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451)
EP.452)– 일상은 언제나 벌꿀 빛깔 # 1
외전 – 일상은 언제나 벌꿀 빛깔 # 1
사람들의 입에 며칠이고 오르내리던 결혼식이 끝난 후의 어느 봄날.
매일 매일이 축제와도 같았던 나날의 긴 여운이 끝나고 이제 모두 하나 둘, 일상으로 돌아와 살아가는 어느 날의 이야기다.
━지지배, 지지배!
따스한 날씨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하나 둘 정신을 차린 임프들이 낮잠에서 깨어나 몸을 바르르 떨며 기지개를 켠다.
“으으읏…!”
잠에서 깨어난 그들은 언제나 이렇게 가장 먼저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는 근처에 놓인 손거울 등으로 얼굴이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단장을 한다.
“아앗! 이 모르모르의 소중한 별 꼬리에 먼지가 묻은 것이야…!”
특히 길고 멋진 꼬리는 꽤 오랜 시간 열심히 손질한다. 부드러운 솔로 슥삭슥삭. 그러다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은 훌쩍 지나가기 마련.
한창 꼬리 손질에 빠져있는 임프들의 정신을 말끔히 깨우는 것은 또 다른 임프의 목소리다.
“모두 이제 오후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다…!”
높은 단상에 올라 소리치는 녀석은 빨간 머리를 짧은 단발로 자르고 멋들어진 제복을 입은 임프였다. 왼팔에는 주홍빛으로 빛나는 완장을 차고 있었는데.
저 완장은 별 효과도 능력도 없는 물건이지만, 모든 임프들의 선망 대상으로 벌꿀 정수기와 함께 갖고 싶은 물건 항목에 매일 순위권에 드는 물건이었다.
완장의 임프 타르타르도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자신의 주홍빛 완장을 뽐내며 임프들의 의욕을 고취시켰다.
“열심히 일하는 임프 자매는 승진하여 파란 완장, 마침내 이 몸 타르타르와 같이 주홍빛 완장을 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말에 임프들은 자신이 멋진 완장을 차는 모습을 영롱한 눈동자로 상상해 본 뒤 각자 있어야 할 장소로 돌아갔다.
이제 블랙 앙그마르 컴퍼니의 사원들인 임프들의 오후 일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임프 자매들, 오늘 오후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그들의 오후일과는 매우 생산적인데. 얼마 전에 잔뜩 주운 꽃잎을 마구 밟아서 염료를 만들거나. 그것으로 옷감과 솜을 염색하거나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일을 감독하는 것은 주홍빛 완장의 타르타르나 푸른빛 완장의 푸르푸르 같은 완장의 임프들이지만, 사실 완장을 차지 않은 임프들과 그들의 상하관계는 없었다.
“아앗-! 가르가르야! 꽃잎은 먹으면 안 되는 것이다…!”
“가르르르, 가르르!”
가르가르 같은 특이한 임프를 제외하면, 모두들 타르타르와 같은 관리 임프들의 말을 잘 듣기 때문에 문제도 없다.
“오늘은 검은 장미를 이용해 까만 꼬리 임프 인형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임프들은 꽃에서 염료를 추출하거나 솜과 천을 이용해 바느질을 해 마침내 하나의 멋진 인형을 만들어낸다.
인형 마루마루. 타루타루. 푸루푸루.
임프들의 인형은 앙그마르 왕국 내에서도 인기가 많고, 왕국 바깥에서도 인기가 많아 왕국으로 외화를 벌어오는 중요한 수단.
그 자부심을 아는 임프들이기 때문에 실을 가위로 자르고, 단추를 붙이는 간단한 작업에도 결코 소홀한 법이 없다.
얼마 전에는 구매자들의 의견을 듣고 새로운 인형 가루가루도 출시했지. 가루가루 인형은 진열대에 내놓자마자 팔려나간다고.
덕분에 임프들은 이마에 땀이 흐르도록 열심히 일했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노동이라도 적절한 휴식은 필요한 법.
비번인 임프들은 블랙 앙그마르 컴퍼니의 넓은 정원에서 나비를 쫓아 뛰어 놀거나, 혹은 꽃과 임프 꼬리들에 물을 주며 휴식을 취한다.
오늘의 비번이자 물주기 담당은 별 꼬리의 모르모르였다.
“얼른 물을 주는 것이야…!”
물이 가득 담긴 물 조리개를 양 손으로 힘껏 쥔 채 뒤뚱뒤뚱 걸어서, 모르모르는 화분에 잔뜩 꽂혀 있는 임프들의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모양의 꼬리 앞에 섰다.
그렇다. 꼬리다.
항아리에는 잔뜩 꼬리들이 심어져 있다. 장벽이 필요 없어진 세상, 떠돌이 모험가와 군인들이 다시 재정복하기 시작한 땅에서 용도 모를 항아리들이 잔뜩 발견됐고.
거기에 남아 있는 임프들의 꼬리를 전부 회수해서 블랙 앙그마르 컴퍼니로 보내주기 때문이다.
블랙 앙그마르 컴퍼니는 그들로부터 꼬리를 비싼 값에 사들이기 때문에 용사와 모험가들에게 임프들의 꼬리는 발견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아이템으로 손꼽힌다고.
그런 꼬리를 화분에 심어서, 맑은 담수와 함께 임프들의 비밀 비법이 담긴 포션과 함께 정성과 애정을 담아 물 조리개로 매일 같이 뿌려주면 화분에서는 놀랍게도 임프들이 자라난다!
“모두들, 얼른 자라서 함께 숨바꼭질 하는 것이야…!”
모르모르는 많은 임프들이 부러워하는 별 모양의 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오늘 한 바탕 물을 주고 나면, 다른 비번인 임프들과 함께 숨바꼭질을 해야지.
아니면, 요즘 유행한다는 오징어 놀이를 해도 될 것 같다. 무엇을 하든, 임프 친구들과 노는 것은 너무 재미있어서 모르모르는 매일매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흐흥, 흐흥.”
“모르모르.”
그때 콧노래를 부르며 꼬리에 물을 주고 있는 모르모르를 향해 누군가가 다가왔다.
고개를 돌렸을 때 모르모르는 작게 떨고 말았는데. 자기가 제일 무서워하는 임프 나르나르가 어느새 뒤에서 자신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 모르모르는 오늘 비번인 것이야…! 혼날 일은 하나도 하지 않은 것이야…!”
“아…?”
임프 나르나르는 키가 어른처럼 커서 멋진 임프였다.
하지만 조잘조잘 떠들며 잘 웃는 자그마한 임프들에 비해, 큰 임프 나르나르는 성격이 깐깐했기 때문에 임프들이 속으로 은근히 무서워하고는 했다.
모르모르도 얼마 전에 염료의 순서를 착각해 인형의 붉은 머리를 파란 색으로 모두 칠해버린 적이 있어서 나르나르에게 크게 혼났었다.
그때 일이 떠오르자 모르모르는 이 커다란 임프 나르나르가 대체 왜 자신을 불렀는지 그만 무서워지고 말았다…!
그것을 증명하듯 모르모르의 자랑스러운 별 모양 꼬리도 다리사이로 축 늘어져 바들바들 떨리는 상태.
그때 나르나르가 말했다.
“별 것은 아니고, 선물로 먹을 게 들어와서요. 어제 다들 하나씩 나누어주었는데. 모르모르만 주지 못했거든요.”
슥.
나르나르의 가느다란 손에는 까맣고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감싸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모르모르의 예민한 코에는 봄처럼 달콤한 냄새와 동시에 어딘가 쌉싸름한 것이 느껴졌다.
“아앗-!”
모르모르의 겁에 질렸던 꼬리가 쭈뼛 솟는다.
“아앗-! 이 냄새는, 벌꿀 초콜릿인 것이야…!”
“맞아요.”
벌꿀 초콜릿!
안에 벌꿀이 들어있는 초콜릿이라고 했다.
얼마 전 투르키와의 국교와 FTA조약인지 뭔지 하는 것이 성립된 이후 잔뜩 들여온 초콜릿이라는 과자는 임프들에게 있어서 주홍빛 완장과 함께 선망의 대상 중 하나.
그렇지만 물량이 적어서, 벌꿀 사탕을 압도하는 비싼 가격에 벌꿀 초콜릿을 먹어본 임프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1가구 1임프 할당제가 시행된 이후, 부잣집에 파견된 임프들 정도가 간간이 “맛있었습니닷…!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것입니닷…!”이라 말하는 이야기만 잔뜩 들었지.
모르모르도 남은 포장지의 냄새를 맡아본 게 전부였는데. 그것과 똑같은 냄새가 나르나르의 손에 쥐어진 물건에서 나고 있었다!
모르모르는 그것을 받아 든 뒤 껍질을 까고 허겁지겁 초콜릿을 입에 물었다. 그러자 초콜릿은 정말 들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녹아 사라지고 만다.
“맛있는 것이야…!”
그래도 무척 맛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나르나르 동지는 의외로 착한 구석이 있었던 것이야…!”
“의외로…? 음, 뭐. 그렇다고 해두죠.”
나르나르도 작은 임프들이 자신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친해지기 위해 벌꿀 감자과자나 벌꿀 초콜릿 등을 하나 둘 선물하고는 했는데. 생각보다 잘 먹힌다.
그때 모르모르가 말했다.
“이렇게 비싼 벌꿀 초콜릿을 잔뜩 선물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혹시 그 남작이라는 사람인 것인가 묻고 싶은 것이야…!”
“그래요. 자기가 이용당했다는 걸 알면서도 선물공세라니. 얼마나 바보 같은 사람인지.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당신들에게는 아직 이르겠죠.”
나르나르의 말대로. 모르모르는 큰 임프 나르나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은 초콜릿은 달면서도 어딘가 써서 맛있었고. 나르나르의 표정도 씁쓰름하면서도 어딘가 기분 좋아 보이는 초콜릿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 뿐.
남작이 싫은 것만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솔직해지지 못하는 걸까? 큰 임프들은 다 그런 건가? 모르모르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키가 큰 것은 조금 부럽다. 모르모르가 두 걸음으로 걸어야 할 것을 나르나르는 한 걸음으로 걸을 수 있겠지. 술래잡기 할 때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묻는다.
“이 모르모르도, 큰 임프 자매 나르나르처럼 크고 싶은 것이야…!”
“크고 싶다라….”
* * *
여기까지가 몇몇 임프들이 ‘키 크는 버섯 원정대’를 꾸리기까지의 이야기. 사장 임프 마르마르는 무어라 잔뜩 적혀있는 서류들을 내게 내밀며 물었다.
“동지는 어떻게 생각해? 정말 있다고 생각해?”
“키 크는 버섯? 글쎄.”
나르나르는 임프들에게 키 크는 버섯에 대해 알려주었다고 했다. 이 앙그마르 깊은 산이나 숲 어딘가에는 큰 버섯이 있어서, 그걸 먹으면 임프나 님프들의 키가 큰다고 하던가.
그 이야기가 진짜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만.
임프들이 다들 잘 지내는 것은 알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요즘, 결혼식의 뒤풀이다 뭐다 해서 바빠 임프들을 신경써주기 어려웠으니까.
화분에서 자라난 모르모르도, 큰 상처를 입고 쇼크를 받았던 임프 나르나르도 다들 블랙 앙그마르 컴퍼니의 울타리 안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마르마르가 말했다.
“나는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도 이번에 임프들과 함께 같이 가보려구!”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사장이 된 마르마르가 직접 현장에 나가보려고 한다니!
마르마르가 봄날에 산책 나가기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요새 들려오는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던 나는 조금 걱정이 들었다.
“숲이나 산에 못 보던 던전 같은 게 막 생겨났다고 그러던데. 위험하지 않겠어?”
문의 너머에서 광염의 신이 크게 힘을 잃고 난 이후 꽤 시간이 흘렀다.
세상에는 교단과 광염의 신이 봉인해두고 있었던 아주 오랜 태고적의 던전과 유적들이 갑작스레 부상하기 시작해서 꽤 혼란스럽다나.
어떤 미지의 존재와 모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때에 임프들이 산과 숲으로 산책을 나간다니 노파심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 하지만 마르마르는 이미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그래도 이미 내일 먹을 도시락까지 다 싸 놨는걸! 버섯을 발견 못해도, 분명 재미있는 나들이가 될 거야! 펀치노이가 같이 가기로 했으니까, 별 일도 없을 거고!”
그렇다는 모양이다. 펀치노이라면 나도 잘 알지. 강한 님프다. 마법사들이 점점 쇠퇴해 가는 지금이라면, 님프 선술을 익힌 펀치노이만큼 든든한 보디가드도 없겠지.
그보다, 키 크는 버섯인가.
반요정인 나도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었다. 그걸 먹으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는 걸까?
“그래서, 내일 저도 키 크는 버섯이라는 걸 함께 찾으러 가볼 생각이에요.”
저녁시간.
왕궁의 호화로운 식탁 위에서 나는 영애들에게 의견을 말했다. 그러자 너나 할 것 없이 인상을 와락 찌푸린다. 가장 투덜거린 것은, 레오노이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있던 엘가였다.
“어딜 놀러가려고? 우리 신혼여행지도 제대로 안 골랐잖아.”
엘가의 태도는 제법 까칠했다.
얼마 전 엘가는 내게 “고양이 보러 갈래?”라고 계속해서 물어왔는데 내가 자꾸 거절했던 뒤로 이 상태다.
어디서 뭘 배워왔는지 모르겠지만 장난으로 거절했던 건데 아주 토라지고 말았다.
“놀러 갈 시간 있으면 잠깐 레오노이 저녁 좀 챙겨 줘. 나도 밥 좀 먹어야하거든.”
슥.
엘가가 품에 안고 있던 아이를 내게 안겨주었다. 내게 안기자마자 까르르 웃는 아주 어리고 작은 요정 금발의 레오노이.
“━─.”
지금은 공주님처럼 해맑게 웃지만 밤이 되면 자꾸 울어서 공동육아를 하는 영애들을 꽤 힘들게 했다.
우는 이유는…, 그냥 운다고 했다. 아프거나 배가 고프거나 한 게 아니고.
자기가 울면 사람들이 허둥지둥하는 걸 좋아한다고. 아주 어린 나이부터 엘가를 뛰어 넘는 악당영애의 소질이 보이는 아가씨다.
“레오노이, 엄마들 힘들지 않게 얼른 커야지.”
장난스럽게 말하며 작은 입에 수저를 가져다 댄다.
─님프 비기, 이유식 먹이기!
슥.
이렇게 작고 어린 아이가 이유식을 꿀떡꿀떡 먹는 게 신기하다. 엘가를 닮아서 그런지 잔병치레도 하나 없이 기특하다.
이 작은 요정 레오노이도 언젠가는 동네를 뛰어 놀 정도로 자라나겠지.
물론 지금은 좀 먼 이야기겠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그런 날이 올 거야.
그때 영애들이 하나 둘, 팔을 벌린다.
“태오 경, 저도 먹여볼래요.”
“언니, 나도!”
모두 레오노이에게 저녁을 먹이고 싶은 모양이다. 다들 손을 뻗을 때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아이라 뿐이었다.
평소 레오노이를 매일 안고 다닐 정도로 아기 보는 걸 좋아했던 아이라가 침착한 것에 내가 살짝 의문을 느낄 때였다.
아이라가 어딘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입술을 연다.
“그래서, 오늘 누구 차례였지?”
그 말에 모두의 얼굴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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