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85)
EP.86)동아리 # 5
086 – 모험 동아리 # 5
쇠로 만든 사다리는 매우 낡아서 손만 얹어도 삐걱삐걱 흔들렸다.
슥.
손에 붉은 녹이 묻어나오는 게 혹시 잘못 상처라도 입었다면 파상풍에 걸리는 건 아닐지 괜한 걱정이 들 정도였다.
척 봐도 버려진 지 수 십년 째 누구의 손길 하나 없이 관리 받지 못한 시설 구조물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럼 마르마르, 내가 먼저 내려가 볼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위에서 소리쳐.”
“괜찮겠어? 이거 엄청 낡아 보이는데.”
갑자기 막 부서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상당히 조심스럽게 손과 발을 움직여본다.
기이익, 삐걱.
아래로 내려갈수록 사다리를 벽에 박아놓은 못과 나사가 흔들리는 것인지 삐걱대는 소음이 아주 컸다.
“어어엇-.”
“동지! 왜 그래!”
“아냐, 좀 낡아서 위험하긴 하네. 같이 내려오지 말고 그대로 거기 있어. 둘이나 동시에 내려갔다간 박살날 것 같아.”
그래도 나 태오의 몸무게는 남성치고 가벼운 편에 속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가장 아래로 내려가 바닥에 발을 디딜 수가 있었다.
내 눈 앞에는 하나의 문이 보였다.
「지하 대피소」라고 적혀 있는 문이었는데. 그건 이 건물에서 보아왔던 문들 중에서도 굉장히 두껍고 튼튼하게 지어져 있었다.
툭툭-.
발로 몇 번 차보자 내 발이 욱신거릴 정도인 걸 보면 이게 얼마나 두꺼운 쇳덩이로 만들어진 문인지 느낌이 팍팍 왔다.
마치 전쟁이나 화재 등의 재난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하 벙커의 입구 같다고 해야 할까?
“문이 엄청 두꺼워 보인다.”
어느새 내 옆으로 쪼르르 내려온 마르마르가 철문을 이리저리 들여 봤다.
“이거 어떻게 여는 거지?”
바깥에 끼워져 있는 철근 바 형태의 잠금 장치를 마르마르가 이리저리 흔들고 조작해보기 시작하는데, 단단히 녹슬고 조여져 있었기 때문인지 잠금 장치는 도무지 풀리거나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꿈쩍도 안하네.”
“그보다 마르마르, 이 문 좀 이상하지 않아?”
“이 문이 이상하다고? 낡고 오래돼 보이긴 하지만 이상할 것 까진 없어 보이는데?”
마르마르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린다. 언뜻 보면 그냥 오래된 대피소 입구 같지만 내가 봤을 때는 좀 이상한 점이 확실히 있었다.
“아니, 조금 생각해 봐. 어째서 잠금 장치가 바깥에 달려 있는 거지?”
“듣고 보니 그렇네!”
마르마르도 내 물음에 그때서야 이상한 점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잠금이라는 것은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자를 막기 위해 설치된 게 대부분일 텐데.
이 문은 안쪽에 있는 무언가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끔 막는 것인지 몰라도, 잠금장치들이 바깥쪽에서 잔뜩 달려 있었다.
이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데 함부로 문을 열면 큰일 나는 거 아닐까?
공포 영화나 미디어 매체 같은 곳에서는 방학 때 뭉쳐서 놀러 나온 대학생들이 이런 거 호기심에 열다가 고대의 저주나 돌연변이 괴물들을 깨워서 끔찍하게 살해당하던데.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이런 일을 멍청하게 진행해서 죽는다면 정말 억울해서 눈도 못 감을 터.
“일단 다음에 다시 올까? 위치는 알았으니까.”
다음에 더 많은 준비를 끝낸 후에 돌아와야지. 지금 당장 마르마르랑 여기를 들어가기에는 무모한 감이 너무 많잖아.
그런 생각으로 나는 마르마르와 함께 사다리를 타고 3층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렇게 올라오게 된 지상이 아까 전과 달라져 있다는 걸 예민한 요정의 감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동지, 저기 보여?”
그건 마르마르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동지, 사방에 거미줄이 잔뜩 있어!”
그렇다. 그건 거미줄이었다.
아까 전, 우리가 지하로 내려가기 전만 해도 그저 낡기만 했었던 건물의 구석구석에 거대한 거미줄이 가득해진 것이다.
“끈적끈적해!”
자신의 발에 달라붙는 거미줄을 휙휙 흔들어 때어내는 마르마르.
“쉿….”
나는 그런 마르마르를 조용히 시키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봤다. 그러자 어딘가에서 다각-다각-하고 커다랗게 공간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다.
“마르마르, 네가 예전에 왔을 때도 이런 거미줄이 있었어?”
“아니, 난 이런 거 처음 봐.”
“가능하면 물건 같은 거 건드리지 말고. 조심스럽게 1층으로 빠져 나가자.”
나랑 마르마르는 1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미 지독할 정도의 거미줄이 잔뜩 쌓여 있어서 그걸 불태우거나 잘라내지 않는 한은 도무지 걸음을 내딛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갇혔다.
이 3층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스르르르.
나의 머리칼이 쭈뼛쭈뼛 곤두서는 것 같고 등에 소름이 끼치고 팔에 닭살이 돋는 걸 보니 이대로 여기 있으면 무언가 큰일이 날 것이라는 건 확실한 느낌이다.
“달리 내려가는 길은 없나?”
내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길을 찾고 있을 때 마르마르가 말했다.
“있다면 창문 정도뿐인데?”
창문?
그리하여 창문을 쳐다봤던 그 순간.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던 여덟 개의 붉은 눈동자와 그만 시선을 마주치고 말았다.
“어….”
그 끔찍한 모습에 나는 소름이 쭉 끼쳤다. 그건 거미, 아니 시발, 저걸 거미라고 할 수 있나? 내가 아는 거미는 저렇게 크지 않은데?
자동차처럼 커다란 거미라니! 그런 것이 건물의 외벽에 달라붙어서 창문 안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동지, 도망치자!”
그때 마르마르가 내 팔을 휙 끌어서 나는 겨우 걸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동시에 거대한 거미가 달각달각 발소리를 내며 건물 바깥에서 휙 모습을 감춘다.
“마르마르, 저런 거 본 적 없어!?”
“뭘? 방금 뭐가 있었어?”
마르마르는 못 봤나? 그에 나는 빠르고 간결하게 설명해주기로 했다.
“코끼리만큼 큰 거미가 있었어!”
“코끼리만큼 큰 거미…!? 말도 안 돼!”
“그놈이 여기서 나타난다는 괴물인가 봐.”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건물은 거대한 거미집의 일종이었던 것이고,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탐험을 계속하다가 함정에 걸린 것이 되는 건가?
어째서 사람들이 이 건물을 버리고 도망쳐버린 것인지 알 수 있는 기분이었다.
거미에게 잡아먹혀 처형당하는 태오 가스펠이라니.
그런 건 싫다!
나는 완드를 들고 계단의 입구에 서서 재빨리 영창 했다.
─파이몬-!
파아앙-!
공기포가 날아가 거미줄을 찢고 길을 튼다. 열린 길을 향해 나는 걸음을 움직였다.
“마르마르, 가자!”
“으, 응!”
마르마르의 손을 붙잡고 힘차게 달린다. 3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1층으로 겨우 도망친 나는 정문을 향해 뛰었다.
그러나 내가 1층 문으로 힘차게 달음질하려던 그 순간, 마르마르가 나의 손을 꽉 붙잡아 당긴다.
“동지, 잠깐 멈춰 봐! 느낌이 이상해!”
“느낌이?”
뒤적뒤적.
마르마르는 자신이 메고 있었던 자루를 뒤적였다. 곧 마르마르의 손에는 작은 참새 한 마리가 얌전히 붙잡혀 보여 진다.
“잘 봐봐.”
마르마르는 마침내 손에 쥐고 있었던 새를 놓아주었다. 그것으로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포로롱-하고 날아가는 참새.
그렇게 뻥 뚫려 있는 정문으로 날아간 참새는 마침내 하늘을 향하는 듯하더니.
파스슥.
━짹!
천장 쪽에서 튀어나온 무언가에게 붙잡혀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이대로 정문에 나가면 우리도 저 참새처럼 붙들려 사라지고 말지도 모른다는 것.
또각, 또각.
그때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저 숲 멀리서 존나 커다랗고 새까만 거미 여러 마리가 우리를 향해 몰려오는 게 보였다.
그 색깔은 노랗고 까만 것이 알록달록해서 마치 호랑나비 같았다. 존나 흉흉하고 무서워 보인다.
“히이이!”
머리칼을 곤두세우며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마르마르.
“동지, 어떻게 하지! 놈들이 오고 있어! 거미잇…!”
여기서 내 판단이 중요하다.
일단 지금 상태에서 숲으로 나가는 건 위험한 일 같다.
그래서 나는 패닉에 빠진 마르마르를 데리고 다시 3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이렇게 된 것, 그곳의 비좁은 방에 거점을 틀고 들어오는 거미들을 막는 수밖에.
* * *
나와 마르마르가 거점으로 삼은 방은 사다리가 있는 3층의 마지막 구석방이었다.
그곳에 있는 창문과 입구를 박살난 가구와 도구 따위로 틀어막고 일단 어떻게든 농성을 하기로 선택했다.
“동지, 저기 입구에-!”
“입구?”
마르마르가 경악해 소리쳤을 때 내 눈에는 입구로 들어오기 위해 휘적휘적 거리는 거대한 다리가 보였다.
갈고리 같은 갈퀴가 잔뜩 달려 있는 무시무시한 다리였다.
그것이 내가 만든 바리게이트를 뚫고 들어오려고 필사적으로 휘적거리는 통에 나 역시 소름이 쭉 돋아났다.
─파이몬-!
━기에에에엑-!
내가 쏜 공기포에 다리를 적중당한 괴물은 금방 포기를 한 것인지 잠깐 모습을 감춘다.
하지만 나의 귀에는 또각거리고 사브작거리는 소리가 아직 복도를 떠돌고 있는 게 선명히 들려오는 상태.
“동지, 어떻게 하면 좋지?”
마르마르는 이 궁지에 몰린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역시 여기에 오면 안 됐어! 혼자 올 때는 괜찮았는데. 둘이 오면 안 되는 곳이었나 봐! 내가 괜히 이곳으로 데려와서, 미안해…. 우린 다 죽을지도 몰라….”
마르마르의 말대로다.
사실 오랫동안 버려진 폐건물로 온 것부터가 잘못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지하실의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이런 으슥한 폐허로 향했던 것부터 이미 사망플래그였던 것. 설마 이런 거대한 거미 괴물이 도사리고 있는 곳일 줄 어떻게 알았겠어.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하고 반성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이런 위기의 상황일수록 침착함을 유지해야 죽질 않는다.
“내가 오자고 한 거잖아. 그리고, 조금만 더 버텨보자. 내가 미리 연락해둔 사람이 있으니까. 그 사람이 와서 우리를 도와줄 거야!”
사실 나는 이곳으로 들어가기 전에 칼리라 영애에게 미리 전서구를 날려서 도움을 요청한 바가 있었다.
그녀가 연락을 받았다면 아마 이 숲으로 와서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 터.
만약 거미들이 너무 강력하고 흉폭 해서 건물 자체에 접근을 못한다면 엘가나 미르나 같은 여성에게 또 도움을 요청해 줄게 확실했다.
그때까지만 어떻게 버티면 된다.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좋아, 정신이 차분해진다.
하지만 우리들이 간이로 만들어놓은 바리게이트는 그걸 견디지 못하고 박살이 나버렸다.
쾅, 콰직.
━다각, 다각, 다각.
━그르르르.
거대한 거미 괴물들이 비좁은 방 안으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마르마르와 나는 벽을 등지고 서서 거미를 향해 완드를 내밀었다.
─파이몬-!
팡-!
콰직.
사출된 공기대포가 거미 한 마리의 몸통을 박살낸다.
대형견만큼 커다란 거미가 압력에 박살나 사방으로 분해되는 꼴은 꽤나 통쾌한 모습이라 전의가 오른다.
─파이몬-!
콰직.
“어떠냐! 거미 새끼들아!”
순식간에 두 마리의 거미들을 쓰러트린 후에 나는 놈들에 대고 소리쳤다.
커다랗게 소리를 치면 놈들이 혹 겁을 먹고 도망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있고, 마법을 난사해서 점점 가파지기 시작하는 내 모습을 감추기 위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거미 새끼들은 원래 겁을 먹지 않는 냉혹한 사냥꾼.
놈들은 동료가 죽건 말건 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나와 마르마르가 빈틈을 보이기만을 여덟 개의 눈동자로 유심히 지켜보는 듯했다.
스르륵.
바로 그때 거미들이 옆으로 길을 비켰다.
다각, 다각거리는 소리를 내는 거미들 사이에서 무언가 한 괴상한 생물체가 내 앞으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 커다란 높이를 가진 괴물이었다.
새하얀 몸체에 빨간 눈동자를 가진 거미. 아니, 그걸 거미라고 부를 수가 있나? 녀석은 거미임에도 엉덩이부분에 마치 전갈처럼 기다란 꼬리와 독침을 지니고 있었다.
이 녀석이 거미 무리를 이끄는 보스 같은 건가?
좋아, 이 녀석을 쓰러트리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
휘이잉, 착.
무언가 내 손에 휘감겼다.
그것은 하얀 거미가 입에서 발사한 거미줄이다. 그게 나의 손을 붙잡아 내가 쥔 완드를 놓치게 만든 것.
마법에 대해 알고 있는 거미라고?
당황할 순간도 없이 내가 완드를 쥐지 않은 맨 손으로 마법을 발동하려고 입을 벌린 순간, 무언가 휙 날아와 나의 목덜미에 픽 꽂혔다.
그게 거미의 꼬리에 있었던 독침이라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질 않았다.
나, 설마 이렇게 죽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잠시-.
“이제 좀 정신이 들어요?”
나를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떠봤다. 그러자 바닥에 누워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빨간 눈동자가 보였다.
붉은 머리칼을 뒤로 묶고,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그녀는 칼리라 영애였다.
“뭐지? 뭐죠? 어떻게 된 거죠? 거미들은? 거미들을 전부 내쫓은 겁니까?”
“거미? 아,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 환각을 본 모양이네요.”
“환각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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