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68)
그녀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유일신께 애원했다.
“신이시여! 제발! 용사 일호 님을 구해 주소서!”
순간 유일신의 눈에 우주에서 의식을 잃고 있는 일호와 그를 덮치는 거대한 소행성이 담겼다.
-짓뭉개는 신의 검지!
콰콰콰쾅!
에스메랄다는 눈앞에 펼쳐진 이적에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경외를 느꼈다.
“아아아······.”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소행성이 신이 휘두른 검지 한 번에 산산조각 나 버렸던 것이다.
-상황은 모르겠지만, 저 운석들은 내게 맡겨라. 문어.
유일신이 으득으득 양손을 풀었다.
-후후, 과거 오락실 비트게임 랭커였던 이 몸의 실력을 보일 때가 왔군.
짓뭉개는 신의 검지.
단죄하는 신의 중지.
그리고 증식하는 신의 엄지.
쾅! 쾅! 쾅!
광활한 우주에서 신의 권능을 머금은 유일신의 손가락이 춤추기 시작했다.
슈욱! 쾅! 슈우욱! 쾅!
-짓뭉개는 신의 검지!
전함과 일호를 향해 쏟아지던 소행성들이 신의 손짓에 부서졌다.
하지만, 그것은 겨우 서막에 불과했다.
무려 수천 년 동안 우주 연합의 전함들을 집어삼키며 악명을 떨쳤던 소행성 지대, 일명 ‘별의 무덤’.
그것이 본색을 드러냈다.
열, 스물, 백······.
작게는 일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이르는 소행성들이 쉴 틈 없이 한 번에 쏟아졌다.
슈욱! 슈슈슉!
슈우우욱!
하지만 유일신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없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재미있지.
오히려 입가에 옅은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단죄하는 신의 중지!
강철마저 순식간에 녹일 거대한 흑염이 그의 중지에서 피어났다.
-증식하는 신의 엄지!
화륵! 화륵! 화륵!
하나만으로도 개세적인 위력을 품고 있는 흑염이 수백 수천으로 증식되어 쏟아지는 소행성들에 맞서 우주를 메운다.
유일신이 손가락을 튕겼다.
탕! 탕탕! 탕탕탕!
마치 능숙한 마에스트로의 지휘처럼 그의 손짓에 소행성들을 하나하나 격추해 나갔다.
쾅! 콰쾅! 콰콰쾅!
그런 유일신을 반드시 굴복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라도 하듯, 쏟아지는 소행성의 숫자가 끝없는 기세로 늘어 간다.
천, 만, 십만······ 백만 이상!
슈우우우욱!
도주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우주를 집어삼킬 기세의 압도적인 절망이 유일신과 그가 지키고 있는 일호와 전함을 향해 쏟아진다.
비트게임으로 따지면 최고 난이도 EX급을 넘어선 GOD급!
-제법이군.
유일신은 우주를 뒤덮는 소행성의 모습에 감탄했다.
-하지만, 비트게임으로 단련된 내 동체 시력과 손가락 앞에.
마치 악명 높은 리스트의 초절기교를 연상케 하는, 플레이어의 혼을 빼놓는 절망적인 하이라이트를 향해 유일신이 양손을 뻗었다.
-불가능은 없다!
쾅! 쾅쾅! 콰콰콰쾅 ♬
쿵쾅! 쿵쾅! 콰콰쾅 쿵쾅쾅 ♬
그날 대우주에 별의 무덤의 최후를 알리는 신화적인 장송곡의 비트가 울려 퍼졌다.
* * *
-축하한다. 용사의 탑 44층 시공의 시련 ‘대우주 연맹의 구원’을 훌륭하게 클리어 했다.
-보상으로 ‘생존의 축복’을 내린다.
-생존의 축복 : 그 어떤 악조건의 환경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탑의 메시지를 들으며 일호가 힘겹게 눈을 떴다.
“이럴 수가.”
신기했다. 여전히 그는 우주 공간에 있었으나, 더 이상 괴롭지 않았다.
심지어 공기가 없는 곳일 텐데 호흡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PERPECT CLEAR! 역시 ‘갓 핑거’라 불리던 내 솜씨가 아직 죽지 않았군!
그때 그의 눈에 주먹을 불끈 치켜들고 환호하고 계시는 유일신 님의 모습이 보였다.
‘별의 무덤’.
수천 년간 대우주에 악몽처럼 군림했던 소행성의 흔적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격랑이 휘몰아치는 바다가 잔잔한 호수처럼 변한 것 같은 우주의 풍경을 보며 일호는 깊게 감탄했다.
과연 유일신 님이셨다.
위대하고, 유일하신 나의 신이시다.
“아, 유일신 님······.”
-오, 일호. 정신이 들었니?
일호가 눈물을 쏟으며 유일신의 발치에 엎드렸다.
“신이시여, 감히 위대한 당신을 막아선 이 불경한 자를 벌해 주소서!”
유일신은 그를 잠시 굽어보더니 엄숙하게 말했다.
-일호야, 사랑이 어찌 죄겠느냐. 하지만, 유부남······ 아니 선지자들은 말씀하셨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시바,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기분 탓일까?
유일신의 음성에 왠지 물기가 어려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미 한 것은 어쩔 수 없지. 부럽······ 아니 행복해라, 일호야!
슈슈슉!
그렇게 수수께끼 같은 말씀을 하고 사라져 버린 유일신이었다.
일호는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유일신의 말씀이다.
반드시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속 깊이 그 어구를 새겼다.
“아차! 에스메랄다 공주!”
뒤늦게 에스메랄다를 떠올린 일호가 황급히 반파된 전함 안으로 뛰어들었다.
“제발 무사하시오!”
그녀는 빈사의 중상을 입었다.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해야 했다.
전함의 기기는 소행성의 충돌의 여파로 동력을 잃어서인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끼기기긱!
일호가 에스메랄다가 있을 거라 짐작되는 금속 문을 맨손으로 뜯어내며 외쳤다.
“공주! 무사하시오! 나 일호가 왔······!”
순간, 일호는 할 말을 잃었다.
흉측한 촉수를 늘어뜨린 괴물 대신, 낯선 여인의 뒷모습이 일호의 눈에 비쳤다.
그 어떤 예술품이 저 여인을 넘어설 수 있을까?
백옥처럼 하얗고 유려한 곡선의 나신을 길게 늘어뜨린 금발이 감싸고 있다. 아무런 광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인의 머리칼은 우주를 수놓는 별빛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제 몸에 흐르던 파괴신의 저주가 사라졌어요······.”
여인이 가녀린 어깨를 흐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은루가 흐르는 여인의 눈동자가 그를 본 순간, 일호는 깨달았다.
그녀로구나.
“변한 제 모습이 어떤가요, 일호 님? 여, 여전히 흉측한가요?”
불안에 찬 여인의 얼굴을 보며 일호가 새하얀 이빨을 씩 드러냈다.
“에스메랄다 공주, 그대는 전에도 아름다웠소. 하지만, 지금은.”
일호가 마치 유일신처럼 엄지를 불끈 치켜들었다.
“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답구려.”
············
·········
······
띠링!
-유일신께서 신화적인 위업을 펼쳐 하급 신족 ‘에스메랄다’의 소원을 훌륭히 이루어 주셨습니다.
-계약에 따라 하급 신족 ‘에스메랄다’의 신력을 대가로 징수했습니다.
-하급 신족이자 대우주연합의 제1황위 계승자 ‘에스메랄다’가 유일신의 신도가 되었습니다.
-에스메랄다는 S급 10명분의 강한 신도입니다.
-대우주연합에 신화적인 위업을 펼친 유일신교가 전파되었습니다.
* * *
병원의 화장실.
나, 유일신은 변기에 앉은 자세로 승리를 만끽했다.
후, 오늘도 그만 우주의 평화를 지켜 버리고 말았군.
물론 비트게임으로 단련된 내 갓 핑거라면, 그깟 소행성 스테이지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그나저나 일호가 결혼이라니.
그것도 그런 엄청난 미인이랑 말이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저렇게 변할 수도 있단 말인가! 저건 허저보다 더 심하다!
문득 옆구리가 시려 왔다.
대머리에 삼등신인 일호의 인기의 비결은 대체 무엇일까?
‘역시 남자는 근육인가!’
좋아, 오늘부터 다시 헬스장을 끊어야겠다.
하지만, 나 유일신이 인기 있는 근육남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있었다.
꿈틀꿈틀!
내 발치에서 기괴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시커멓고 역겨운 악취를 풍기는 이것.
혹시 내가 변기에 앉아 있다고 해서 이것이 ×라고 오해는 하지 말길 바란다.
-나를······ 먹어라······.
그 괴물체가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이 문어(?)를 닮은 괴생물을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띠링!
-······계약에 따라 하급 신족 ‘에스메랄다’의 신력을 대가로 징수했습니다.
-구아아아악!
알 수 없는 갓메이커의 메시지와 함께 핸드폰에서 갑자기 이 문어 괴물이 튀어나오더니.
휘리릭! 철퍽!
마치 영화 ‘에어리언’의 새끼처럼 촉수로 내 얼굴을 감싸며 들러붙는 게 아닌가.
-신이여! 나를 먹어라!
그리고 괴성을 지르며 촉수로 내 입을 강제로 벌리고 내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
내 혀에 마치 하수구에서 평생을 산 듯한 시궁쥐의 맛이 타고 올라왔다.
“우웨엑! 떨어져! 괴물아!”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산 낙지를 즐긴다 해도, 나는 이런 악취 나고 끔찍한 문어 괴물을 먹는 취미는 없었다.
10년 전에 먹은 자장면이 올라오는 것 같은 구토를 느끼며, 나는 일호의 스킬까지 빌려 내 얼굴에 들러붙은 문어 괴물을 간신히 떼어 내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데 성공했다.
“죽어! 죽어!”
그리고 다시 내게 입안으로 다이빙하려고 시도하는 문어 괴물을 발로 사정없이 짓밟았다.
뿌직! 뿌직!
으으, 밟는 소리도 끔찍했다.
-끄으으, 나를 먹어······라······.
다 죽어 가면서도 괴물은 자신을 먹으라는 말을 멈추지 않으며 내 발을 촉수로 휘감았다.
오싹!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집념을 괴물이 존재하다니.
-지, 짓뭉개는 신의 검지!
콰지직!
내가 신의 권능을 쓰자 문어가 쥐포처럼 납작하게 짓뭉개지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허억! 허억! 이 괴물! 이제야 죽었군!”
이 끔찍하고 징그러운 문어 괴물이 나 유일신이 S급 헌터가 되고 처음 사냥한 괴물인가.
왠지 현타가 밀려오려고 하는데 좌변기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똑똑!
“일신 쌤. 괜찮으세요?”
남자 화장실에서 청소 아주머니 말고는 절대 들려서는 안 될 금녀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바로 내 제자 허저였다.
문어 괴물과의 사투를 들은 건지 내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이 돼서 찾아온 건지는 모르지만, 여고생이 남자 화장실에 있는 상황은 좋지 않다.
“나, 난 괜찮아! 변비라서 그래! 금방 나갈 테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넵! 마무리 잘하세요! 쌤!”
허저의 해맑은 응원(?)을 들으며 나는 발아래 쥐포처럼 짓뭉개진 문어의 사체를 응시했다.
내 지론 중 하나는, 사람은 머문 곳이 아름다워야 한 것이다.
내 뒤에 이곳에 큰일을 보러 올 사람이 이 문어 괴물을 보면 얼마나 놀라시겠는가.
쏴아아아!
그래서 문어 사체를 변기통에 내렸다.
잘 가라, 문어 괴물아.
안타깝지만 네 마음은 받아 줄 수 없구나. 부디 내세에서는 맛 좋은 문어숙회로 다시 태어나 찾아오렴.
다행히 잘 뭉개져서 변기가 막히지는 않았다.
이렇게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하고 밖으로 나가니 화장실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허저가 조르르 다가왔다.
“쌤! 시원하게 보셨어요?”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이 쌤은 조금 부끄럽구나, 허저야.
그나저나 참 적응 안 된다.
에스메랄다의 극단적인 변신을 막 보았던 탓에 못 받아들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여태 내가 항상 올려다보았던 듬직한 소녀가 이제는 내가 내려다볼 정도로 귀엽게 변하다니 무척 낯설다.
“허저야, 너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몰라보겠구나.”
허저가 양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