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274)
EP.275)고백 # 3
275 – 화해와 고백 # 3
거짓은 사람들 사이에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진실과 진리는 현명한 자들의 침묵 속에서 이어진다.
그러나 마침내 사람들 앞에 진실이 퍼지게 되었을 때, 그 파급은 내리치는 뇌성과 벽력처럼 쩌렁쩌렁하고 지진처럼 온 땅을 뒤흔드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들은 미르나가 혹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을 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미르나를 나 홀로 제압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르니 엘가를 참관자의 자격으로 동행시킨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내 입에서 마침내 퍼져 나온 이야기.
“솔로몬의 아들에게 또 아들이 있고 그 녀석은 반요정이다.”라는 말을 넌지시 꺼냈을 때. 미르나는 의외로 침착하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미동조차 않는데 꼭 얼어붙은 사람처럼
“…….”
그 침묵이 한참 이어졌을 때, 미르나가 갑자기 푸흐흐-하고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들은 사람 같은 태도다.
그 웃음에 나도 엘가도 서로의 얼굴을 잠깐 바라봤다. 서로 눈빛으로 대화가 오가고 엘가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
그러다가 한참 웃던 미르나가 자신의 눈가에서 눈물을 우아하게 닦아내며 말했다.
“알겠네요. 리오네스 영애와 작당하고 저를 놀리려고 하는 것이로군요? 태오 경, 저를 너무 대강대강 보신 모양이네요. 어째서 이런 거짓말을 하는 거죠?”
그렇군.
미르나는 지금 나의 이야기가 자신을 놀리기 위해 엘가와 짜고 거짓말을 지어낸 것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확실히, 믿겨지지 않는 진실이라는 것은 때로 거짓말보다 더욱 거짓말 같을 때가 있는 법이다. 내가 반대의 입장이었어도 미르나와 똑같이 반응했지도 모르지.
미르나가 갑자기 내게 “사실 저는 우주마신의 딸이고, 잉잉이는 그 하수인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왜 그런 농담을 하는 건지 저의를 파악하려고 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부정을 하더라도 사실은 사실.
나는 아직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미르나를 향해 다시금 내 의사를 확실히 표력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미르나 아가씨, 제가 말하는 이야기는 거짓이 아닙니다. 저는 마왕이라고 불린 솔로몬의 손자이자, 아마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앙그마르일 것입니다.”
“거짓말하지 말라니까요!”
미르나가 시끄럽게 빽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잉잉이가 저 멀리 부웅 떠서 날아가 버린다.
━잉잉야잉.
“어째서 자꾸 그런 거짓말을 제게 하는 거죠!? 태오 경답지 않네요! 자꾸 이런 식으로 저를 모욕하고 능멸하겠다면, 저는 자리를 나가겠어요!”
부들부들 떠는 미르나.
그런 모습을 보며 내 옆에 앉아 있던 엘가가 자세를 고쳤다. 혹시 미르나가 예상치 못할 폭주를 한다면 자신이 막을 준비를 하는 것이리라.
다만 나는 그런 엘가를 향해 손바닥을 가볍게 내밀어 제지 했다. 미르나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혹은 예상치 못할 행동을 할 것이라는 예감은 들지 않았으니까.
“어째서 저한테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건지 묻고 있어요! 대체 저의가 뭐죠…!?”
화가 난 듯이 묻지만, 미르나의 눈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언제나 침착한 미르나지만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혼란스러워지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라는 억울함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변화에 두려워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그런 미르나를 향해 확실히 말을 할 책임은 이야기를 꺼낸 내게 있을 터. 나는 미르나를 위해 이야기를 갈무리하고 정돈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미르나 아가씨, 절대 거짓이거나, 아가씨를 놀리려고 함이 아닙니다. 저는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마왕의 후예가 맞습니다. 아가씨들이 찾던 금기유산, 재앙의 씨앗, 다 저를 가리키는 말이 맞습니다.”
“그, 그치만 태오 경은 감찰관이잖아요? 타란테라 여왕으로부터, 앙그마르 가문의 생존자를 찾기 위한 임무까지 하달 받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그럼, 자신이 자신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고 하잖아요.”
휘청.
미르나는 하얗게 눈을 한 번 까뒤집더니 몸을 크게 기우뚱거렸다.
테이블 위로 쓰러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 내가 허둥지둥하니 그녀는 제법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틴 후 깊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손바닥으로 얼굴을 마구 부채질하기 시작하더니 입을 벌리고 크게 소리치는 것이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이해합니다. 무슨 질문이든 다 들어드릴게요. 제게는 그럴 의무가 있고, 미르나 아가씨께는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으시니까요.”
“그럼, 지금까지 잘도 숨겨오면서, 다른 사람들을 기만하고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서 으스대고 있었던 것이로군요! 저를 향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했겠죠!”
“꼭 그렇진 않은데요….”
“아악! 악!”
미르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 뒤로 무어라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마구 지껄이는데, 그것이 일종의 동부 지역 언어의 방언이고 욕설 비슷한 것이라는 걸 나는 어렴풋이 눈치 챌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엘가가 쯧-혀를 차고는 작게 중얼거린다.
“호들갑 떨기는.”
엘가는 코로노이 소동을 벌일 정도로 더 호들갑을 떨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여기서 엘가의 기분까지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간 수습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 * *
미르나가 진정한 것은 몇 분 후, 가게의 점원이 우리들이 머물고 있는 방문을 두드리고 괜찮은 것이냐고 안부를 물어올 즈음이었다.
━저기, 괜찮으십니까?
“흠, 흠, 괜찮아요.”
미르나는 여러모로 흐트러진 옷매무세를 정돈한 후에 흠흠-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아직 토마토처럼 붉게 물들어 있어서 누가 봐도 괜찮아 보이질 않았다.
“태오 경,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해야 할 이야기도 많지만. 지금 제 기분이 그래요.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도 모르겠고.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나는 차마 미르나에게 말로나마 이해한다고 말하기가 좀 그랬다. 지금 미르나가 겪고 있을 혼란이 어느 정도로 커다란 것일지 감히 공감한다고 말하기도 오만한 것처럼 여겨졌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냥 가만히 무슨 말을 하든 듣기로 했다.
그런 내 선택은 나름대로 현명했던 것이었는지 얼마 뒤에 조금 더 진정된 것처럼 미르나가 입술을 열었다.
“리오네스 영애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나에게 하는 질문인가 싶어서 입을 열려고 할 때, 엘가가 먼저 작지만 분명하게 답을 한다.
“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
“얼마 전이라면, 저보다 먼저 알았다는 소리네요…? 태오 경, 어째서 저보다 리오네스 영애에게 먼저…?”
구깃.
미르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마 미르나는 이렇게나 중요한 일을 자신보다 엘가가 먼저 알아냈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분노를 느끼는 듯했다.
이 일에 있어서는 확실한 해명을 하는 게 좋겠지. 이걸 대충 두루뭉술하게 넘겼다간 여러모로 내 머리털이 쥐어 뜯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드니까.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실화냐?
아무튼.
“제가 자의로 말씀드리는 것은, 미르나 님이 가장 처음입니다. 엘가 님께서는, 제가 말씀드리기도 전에 먼저 눈치를 채버리고 마셨어요.”
내 대답에 미르나의 눈이 커다란 토마토처럼 커졌다. 사람 눈이 그렇게나 커질 수 있는 건지 싶어서, 그 빨간 눈동자가 오싹하게 무서울 정도였다.
“그 리오네스 영애가 먼저 눈치를 챘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그럴 리가 없어요!”
“뭐야, 너. 왜 갑자기 가만히 있는 나한테 시비 걸어? 그렇게나 힌트가 잔뜩 널려 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한 건 미르나 네 쪽이잖아.”
어째선지 화를 내기 시작한 엘가가 으르릉거렸다. 미르나 역시 발끈한 것처럼 미간을 구겼다.
“힌트?”
“그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수상한 점이 많지 않아? 머리도 빨갛게 물들고, 마법도 잘하고, 여자 밝히고. 대 놓고 홍보하는 수준이잖아.”
“…….”
미르나는 엘가의 이야기에 잠깐 곰곰이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얼굴을 붉히더니 머리칼을 곤두세운다.
“직접 말해주지 않았어도, 저 역시 금방 눈치 챘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쭐하지 마시죠, 리오네스 영애…!”
“뭐래, 방금까지 아무것도 몰랐으면서. 매일 똑똑한 척, 잘난 척하고 으스대더니 이런 중요한 일에서는 영 맹탕이야. 실속 없네.”
“뭐라구요?”
“실속 없다고. 그러고 보면, 오팔이랑 싸울 때에도 혼자 일찍 나가 떨어져서 다른 사람들만 고생시켰다며? 귀족의 의무니 뭐니 폼은 다 잡으면서 막상 필요할 때는 아무것도 못하고.”
엘가의 비정한 지적에 미르나는 참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오팔과 싸울 때 일찍 리타이어 했다는 것이 미르나에게 있어서 얼마나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만 덜컥 겁을 집어 먹게 됐다.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것만 같은 미르나.
그녀는 곧 부채를 쥐더니 그것으로 얼굴을 슬쩍 가린 채 여유롭게 말했다.
“그러는 당신은, 얼마 전 님프 독감인지 뭔지로 호들갑 떨어서 다 고생 시켰던 거 모르나요? 사람이 의심이 그렇게 많아서야.”
“뭐?”
“믿음이 부족한 자에게는 복이 없다는데. 분명 보아하니 태오 경을 믿지 못해 의심이 넘쳐서 이것저것 캐고 조사했겠죠? 안 봐도 뻔해요!”
“미르나, 너 인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조심해…!”
엘가와 미르나 사이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한 바탕 또 난리가 불어칠 것 같아서 나는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어야만 했다.
그러나 하렘을 목표로 하는 남자가 자신의 여성들 하나 건사하지 못해서는 꼴불견이다.
그건 마치 목줄도 하지 않은 대형견을 여러 마리 이끌고 산책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책임하고 무자비한 행동이 아닐까?
자신의 여성들 하나조차 건사하지 못할 사람은 하렘을 차려선 안 된다. 이게 하렘에 대한 나의 신조. 그래서 나는 굳게 다물고 있었던 입을 열었다.
“저기, 모두 조용히 하세요.”
동시에 연기자 마스터 레벨을 달성하며 획득한 재능 《카리스마》가 발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청중들을 화악 휘어잡는 그 감각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 말이다.
그 덕분인지 방금까지 서로를 향해 으르릉거리고 있던 엘가와 미르나가 입을 다물고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다만 내 위압에 짓눌렸다기보다는 “얘가 갑자기 왜 그러지?”하는 감정이 드러난 것처럼, 호기심과 궁금함이 잔뜩 깃들어 있다.
…….
이건 이것 나름대로 조용히 만든 것인가.
아무튼 가까스로 만든 정적, 시선들이 내게 모이는 틈을 타 나는 입을 열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앞으로 저희들이 어떻게 하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저희는 모두 한 배를 탄 동료나 마찬가지에요. 조금 더 서로를 존중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에게는 건설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여유가 많지 않은 탓이다.
그걸 잘 이해한 건지 엘가는 마지못해 “쯧.”혀를 차며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미르나 역시 탐탁지 않은 듯이 입맛을 다셨지만 자신의 감정을 잘 절제할 줄 아는 아가씨 답게 후-한숨을 내쉰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요.”
“이해합니다. 저라고 해도 그랬을 테니까요.”
“그래서 태오 경, 어떤 심경의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이런 말을 갑자기 밝혀왔다는 것은 분명 제게 바라는 점이 있어서겠죠.”
“그렇습니다.”
사실 앞으로 내가 할 이야기.
「앙그마르 가문 부흥 계획」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일은 모두 방지 턱, 전조 혹은 경고문과 다를 바 없다.
과연, 그것을 잘 아는 나라고 해도 이것을 미르나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눈앞이 캄캄해지고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가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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