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317)
EP.318)숙명의 라이벌 # 4
318 – 쌍둥이는 숙명의 라이벌 # 4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불상.
그 크기는 대략 2미터 정도. 우락부락한 덩치에 네 개나 되는 손에 쥔 무기들이 흉흉했다.
물론 진짜 무기는 아니고, 불상 또한 진짜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딱딱하게 돌로 만들어진 조각이었을 뿐.
대체 누가 이런 동굴 속에 이 조형물들을 만들어 놓은 걸까. 이유를 헤아려보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미르나가 먼저 반응했다.
“저건, 천사상이에요.”
“천사요?”
저 악귀 나찰 같은 형상이 천사라니.
내 머릿속 천사의 이미지는 날개달린 여성들이다. 자애롭고 나긋나긋하고, 하얀 세마포 옷을 입은 누나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건지 미르나가 몇 마디 덧붙였다.
“날개 달린 천사들의 모습이 퍼진 것은 불과 몇 세기 되지 않았어요. 본디 광염 교단의 초기, 초기 교부들의 시절에 천사는 저런 식으로 강력한 파수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죠.”
그렇구나.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럼, 지금 저기 보이는 불상은 광염 교단의 초기 천사들이라는 소리고. 이 장소는 광염 교단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겠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태고의 영산 빌포드에 어째서 교단의 상징물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미르나가 말을 흐렸을 때 우리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나르미가 생각난 바가 있는 건지, 아니면 대화에 끼어들고 싶은 건지 입을 열었다.
“파수인이 있다는 건, 지켜야 하는 게 있다는 소리잖아. 그렇다는 말은 저 천사상 너머에 보물이 있다는 거 아닐까?”
나르미의 논리도 그럴 듯하다.
하지만 낙관적인 나르미에 비해 미르나는 제법 비관적이다.
“광염교 초기, 천사들이 싸울 상대는 야만과 미신의 신들이었어. 온갖 끔찍한 이교의 신들과 영적인 전쟁을 벌이기 위해 저런 험악한 모습을 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
“그렇다면 여기서도 천사들이 싸울 필요가 있었다는 소리네요.”
“그렇죠.”
그것도 매우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이단과 이교도를 정죄하는 천사들. 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은 당연히 그들 스스로가 쓰러트린 끔찍한 이교의 무언가일 터.
보육원 시절부터 예배를 드렸던 나는 온갖 사악하고 간악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들어왔다. 귀신 들려서 동물 울음소리로 소리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것들.
덕분에 오싹해진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마르마르의 무전이 들렸다.
「이상한 석상 같은 게 있어! 파란색이고, 엄청 못 되어 먹고 무식하게 생겼어! 스텔라 교수가 말하는데, 무슨 파수꾼 같은 거래!」
그렇구나.
마르마르 일행들의 앞에도 이 천사의 불상이 있나. 확언할 수는 없었다만 이곳은 역시 평범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러니 모두가 알 수 없게끔 온갖 함정과 구불구불한 길을 만들어 높은 산 깊숙이 묻어두었던 것이겠지.
어쩌면 이 빌포드의 만신전이라는 것 자체가 이 불상들을 숨기기 위한 장막이 아니었을까-라는 과장된 생각까지 하고 있을 즈음.
“앗, 여기 봐. 글자가 있어!”
겁 없이 천사의 석상 앞까지 다가간 나르미가 제법 신경 쓰이는 이야기를 해 왔다.
미르나는 “나르미, 위험할 지도 모르는데 멋대로 다가가면 어떻게 해.”라고 얼굴을 쓱 쓸어내렸지만.
흥미가 생겼던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미르나가 천천히 석상을 향해 다가갔다.
고오오오오오-.
가까이 서 본 석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크기가 더 컸다.
그런 녀석의 발치에 적혀 있는 글자는 마치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매우 읽기 어려워서 해독이 힘들다고 생각할 즈음 나르미가 먼저 입을 연다.
“─우리는, 이 깊은 산 어둠 속 그릇된 열망을 봉인했노라. 이 글을 읽는 자들아. 함부로 소원에 다가가지 마라. 두 개의 빛이 잠기는 순간. 비정한 칼날이 그대를 양단하리라.”
“나르미 아가씨, 이 글자가 그렇게 적혀 있다는 겁니까?”
“내가 읽기로는 그래. 언니가 보면 또 다를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미르나 언니 생각은 어때?”
나르미가 미르나에게 질문을 했다. 어딘가 쭈뼛거리는 느낌이 컸다만 방금까지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던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아마 나름대로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겠지.
자매의 싸움이 어찌 흘러가는 걸지 지켜보고 있으려니 제법 긴장감 생긴다. 곧 미르나는 바닥에 파여 있는 글자들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덧붙였다.
“이 글귀를 적은 것은, 알키나스라고 하네요. 소금의 검 알키나스. 광염 교단의 초대 교부 중 하나로, 많은 교리를 세운 기둥 중 하나인데….”
그 이야기에 나르미가 짝 손뼉을 친다.
“그럼, 혹시 그 이야기가 진짜 아니었을까? 옛날에, 교단의 성기사들이 온갖 황금과 보화가 깃든 이단들의 신전을 세상 각지에 봉인해 두었다는 거!”
“그냥 떠도는 전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그 말이 진짜일 것 같기도 하네. 이 글귀가 진짜 교부 알키나스의 족적이라고 하면 꽤 놀라운 발견이 될지도….”
자매들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서로 조잘거렸다. 그리고는 이 넓은 방 이곳저곳을 더욱 살펴보기 시작하는데. 곧 여러 글자들을 더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을 해독한 미르나가 말한다.
“이 천사 석상 너머에 무언가 중요한 게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네요. 글귀들이 ‘소원’이나 ‘열망’등을 계속 말하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보물이 있는 건 확실해 보이네요.”
“어쩌면 소원을 들어주는 성물 같은 게 있는 거 아닐까? 성스러운 왕관이나, 성배 같은 거!” 갸르르 웃는 나르미. 곧 내 머릿속에 몇 마디 무전이 도착했다.
「동지, 스텔라 교수 말이. 석상의 너머에 무언가 있을 것 같다고 그래! 양식이 초대 교단의 어쩌구, 그러면서 뭐라 설명하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대단한 건가 봐!」
마르마르 쪽도 석상과 그 근처에 적혀 있는 글귀를 대강 파악한 것 같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 대강 조사했던 바에 따르면 석상에 달려 있는 구슬 장치를 눌러야 무언가 일이 벌어질 것이라 파악이 된다.
봉인의 문과 비슷한 구조겠지.
혹시 모르니 완드를 뽑아든다.
이 석상이 움직여서 이 장소를 지킬 것이라는 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으니까.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봐.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미르나와 나르미 역시 각자 부채와 검을 뽑아들고 싸울 준비를 끝낸다.
문득 나르미와 미르나가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 아닌가 싶어서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물론 지금은 감상에 잠기기보다는 행동을 할 시간.
석상 너머에 있을 지도 모르는 탈출구를 기대하며.
숫자를 센다.
「3.」
「2.」
「1.」
삐걱.
마르마르와 함께 버튼을 눌렀다.
고오오오오-.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불상이 붉은 안광을 번뜩였다. 동시에 우리 주변에서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던 석등의 불꽃이 모조리 꺼진다.
─라이트!
나는 주변이 완전한 암전에 잠기기 전에 재빠르게 마법을 영창 해 광원을 만들었다. 빛이 없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 지 알 수가 없으니까.
“…응?”
바로 그때 누군가 기묘한 소리를 냈다. 아마 나르미였던 것 같다.
“석상이 어디 갔어?”
나르미의 말처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들의 앞에 놓여 있던 석상이 온데 간데 보이질 않았다. 그 커다란 덩치가 사라졌다니. 좋지 못한 징조에 머리털이 쭈뼛 곤두선다.
바로 그때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곧 거미처럼 여럿 자라난 팔로 천장을 붙잡고 있는 불상과 눈이 마주치고 만다.
━━━─!!!
녀석이 입을 벌려 소리치는 함성. 그것이 내 귀를 찢을 것처럼 울린다. 그 강렬한 발산에 귀를 막고 웅크리는 미르나.
“큭-!”
팟-.
스릉.
천장에 매달려 있던 불상이 높은 곳으로부터 낙하하며 미르나를 향해 도끼를 내리쳤다. 사람 몸보다 거대한 도끼. 저런 것에 맞는다면 몸이 양단될 터.
“그림자 속박!”
미르나가 공격받으려던 때에 나르미가 쥐고 있던 칼날을 바닥에 힘껏 바닥에 박았다.
잘 갈려나간 검이 바닥에 박히자, 미르나를 향해 손을 내리치고 있던 불상의 움직임이 우뚝 멈춘다.
“언니, 오래는 못 잡고 있겠어! 얼른 빠져나가!”
“앗!”
미르나 역시 정신을 차리고는 몸을 빙글 굴러 도끼의 마수에서 빠져나간다.
동시에 미르나가 있던 자리에 도끼날이 쾅 내리 찍혔다. 사방에 뒤흔들리고, 천정에서 먼지가 떨어질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
신기한 것은 녀석이 도끼를 내려찍은 상태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는 것이다. 갑자기 멈춰 버리다니. 이 상황을 파악하고자 눈을 부릅떴을 즈음.
파슥.
바닥을 내리 쳤을 때 떨어진 먼지나 혹 그 비슷한 무언가가 나의 눈에 들어갔다. 덕분에 내가 살짝 눈을 감고 손을 얼굴까지 올렸을 때였다.
“태오 경, 조심해요!”
미르나의 커다란 외침에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스릉, 촤아아-!
곧 거대한 도끼날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돌로 만들어진 도끼라고는 하나 공격을 받는다면 내 몸통은 그야말로 위에서 아래로 양단되어 쪼개질 터.
가장 빠른 영창이 뭐지?
빠져나가야 하나?
아니면 반격을?
침착한 사고를 병행해 찰나의 순간 많은 생각들을 행했을 때.
“태오야!!!”
나르미가 빽 소리를 질렀던 그 순간이었다. 영창을 준비하던 내 눈에 우뚝 모습을 멈춘 불상이 보였다. 또 다시 움직임을 멈춘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내가 의문을 느끼고 있으려니 미르나가 묻는다.
“나르미, 아까 바닥에 적혀 있던 글귀. 뭐였지? 기억하고 있다면 얼른 다시 외워 봐.”
“글귀. 글귀. 아, ─우리는, 이 깊은 산 어둠 속 그릇된 열망을 봉인했노라. 이 글을 읽는 자들아. 함부로 소원에 다가가지 마라. 두 개의 빛이 잠기는 순간. 비정한 칼날이 그대를 양단하리라.”
갑자기 이것을 왜 물어보는가 생각할 때. 내 머릿속에 마르마르의 목소리가 퍼졌다.
「동지! 눈을 감으면 안 돼! 눈을 감으면, 석상이 나를 노려와!」
아, 그렇구나.
두 개의 빛이 잠기는 순간 비정한 칼을 노린다-. 이것은 일종의 비유였다. 두 눈을 감는 자를 향해 석상이 공격을 해온다는 걸 나타내는 글자였던 것이구나!
「모든 사람이 전부 쳐다 보고 있을…움직임을 멈추고…여러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눈을 감으면…파괴하려면 구슬 버튼….」
뚝.
마르마르의 의견이 그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침착한 사고가 발동한 나는 녀석이 무엇을 내게 전달해주고자 했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잔뜩 긴장한 나르미와 미르나를 향해 소리쳤다.
“눈을 감으면 안 됩니다! 저희 모두 이 녀석을 바라보고 있어야 멈추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동할 때 눌렀던 구슬을 가격하면 부서진다는 모양입니다!”
내 외침에 나르미가 경악했다.
“눈을 감지 말라고? 으, 어떻게 해. 그 말 들으니까 엄청나게 눈 감고 싶어졌어!”
이해한다. 나도 비슷한 기분이니까. 바로 그때였다.
스릉-.
도끼를 쥔 불상이 움직여, 미르나의 목을 노린다.
“언니! 눈 비비면 어떻게 해! 방금 태오 이야기 못들었어!?”
“그럼 먼지가, 들어간 걸 어떻게 해!”
개판이구만.
이쪽도 이런 상황인데, 반대쪽 마르마르 일행들은 어찌 되고 있을지 궁금했다. 스텔라 교수가 잘 해주고 있어야 할 텐데.
아니, 지금은 그쪽 걱정할 때가 아닌가.
“언니, 숙여!”
나르미의 외침에 고개를 숙이는 미르나.
곧 그녀의 머리칼 위로 힘껏 휘두른 도끼가 솨아아 스쳐 지나간다. 동시에 미르나는 부채를 펼쳐서 불상의 다리를 힘껏 후려갈겼다.
칵!
금속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미르나는 “이 녀석, 단단해!”라고 소리쳤다.
“언니, 일단 약점부를 찾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윽고 쌍둥이 자매 둘은 함께 불상과 싸우기 시작했는데.
특유의 유연한 몸을 통해 도끼를 아슬아슬 피해가며 공격하는 둘의 모습은 흡사 서커스 같았다.
눈을 단 한 번도 깜박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이미 날려버린 것이겠지.
“소환, 흑관!”
“나르미, 검을 내 쪽으로 넘겨!”
둘이서 평소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나?
아니,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착착 손발을 맞춰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무런 생각 없이 감상에 잠기게 된다.
나 또한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 마법을 영창하고 있을 즘이었다.
“됐다!”
콰직.
미르나의 손이 불상의 배꼽 부근에 위치한 구슬에 검을 박아 넣었다. 그것으로 불상은 아주 멈춰서, 이내 파스스스 여러 돌멩이로 갈라져 무너지고 만다.
와르르르르.
“와, 언니, 우리가 해냈어!”
“그러게!”
두 손을 높이 와락 들어 올리는 나르미. 미르나 역시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는 나르미와 짝 손바닥을 마주친다. 그 모습에 나는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자매는 자매구나.
서로 싸울 땐 싸우더라도 외부의 적에게는 힘을 합쳐 맞서 싸우는 것이구나.
━잉잉야잉.
바로 그때였다.
내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잉잉이가 부서진 불상의 잔해로 다가가 무언가를 몸에 싣었다. 그리고는 내게로 날아와 그것을 내민다.
“열쇠?”
그것은 돌로 만들어진 열쇠였다.
단순히 부서진 파편처럼 생겼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특유의 기묘한 문양은 열쇠라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그것을 한참 들여 보고 있을 때. 미르나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불상이 앉아 있던 단상에. 구멍이 있군요. 태오 경이 가진 열쇠를 이곳에 꽂으면 아마 길이 열릴 것 같네요.”
“그렇겠죠.”
나는 열쇠를 단상의 구멍에 꽂았다. 덜컥, 기이익. 제법 무거운 장치가 돌려지는 감각이 생생히 느껴졌을 때. 단상이 파스스-아주 박살나 버린다.
“이게 왜 부서지지?”
살짝 당황했던 것도 잠시.
“태오야, 단상 아래에 구멍이 있어!”
우리는 단상 아래로 뚫려 있는 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둡고 습한 기운이 느껴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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