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498)
EP.499)– 아주 오래오래 # 4
외전 – 아주 오래오래 # 4
동물원이라도 모든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미르나가 기대했던 유니콘이나 페가수스까지 가지 않더라도.
판다 같은 경우에는 외국에서 대여해 와서 다시 외국으로 반환하는 느낌으로 동물원에 데리고 있다고 그러던가.
그래서 국내에 몇 마리 없다고.
여기 동물원의 오리너구리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오리너구리는 멜버른 등의 외국 특정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인데, 한국의 2번째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는 뜻에서 기증을 해주었다는 모양이다.
━히오옹…!
…사실 나도 자세한 항목은 잘 몰라.
아무튼 이 동물원에는 외국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너구리가 한 마리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래서 그런지 울타리 근처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 있었다.
“사람 엄청 많네요.”
날씨도 좋고 햇볕도 따스해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인 걸까? 우리도 그들 틈에 섞여 들어갔다.
울타리 너머에는 바위와 돌 그리고 나무들이 예쁘게 조형되어 있고 그 틈에 물이 가득 담긴 연못 비슷한 게 있었는데.
그 안에서 이리저리 첨벙거리고 있는 사육사와 오리너구리가 한 마리 보였다. 그 희귀한 모습에 엘가는 정말 경악했다.
“뭐 저런 게 다 있어! 이상해!”
마법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온갖 마물과 생물을 구경했던 엘가도 오리너구리를 보는 건 처음이었던 모양이다.
자연과 생물에 뛰어난 지식을 갖춘 스텔라도 “대체 어떻게 된 생물인지 모르겠네. 어째서 저런 동물이 있지?”라고 의아함을 느끼는 듯했다.
나르미가 말했다.
“혹시 저 동물이 마지막 단약 재료인가? 응?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수컷은 독이 있다고 하는데, 혹시 독이 재료인가? 아니, 쟤는 암컷이네!”
“…….”
“언니?”
“…….”
“언니가 눈 뜬 채로 굳어버렸어…!”
짝짝-하고 미르나의 뺨을 두드리는 나르미였다. 덕분에 미르나는 살짝 빠져나갔던 혼을 간신히 붙잡고 돌아온 듯 보였다.
“세상에, 정말 기괴하군요. 자동차도 이상하고 컴퓨터라는 것도 이상했지만 이런 괴상한 마물까지 존재하고 있을 줄은….”
마물인가. 평범한 동물인데 말이지.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나도 컹컹 짖는 개다람쥐를 처음 봤을 때 혹은 불 뿜는 도마뱀 같은 걸 처음 봤을 때는 이성이 인식을 따라가지 못해 곤혹스러운 때가 있었지.
쌍둥이나 엘가 그리고 스텔라에게 있어서 이곳은 이세계. 이세계에만 존재하는 기묘한 생물을 보게 되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여유를 보이는 것은 아이라 정도 뿐.
아이라가 말했다.
“생각보다 신기한 생물이구나. 내 앙그마르의 왕궁에는 모든 희귀한 보물과 동물들이 살고 있지만 저런 녀석은 없었어. 한 마리 데려가도 좋겠구나. 얼마에 살 수 있지?”
얼마냐고?
“글쎄요.”
팔기는 할까?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팔지는 않을 것 같은데. 혹시 거절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의 액수를 지불하면 팔까?
내 인벤토리인 《다람쥐 저장고》에 들어있는 금덩이들을 떠올려 본다.
아니, 그래도 팔 것 같진 않다. 나라에 한 마리 있는 개체니까 말이야. 이렇게 된 이상 호주의 야생동물 보호지에 가서 몰래 한 마리 밀렵하는 수밖에 없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레오노이, 그 게임기라는 것 말고 저기 좀 봐봐. 오리너구리가 있다니까. 저런 이상한 생물, 여기 말고는 못 봐.”
엘가가 게임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레오노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하지만 레오노이의 푸른 눈동자는 번쩍번쩍 빛나는 화면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닷…! 다른 색으로 빛나는 환상의 주머니 마물이 필드에 등장한 것입니닷…! 창조신 아르노이즈…! 이것은 백만 분의 일 확률…! 아니, 천만 분의 일 확률인 것입니닷…!”
레오노이는 거의 입에서 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렇지만 붙잡아야하는데, 주머니가 부족한 것입니닷…! 자꾸만 주머니에서 빠져나오는 것입니닷…! 그아앗-! 마스터 주머니만 있었다면…!”
“뭐라는 거야, 얘. 야, 태오. 네가 이 게임기 주고 나서 레오노이 점점 더 이상해지잖아.”
“이것은 게임기가 아니라 님프텐도인 것입니닷…! 이몸 레오노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한, 왕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보물인 것입니닷…!”
아니, 네가 스스로 쟁취한 게 아니라 내가 준거잖아.
아무튼.
들어보니 레오노이는 환상의 마물과 씨름 중이었던 모양이다. 어린 나이에는 현실의 동물보다 게임 속 멋진 몬스터가 더 가치 있을 때가 있는 법이지.
그보다 다른 색으로 빛나는 환상의 마물이라고? 천만 분의 일 확률?
나도 조금 흥미가 생긴다. 대체 뭘 잡고 있는 거지? 다만 나까지 게임기에 관심을 가졌다간 눈총을 받을 것 같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곧 레오노이는 옆에서 기묘한 동물의 사진을 구매하고 있던 마르마르에게 게임기를 넘겼다.
“히에엑…! 마지막 남은 마물 주머니입니닷…! 마르마르, 꼭 붙잡아주는 것입니닷…! 이몸 레오노이의 운명이 달린 것입니닷….”
“내가? 괜찮겠어? 마지막 남은 주머니인데.”
“마물 마스터 마르마르의 실력을 믿는 것입니닷…!”
고오오오오-.
으뜸임프와 작은 님프 꼬마 아가씨의 오가는 시선에 긴장감이 서리고. 마르마르가 던진 주머니가 환상의 마물을 휙-감싼다.
버둥-버둥.
곧 게임화면은 주머니 안에서 달아나려고 몸부림치는 환상의 마물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뾰로롱-하는 별빛과 함께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뾰로롱-! 뜨드든- 뜨드드 뜬드든~★
동시에 레오노이가 폭발했다.
“아주 훌륭한 것입니닷…! 역시 으뜸 임프 마르마르인 것입니닷…! 이제 쓸모없는 초코리타 따위는 바이바이인 것입니닷…!”
레오노이는 마르마르의 옆구리를 붙잡고 방방 뛰었다.
“게임 하나로 어떻게 저렇게 기뻐할 수 있지? 대륙 통일했던 다비드 앙그마르도 저거보단 덜 기뻐했겠다.”
엘가는 몇 마디 더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것 같았지만 기분 좋아 보이는 레오노이를 보니 아무래도 좋아진 모양이다.
“너─구리.”
그때 작은 미르나가 내 바지를 죽죽 잡아당겼다. 작은 미르나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 그냥 너구리가 있는 울타리가 보였다.
“미르나는 그냥 너구리가 더 좋은 모양이구나. 스타노이랑 같이 가볼까? 언니가 안 놀아줘서 심심하지?”
나는 작은 딸들을 데리고 너구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스타노이는 내가 대학로 근처의 문구점에서 사준 스케치북과 색연필이 마음에 든 건지 이런저런 동물들을 따라 그리고 있다.
“잘 그렸네.”
슥슥슥슥.
칭찬해줄 겸 마구 머리를 쓰다듬자 스타노이가 흐응-하고 콧김을 뿜어낸다. 스타노이는 칭찬 받는 걸 좋아한다.
“앗-!”
나르미가 “잉잉아 날아가면 안 돼!”라고 소리쳤다. 고개를 돌려보니 푸른 구름 잉잉이가 솜사탕을 팔고 있는 동물원 매점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잉잉야잉.
결국 나르미는 솜사탕을 하나 사서 잉잉이에게 줘야만 했다. 솜사탕을 먹는 솜사탕이라니. 매우 기묘한 모습이었다.
━저거 뭐냐? 방금 날아다니지 않았어?
━새인가?
시선을 제법 끌기는 했지만 설마 진짜로 살아 움직이는 구름 마물 클라우드링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듯했다. 그냥 털 뭉치의 짐승인 줄 아는 모양이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잉잉이 말고 다른 곳에 더 신경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보다 저거 봐. 새들이 무슨….
━사육사인가? 퍼레이드 직원…? 복장은 공주님 같네.
사람들의 눈은 어깨나 팔에 기묘한 새들을 잔뜩 달고 있는 아이라를 보고 있었다.
염소나 토끼같이 개방형 체험 동물사를 운영하고 있는 곳의 동물들도 아이라의 주변을 동그랗게 둘러싸기 바빴다.
“동물들은 순수하지. 여왕을 알아보는 모양이구나.”
그 모습은 꼭 동화 속 공주님 같아서, 사람들은 아이라를 동물원에서 일하는 코스프레 직원으로 착각하기까지 했다.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말이지.
* * *
“네? 오리너구리를 팔아 달라구요?”
동물원의 책임자.
머리가 살짝 벗겨진 중년의 원장님은 우리들의 부탁에 무척 당황한 것 같았다. 그에 나는 다시 정중히 말하기로 했다.
“금액은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습니다.”
“그게…, 으흠. 실례지만 누구시라고…?”
금태 안경을 번뜩이는 원장님의 질문에 나는 으흠-헛기침을 한 뒤에 다시금 우리들을 소개해야만 했다.
“여기 이쪽은 앙그마르 왕국, 모나크 시티의 여왕님이신 타란테라 폰 타란테라 8세이십니다. 또 저기 저쪽은 리오네스 후작의 영애인─.”
설명을 하고 있으려니 어쩐지 웃기기도 하고 아주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내 설명에 거짓은 하나도 없었으나 때로는 진실이 거짓말보다 더 믿기지 않을 때가 있는 법이니까.
“으흠.”
헛기침을 한 원장님은 나를 매우 기이한 사람 바라보듯이 쳐다봤다.
처음에는 자신을 놀리는 줄 알았던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우리들이 워낙 진지해서 이제는 반쯤 긴가민가해 보인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현물을 보여주는 게 낫겠지.
촤르르르르-.
나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쏟아 부었다. 테이블 위로 와르르르-떨어지는 새금화에는 아이라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불순물을 제외하고 순금의 함유량을 순수할 정도로 높인 신금화.
그것이 테이블 위에 와르르 떨어지자 주변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들 중 내 가족들을 제외한 모두가 헉-하고 숨을 집어 삼켰다.
“진짜 금인지 확인하셔도 좋습니다.”
물론 내 말은 립 서비스였다. 이 세상이든 저쪽의 세상이든 사람이라는 것은 이 금의 반짝거림에 거부할 수 없는 물욕을 느낀다. 그것은 어찌 보면 일종의 본능이었다.
다들 이 금화가 가짜가 아닌 진품이라는 걸 눈치 챘겠지. 나는 은근한 느낌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지금 금 시세에 맞춰서 한화로 환산해보면 이 정도….”
숙덕숙덕.
내가 작게 중얼거리자 원장과 그 옆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간다.
반쯤 벗겨진 원장님의 이마에 땀이 반질반질 거리기 시작할 즈음, 원장님이 긴장을 느슨히 풀려는 건지 살짝 입가를 올렸다.
“모나크 시티면, 모로코 근처에 있는 겁니까?”
“대강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곳에 있는 왕국입니다. 석유가 솟아나는 나라죠.”
그때서야 동물원의 원장님은 “과연, 어쩐지.”라고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이해할 수 없는 먼 왕국의 괴상한 부자 손님들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모로코의 영역에 다다르자 비로소 안심한 것 같기도 했다.
“과연, 진짜 여왕님이셨군요. 세상에. 저번에 호주에서 총리님이 왔을 때는 막 방송도 하고 그랬었는데요.”
“저희는 비밀로 온 거라서요.”
내가 주의를 주자 원장과 주변 사람들은 “진짜 여왕이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 납득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바로 들킬 이야기지만 다들 감히 그럴 생각은 못한 듯했다.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아이라를 보면 그녀가 여왕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척 봐도 여왕이라 생각할 만큼 타고난 지배자. 갓 태어난 아이도 그렇게 생각할 테지. 여왕이 아닌 아이라는 생각도 못할 테니까.
원장님이 말했다.
“과연, 어쩐지 하얀 사자를 애완동물처럼 데리고 다닌다니. 기묘하다 생각했죠. 평범한 사자도 아닌 것 같은데.”
━야오옹.
목줄 메고 다니는 야옹이가 신경 쓰였던 모양이구나.
━잉잉야잉.
“근데 저 괴상한 동물은 대체 뭡니까?”
“으흠, 큼, 저건, 그 뭐, 아무튼. 어떻습니까? 값은 섭섭지 않게 쳐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금화 하나를 집어보고 있던 원장님이 테이블 위에 금화를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게…, 정말 아쉽지만, 이 이야기는 거절하겠습니다. 역시 파는 건 좀 그렇군요.”
“거절요?”
“저희도 이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멜버른에서 꾸미를 들여올 때, 그 어디에도 임대하거나 팔지 않겠다고 계약을 했거든요. 계약은 절대적이죠.”
과연 그런가. 계약이란 중요하지. 만약 큰돈을 준다고 계약을 어기며 덜컥 동물을 팔아버린다면 그 어떠한 기관도 이 동물원과는 더 이상 거래하려들지 않을 테니까.
내 생각이 짧았다.
그때 얌전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르마르가 말했다.
“그럼, 파는 건 안 되더라도 잠깐 만져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 보니까 토끼나 햄스터 동물사 같은 곳은 개방하고 있던데.”
“오.”
그것도 좋은 생각이었다. 블랙 앙그마르 컴퍼니의 CEO로 제법 경력을 쌓아온 마르마르는 협상의 테이블 위에서 좋은 의견을 제시할 줄 아는 임프였다.
마르마르를 데려오길 잘했네!
마르마르의 의견은 매우 납득이 갈만한 수준이었기에 원장님의 표정도 서서히 느슨해졌다.
“사육사들의 통제하라면 잠깐 만져보는 것 정도라면야…. 멜버른 같은 곳에서는 오리너구리 동물사를 개방해서 만져보는 체험도 하고 있으니까, 으흠, 뭐.”
마침내 고개를 끄덕인다.
덕분에 우리는 전문적인 사육사 선생님의 통제 하에 ‘꾸미’라는 이름의 오리너구리를 만질 수 있게 됐다.
비록 구매도 대여도 아닌 만져보기였지만.
만져보면 단약의 재료에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확 알 수 있으니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리너구리의 동물사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구경하고 있는 가운데에, 허벅지까지 물에 담그고 손을 벌리자 사람을 잘 따르는 꾸미가 다가와 손에 몸을 비비적거린다.
오리너구리를 손에 잡은 엘가가 말했다.
“뭐야, 생각보다 귀엽잖아. 생각보다 더 말랑말랑하고 부드럽네. 그래서 어떤 것 같아. 재료들이 반응 있어?”
엘가가 오리너구리를 만지고 있는 사이에 나는 미리 인벤토리에서 꺼내두었던 태양 사자의 갈기를 동물 근처에 가져다 대보았다.
우우웅-. 아까부터 옅게 빛나고 있던 사자의 갈기.
“…….”
반응이 없다.
뭐야, 이 녀석이 아니었다고?
이 세상에는 있고 저쪽 세상에는 없는 것. 틀림없이 오리너구리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건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상황이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 자신만만했던 기세가 한껏 잡아당겼다가 탁 끊어져버린 고무줄처럼 축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뭐야, 아니었잖아.”
“아앗-!”
내가 살짝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레오노이가 호들갑을 떠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무언가가 풍덩-하고 빠진다.
“히에엑-! 이몸 레오노이의 보물 님프텐도가…! 안에 들어있는 환상의 마물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것니닷…! 문자 그대로 물거품인 것입니닷…!”
레오노이의 님프텐도, 정확히는 내가 옛날에 샀던 게임기가 오리너구리의 동물사 수조에 빠져서 스멀스멀 가라앉고 있는 게 보였다.
문자 그대로 보글보글 물거품을 일으키며.
보글보글.
덕분에 레오노이는 반쯤 미쳐있었다.
“구아악…!!! 창조신 아르노이즈가…!!! 물에 젖어서 날아 가버리는 것입니닷…!!!”
님프 비명의 최종단계인 구아악-을 태어나 처음으로 뱉어내기까지 하다니! 구아악은 정말 심각한 비명인데!
작은 레오노이가 앓고 있을 상실감이란 단약의 마지막 재료에 대한 행방을 아주 잃어버려 미궁에 빠지고만 나보다 더 컸을지 모르겠다.
풍덩.
나는 물에 손을 뻗어 레오노이의 게임기를 주워들었다. 물에 흠뻑 젖었다. 이래서야 게임기가 아니고 물먹은 스펀지다.
말리면 사용할 수 있으려나?
평범하게 말리면 힘들겠지만, 모두가 보지 않는 곳에서 복구마법을 사용하면….
다만 반쯤 영혼이 날아간 레오노이를 보고 있으니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까지 가서 복구마법을 사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보였다.
이런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는 빠르게 복구하는 게 포인트지.
“걱정 마. 레오노이, 내가 잘 고쳐줄 게.”
그래서 나는 모두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슬쩍 마력만을 발산해서 복구마법 8위계-수복(修復)을 사용했다. 그렇게 마력이 빠져나가고 있던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
게임기의 액정이 기묘한 느낌으로 번쩍였다. 동시에 내가 반대쪽 손에 쥐고 있었던 태양사자의 터럭도 본적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빛나며 진동한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이, 이 빛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