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134)
EP.135)시험의 시간 # 3
135 – 임프들과 시험의 시간 # 3
얼마 전에 발란 교수가 내게 설명을 했었던 적이 있다.
마왕 앙그마르는 마물과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에게 있어서 태양 혹은 신과도 같은 위치를 지닌다고 말이다.
신.
그렇다.
마물들에게 있어서 앙그마르 마왕은 그야말로 신앙의 대상이었다. 비록 지금은 악한 녀석들에게 갈갈이 찢겨 죽고 말았지만.
언젠가 마왕 앙그마르가 세상에 다시 부활해서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올바른 곳으로 이끌고 인도해준다-라는 느낌.
들어보면 뭇 종교들이 흔히 보이는 구세주 신앙과 비슷하다.
임프 마르마르 역시 언젠가 마왕 앙그마르가 세상에 다시 부활해서 이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종결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마왕 님께서는 슬픔도 없고, 가난함이나 배고픔도, 높은 자나 낮은 자도 없이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고 했었데.
물론 그것은 임프인 마르마르의 입장일 뿐이고, 실제 전해지는 마왕은 온갖 곳에서 전쟁을 벌이고 장벽 너머의 세상에 균열마저 내버린 미치광이였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 나로서는 판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마르마르에게 마왕 앙그마르의 존재가 얼마나 큰 지는 알 수가 있었다. 그런 마르마르를 향해 임프들이 말하는 것이다.
“마왕 님을 영접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라고.
당연히 마르마르로서는 고개를 납작 조아리고 감격에 몸을 떨 수밖에 없을 거다. 실제로 마르마르는 납작 엎드린 채 임프들의 다음 말을 귀 기울이는 듯했다.
삐걱삐걱.
부서진 장롱 위에 올라서서 그런 마르마르를 흡족히 내려다 본 적색 머리칼의 임프 타르타르가 더욱 자신만만히 소리쳤다.
“거기 반푼이…! 너도 어서 무릎을 꿇고 만왕의 왕께 조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분의 목소리에 기뻐 경배하는 것이다…!”
“누구. 저요?”
“그래, 너 말이다…! 어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는 것이다…!”
내가 무릎을 꿇지 않는 게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인데. 나로서는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향해 무릎을 꿇어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마왕의 전언을 받는다니.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내가 잘 안다.
솔로몬은 처참히 죽은 지 오래니까.
내 생각에 이 임프 무리들은 순진한 마르마르를 꼬드겨서 이용해 먹는 나쁜 녀석들이 분명했다.
문득 예전에 백과사전에서 읽은 임프 항목이 떠올랐다.
「임프 : 시끄러운 소악마. 온갖 교묘한 언술로 사람을 현혹한다. 이들은 본디 자연의 요정인 님프에서 비롯된 존재로. 마왕 앙그마르가 자신의 수하 님프들을 개조한 것이다.」
교묘한 언술로 사람들을 현혹한다고 전해지는 마왕의 시녀들. 그런 녀석들이니 사기와 현혹을 펼쳐서 동료 마르마르를 이용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애초에 마르마르를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긴 할까? 마르마르는 뿔 없는 임프라고 이미 차별받고 있는 게 아닌가?
화르륵, 화르륵.
“…….”
“…….”
거대한 장작불을 등진 임프와 녀석을 바라보고 있는 나. 그 사이에 약간의 적막함이 감돌 때였다.
“고통…! 세금…! 차별…!”
정신이 아픈 님프 가르가르가 불길 주변을 마구마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꼭 무아지경에 빠진 샤먼 같아서 으스스하다.
“타르타르, 이제 슬슬 시작해야 하는 것이야…! 시간이 없는 것이야…!”
“쯧.”
동료의 말에 완장의 임프 타르타르는 혀를 차고는 두 팔을 높이 벌렸다. 그리고는 세상을 향해 웅변하듯 말했다.
“만물아, 위대하신 마왕님의 목소리를 와서 듣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팍-파악-하고 불길로 집어던진다. 그건 묘하게 반짝이는 가루였다.
그것이 불길로 들어갈수록 불길은 더욱 크고 화려한 느낌으로 주변을 향해 새빨간 혓바닥을 넘실거린다.
모락모락.
동시에 짙푸른 연기가 사방을 향해 뻗어갔다.
그러나 보통의 연기가 하늘로 솟구치는 것과 다르게 그것은 무거운 아래로 깔려서 마치 무대장치의 드라이아이스처럼 발밑에 드리웠다.
뭐야 저게.
냄새가 좀 이상한데?
덕분에 납작 엎드려 있었던 마르마르의 몸은 그대로 연기에 폭 파묻히고 말았다. 연기 위로 돋아있는 것은 마름모꼴의 꼬리뿐.
그런 꼬리가 이리저리 흐느적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타르타르가 말했다.
“마르마르 자매,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다…! 귀를 기울여 보면 마왕님께서 마르마르 자매를 향해 낮고 근엄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 들릴 것이다…!”
“헤으으아으-.”
연기 속에 파묻힌 마르마르가 기묘한 느낌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것은 말이라기보다는 짐승의 웅얼거림에 가까워서 흡사 술에 잔뜩 취한 사람이 내는 목소리 같았다.
아니.
더 정확한 비교를 나는 알고 있다.
일찍이 왕국의 뒷골목을 탐사 차 돌아다녔을 때, 검은 로브단이 취급하는 하급 마력초에 중독된 사람들을 잔뜩 본적이 있었던가?
━헤으응, 더 줘-.
그것에 중독되어 축 늘어진 사람들이 꼭 저것과 같은 소리를 냈었다.
마약.
그렇다.
지금 바닥 아래로 낮게 깔리는 이것은 마약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나의 상태가 비교적 멀쩡한 것은 바닥에 엎드리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혹시 저들이 단상 위에 높이 올라가 있는 것도 바닥에 낮게 깔리는 마약성 가스를 피하기 위함인가?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트릭을 알아내니 생각만큼 놀랍지도 않았다. 이 녀석들은 그저 마르마르의 호의를 이용해서 자신들 멋대로 이용하는 나쁜 녀석들이었다는 진실만이 남을 뿐.
그래서 나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거 사기잖아. 마왕의 목소리가 대체 어디서 들린다는 거냐?”
구기깃.
그러자 타르타르가 몹시도 화가 난 것처럼 미간을 찌푸린다.
“네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이다, 반푼이…! 무릎을 꿇고, 낮은 자세로 자신을 겸허하게 낮추면 마왕님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내가 자세를 낮추면, 환각 가스를 들이마시게 될 테니까?”
“……!”
자신들의 트릭이 간파된 것에 당황한 것처럼 타르타르가 말을 멈췄다. 녀석의 얼굴이 등진 모닥불에 의해 더욱 어두운 그림자로 가려지는 것도 잠시.
“푸르푸르, 저 녀석이 우리들의 작전을 방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이야…!”
자신들의 계획이 들통 난 것에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날 속이는 걸 포기한 것인지 놈들은 내게 덤벼오기를 택했다.
임프들은 어떻게 싸울까.
그런 생각으로 궁금함을 느꼈던 것도 잠시.
“도, 도망치는 것이다…!”
“같이 가는 것이야…!”
“히히, 심연…!”
임프들은 나를 상대하는 것 대신 꼬리를 보이며 도망치는 것을 택했다.
녀석들로서는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걸까?
생각보다 똑똑한데? 얍삽하다고 해도 좋고.
나는 그런 녀석들의 뒤통수에 대고 가볍게 영창했다.
─에어 불릿.
피슝, 피슝, 피슝.
“꺅-!”
“힉-!”
“게엑-!”
정확하게 날아간 세 발의 마법이 임프들의 등을 공격했다. 그것에 얻어맞은 임프들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서 버둥버둥거릴 뿐.
“뭔가, 뭔가 날아온 것이다…! 엉덩이가 아픈 것이다…!”
마르마르와 함께 지내며 눈치 채고 있었던 것이지만 역시 임프들은 전투적인 것에 있어서 그다지 쓸모가 없었던 것 같다.
솔로몬은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하찮은 존재들을 굳이 만들어낸 걸까?
심심했나.
“또 아픈 꼴 당하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
나는 쓰러져 있는 임프들의 꼬리를 한 대 모아서 근처에 보이는 울타리 밧줄로 묶었다.
내 마법에 적중당한 것이 아팠기 때문인지 녀석들은 저항조차 못하고 그저 버둥거릴 뿐.
“이, 이거 놓는 것이다…! 이런 임프혐오적인 행동을 하면, 앙그마르 마왕님의 천벌이 내리는 것이다…!”
“나, 나는 밧줄 공포증이 있는 것이야…. 어서 풀어줘….”
“가르르….”
방금까지 기세등등했던 게 거짓말 같다.
마르마르 같이 호의를 베푸는 자들에게 큰 소리를 치고, 나처럼 물리적으로 무서운 사람들에게는 설설 긴다니.
이것이 소악마인가.
이런 녀석들이 마르마르가 열심히 만들고 가꾼 요정의 낙원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게 어이가 없으면서도 화가 나서 나는 짐짓 사나운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들, 무슨 적색부대 하는 것도 거짓말이지? 사실대로 말 안 하면 꼬리 뽑아버릴 거야.”
“히에엑…! 꼬, 꼬리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사실대로 말해.”
“그으으….”
슬슬 눈치를 보는 타르타르.
나는 녀석의 별 모양 꼬리를 콱 움켜쥐었다. 그러자 타르타르는 정말 기겁을 하며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벼, 별 모양 꼬리는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한 꼬리인 것이다…! 뽑으면 안 되는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다…!”
곧 녀석과 함께 다른 임프들도 울음을 터뜨렸다.
이게 혹시 나를 현혹시키려는 가짜 울음, 눈물 연기 같은 건 아닐까 싶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고 꼬리가 뽑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진짜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임프들에게 꼬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확 와 닿는 느낌.
마르마르는 자기 꼬리를 직접 뽑아서 준적도 있는데. 그게 무척 대단한 일이었구나 싶어서 새삼스럽게 고마움이 느껴진다.
나는 울고 있는 임프들을 향해 이것저것 물었다.
“우, 우리는 감옥 시설에서 탈출한 임프들인 것이다…. 떠돌다가 아크로 굴러 들어와서,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살다가 마르마르를 만난 것이다….”
“그럼 마왕에 대해 알고 있고, 어디 부대의 조장이었고 하는 건 거짓말이라 이거지?”
“그런 것이다…. 마르마르를 이용해서, 편한 생활을 하려고 했던 것이니까….”
겁을 주니까 솔직하게 술술 말하네.
* * *
임프 마르마르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 뒤였다.
간이로 만들어진 침대와 이불 위에 누워있던 마르마르는 “겍-!”하고 기묘한 단말마와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마르마르 정신이 좀 들어?”
“뭐야, 방금까지 산더미 같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다 어디 갔어?”
마르마르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나는 그런 마르마르에게 방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된 거야. 야, 너네들. 어서 마르마르한테 사과 해.”
내가 눈치를 주자 타르타르가 쭈뼛쭈뼛 거리며 마르마르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몹시도 우물쭈물 하길래 나는 주먹을 콱 쥐어봤다.
그러자 타르타르는 내게 꿀밤을 맞을까 기겁하며 허겁지겁 고개를 숙였다.
“마, 마르마르…! 방금 다 들었겠지만, 정말 미안하게 된 것이다…! 사실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용서해주는 것이야…!”
다만 마르마르는 아직 환각이 덜 깬 것인지 그런 녀석들을 바라보며 어딘가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간 녀석들이 부렸던 난동과 패악질을 생각해보니 화가 나고 억울해지기 시작하는 걸까? 그러나 마르마르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럼, 마왕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어?”
“그, 그런 것이다…. 마왕님이 부활하셔서 말을 걸어주셨다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
마르마르의 표정이 몹시도 어두워졌다. 마르마르에게는 가꾸고 있던 정원이 망가지는 것보다 희망이 배신당했다는 게 무척 슬픈 일인 듯 보였다.
마르마르가 몹시도 우울해하는 것을 느꼈는지 타르타르가 변명하듯 한 마디 덧붙였다.
“그, 그렇지만 아주 거짓말인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가르가르는, 가르가르는 진짜로 마왕님을 본 적 있는, 아주 훌륭한 임프인 것이다…! 꼬리에 걸고 맹세하는 것이다…!”
타르타르가 정원 구석에서 개처럼 손으로 땅을 파고 있는 임프 가르가르를 가리켰다. 반쯤 돌아버린 임프인 줄로만 알았는데 마왕을 진짜로 본적이 있다니.
“므흐흐, 가르가르는, 무려 마왕님으로부터 친히 세례식을 받은 적도 있는, 아주 대단한 마군의 선봉장이었던 것이다…!”
그 말에 마르마르가 깜짝 놀랐다.
“세례식이라면 그 세례식?”
“그런 것이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임프들만에게 행해진다는 세례식…! 가르가르는 당당히 시험을 통과하고 세례를 받았던 임프인 것이다…!”
타르타르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자랑하며 기세등등했다. 물론 내가 주먹을 쥐자 다시금 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슬슬 눈치를 본다.
임프 녀석 얄밉구만.
혹시 엘가가 나를 볼 때 이런 느낌을 받나?
다만 마르마르는 세례식이라는 말에 금방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짝-하고 손뼉을 쳤다. 나는 그런 마르마르를 향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세례식이 뭔데?”
“임프들을 한층 더 상승시켜주는 수여식 같은 거야…! 마왕군의 간부나, 마왕님 본인께서 직접 행할 때가 있었데…!”
“오.”
혹시 나도 가능할까?
나는 마르마르를 진화시키는 내 모습을 상상해봤다.
“어떻게 하는 건데?”
“그건-, 글쎄 경험해 본 임프가 알고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우리들의 눈은 너구리처럼 화단의 바닥을 자꾸 파헤치는 가르가르를 향했다.
“히히…!!!”
쟤가 뭘 알고 있을 것 같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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