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235)
“유일신 님이시여! 적입니까? 저 일호가 돕겠…… 헛? 이 신력은 여신 님?”
마침 잘 왔다. 나는 분신들을 항해 손을 뻗었다.
“돌아와, 같이 구하러 가자.”
“뭐?”
“파……괴?”
의아한 얼굴의 둘이었지만, 내 의지가 발하자 이신과 삼신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각자 악신과 파괴신의 신력으로 변하며 내게 흡수되었다.
그러자 내 머리에서 이신의 상징인 검은 뿔이 돋아나고, 동시에 눈동자가 삼신처럼 붉게 물들었다.
고오오오!
상급 신 두 명분의 신력이 더해지며, 신력이 폭발할 듯 들끓었다.
“제발! 안 됩니다!”
쐐애액!
풍요가 휘두른 황금 낫이 내 어깨를 노리고 날아왔다. 급소를 피해서 제압만 하겠다는 그녀의 상냥한 의지가 전해진다.
하지만, 그 상냥함은 지금의 내게는 닿지 않았다.
“이, 이럴 수가.”
엄지와 검지로 황금 낫의 날을 잡은 나는 그것을 옆으로 치우며 창백한 얼굴의 풍요에게 말했다.
“풍요 님이 직접 강림해서 막으면 모를까. 사도인 허저를 통해서는 저를 막을 수 없어요.”
하지만, 그녀가 지구에 강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상급 신인 풍요가 지구에 강림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과율이 필요하다. 만약 그런 제한이 없었다면 진작 투신이 지구에 강림해서 모든 것을 끝내 버렸을 테니까.
허저의 몸을 빌린 풍요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서렸다.
“강해지셨군요. 하지만, 투신은 당신의 상상보다도 훨씬 더 강합니다.”
“알고 있어요.”
풍요가 낮게 한숨을 쉬며 전의를 거뒀다.
“악몽은 분명 사악하고 음탕한 악신이지만, 저라고 그녀의 소멸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선과 악,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세상의 인과가 유지되는 법이니까요. 아니, 그것을 떠나서 악몽은 제…….”
풍요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 듯 하다 고개를 저으며 말을 삼켰다.
츠츠츠!
대신 그녀가 쥐고 있던 황금 낫이 태양처럼 빛나더니 엄청난 양의 신력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것을.”
풍요가 내게 자신의 신력을 담은 황금 낫을 건넸다.
“가지고 가세요. 제가 현재 쓸 수 있는 모든 신력을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디 무리는 하지 마세요. 반드시 살아 돌아와야…….”
털썩!
황금 낫에 신력을 너무 무리하게 쏟아부었는지, 허저를 감싸고 있던 황금 신력이 다 탄 촛불처럼 꺼지며 그녀가 힘없이 무너졌다.
난 기절한 허저를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일호에게 맡겼다.
“일호야, 난 잠시 신계에 다녀올게. 내가 없을 동안 지구를 지켜 주지 않을래?”
그러자 일호가 정신을 차린 얼굴로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헛! 맡겨만 주십시오! 위대하고 자비로운 유일신 님이시여! 저 일호! 반드시 유일신 님의 세계를 굳건히 수호하겠나이다!”
영겁의 구도자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일호와 함께 투신전으로 가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지구에 남아 있는 나락용이란 존재가 신경 쓰였다.
“응, 너만 믿는다. 일호야.”
나는 풍요가 준 황금 낫을 손에 쥔 채 섬뜩한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는 공간의 틈으로 발을 디뎠다.
***
겨우 단 한 걸음이었다.
나는 더 이상 지구에 있지 않았다.
띠링!
-‘눈먼 신의 눈’의 고유 권능이 발동합니다.
[발홀(Valhǫll)]투신이 지배하는 신계의 영역이다. 사용한 지 432,432,134년 되었다.
특이 사항 : 이미 사멸한 세계의 모방이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발홀은 게르만 신화에 나오는 발할라의 고어다.
전장에서 용맹하고 명예롭게 싸우다 죽은 전사들이 천사인 발키리의 인도에 따라 이르는 곳, 전사들의 천국 발할라. 발할라의 전사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살육과 광기의 전쟁을 벌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한다 해도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을 발할라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황혼처럼 음울하게 저물어 가는 하늘.
대기는 코를 찌르는 시체 썩는 악취로 가득하고, 검게 죽어 있는 황무지 위로는 주인 잃은 무구들이 처참히 녹이 슨 채 널려 있다.
용맹한 전사들이 포효하며 전투를 즐기는 천국이 아니라, 무덤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나는 저 음울한 황혼 너머에 웅장하게 서 있는 투신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띠링!
-‘눈먼 신의 눈’의 고유 권능이 발동합니다.
나는 본다.
이곳이 이런 무덤으로 변하기 전의 풍경을.
“와아아! 전쟁신을 위하여!”
“투신을 위해 살육을!”
“검날을 피로 벼려라! 창으로 심장을 꿰뚫어라!”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모두 메우고도 남을 전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치켜들며 자신들의 신을 찬양했다.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은 투신전의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신이 흡족하게 웃었다.
저들은 하나같이 그가 눈여겨본 용맹한 전사들을 발키리를 보내 데려온 이들이다.
오직 평생을 전쟁에 바쳐 온 불굴의 전사만이 자신이 다스리는 이 전장의 천국에 올 자격이 있었으니.
-나 ‘살육과 광기의 전쟁’의 땅 발홀에 환영한다! 용맹한 내 아들딸들아! 발홀에 온 너희들은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배를 곯지 않을 것이며, 마시지 않아도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뿐인가! 아무리 무기를 휘둘러도 지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것도 너희를 죽일 수 없을 것이다!
눈부신 황금 갑주를 걸치고 사자의 투구를 쓴 투신이 자신의 몸보다 더 거대한 신검을 뽑으며 선언했다.
-위대한 신의 이름으로 그대들에게 영원한 살육과 광기의 전쟁을 선사하노라!
“와아아아! 투신! 만세!”
“우리의 단 하나뿐인 위대한 아버지! 전쟁을 찬양할지어다!”
투신이 선언했던 것처럼 전사들은 발홀에서 불멸의 전쟁을 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아무런 전조도 없이.
투신의 세계 발홀에 파괴신이 강림했다.
구구구구궁!
발홀의 하늘을 찢어발기며 나타난 거대한 괴물의 모습에 전사들은 공포를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환호했다.
“적인가!”
“크크, 그래. 슬슬 우리끼리 싸우는 것도 질리던 참이었다.”
“아버지! 저희에게 출진의 가호를!”
드디어 자신들이 발홀에서 키운 힘을 시험해 볼 상대가 나타났다 여겼던 것이다.
투신의 생각 또한 다르지 않았다.
-크크, 저것이 그 소문의 파괴신인가? 생각보다는 별거 없구나. 나의 아들딸들아. 저 이지도 없는 괴물에게 진정한 전쟁의 힘을 보여 주어라!
“와아아아!”
“파괴신을 죽여라!”
투신이 모은 수십억의 용맹한 전사들이 파괴신을 향해 돌진했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전쟁이 되었다.
아니, 그것을 전쟁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거대한 고래가 새우 떼를 집어삼키듯, 전사들의 반항은 무용했다.
용맹한 함성을 지르던 그들의 입이 처참한 비명을, 적을 무참히 도륙하던 그들의 검과 창이 먼지처럼 바스러진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은 전쟁이 끝났다.
발홀은 멸망했고 오직 단 한 명, 전사들이 섬기던 투신만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신도들을 잃은 투신은 증오와 복수를 품으며 신계의 신들에게 파괴신을 토벌하자 외쳤다.
하지만, 신들은 그를 외면한다.
그 강대한 투신마저 저리 처참하게 패할 정도로 파괴신은 항거 불가능한 재앙과도 같은 존재였으니.
-그러고도 너희들이 정녕 신이란 말이냐!
투신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신들을 향해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푸르르!
갑자기 들려온 성난 말 울음소리에 내 ‘눈먼 신의 눈’의 권능이 깨지며 현실로 돌아왔다.
스윽.
고개를 들어 보니 산처럼 웅장하게 치솟은 투신전의 성문과 그곳을 지키고 있는 거대한 푸른 말을 탄 해골 기사가 보였다. 기사가 음산한 어둠을 뿌리는 대낫을 내 목에 겨눴다.
“나는 위대하고 용맹한 투신께서 기거하는 투신전의 수문장이자, 죽음을 다스리는 신이다! 이계의 신이여, 멈춰라! 이 앞으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
내 눈이 그를 감정했다.
띠링!
[묵시의 죽음의 기사]사용한 지 132,243,691년 되었다.
특이 사항 : 투신의 휘하인 상급 악신이다. 스치기만 해도 죽음을 뿌리는 신기 타나토스를 사용한다.
저벅저벅.
나는 그를 무시하며 투신전의 성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멈추라고 했을 텐데!”
성난 노성과 함께 죽음의 권능을 머금은 타나토스의 날이 내 목을 베려 했다.
나는 내가 쥐고 있는 풍요의 대낫에 속삭였다.
“증식해라.”
눈부신 풍요의 황금 칼날이 죽음을 넘어 세상을 집어삼켰다.
서걱! 서거걱!
쿠쿠쿵!
해골 기사와 그가 탄 푸른 말이 조각나며 무너졌다.
땅에 뒹군 채 경악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해골 기사의 머리를 지나치며.
스윽.
나는 굳게 닫힌 투신전의 성문을 향해 검지를 겨눴다.
“짓뭉개라.”
콰지직!
콰콰쾅!
투신전(鬪神殿)의 주인 (2)
콰지직!
콰콰쾅!
투신전의 성문이 마치 거대한 프레스로 눌린 듯 짓뭉개지며 땅속에 깊숙이 파묻혔다.
그리고 동시에.
마치 흉악하고 거대한 짐승이 아가리를 벌린 것 같은 투신전의 사라진 성문 너머의 어둠 속에서.
“습격자다!”
“갈가리 찢어 죽여라!”
“감히 위대한 전쟁의 신께서 거하시는 투신전을 도발하다니! 목숨이 백 개라도 모자란 어리석은 놈!”
마치 말벌 집을 건드린 것처럼 투신 휘하의 신들이 벌 떼처럼 쏟아져 나왔다.
드드드드드!
하늘이 날개 달린 자들에 의해 검게 물들고 지축이 쪼개질 듯 사납게 요동친다.
마치 신화 속에서나 나올 듯한 괴물 군대가 그들에 비하면 벌레처럼 작은 날 죽이기 위해서 살의와 광기를 뿜고 있었다.
최소 중급 신의 신격을 가진 존재들이 무려 천 이상.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크아아아!”
처음은 사이클롭스를 닮은 외눈 거인. 그가 천둥 같은 고함을 지르며 내게 빌딩만 한 몽둥이를 내리찍었다.
콰콰쾅!
동시에 지반을 뚫고 튀어나온 샌드웜의 이빨이 나를 덮치고, 하늘을 나는 드래곤이 시뻘건 화염을 뿜었다.
“단죄하라.”
“증식하라.”
“짓뭉개라.”
콰지직! 철퍽!
“끼에에에엑!”
샌드웜이 발로 밟힌 지렁이처럼 벌레처럼 짓뭉개지며 연녹색 피 보라가 튀었다.
“뭐, 뭣이? 나 적룡왕의 브레스를…… 허억! 이, 이건 무엇? 크아아악!”
시뻘건 불꽃을 토하던 드래곤의 브레스가 지옥의 흑염에 검게 물들며 그의 전신을 태워 삼키고, 몽둥이를 휘두르던 외눈 거인의 몸이 부서진 레고 조각처럼 썰려 나가며 무너졌다.
비명과 절규, 어지럽게 튀는 피와 살점, 검게 타 버린 재가 나부낀다.
스윽.
나는 얼굴에 묻은 이름 모를 신의 피를 소매로 훔쳤다.
더 이상 투신전의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적은 없었다.
띠링!
-신격의 대량 학살로 인해 악신 타이틀 ‘잔혹한 학살자’가 A랭크에서 S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대악신 ‘살육과 광기의 전쟁’께서 당신에게 내렸던 ‘학살의 가호’의 축복이 한층 강화됩니다.
-파괴하라, 죽이고 또 죽여라! 그렇게 쌓은 악업이 그대의 힘이 되리라!
악신 타이틀의 랭크가 오르며 과거 투신에게 받았던 가호가 더욱더 강화되었다.
츠츠츠!
학살한 투신 휘하의 신들이 제물이 되어 내게 흡수됐다.
나는 가만히 주먹을 쥐어 보았다.
키히히히!
귀곡성이 울려 펴지며 주먹에서 해골 같은 형상의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악신의 권능이 크게 향상된 게 느껴진다.
내 스토커들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투신에게도 신세를 졌었다.
그가 내려 준 학살의 가호 덕분에 목숨을 건진 적도 있었으니까.
나는 투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방금까지 끔직한 괴신들을 토해 낸 곳답지 않게 텅 비어 있었다. 대신 위층으로 향하는 거대한 계단이 보였다.
나는 계단을 오르는 대신 고개를 들어 흑요석으로 뒤덮여 있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눈먼 신의 눈’ 권능이 발동합니다.
나는 본다.
본다. 본다!
무려 수백 층으로 이루어진 투신전은 각층마다 방금 내가 상대했었던 괴신들은 애피타이저라는 듯, 그 몇 배나 되는 흉악한 신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나는 저것들을 하나하나 모두 상대할 생각은 없었다.
“……찾았다.”
다 타 버리기 직전의 촛불처럼, 금방이라도 꺼질 듯 미약하지만 분명 악몽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주르륵!
동시에 내 눈에서 핏물처럼 붉고 뜨거운 액체가 흐르며 뺨을 적셨다.