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25)
아라크네가 마창 가에보르그에 올라탔다.
“여러분, 이것을 알파 님에게.”
그러자 악어들이 공손한 자세로 창을 바위로 만든 옥좌에 앉아 있던 그들의 우두머리인 알파에게 가지고 갔다.
전신은 갑옷 같은 검은 비늘로 뒤덮여 있고, 다른 악어들보다 족히 2배는 되는 덩치를 가진 괴물.
“안 된다. 도망쳐라, 형제여.”
알파는 눈을 감은 채 강우에게 보낸 형제와 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파의 만류에도 용맹한 형제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같이 자폭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비장의 마도구까지 꺼냈지만······.
서걱!
화르륵!
마치 벌레의 머리를 뜯어내듯, 형제를 가볍게 죽여 버린 유일신이 히죽 웃으며 그것을 불태웠다.
“네 이노오옴!”
번뜩!
알파의 눈꺼풀이 열리며 분노가 이글거리는 붉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가에보르그에 올라타 있는 아라크네에게 향했다.
“거미! 그것이 우리의 원수인가!”
“그렇사옵니다! 그자야말로 파괴신의 사도님을 죽이고 우리 제국을 피로 물들인 사악한 악신!”
아라크네의 음성에 분노가 진득하게 묻어났다.
알파가 이빨을 까드득 갈았다.
생각 같아서는 형제들을 모두 이끌고 간 놈과 결전을 벌이고 싶었다.
하지만, 차가운 이성이 분노로 들끓는 머리를 싸늘하게 식힌다.
“쉽지 않겠군.”
그가 생각하기로 유일신과의 승산은 절반 정도였다.
거기에 다른 인간들이 개입한다면 승산은 더욱더 낮아질 터.
판을 만들고 승률을 높여야 한다.
인간을 얕본 어미 구스타프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알파가 아라크네가 진상한 가에보르그를 손에 쥐었다.
창을 쥐자 강렬한 힘이 전신을 휘감았다.
“좋은 창이다, 거미. 우리는 좀 더 많은 무구가 필요하다. 이 빛나는 돌을 더 가져와.”
헌터 상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황금이 필요했다.
아라크네가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에 말씀드린 대로 여러분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좋다. 협력하지.”
아라크네가 보랏빛 입술을 뒤틀며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다.
“호호,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 * *
우리는 강우가 묵고 있는 스위트룸에 돌아왔다.
검귀는 마치 호위 무사 같은 얼굴로 문을 지키고 있었고, 나와 강우는 테이블을 낀 쇼파에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술을 개처럼 마시고 난 다음 날에 느끼는 감정과 유사할 것이다.
“나를 섬겨라.”
강우의 턱수염을 쥐고 한 그 말은 유일신의 찬란한 흑역사 모음집 순위를 새롭게 갱신하는 명대사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악신 타이틀을 장착할 때의 나는 행동에 브레이크가 없어져 버린다고나 할까.
하지만, 내 명대사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니.
“크큭, 나를 섬긴다면 네 소원 하나를 들어주지.”
내가 무슨 램프의 지니냐!
보아하니 돈이 썩어 문드러지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의 소원을 내가 어떻게 들어준단 말인가!
한참의 어색한 침묵 끝에 강우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까 한 말······ 진짜입니까?”
띠링!
-신도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강우의 소원을 들어 주어 그에게 위대한 신의 전지전능함을 보여라.
대상 : 강우
퀘스트 보상 : 강우의 신앙
동시에 퀘스트가 발생했다.
강우의 눈은 마치 사막을 헤매는 자가 오아시스를 바라보는 것처럼 간절한 갈망을 머금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나는 차마 아까 한 말이 농담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말해 보세요······.”
“그 전에 잠깐,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시겠습니까?”
회귀자 강우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눈먼 신의 눈’ 권능이 발동합니다.
츠츠츠.
그러자 동시에 내 눈에 그의 회귀 전 인생이 비치기 시작했다.
* * *
전생의 강우는 원래 평범한 C급 창조 헌터였다.
깡! 깡깡!
강우의 공방에서는 늦은 밤까지 망치질이 멈추지 않았다.
보통의 다른 창조 헌터들은 제작 능력만으로 아이템을 제작하지만, 강우는 그렇지 않았다.
제작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무형 문화제인 명인 대장장이에게 10년이나 도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노력 덕에 C급임에도 불구하고 강우가 만든 무구는 평판이 높았다.
그래 봐야 고등급의 창조 헌터의 무구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동급에서 그를 따라올 창조 헌터는 없었다.
깡! 까까강!
얼마나 망치질을 했을까?
-······주시합니다.
갑자기 들려오는 희미한 속삭임에 강우의 망치질이 멈췄다.
‘또인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보면 종종 들려오는 이 기이한 속삭임.
병원에도 가 보았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의사는 그에게 일을 줄일 걸 권유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쿵! 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뭔가를 만들지 않고서는 이 미쳐 날뛰는 심장의 고동이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
마치 중요한 시험을 하루 앞둔 수험생 같은 심정일까? 아니, 그보다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도망치는 쥐에 가까운 인 것 같다.
강우의 안에서는 쉴 새 없이 그런 조바심이 들었다.
무언가를 대비해야 한다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반드시 대비를······.
띠리리! 띠리리!
그때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그것을 확인한 강우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였다.
‘아, 오늘이 납기일이었나?’
그와 단골인 매매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날이었다.
강우가 작업을 멈추고는 미리 만들어 두었던 무구를 지프차에 조심조심 실었다.
종로 상가 구석에 위치한 허름한 매매소 앞에 강우의 지프차가 멈췄다.
딸랑!
포니테일 머리를 한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인이 진열대에 쌓인 먼지를 닦다가 강우를 보고 반색했다.
“앗! 어서 오세요! 강우 헌터님!”
“네, 안녕하세요. 다혜 씨.”
그녀는 사별한 어머니의 뒤를 이어 혜자 매매소를 운영하는 여사장 다혜였다.
가게를 잇기 위해 다니던 대학원도 중퇴하고 뛰어들었지만, 세상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심지어 다혜를 얕보고 사기를 치는 악질 헌터들 때문에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쿵.
강우가 양손에 든 무구 케이스를 테이블에 올렸다.
안경 너머로 다혜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와아, 오늘도 이렇게 많이! 정말 감사합니다!”
다혜가 허리를 90도로 꾸벅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닙니다. 저야 많이 사 주셔서 좋죠.”
“강우 헌터님 무구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요!”
“하하, 그래 봐야 C급 헌터가 만든 무구일 뿐입니다.”
강우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사실 가게가 아직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바로 강우가 납품하는 무구의 질이 높았기 때문이다.
C급 무구의 가격으로 B급 이상의 효율을 가진 강우의 작품은 입소문이 돌아 종종 B급 헌터들도 가게를 찾았으니까.
“잠시만 여기 앉아 계세요! 다과 좀 내올게요!”
“아, 저는 괜찮······.”
“아니에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마침 어제 좋은 과자가 들어왔거든요!”
부리나케 주방으로 향하는 다혜를 보며 강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쿵, 쿵.
그녀를 볼 때면 다른 의미에서 심장이 뛰었다.
뭔가에 대비해야 된다는 알 수 없는 조바심이 사라지고 대신 그것을 기분 좋은 설렘이 메웠다.
강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저씨가 주책이지.’
이것은 연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혜와의 나이 차가 꽤 있기에 그녀에게 뭔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가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딸랑!
그때 종소리와 함께 한 무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손님인가 싶어 고개를 돌린 강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뱀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는 저 왜소한 남자와 조폭 같은 인상의 근육질의 사내 둘은 이 근방에서 알아주는 사기꾼들이었다.
다혜도 저들이 가져온 아이템을 잘못 구매했다가 큰 낭패를 보기도 했으니까.
“그 무구를 구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까?”
“네, 네. 그렇습니다. 요한 님.”
그런데 놈들의 모습이 좀 이상했다.
특히 저 무리의 두목인 박찬은 C급 화염 계열의 이능을 가진 능력자인데, 동행한 무료한 눈빛의 곱상한 청년에게 허리가 부러질 듯 굽실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흐음.”
요한이라 불린 청년이 감흥 없는 눈으로 허름한 가게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강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순간 요한의 눈동자가 경악하듯 크게 열렸다.
“이럴 수가!”
무료한 요한의 눈빛이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반짝거리더니 당황하는 강우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당신에게 신의 은총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것이 강우의 첫 번째 악몽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불과 대장장이의 수호자
요한이 광신 어린 눈빛으로 마치 보석을 바라보듯 강우를 응시했다.
“아아, 제게는 보입니다. 아직 개화되지는 않았지만 당신에게 거하고 있는 신의 은총이! 이렇게 기쁠 수가! 저와 같은 이가 또 있었다니! 홀로 황무지를 헤매다 마침내 동료를 만난 기분입니다!”
강우의 이야기를 듣고 동시에 눈으로 그 상황을 보던 나는 조금 당황했다.
혜자 매매소의 여사장 다혜와 사기꾼 헌터들, 그리고 사도 요한까지.
강우가 회귀 전에 겪은 일들은 조금 다르지만, 내가 겪었던 일과 비슷했던 것이다.
본능적인 공포를 느낀 강우는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 그들에게 납치당하고 만다.
강우가 끌려간 곳은 나도 방문했던 적이 있었던, 폐도시에 위치한 요한의 본거지.
전신이 기이한 기운을 뿜는 쇠사슬에 묶인 채 덜덜 떠는 강우에게 요한이 상냥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형제여. 전 당신을 해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의 능력을 일깨워 주려고 하는 겁니다. 기대되는군요, 당신께서 신의 은총에 진정으로 눈뜰 날이!”
그날부터 강우의 지옥이 시작됐다.
뚝뚝.
요한이 핏방울이 떨어지는 단검을 축 늘어뜨린 채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인가요? 제가 이토록 노력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시는 겁니까?”
산 채로 배가 갈라진 채 내장을 쏟으며 죽은 시체에서 강우가 눈을 돌렸다.
바로 강우의 잠재력을 깨운다는 명목하에 제물로 바쳐진 희생자였다.
강우가 겁먹은 아이처럼 울먹이며 소리쳤다.
“제발 그만!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난 평범한 C급 창조 헌터예요! 당신이 말하는 것 같은 신의 은총 따위는 없······.”
덥석!
요한이 피로 흠뻑 젖은 손으로 강우의 얼굴을 감쌌다.
“형제여, 왜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시는 겁니까? 저는 느낄 수 있단 말입니다! 희미하지만 당신의 안에 깃든 신의 은총을!”
강우를 뚫어져라 노려보는 요한의 눈에서 광기가 넘실거렸다.
“아아, 그렇군요······. 당신도 저처럼 소중한 것을 모두 잃어야 신의 은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읽은 강우는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요한의 입술이 찢어질 듯 위로 향했다.
“강우 씨, 신의 은총을 받기 위해 당신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바칩시다.”
“이 미친놈아! 그만둬! 제발!”
강우의 절규가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그리고 며칠 후.
강우의 가족, 친구, 심지어 그가 연심을 품고 있던 다혜까지 그의 눈앞에서 제물로 바쳐졌다.
스윽.
이제는 더 이상 흘릴 눈물도 남지 않은 강우의 메마른 눈동자가 그의 앞에 놓인 무구들을 응시했다.
고오오오!
하나같이 불길한 기운을 뿜는 그것들은 바로 강우의 소중한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고 얻은 무구들이었다.
그것이 바로 요한이 가진 권능.
제물을 바쳐 파괴신의 힘이 깃든 무구를 소환하는 것.
“흐으, 흐으으······.”
강우가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로 그것들을 품에 안았다.
날카로운 칼날과 창끝이 그의 몸을 파고들며 메마른 눈물대신 피를 흘린다.
“으아악! 강우야!”
“오빠! 싫어어어!”
“꺄아악! 강우 씨! 살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