
━즈즈즈.
“흡-.”
“일점으로 마력을 모으는 솜씨가 많이 나아졌구나.”
말벌을 확인사살하고 있는 내 머리를 아이라가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내가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그녀로서는 무척 보기 좋았던 모양이다.
실제로 나는 발전하고 있었다.
말벌들을 잔뜩 죽였기 때문인지 나의 마법사 경험치는 차곡차곡 싸여서-. 마침내 9레벨에 달하게 됐다.
스르르-.
지쳤던 몸에 마력이 다시 충만해지는 걸 느끼고 있길 잠시-.
━즈즈즈즈.
넓은 홀에 들어선 우리를 향해 거대한 무언가가 부우웅-하고 날아올라 위협하는 게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머리에 왕관과 같은 모양의 뿔이 자라나 있는 말벌이었다.
“저게 이 둥지의 여왕인 모양이네요…!”
내가 놀라 소리치자 아이라가 구깃-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미물이지만 여왕을 칭하고 있다면, 앙그마르의 여왕인 내가 친히 상대하여주는 것이 옳을 것 같구나.”
손가락으로 여왕을 가리키는 아이라.
“━━─.”
동시에 아이라의 입에서 무언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웅얼거리는 것이 들렸다. 그러자 아까와 같은 초고온의 광선이 여왕벌의 몸을 꿰뚫고 그 몸을 산산이 박살냈다.
나는 아이라의 손에서 뿜어지는 데스빔이 사실 영창을 필요로 하는 기술이었다는 것에 놀랐다. 이제 보니 아이라는 내가 인식할 수 없을 만큼 초고속으로 영창을 하고 있었던 것이구나.
내 마법사 위계가 4.5 위계 정도에 달했기 때문에 겨우 그 웅얼거림을 들을 수 있게 된 모양이다.
대마법사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초고속 영창’ 같은 마법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침착한 사고를 발동한 눈에 거대한 여왕벌의 사체에 가려져 있던 무언가가 보였다.
그건 상자였다. 마치 해적의 보물 상자처럼 네모나고 튼튼해 보이는 상자 말이다.
저것과 비슷한 걸 드레이코 가문의 마굴에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마음이 들뜨는 기분이었다.
“저것이 이 말벌 둥지 던전의 핵인 모양이구나. 어서 가서 열어보도록 하렴.”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 어차피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일 테니까.”
아이라의 말에 나는 나무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상자는 잠금으로 잠겨 있었는데, 여왕벌의 사체에서 획득한 열쇠를 통해 손쉽게 잠금을 풀 수가 있었다.
덜컥, 기이익.
넓은 상자 안에 하나의 두루마리가 보였다. 붉은 리본으로 묶여서 밀봉되어 있고, 중앙에는 멋진 보석이 하나 박혀있는 게 매우 훌륭해 보이는 물건이다.
그것을 손으로 집어 올리자 눈앞으로 글자들이 떠올랐다.
「앙그마르 마법첩 : 고위 유물. 마법과 주문을 기록해 저장해두거나 꺼내어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의 위계에 따라서 그 개수와 효력이 더욱 강화된다.」
“마법 스크롤이로구나.”
내가 글자를 읽고 있을 때 아이라가 아는 척을 해왔다.
“마법 스크롤은 마법사들의 주문을 저장해 발동시킬 수 있는 편리한 물건이지.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몇 번이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오.”
즉 내가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하기 까다로운 마법을 여기 기록해두었다가 필요할 때에 꺼내 사용하면 된다는 뜻이구나.
상당히 좋은 물건이라는 건 확실해보였다.
이런 게 만약 사냥꾼 파티의 일원에게 갔으면 정말 엄청난 효율성을 보여줬겠지.
내가 먼저 습득해서 다행이다. 사냥꾼 파티는 그만 강해져도 돼. 아이라와 성녀가 없으니 이제 쓰러트릴 적도 없고, 강해져봤자 의미없잖아.
“역시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구나. 태오야, 네가 갖고 있도록 하렴.”
물론 모든 마법에 통달했다고 볼 수 있는 아이라에게도 이런 스크롤은 필요가 없는 물건이겠지. 덕분에 나는 좋은 물건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근데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솔로몬 왕은 왜 자신의 물건들을 이렇게 곳곳의 던전에 배치해둔 걸까.
그런 의문을 느끼고 있을 때, 아이라가 주변을 슥슥 둘러보더니 말했다.
“이 던전은 이제 붕괴시키도록 하겠어. 마력의 핵을 잃은 앙그마르의 유적이 무슨 변수를 일으킬지 모르니까 말이야.”
우르르르르-. 쾅, 콰과광-.
아이라가 토굴을 무너뜨리기로 작정한 바람에 나는 허겁지겁 동굴을 빠져나와 바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솨아아아아-.
그렇게 동굴에서 빠져나와 돌아가는 숲길을 걷고 있으니, 곧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 몸은 홀딱 젖어버렸고 일단 어디로든 비를 피할 장소를 찾아야만 했다.
“아이라 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허둥지둥 달려 다니던 내 눈에 마침내 쓸 만한 장소가 보인다.
“일단 저기 저곳으로 피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내 말에 아이라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내가 발견한 장소가 믿겨지지 않는 것처럼 내게 물어왔다.
“태오야, 저길 함께 들어가자니. 진심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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