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73)
EP.74)후일담 # 3
074 – 뒷정리와 후일담 # 3
다음날, 수요일 아침.
강의실을 찾자 마르마르가 강의실 입구에 무언가를 열심히 붙이고 있는 게 보였다.
「금일 9시 ‘고대 사어의 이해’강의는 교수의 사정으로 임시 휴강입니다.」
“휴강?”
“아앗…! 동지…! 반가워…! 그리고 이 고대 사어의 강의는 휴강이야…!”
“그래?”
나는 마르마르의 태도가 변한 것에서 조금 당혹감을 느꼈다. 괴상한 님프들 같은 말투를 사용하다가 멀쩡한 이야기를 하니까 갭이 컸다.
“말투가 원래대로 돌아 왔나보구나?”
“벨호크 교수가, 평범하게 말하지 않으면 일당을 줄일 거라고 해서….”
역시 돈이 최고구나 싶다.
“그리고, 그때 그 이상한 말투는 잊어줘!”
마르마르는 자신의 일탈이 무척 부끄러운 것처럼 허둥지둥거렸다.
이해한다.
나도 님프들의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님프인척을 했을 때 무척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으니까.
마르마르는 부끄러운 마음을 숨기려는 것인지 대화 주제를 바꿨다.
“아무튼 강의를 담당하는 발란 교수가 쓰러졌다는 모양이야!”
“그렇구만.”
어제 있었던 사건으로 흑마법사 발란 교수는 도무지 강의를 맡을 상태가 아닌 듯했다.
더욱이 발란 교수-가미긴에게 주술로 부려졌었던 학생들 또한 근래의 기억이 뭉텅 날아가서 횡설수설하기 때문에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나?
“뭔 제대로 된 강의가 없네.”
이 아크가 개강한 지 벌써 2주가 됐건만 나는 뭐, 강의나 교수로부터 도움 될 만한 것을 배운 경험이 딱히 없었다.
스르륵.
그때 내 팔목에 착용하고 있던 임프 꼬리 완드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내 팔목을 꽉 조였다. 그에 나는 정신이 들어서 마르마르에게 하려고 마음먹었던 말을 건넸다.
“마르마르, 네 꼬리 엄청 좋더라. 덕분에 몇 번이나 목숨을 구했어.”
“그야 당연하지! 임프 꼬리 완드는, 그 옛날 마왕 솔로몬조차 애용했던 물품이니까!”
“그래? 마왕이 임프 꼬리를 썼다고? 불사조 깃털 지팡이 같은 게 아니라?”
나는 이 하트모양 꼬리를 이리저리 겨누며 마법을 사용하는 마왕에 대해 떠올려 봤다.
내 머릿속의 마왕이라고 하면 검은 투구를 쓰고 검은 망토를 걸친, 쇠못으로 유리를 긁는 목소리를 내며 용을 타고 다니는 어둠의 흑마법사 같은 게 떠올랐는데.
나처럼 임프 꼬리 완드를 사용했다고 전해지니까 갑자기 몹시도 그 인상이 기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다만 마르마르는 무척 자랑스러운 것처럼 넙적한 가슴을 쫙 폈다.
“임프들의 꼬리는 마나 전도율이 가장 높은 입니닷…아니, 높아! 그리고 배가 고플 때는 식량 대신 먹을 수도 있고!”
“아니, 이걸 먹어?”
“배고픈 임프들끼리는 가끔, 서로의 꼬리를 먹기도 하거든. 이것이 바로 님프들보다 우리 임프들이 우월한 점이지.”
별로 상상하고 싶은 광경은 아니었다.
“아무튼, 임프 꼬리 완드는 명품…! 수명이 다 되면, 화단에 심어서 물을 주고 칭찬해주는 걸로 다시 쌩쌩해져…!”
화단에 심고 물을 주며 칭찬해줘야 한다니.
마치 식물도 칭찬과 욕설을 알아듣고 그대로 반영해 자라난다는 유사과학적인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
그렇지만 마르마르의 설명에 따르면 임프 꼬리 완드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물이나 마찬가지. 그래서 애정으로 대해줘야 한다고.
“그리고 가장 주의할 점은, 결코 꼬리 완드 앞에서 다른 완드에 대해서 칭찬을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래. 그러지 뭐.”
그렇게 말하는 마르마르의 엉덩이에는 벌써 내 팔 길이 정도 되는 크기의 얇고 기다란 꼬리가 좌우로 붕붕 흔들리고 있었다.
다만 그 끝은 매우 기묘하게도 네모난 마름모,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다이아몬드 모양이었다.
“네 꼬리, 다이아몬드 모양이잖아?”
“맞아! 역시, 동지. 눈치 챘구나? 정말 어쩌다 한 번 나오는 모양인데, 운이 좋았던 거야!”
임프란 뭘까.
그때 마르마르가 자신의 팔목에 그려져 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그건 손목시계처럼 생겼는데 이제보니 그냥 시계를 그려놓은 그림이었다.
“아앗-! 이대로 가다간 벨호크 교수의 심부름에 늦고 말겠어! 동지, 나 마르마르는 먼저 가보도록 하는 거야!”
그리하여 마르마르는 먼저 자리를 비워버렸다.
말투가 돌아와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시시각각 괴상해지고 있는 게 확실했다. 손에 시계를 그려놓고 그걸 본다니.
나중에 시계 하나 사 줘야지.
* * *
━들었어? 외곽지역에서 언데드를 부리고 있던 거. 모두 발란 교수가 그랬다네. 드레이코 가문의 시체를 훔쳐서 사람들을 납치하고 그랬다는구만.
━나도 들었어. 옛 성채 지하에 시체들을 잔뜩 모아놓고 무슨 뭐, 해골 군대같은 걸 만들고 있었다지?
━발란 교수면, 흑마법사 발란 말하는 거잖아. 그 사람이 대체 왜 그런 짓을 했대?
━몰라. 듣기로 무슨 주술 같은 것에 조종당하고 있었다고 하던데….
종교집단, 그리고 교내라는 것은 의외로 소문이 금방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이 아크도 마찬가지였는지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발란 교수의 기행과 그 여파에 대한 것은 벌써 학생식당을 주변으로 사방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호외에요, 호외, 발란 교수가 일으켰던 시체 도굴 사건과 망자 군대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호외에요. 호외, 호에에에, 호에에에-!”
적당히 식당에서 홀로 끼니를 때우고 있던 나는 기묘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푸른색 머리칼의 작은 소녀, 님프를 향해 손짓했다.
“신문 하나만 주세요.”
“만 코인이에요…!”
뭔 신문 하나에 만원이야. 비싸네.
그렇지만 거기에 적혀 있을 정보가 탐이 났던 나는 만 코인 정도는 플렉스 하기로 결정했다.
“다음에도 신문 동아리의 호에노이, 찾아주는 것이에요…! 호에에…!”
기묘한 말을 남기며 님프는 저 멀리 신문을 팔기 위해 사라졌다. 다시 혼자 남게 된 나는 조악한 재질로 만들어진 신문을 펼쳤다.
「충격. 흑마법사 발란 교수(32세, 독신). 묘지 도굴꾼으로 밝혀져-.」
「평소 즐겨 하던 체스게임이 흉폭성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닌지…? 아크 내부에 퍼져 나가는 폭력적 게임에 대한 규제가 필요-.」
「이것은 님프혐오 범죄인가? 아니면 단순 범죄인가?」
구미가 당길만한 기사들이 많다.
나는 그 중에서 하나를 찾아 읽었다.
「발란 교수는 어린 시절, 유적 탐방 도중 금기된 힘에 사로잡혔고. 그것에 조종당해 모든 일을 저질렀다며 범죄 행위에 자신의 의사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발란 교수의 처벌은 이미 결정된 수순, 그러나 ‘해주의 주문’을 평생 연구한 것이 스스로 저항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인정받는다면 다소 처벌의 수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발란 교수를 쓰러트린 것은 석차 5위의 엘가 폰 리오네스 그리고 6위의 미르나 폰 드레이코와 그 외 1명-.」
나는 왜 그 외 1명이야.
아무튼 발란 교수가 일으킨 사건에 대해서는 적당히 밝혀질 것만 밝혀지고, 묻어질 것은 묻어졌다.
이를 태면 앙그마르 마왕의 일과 관련된 일 같은 것은 밝혀지지 않고 언급도 되지 않고 있다. 교단의 상층부에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겠지.
사실 나야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이미 이번 사태로 충분히 차고 넘칠 만큼의 이득을 봤으니까.
올리기 힘든 직업, 마법사의 레벨도 올렸고.
여러 주문에 대해 실험도 해봤으며 고급 강령술 주문인 ‘가미긴’도 습득했다.
이 새로 얻은 주술에 대해 실험해 볼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직접 겪었다시피 너무 강력해서 스스로 의지를 지니고 있을 정도로 강렬한 주문이라 안전장치가 없이 무턱대고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일단은 참도록 한다.
그보다, 앙그마르에 대한 기사는 정말 하나도 없나?
나는 열심히 신문을 찾아봤다. 나는 세 가문의 영애들로부터 마왕의 자손에 대해 조사하라고 명을 받은 몸.
내가 나를 찾는 웃기는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마왕의 후예, 그의 족적에 대해서 조사하는 것은 내가 앙그마르 가문을 부활시키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 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되기는 했다.
잘하면 그가 남긴 막대한 유산과 마법적 지식, 힘, 권력을 하나로 잇는 대비보 같은 걸 찾을 수 있을지 모르잖아.
스륵. 차르륵.
그때 누군가 내가 들고 있었던 신문을 빼앗았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빨간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 있었군요? 태오 가스펠.”
“미르나 아가씨.”
미르나 드레이코가 이런 가성비 좋은 학생 식당에 나타난다니. 이런 일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나는 아무래도 좀 당황하게 됐다.
그것은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싱글 넘버즈 석차 6위의 미르나를 향해 사방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 발란 교수를 쓰러트렸다며?
━발란 교수면 아크를 22석차로 졸업했던 우수생 아냐?
━역시 한 자리 수들은 차원이 다른 모양이지.
안 그래도 교내를 가장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존재가 이렇게 날 찾아서 나타나다니.
미르나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시선들이 귀찮을 법도 하건만 전혀 그런 내색도 없이 내 앞 자리에 마주 앉았다.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이에요, 태오 가스펠. 그러지 않고서야, 제가 굳이 기숙사에서 먼 식당에 당신을 찾으러 한 시간이나 고생했을 리가 있나요?”
“한 시간이나 절 찾았다는 겁니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촤륵.
미르나가 부채를 펼쳐 얼굴을 가린다.
“태오 가스펠, 어제 있었던 주문 말이에요. 당신이 어제 발란 교수를 쓰러트릴 때 사용했던 주문.”
미르나의 이야기에 주변에서 큰 술렁거림이 일었다.
━저 녀석이, 발란 교수를 쓰러트렸다고?
━저 태오 가스펠이라는 놈, 이제 겨우 300등 언저리 밖에 안 되잖아.
━아니, 내가 알기로 저 녀석 원래 천 등 가까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사람들은 미르나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 놀라운 정보에 대해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덕분에 괜히 나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됐다. 그래서 내가 한참 난감해 하고 있자니 미르나 드레이코가 분명한 목소리로, 마치 남들 들으라는 것처럼 크게 이야기했다.
“당신이 나름 훌륭한 솜씨로 발란 교수를 쓰러트렸잖아요.”
━세상에, 정말 저 녀석이 발란 교수를 쓰러트렸나 봐!
━발란 교수가 저런 반요정한테 쓰러진다고? 저 녀석 실력이 형편없다는 건 그 이상한 끝말잇기인가 뭔가 할 때 모두 보지 않았어? 에프사이드 때의 일말이야.
━아냐, 진짜일 수도 있어. 실버즈의 선도위원 콘데가 저 녀석한테 손도 못쓰고 쓰러졌다잖아. 주문을 읊는 소리도 안 들렸데. 지금 콘데 녀석 입원해 있는 거 모르냐?
━대체 뭐가 진짜냐? 누구 말이 맞는 거야? 그래서 저 놈은 약한 거야, 강한 거야?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에 나는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괜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걱정되어 정정해줄 겸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마지막에, 살짝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죠. 제가 없었어도 어차피 엘가 님과 미르나 님 두 분이서 충분히 잘 하셨을 거 아닙니까?”
“그건 맞는 말이죠. 그렇지만. 태오 가스펠, 당신이 있어서 귀찮은 일이 덜 귀찮아진 것도 맞는 일.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조금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어요.”
“…그렇군요.”
나는 미르나가 내 업적에 대해 칭찬해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대단함에 대해서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이런 일을 하려고 한다는 걸 눈치 챘다.
당연하게도 한 가지 의문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대체 왜?
물론 그러한 의문은 곧 미르나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이야기로 풀려버리고 말았다. 미르나는 주변을 향해 들으라는 것처럼 부채 뒤로 이야기했다.
“겸손은 교단의 미덕. 가스펠, 복음이라는 성씨를 달고 있는 만큼 당신도 그것을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빛은 결코 어둠 속에 가려지지 않고 수가 없는 법입니다. 물에 넣은 소금도 마땅히 짠 맛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 마련.”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리고, 태오 가스펠. 당신이 제게 반해 구혼하였다는 사실도 명확한 진실. 이제 와서 숨길 것도 없는 노릇이죠.”
“아…!”
“저 미르나는, 제게 구혼한 상대가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또 그것으로 저 미르나와 드레이코 가문의 품위가 꺾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답니다.”
━세상에 들었어?
━구혼을 했데!
미르나 드레이코 이 녀석.
그걸 남들 앞에서 밝혀버리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예상치도 못했던 행동이었다.
평민에게 구애 받은 것을 오히려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여자애지 않았나? 그런데 대체 어떤 심경의 변화가 벌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혹시 사악한 사령술에 조종당하고 있나?
─벨리알-.
나는 작게 주문을 읊어 그녀에게 걸린 마법을 해주해 봤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도 없이 미르나는 내 앞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 미르나와 드레이코 가문의 이름이 부끄러워지지 않게. 앞으로도 걸 맞는 상황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랍니다.”
“그….”
“자랑스러워해도 좋답니다. 1순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당신 또한 저 미르나의 혼약 상대로서 나름 한 손…, 아니, 열 손가락 안에 고려되고 있으니까! 평민 중에는 당신이 유일하답니다.”
미르나가 후후후 웃었다.
나는…. 나는 비명을 질렀다.
“쉣….”
“쉣? 저도 그 말은 알아요. 평민들에게 있어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기쁘다는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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