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74)
“그러렴.”
다 예술가의 피를 이은 자신을 닮은 거겠지, 생각하며 흐뭇하게 성연이의 뒷모습을 보던 그녀가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성연이가 좋아하는 감자볶음에 문어 모양의 비엔나소세지를 뚝딱 만든 신자가 조심스레 성연이의 방문을 열었다.
“성연아, 저녀 먹······. 어머? 잠들었네?”
성연이가 책상에 엎드린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침까지 질질 흘리며 자는 걸 보니 오늘 신나게 놀았나 보다.
잠깐 고민한 그녀는 곤히 잠들어 있는 성연이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성연이가 그린 그림일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후후후.”
아이에게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권리 따위는 없는 것이다.
대체 병원에서 뭘 하고 놀았기에 에너지가 넘치는 딸이 저렇게 곤히 자는 건지 궁금했기에 일기장을 조심스레 살폈다.
[삼촌은 좋다. 오늘은 둘로 늘어나서 더 좋았다.뿔 난 삼촌이랑 디즈니랜드에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사진도 찍고 놀이 기구도 타고 재밌게 놀았다······.]
유신자는 딸의 그림일기를 보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삼촌이 늘어나? 뿔 난 삼촌이랑 디즈니랜드에서 놀아?
미술 심리 치료에 정통한 그녀라도 도저히 이 그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요즘 아이들, 특히 자신의 딸은 상상력이 뛰어난 것 같다.
[근데 뿔 난 삼촌이 뿔 안 난 삼촌한테 문어를 강제로 먹였다.재밌어서 깔깔하고 웃었다.
앞으로도 삼촌이 더 많이 늘어나면 좋겟다.]
“일신이 녀석, 병원에서 문어숙회라도 먹었나? 설마 그거 먹고 탈 난 건 아니겠지?”
근데 왜 삼촌이 둘이지?
뿔 난 악마 삼촌이 천사 삼촌에게 문어를 입에 밀어 넣는 수수께끼 같은 그림을 보며, 신자는 동생과 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
그 시각, 미국의 헌터 협회.
봉식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엘프녀를 보며 덜덜 몸을 떨었다.
엘프녀, 탈인간급의 미모를 가진 여성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지만, 지금은 비유적 표현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짜 엘프였으니까.
뾰족한 귀 사이로 흑단 같은 머리칼을 쓸어 넘긴 아름다운 여성.
게이트를 통해 다른 세계에서 미국에 귀화한 이계인이자, 현재 지구 최강의 SSS급 헌터인 로이스.
슥.
로이스가 봉식이를 향해 흐릿한 한 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그래서 스티브 최.”
그것은 디즈니랜드에서 괴수들을 학살하고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을 확대한 것이었다.
로이스가 얼음처럼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이자는 대체 누구죠?”
“천 하나! 천 둘!”
나는 이를 악물며 물구나무서기 자세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아직도 그 문어의 역겨운 맛을 떠올리면 신물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제길! 망할 악신 놈!’
힘 좀 세다고 나한테 강제로 그런 끔찍하고 역겨운 문어를 강제로 처먹이다니.
으드득! 두고 봐라! 이신!
반드시 강해져서 너에게도 똑같이 복수하고야 말겠다.
그런데 그 문어는 대체 뭐였을까?
파괴신을 섬기는 신족인 에스메랄다에게서 떨어져 나온 문어.
나름 파괴신의 신력의 덩어리지 않을까 어렴풋이 짐작하긴 했지만, 그것을 삼켰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몸의 변화는 없었다.
그렇다고 상급 신 퀘스트에 뭔가 더해진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니, 변화가 하나 있긴 하군.
그날 이후, 나는 미각을 잃었다. 시바.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지옥 같은 맛!
역시 피의 복수다! 망할 분신 놈!
각오해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리라 다시 다짐하며 열심히 몸을 단련하고 있을 때.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 누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상의 탈의한 채 근육을 뽐내며 멋지게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날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멋, 환자분!”
살짝 얼굴까지 붉히는 것을 보니 혹시 내 남성미에 반한 걸까?
후후, 역시 일호처럼 남자는 근육인 것 같다.
“아직도 퇴원 안 하셨어요? 몸도 멀쩡하신데 빨리 병실 비워 주셔야죠.”
······아닌가 보다.
* * *
퇴원 수속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나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다.
펑! 펑펑!
“퇴원을 축하드립니다! 검신 님!”
-꺄꺄!
폭죽을 터트리며 검귀와 릴리스가 나를 환영해 주었다.
사실 진짜 아파서 입원한 것도 아니라 좀 뻘쭘했다.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는 검귀의 머리에 앉아 있던 릴리스가 내 머리 위로 파닥파닥 날아왔다.
그리고 ‘역시 이 감촉이지.’ 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사득 영감님이랑 잘 지내다 왔어요?”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릴리스는 고사득과 함께 있었다.
-꺄아~!
릴리스가 볼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그런데 볼은 왜 붉히세요?
내 정신 건강을 위해 자세한 건 묻지 말기로 하자.
“그런데 검귀, 무슨 일이죠? 그리고 그 짐은 다 뭐예요?”
검귀에게는 강우 형님의 경호를 맡겼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있는 것도 모자라 등에는 에베레스트산이라도 등반할 것처럼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크크, 검신 님의 던전 공략을 보조하기 위해 제가 특별히 준비한 장비들입니다.”
던전 공략?
아, 그러고 보니 강우가 서신으로 알려 줬던 SSS급 아이템 ‘조화신의 천칭’이 있는 S급 던전이 발생한다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분위기를 보니 나와 합류해서 던전 공략을 하겠다는 것 같은데.
“강우 형님 경호는 어쩌고요?”
“자기 경호에 S급이 셋이나 있을 필요 없다고 검신 님을 보좌하라 하셨습니다.”
하긴 얼마 전에 린샤오밍도 강우 형님의 경호로 보냈었지.
성격은 사이코지만 SS급인 그녀가 지켜 준다면 든든하다.
게다가 애초에 강우의 경호를 맡겼던 원인인 구스타프의 아이들이 악돌이에게 전멸한 지금에는 딱히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진 않았으니까.
그런데 순순히 검귀를 보내 준 것도 좀 이상하다. 린샤오밍의 성격이라면 자신이 오겠다고 할 만도 한데?
“후후, 제비뽑기에서 제가 이겼습니다. 그런 미친년이 감히 저와 검신 님의 사이를 가로막을 수는 없는 것이죠.”
“혹시 그 안대, 린샤오밍한테 맞았나요?”
“······대련 중에 입은 사소한 부상일 뿐입니다. 으드득! 언젠가 천마신검을 완성해서 반드시 그년에게 쓴맛을 보여 주고야 말겠습니다!”
역시 맞은 게 맞나 보다.
자세히 보니 안대뿐만 아니라, 검귀의 몸 곳곳에서 파스 냄새가 진하게 풍겨 왔다.
“그럼 가 볼까요?”
-꺄아!
사실 나야 말만 S급 헌터지 실제로 던전은 가 본 적이 없는 초짜니까 검귀와 릴리스가 동행해 준다면 든든하긴 하다.
던전이 생성된다는 곳이 아마 지리산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쪽 직통인 대중교통이 있으려나?
어플로 교통편을 검색해 보고 있는데 검귀가 정중히 허리를 숙이며 손을 뻗었다.
“검신 님, 이리 오시죠. 저기에 던전까지 검신 님을 모실 애마를 준비해 뒀습니다.”
애마?
무심코 검귀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을 본 내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우와와!”
부릉! 부아아앙!
마치 영화 속 배트카를 연상케 하는 멋진 디자인의 슈퍼카가 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오빠~ 달려~!”
-꺄아~ 꺄아~!
나와 릴리스가 양손을 활짝 펼치며 환호했다.
우리가 타고 있는 것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 뭐시기란 긴 이름의 차다.
759마력과 720Nm의 토크를 생성하는 6.5L V12 괴물 엔진을 장착한, 최고속도는 무려 350km인 슈퍼카!
이게 웬 슈퍼카냐고 물으신다면 후후, 그냥 플랙스 해 버렸지 뭐야~.
핸들을 잡은 검귀가 기뻐하는 우리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기뻐하시니 저도 뿌듯합니다. 검신 님.”
사실 이건 강우 형님이 빌려준 차다.
역시 손 한번 큰 형님이라니까.
오늘부터 더 친하게 지내기로 굳게 결심했다.
“그런데 검귀, 운전 되게 잘하네요. 슈퍼카는 운전하기 쉽지 않다고 하던데.”
평생 검만 휘두르며 살아온 것 같은 검귀였지만, 험난하고 구불구불 꼬인 산기슭의 도로를 레이서 뺨치는 실력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크크, 제가 좀 합니다.”
“대체 면허는 언제 딴 거예요?”
“면허는 없습니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뭐?”
“걱정 마십시오. 비록 제가 불법 입국자라 면허는 없지만, 그래도 어릴 적에 차는 많이 훔쳐 봤습니다!”
아니, 잠깐! 그런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내가 지금 무면허에 전직 절도범이 모는, 슈퍼한 속도로 달리는 슈퍼차에 타고 있단 말인가!
“머, 멈ㅊ······!”
내가 다급하게 소리치려는 순간.
끼이익!
콰콰콰쾅!
가드레일을 들이 받은 슈퍼카가 산 아래로 추락했다.
“이크, 제가 이런 실수를! 검신 님! 꽉 잡으십시오!”
시바, 잡긴 뭘 잡아!
“우아아아악!”
슈퍼카와 함께 두 번째 추락을 하는 나였다.
* * *
“으으······.”
나는 박살 난 슈퍼카의 잔해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시바, 죽을 뻔 했네.
“검신 님! 무사하십니까?”
큰 부상은 없었지만 추락의 충격으로 옷이 넝마가 되어 버린 데다 얼굴에는 그을음이 잔뜩 묻어서 그야말로 상거지가 따로 없었다.
반면에 나를 일으켜 세우고 있는 검귀 자식은 상처 하나 없이 아주 멀쩡한 모습이었다.
검귀 저 인간은 차가 지상에 부딪치기 직전,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운전석에서 뛰어내리며 탈출했던 것이다.
나는 안전벨트를 풀려다 타이밍을 못 맞춰서 이 꼴이 되어 버렸고 말이다.
“제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10년 만에 핸들을 잡아서 조금 긴장했나 봅니다.”
시바, 내가 또 저 인간에게 핸들을 맡기면 사람이 아니다!
파닥파닥.
공중에 몸을 피했던 릴리스가 화마에 휩싸여 뽀글뽀글 파마머리가 된 내 머리에 착지하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꺄아?
“네에. 뭐 크게 다친 데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내 몸이 문제가 아닌데.
하아, 이건 어쩌지?
화르륵!
한때 번쩍거리는 슈퍼카였던 불타는 고철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하다.
“이 차, 얼마나 하죠?”
“글쎄요. 정확한 가격은 모르겠지만, 기본 5억은 넘지 않을까요? 게다가 이런 차는 한정 생산이라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제가 검신 님을 위해 강우의 차고에서 특별히 엄선해 온 명품이지요. 크크.”
그걸 고철로 만든 주제에 그렇게 웃지 마라. 이 자식아!
불법입국자인 검귀 저 자식이 자동차 보험을 들었을 리도 없고······.
“검귀, 혹시 돈 좀 있어요?”
그래도 한때 잘나가는 킬러였으니, 이 정도는 변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자 검귀가 난처한 표정을 했다.
“검신 님께서 착하게 살라고 명령하신 후, 가지고 있던 재산은 모두 처분해서 고아원에 기부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그런 말을 하긴 했었지.
“하지만 검신 님께서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몇 놈 베어 버리고 현금을 확보해 보겠습니다. 마침 부패한 국회의원을 처리해 달라는 의뢰가 있었는데, 명령만 해 주신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킬러답게 음산하게 눈을 빛내는 검귀.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패고 싶다. 격렬하게 패고 싶다!
“하아.”
아무래도 저 인간을 데려온 건 내 일생일대의 실수 같다.
어차피 광신도와 동행해야 한다면 차라리 신우나 데려올 것을.
설마 강우 형님이 물어내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사람이 양심이란 게 있지 그냥 넘어갈 수는······.
그때 어떤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아! 혹시 지금 가는 던전에 뭔가 비싸게 팔 만한 아이템이나 보물 같은 게 발견되지 않을까?’
나는 전에 악돌이 일로 헌터 협회를 찾아갔을 때, 고사득을 포함한 다른 길드의 수장들이 S급 던전의 토벌권을 얻으려 경쟁한 걸 떠올렸다.
그만큼 S급 던전은 위험하지만, 돈이 된다는 말이다.
사실 오늘 내 목적은 SSS급 아이템인 ‘조화신의 천칭’을 얻는 게 주목적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S급 던전인 만큼 값나가는 물건을 발견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좋아!’
갑자기 의욕이 불끈 치솟았다.
그래! 한탕해서 강우 형님 차도 변상하고, 갈중혁 때문에 아직도 천장이 사라져 있는 우리 집 수리비도 마련하도록 하자!
다행히 목적지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내가, 정확히는 내 분신 이신 놈이 새로운 신도를 받아 얻은 스킬을 사용하면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